▲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소비가 생산을 부르고, 참여가 리워드가 되고, 기록이 시장의 기준이 되는 시대 시장은 말로 바뀌지 않는다. 좋은 뜻만으로도 바뀌지 않는다. 훌륭한 제품만으로도 바뀌지 않는다. 뜨거운 구호만으로도 오래가지 못한다. 시장을 바꾸는 것은 반복이다. 반복을 붙잡는 것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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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수 칼럼] 개인정보 보호법과 회사 내 인사관리 (2026년 8월 기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서론 정보화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이 처리하는 개인정보의 양과 형태도 크게 확대되었다. 개인정보 유출은 스팸, 명의도용, 보이스피싱, 계정 탈취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는 단순한 전산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인사·노무관리의 핵심 준법 영역이 되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2011년 3월 29일 제정되어 같은 해 9월 30일부터 시행되었다. 이후 2020년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정보통신서비스 분야의 개인정보 보호규정이 「개인정보 보호법」 중심으로 통합되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으로 출범하였다. 2023년 전면 개정에서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의 법적 근거, 영상정보처리기기 규율, 유출 통지·신고, 과징금 제도 등이 대폭 개편되었다. 2026년 8월 22일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은 2025년 10월 2일 시행 법률을, 시행령은 2026년 8월 20일 시행 대통령령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2015년 기준으로 작성된 기존 내용 중 개인정보 수집의 법적 근거, 주민등록번호 처리, 채용정보 관리, 영상정보처리기기, 개인정보 유출 대응 및 제재에 관한 부분은 현행 법령에 맞추어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의 핵심 내용을 살펴본 후, 채용·재직·퇴직과 사업장 내 모니터링 등 인사관리 단계에서 회사가 유의하여야 할 사항을 정리한다. II. 개인정보 보호법의 주요 내용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제공·보관·파기 및 정보주체의 권리 보장에 관한 일반법이다. 회사는 온라인 서비스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범위에서 개인정보처리자로서 법의 적용을 받는다. 1. 적용대상과 개인정보 보호범위 개인정보는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영상 등으로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포함한다. 전자파일뿐만 아니라 종이 이력서, 인사카드, 평가서류 등 오프라인 문서에 기록된 정보도 보호대상이다. 또한 2020년 개정 이후에는 가명정보에 관한 별도의 처리 규율도 법에 포함되어 있다. 다만 신용정보, 의료정보 등 특정 분야에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별도의 법률이 특별규정을 둘 수 있으므로, 해당 업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개별 법령을 함께 확인하여야 한다. 2. 개인정보 수집·이용의 법적 근거 현행 법 제15조 제1항은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2015년 당시 6가지였던 근거는 2023년 개정으로 7가지가 되었고, 특히 계약 관련 문구가 변경되었다. 1)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3)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4) 정보주체와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보주체의 요청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5)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6)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7)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하여 긴급히 필요한 경우이다. 따라서 회사가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처리한다고 하여 모든 경우에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계약의 이행, 임금 지급, 4대보험 신고, 세무 처리처럼 계약 또는 법령상 의무에 필요한 정보는 해당 법적 근거에 따라 처리할 수 있다. 반대로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선택적 복지, 홍보물에 직원 사진 게시, 불필요한 가족정보 수집 등은 별도의 적법한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법 제16조에 따라 개인정보는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수집하여야 하며, 원래 수집 목적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범위에서 정보주체에게 불이익이 없고 안전성 확보조치를 한 경우에는 법 제15조 제3항에 따라 동의 없이 추가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3. 민감정보·고유식별정보 및 주민등록번호의 처리 제한 민감정보와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고유식별정보는 일반 개인정보보다 엄격하게 관리된다. 민감정보와 고유식별정보는 원칙적으로 다른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와 구분하여 별도의 동의를 받거나 법령상 근거가 있는 경우에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는 별도의 동의를 받는 것만으로 처리할 수 없다. 법 제24조의2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는 법률·대통령령 등에서 구체적으로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한 경우,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명백히 필요한 경우 등 법이 정한 예외에 한하여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채용지원서 단계에서 특별한 법적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미리 요구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입사 후 4대보험·세무 등 개별 법령에 따른 신고에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법적 근거와 필요한 범위에서 처리한다.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식별정보를 적법하게 처리하는 경우에도 암호화 등 안전성 확보조치를 하여야 한다. 4. 고정형·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의 규율 2023년 개정법은 기존의 “영상정보처리기기” 규율을 고정형과 이동형으로 구분하였다. 공개된 장소에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경우는 법령의 구체적 허용, 범죄 예방·수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의 시설안전·관리 및 화재예방, 교통단속, 교통정보 수집·분석·제공, 그리고 촬영된 영상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등 법 제25조 제1항의 사유로 제한된다.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자는 설치 목적·장소, 촬영 범위·시간, 관리책임자 연락처 등이 포함된 안내판을 설치하여야 하고, 설치 목적과 다른 곳을 임의로 비추거나 녹음 기능을 사용하는 등 법이 금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화장실·탈의실 등 사생활 침해 우려가 현저한 장소에는 원칙적으로 설치할 수 없다.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는 업무용 웨어러블 카메라, 휴대용 카메라 등 이동하면서 사람 또는 그와 관련된 사물을 촬영하는 장치가 포함될 수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업무 목적으로 촬영하려면 법 제25조의2가 정한 법적 근거와 촬영사실 표시, 정보주체의 거부권 및 권리침해 방지 요건을 점검하여야 한다. 5. 보유기간, 파기 및 안전성 확보조치 개인정보는 처리 목적이 달성되거나 보유기간이 경과하면 다른 법령에 따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지체 없이 파기하는 것이 원칙이다(법 제21조). 따라서 인사자료는 “퇴직자 자료이므로 계속 보관한다”는 식으로 무기한 보유해서는 안 되며, 각 자료별 법적 보존기간과 실제 업무상 필요성을 구분하여 보유·파기 기준을 정해야 한다. 개인정보처리자는 법 제29조에 따라 개인정보가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내부관리계획, 접근권한 관리, 접속기록 관리, 암호화, 물리적 보호조치 등 필요한 안전성 확보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급여·인사 시스템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법 제26조에 따라 수탁자에 대한 계약상 의무와 관리·감독도 필요하다. 6. 개인정보 유출 통지·신고와 제재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게 된 개인정보처리자는 원칙적으로 72시간 이내에 정보주체에게 유출된 개인정보의 항목, 유출 시점과 경위, 피해 최소화 방법, 회사의 대응조치와 피해구제 절차, 담당부서 및 연락처 등을 알려야 한다. 긴급한 확산방지 조치가 필요한 경우나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시행령이 정한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또한 ① 1천명 이상의 정보주체에 관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② 민감정보 또는 고유식별정보가 유출된 경우, ③ 개인정보처리시스템이나 개인정보 처리에 이용하는 정보기기에 대한 외부의 불법적인 접근으로 유출된 경우에는 72시간 이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또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하여야 한다. 제재체계도 2015년과 크게 달라졌다. 현행법은 주요 위반행위에 대하여 전체 매출액의 3%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매출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일정한 경우에는 2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반행위의 유형에 따라 과태료·형사처벌이 별도로 적용될 수 있으므로, 과거의 단일한 “5천만 원 이하 과태료” 등의 설명만으로는 현행 제재체계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 2026년 9월 11일 시행 예정 개정법…
「정차조 특별 칼럼_5」 KN541, 소비자를 시장의 주인으로 세워야 한다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깨어난 소비자 한 사람이 새로운 시장의 출발점이다 시장은 오랫동안 소비자를 끝자리에 세워 왔다. 생산자는 먼저 만들고, 광고는 욕망을 자극하고, 유통은 가격을 흔들고, 브랜드는 판단을 대신했다. 소비자는 마지막에 불려 나왔다. 고르라 했다. 사라 했다.…
「정차조 특별 칼럼_4」 KN541, 이제 선언을 구조로 증명해야 한다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한 바퀴를 굴리는 힘은 말이 아니라 실행의 순환에서 나온다 선언은 중요하다. 그러나 선언만으로 시장은 바뀌지 않는다. 구호만으로 소비는 움직이지 않는다. 비전만으로 조직은 굴러가지 않는다. 시대를 여는 조직은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무엇으로 증명하는가.…
[손영미의 클래식 음악 칼럼] 가을의 속삭임, 그리고 복도 끝에 남겨진 피아노 선율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가을이 오는 길목, 조금씩 신선해진 공기를 가르고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는 유난히 짙은 아련함이 배어 있다.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A Comme Amour〉를 듣고 있노라면, 투명하게 흐르는 아르페지오 위로 가만히 얹히는 선율이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어느 계절의 기억을 두드린다. 프랑스어 제목 A Comme Amour는 직역하면 ‘A는 Amour의 A’, 곧 ‘A는 사랑의 A’ 정도의 의미를 품고 있다. 우리에게는 오래도록 <가을의 속삭임>이라는 제목으로 사랑받아왔다. 원제에는 가을이라는 말이 없지만, 잔잔하면서도 쓸쓸한 그 서정이 가을의 온도와 닮아 있다. 이 아름다운 선율은 연주자인 클레이더만이 직접 작곡한 곡은 아니다. 그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시킨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폴 드 세네빌(Paul de Senneville)과 그의 음악적 동료들이 만들어낸 프렌치 팝 특유의 서정이 담긴 작품이다. 클레이더만의 음악은 정통 클래식의 무거운 형식에서 한 걸음 벗어나 클래식 피아노의 우아함과 대중음악의 친근한 선율을 이어주었다. 그래서 그의 피아노는 거대한 담론을 말하기보다, 지친 하루의 저녁과 오래된 사랑, 잊고 지냈던 한 사람과 한 계절을 조용히 불러낸다. 그리고 내게 이 곡은 언제나 한 장면으로 돌아온다. 중학교 3학년, 어느 해질녘이다. 나는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에 혼자 남아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면 학교는 낮과 전혀 다른 공간이 되었다. 운동장의 소음도 사라지고 긴 복도에는 늦은 햇살과 적막만 남았다. 그때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맑으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선율이었다. 나는 책을 덮고 소리가 흘러오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텅 빈 복도를 따라가다 음악실 앞에 이르면, 서울에서 교생실습을 위해 내려왔던 젊은 음악 선생님이 홀로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문을 열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저 복도 끝에 가만히 앉아 들었다. 늦은 오후의 빛이 음악실 창문을 비스듬히 지나가고, 피아노 앞에 앉은 젊은 선생님의 등 뒤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이 어려 있었다. 그가 왜 혼자 남아 피아노를 쳤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선율에 어떤 사연이 숨어 있었는지도 몰랐다. 다만 어린 마음에도 이상하게 알 것 같았다. 사람에게는 말로는 다 꺼내놓을 수 없는 마음이 있고, 때로 음악은 그 마음 대신 울어준다는 것을. 한 사람은 건반 앞에 앉아 자신의 외로움을 연주하고 있었고, 한 소녀는 복도 끝에 앉아 그 외로움의 이유도 모른 채 오래도록 듣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내가 음악을 사랑하게 된 최초의 순간 가운데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정차조 특별 칼럼_2」 생활이 시장을 이길 때 KN541이 열린다
– 국민식사면, 국민커피, 당차, 데티칸 치약이 만드는 소비생산의 킬러 콘텐츠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시장은 오래도록 사람의 삶을 상품의 노예로 만들었다. 먹는 것, 마시는 것, 씻는 것, 바르는 것, 가족이 함께 쓰는 것까지 모두 거대한 브랜드 질서 안에 묶어 두었다. 사람들은 필요해서 소비하는…
「정차조 특별 칼럼_1」 KN541, 한 바퀴 굴러야 시대가 열린다
– 소비생산 구조로 가는 온라인 전환의 문턱에서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모든 문명은 처음부터 거대한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작은 바퀴 하나가 움직인다. 그 바퀴가 한 번 굴러가면 길이 생기고, 길이 생기면 흐름이 생기고, 흐름이…
[손영미의 공연 클래식 칼럼] 네 개의 악기가 하나의 숨이 될 때
–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파씨오 콰르텟을 듣고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Passio’는 라틴어로 수난, 고통, 열정의 의미를 함께 품고 있는 말이다. 영어 ‘Passion’의 어원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뜨거운 열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견뎌야…
[정봉수 칼럼]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른 통상임금 판단기준과 가산수당 산정
–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변화와 실무상 쟁점 –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서론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해고예고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여러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이다. 따라서 어떤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는 기업의 임금체계와 인건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근로자에게는 법정수당의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오랫동안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특히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일 것을 요구하는 재직조건이나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할 것을 요구하는 조건이 붙은 임금은 ‘고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4년 12월 19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고정성’을 제외하고,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재정립하였다. 이후 재직조건부 상여금, 출근율 또는 근무일수 조건부 상여금, 성과급 등에 관한 후속 판결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새로운 판단기준과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산정의 실무상 쟁점을 살펴본다. II. 통상임금 판단기준의 변화 1. 통상임금의 법적 개념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 문언과 통상임금의 기능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라고 보았다. 여기에서 핵심은 실제로 얼마를 받았는지 또는 지급조건이 실제로 성취되었는지가 아니라, 근로자가 약정된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할 경우 그 대가로 지급하기로 객관적으로 정해진 임금인지 여부이다. 통상임금은 실제 근로성과를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임금이 아니라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기 전에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임금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2. ‘고정성’ 요건의 폐기 종전 판례는 통상임금 판단에서 정기성·일률성과 함께 고정성을 독립적인 요건으로 보았다. 그 결과 지급일 재직조건, 일정 출근율 조건, 근무일수 조건 등이 붙은 경우에는 지급 여부가 사전에 확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곤 하였다.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및 같은 날 선고된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고정성 법리를 변경하였다. 임금에 조건이 붙어 있다는 사정이나 그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조건은 해당 임금이 실제로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정기성과 일률성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3. 새로운 판례 법리의 적용범위 대법원은 판례 변경이 임금체계와 집단적 근로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새로운 법리를 원칙적으로 2024년 12월 19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2024년 12월 19일 이후 제공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새로운 통상임금 범위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다만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당시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이면서 변경된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던 당해 사건 및 병행사건에는 새로운 법리가 소급 적용된다. 그러므로 단순히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2024년 12월 19일 이전 기간까지 일률적으로 재정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기간의 재정산 여부는 소송 계속 여부와 청구의 기초가 된 임금항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 판단해야 한다. III. 주요 임금항목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례 1.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 재직조건이란 상여금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조건을 말한다. 종전에는 이러한 조건이 있으면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으므로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19다204876 판결은 재직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기본급 등에 연동하여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주기로 지급하는 등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재직조건 자체의 효력과 통상임금 해당 여부는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 재직조건이 유효하더라도 그 조건의 존재만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문구를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실제 판단에서는 지급주기, 산정기준, 지급대상, 소정근로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2. 출근율·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상여금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 지급되는 임금에 대해서도, 그 근무일수 조건이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수 있는 범위, 즉 소정근로일수 이내로 정해진 조건이라면 그러한 조건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법리는 대법원 2025. 2. 20. 선고 2021다216957 판결에서도 확인되었다. 기본급 등에 연동하여 일정한 금액을 일정 주기로 지급하는 상여금에 출근율 조건이나 재직조건이 붙어 있더라도, 그 상여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실제 출근율이 낮아 해당 근로자가 상여금을 전부 지급받지 못한 경우에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기준임금으로서의 통상임금성이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지급조건이 소정근로의 범위를 넘어 추가적인 근로제공이나 별도의 성과 달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소정근로 대가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건이 붙어 있으면 모두 통상임금” 또는 “조건이 붙어 있으면 모두 통상임금이 아님”과 같은 일률적인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손영미 영화 리뷰 칼럼] 인생이라는 오디세이, 당신의 이타케는 어디인가
– 호메로스에서 현대 스크린까지, 3천 년을 건너온 귀환의 철학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지난 8월 5일 국내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연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흥행의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9일째인 14일 기준 누적 관객 약 285만 명. 3천 년 전 쓰인 고전이 첨단 영상의 시대에 다시 대중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사실부터 흥미롭다.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영웅 오디세우스는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고향 이타케로 향한다. 그러나 전쟁은 끝났어도 그의 진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신들의 분노와 거대한 폭풍, 괴물과 유혹, 죽음과 망각이 그의 귀향을 가로막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트로이에서 이타케까지는 20년을 떠돌아야 할 만큼 먼 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호메로스는 왜 한 인간을 그토록 오랫동안 바다 위에 붙잡아 두었을까. 그 질문에서 『오디세이아』는 모험담을 넘어 인간에 대한 철학이 된다. 전쟁의 영웅에서 한 인간으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경 성립된 것으로 알려진 서사시다.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노래한다면,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난 뒤 한 인간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전쟁 10년, 귀향 10년. 오디세우스는 무려 20년 동안 집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귀향을 늦춘 것은 단지 성난 바다와 신들의 방해만이 아니다. 그를 붙잡은 것은 인간 안에 숨어 있는 욕망과 교만, 호기심과 쾌락, 망각이었다. 그래서 그의 항해는 지리적 이동이라기보다 인간이 자신에게 돌아가기까지 통과해야 하는 내면의 지도에 가깝다. 전쟁터에서 적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어쩌면 자기 욕망을 이기는 일이다. 『오디세이아』가 3천 년을 살아남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칼립소, 사랑이라는 이름의 망각 그의 귀향을 가장 오래 붙잡아 둔 존재는 여신 칼립소다. 오디세우스는 칼립소의 섬 오기기아에서 7년을 보낸다. 그녀는 그에게 사랑과 안락을 주고, 심지어 불멸까지 약속한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탐낼 법한 제안이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밤마다 바닷가에 앉아 이타케를 바라보며 운다. 칼립소라는 이름에는 ‘감추다’라는 어원이 담겨 있다. 그녀는 오디세우스를 세상으로부터 감추고, 시간으로부터 감추며, 마침내 그 자신으로부터도 감추려 한다. 여기서 사랑의 역설이 생긴다. 사랑은 상대를 곁에 두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길까지 막아 버린다면 사랑은 보호가 아니라 아름다운 감금이 될 수도 있다. 오디세우스가 버린 것은 여신이 아니라 망각이었다. 그는 영원히 사는 것보다 유한한 인간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길을 택한다. 키르케, 인간 안의 야성을 마주하다 마녀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어 버린다. 이 장면은 『오디세이아』에서 가장 기괴하면서도 상징적이다. 인간이 짐승으로 변한다는 것은 단순한 마법이 아니다. 욕망에 자신을 내맡길 때 인간이 얼마나 쉽게 이성과 품위를 잃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키르케는 단순한 악녀가 아니다. 이후 그녀는 오디세우스를 돕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어떤 유혹과 실패는 인간을 파괴하지만, 어떤 실패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오디세우스는 키르케를 지나며 세상을 이기는 지혜보다 자기 안의 욕망을 다루는 지혜를 배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