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조 특별 칼럼] KN541 용어 칼럼 3차

[정차조 특별 칼럼] KN541 용어 칼럼 3차

– 사전예약구매, 소비가 생산을 부르는 신호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시장은 오랫동안 먼저 만들고 나중에 팔았다. 공장은 먼저 돌았다. 창고에는 물건이 쌓였다.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유통은 진열대를 채웠다. 소비자는 마지막에 불려 나왔다. “자, 만들었으니 사십시오.”…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일흔: AI 시대, 나는 아직 길 위에 있다― 일흔에도 배우고, 쓰고, 가르치는 이유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일흔: AI 시대, 나는 아직 길 위에 있다― 일흔에도 배우고, 쓰고, 가르치는 이유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나는 아직 길 위에 있다 느린 걸음도 길을 만든다 묻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오늘도 한 문장을 고쳐 쓴다 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와 AI」를 가르친다. 소상공인과 중장년에게 AI를 실제 업무와 삶에 쓰는 법을 가르치는 일도 한다. 예전 같으면 강의안 한 장에 반나절이 걸렸는데, 지금은 10분 내에 초안이 나온다. 어젯밤에도 그랬다. 화면 가득 말끔한 문장이 떴다. 나는 그것을 전부 지웠다. 틀린 데가 없어서 더 그랬다. 문장은 매끄러운데, 내가 40여 년 동안 보고 겪은 것이 몇 줄도 들어 있지 않았다. 지우고 나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우리는 오래 나이를 속도로 읽어왔다. 젊음은 빠르고 노년은 느리다고. 그런데 AI가 속도를 거의 공짜로 만들어버린 지금, 그 셈법이 흔들린다. 프롬프트를 짜는 요령은 머지않아 누구나 갖는다. 마지막까지 값이 남는 것은 무엇을 물을 것인가, 그리고 쏟아진 답 가운데 무엇을 버릴 것인가다. 그 판단은 살아본 만큼 나온다. 느려진 것은 걸음이고, 깊어진 것은 질문이다. 공자는 일흔을 종심(從心)이라 했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 말이 근사한 해방처럼 들렸다. 지금은 달리 읽힌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오래 헤매본 사람에게만 겨우 주어지는 자유다.  물론 얻은 것만 있지는 않다. 예전에는 새벽까지 읽었는데, 요즘은 12시만 넘으면 활자가 번진다. 그 구절은 나이 듦을 완성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래 틀려본 사람의 몸에 남는 감각을 말할 뿐이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다.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명으로 전체의 20.3%다. 같은 자료에서 2024년 65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76.9%로 나타났다. 노년은 이제 기술 바깥에 서 있는 세대가 아니다. 그런데 같은 통계에 조용한 그늘이 하나 있다. 2024년 65~79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24.8%다. 넷 중 셋은 배우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유는 대개 소박하다. 거리가 멀고, 시간이 어긋나고, 무엇보다 모르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 부끄럽다. 배움을 막는 것은 능력보다 체면일 때가 많다. 여기서 순서 하나가 중요해진다. 나는 강의에서 늘 같은 말을 한다. AI를 배우는 데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것은 내 경험에 AI를 더하는 일이라고. 순서를 뒤집으면 곤란해진다. AI를 먼저 놓고 거기에 나를 맞추면 결국 내가 사라진다. 내 경험을 먼저 놓고 그 위에 AI를 얹으면, 삼십 년 사십 년 묵혀둔 것이 갑자기 꺼내 쓸 수 있는 물건이 된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AI 사용법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잘 만든 프롬프트는 복사해서 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어떤 일을 겪었고 그때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래서 지금 이 답의 어디가 미심쩍은지는 옮겨 붙일 수가 없다. 프롬프트는 복사할 수 있어도, 살아온 인생은 복사할 수 없다. 물론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운이 좋은 축에 속한다. AI를 다루는 것이 직업이어서 하루 종일 만지니 늘 수밖에 없고, 틀려도 크게 손해 볼 일이 없고, 물어볼 사람이 가까이 있다. 이런 조건을 빼놓고 배움을 권하면 격려가 아니라 부담이 된다. 어떤 이에게는 건강과 생계가 먼저다. 화면의 작은 글자 앞에서 이미 물러선 사람도 있다. “나도 했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가장 친절한 얼굴을 한 폭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 특강에서 한 분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 저는 사십 년을 국밥집만 했습니다. 이 나이에 이런 걸 배워서 어디에 씁니까.” 나는 이렇게 답했다. “사십 년 하셨으니까 배우시는 겁니다. AI는 국밥을 모릅니다.” 웃음이 돌았지만 농담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 그분의 얼굴이 오래 남았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관과 디지털배움터에서 어르신에게 앱 사용법을 가르치는 강사들이 있다. 그 일을 사소하다고 말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버튼 하나를 눌러본 경험이 다음 질문을 만든다. 다만 목표는 조금 더 멀리 두어야 한다. 시니어에게 AI를 가르치는 일은 사용법에서 끝나면 안 된다. 그 끝은 삶의 선택지를 늘리는 데 있다. 건강, 여행, 재취업, 글쓰기, 가족과의 관계까지 닿아야 그 배움이 살림이 된다. 제도도 움직이고 있다. 올해 1월 22일 「디지털포용법」이 시행되면서 디지털 접근은 시혜의 영역에서 국가가 챙겨야 할 책무의 자리로 옮겨 앉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 대비 77.9%로 5년 연속 올랐다. 접근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남은 과제는 역량과 활용이다. 스탠퍼드 HAI의 「2026 AI 인덱스」는 생성형 AI가 3년 만에 세계 인구의 53% 가까이에 닿았다고 보고한다. 뒤집으면 절반 가까이는 아직 문 밖에 있다는 말이다. 그 절반 안에 어느 세대가 많이 들어 있을지는 짐작이 간다. 이제 물어야 할 것은 그 속도에서 누가 떨어져 나가는가다. 디지털 변화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그러니 오늘의 실천은 이렇게 잡아보시면 좋겠다. 자기 경험 한 토막을 먼저 꺼낸다. 거기서 늘 걸리던 질문 하나를 만든다. 그 질문을 AI에게 던진다. 돌아온 답은 그대로 믿지 말고 내가 아는 것과 맞대어 본다. 그리고 한 가지만 실제로 해본다. 중요한 것은 맨 앞자리다. 거기에는 AI가 아니라 내 경험이 온다. 나는 아직 길 위에 있다.  일흔하나라는 숫자는 나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오늘도 배우고, 쓰고, 가르친다. 나이는 배움의 문을 잠그는 자물쇠가 아니라, 그 문을 여는 손잡이다. 다만 그 손잡이는 혼자 돌릴 때보다 누가 옆에서 같이 잡아줄 때 훨씬 가볍게 돌아간다. 당신 곁에도 한 사람쯤 있을 것이다. 묻고 싶은 것이 많은데 물을 곳이 없어 조용히 접어둔 사람이. 참고자료 1.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2025 고령자 통계」, 2025. 9. 29.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5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2026. 3. 26. 3. 「디지털포용법」(법률 제20672호, 2025. 1. 21. 공포, 2026. 1. 22. 시행) 4. Stanford HAI, 「The 2026 AI Index Report」, 2026. 4. ▲삽화=필자 기획·OpenAI ChatGPT 생성한 이미지 – AI 시대의 열린 강단

[정차조 특별 칼럼] KN541 용어 칼럼 2차

[정차조 특별 칼럼] KN541 용어 칼럼 2차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가치가게, 내 이름으로 여는 작은 시장 가게는 원래 물건을 파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간판을 달고, 진열대를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KN541은 여기에 아주 발칙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가게가 꼭 건물 안에만 있어야…

[정차조 특별 칼럼] KN541 용어 칼럼 1차

[정차조 특별 칼럼] KN541 용어 칼럼 1차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말이 바뀌면 시장이 바뀐다 KN541에는 낯선 말이 많다. 가치가게. 사전예약구매. 소비생산. 그린티. GWCP. GWC. 실천리더. 전략리더. 전자오두막. 지구사랑. 직영 프랜차이즈. 온라인 에코 베이스. 월 이용고객. 연 이용고객. 디렉터. 단체 크루. 참여가치 환원. 상품…

[손영미의 공연 리뷰] 리얼리티 오페라 ‘기억의 향기’

[손영미의 공연 리뷰] 리얼리티 오페라 ‘기억의 향기’

– 존재의 귀환 – 잊어도 마음은 기억한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오랜만에 바리톤 양준모 주연의 리얼리티 오페라 〈기억의 향기〉를 관람했다. 공명이 뛰어난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만난 이번 작품은 대극장 오페라의 화려한 스펙터클보다, 한 인간의 내면을 밀도 있게 들여다보는 2인극이자 음악으로 쓴 모노드라마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탁월한 가창력과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양준모를 통해, 주인공 구무진의 기억에 아로새겨진 사랑과 상실, 그리고 다시 살아가려는 한 인간의 절박한 내면을 깊이 몰입하여 따라갈 수 있었다. 공연을 보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마음을 따라다녔다.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을 기억하는가. 이름일까, 얼굴일까. 아니면 한때 깊이 사랑했던 누군가의 흔적일까.’ 빈 의자 하나에서 시작되는 기억 구무진은 한때 음악계를 주름잡던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러나 찬란했던 시절은 지나고, 이제는 지방 축제 음악을 만들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의 곁을 지키는 유일한 동거인은 인간이 아닌 AI ‘아카시아’다. 아카시아는 무심한 목소리로 데이터를 읊으면서도 조금씩 인간의 감정을 학습해 나간다. 그리고 작업실 한편, 옛 연인 미지가 앉아 있던 빈 나무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작품 속에서 나는 그 빈 의자를 오래 바라보았다. 사람이 떠나도 자리는 남는다. 어쩌면 상실이란 사람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머물던 자리가 계속해서 눈에 들어오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진은 아카시아의 도움을 받아 과거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러나 기억은 위로가 되는 동시에 깊은 고통을 남긴다. 사랑했던 연인과 어머니, 빛나던 자신의 순간들이 되살아날수록 현재의 초라함은 더욱 선명해진다. 술에 취해 무너져 내리던 밤, 마침내 미지가 환영처럼 그의 방에 나타난다. 그 모습이 실체인지 기억인지, 혹은 무진의 절박한 그리움이 만들어낸 환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짧은 재회를 통해 두 사람이 생전에 미처 건네지 못했던 진심을 비로소 나눈다는 사실이다. 무진은 미지를 위해 노래한다, 〈기억의 향기〉를. 그리고 미지는 나지막이 말한다. “사라져도 향기로 여기에 있어.”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다시 모습을 감춘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서 사람이 떠나면 관계는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과 함께 존재했던 ‘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억의 향기〉는 떠나간 연인을 다시 불러내는 신파에 머물지 않는다. 무진이 기억을 하나씩 더듬으며 끝내 찾아가는 존재는 미지만이 아니다. 미지를 사랑했던 자기 자신, 음악을 사랑했던 자신, 그리고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은 자신이다. 이 작품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다. 기억을 과거로 퇴행하는 통로가 아닌, ‘현재의 나’에게 돌아오는 길로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사랑은 끝났어도 사랑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시간은 한 인간의 내면으로 스며들어 삶의 일부가 된다.…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엄마: 세상 모든 답을 찾아도 엄마의 목소리 하나는 되돌릴 수 없다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엄마: 세상 모든 답을 찾아도 엄마의 목소리 하나는 되돌릴 수 없다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2022년 5월, MBC의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 한 여성이 나왔다. 3년 전 위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딸이었다. 제작진은 봄이면 장미와 샐비어가 흐드러지던 어머니의 꽃밭을 가상현실로 되살렸다. 헤드셋을 쓴 딸이 그 꽃밭에서 엄마를 만난다. 손을 뻗는다. 닿지 않는다. 그 장면 앞에서 촬영장 스태프도 울었고, 화면 밖의 우리도 울었다. OpenAI가 2024년 3월 공개한 Voice Engine 자료를 보면, 15초 남짓한 음성 샘플 하나와 문장만으로 원래 화자와 닮은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이 회사는 병으로 말을 잃은 환자가 자기 목소리를 되찾은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기술은 놀랍다. 누군가에게는 닫혔던 문이 열리는 일이다. 그런데 그 놀라움이 조심스러운 질문을 데려온다.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닮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을 돌려주는 일인가? 정의부터 해두자. 이 글에서 말하는 AI는 사람의 말과 기억을 데이터로 배워 다시 문장과 소리로 돌려주는 기술이다. 기계라고 부르기엔 사람의 것을 너무 많이 담고 있다. 오늘 하려는 말은 하나다. AI는 기억을 복원할 수 있어도, 그 기억을 살아낸 사람까지 되돌리지는 못한다. 엄마라는 말은 이상하다. 나이가 들어도 그 말 앞에서는 마음이 잠깐 아이가 된다. 세상에서 처음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 아프면 먼저 이마를 짚던 사람. 밥 한 그릇에 하루치 걱정을 담던 사람. 물론 모든 어머니의 삶이 그렇게만 흐르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엄마는 그리움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아물지 않은 자리다. 그 자리를 아버지가, 할머니가, 이모가 대신 지켜준 집도 많다. 그래서 이 말은 조심해서 써야 한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세어보니 나는 ‘엄마’와 ‘어머니’라는 낱말을 열 번도 넘게 썼다. 어머니를 부르는 말이면서, 동시에 어머니를 가리는 말이다. 그래서 한 번은 제대로 적어두려 한다. 나의 어머니는 김창순이다. 충북 진천에서 나고…

[손영미의 사랑의 미학]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는가, 사랑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는가

[손영미의 사랑의 미학]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는가, 사랑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는가

– 칼립소를 떠난 오디세우스 – 사랑의 애도가 오래 걸리는 이유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랑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질문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을 사랑하던 나를 사랑했던 것일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이 질문과 가장 아름답게 겹쳐지는 인물이 칼립소다. 오디세우스는 바다를 떠돌다 오기기아섬에 닿아 칼립소와 7년을 보낸다. 여신 칼립소는 그를 사랑했고, 그가 머물기를 원했다. 심지어 인간이 끝내 이길 수 없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까지 그의 앞에 놓는다. 아름다운 여신, 풍요로운 섬, 늙지 않는 삶. 사랑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황홀한 조건처럼 보인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바닷가에 앉아 운다. 그의 눈이 향하는 곳은 칼립소가 아니라 바다 너머의 이타케다. 사랑하는데, 왜 떠나는가 이 장면은 사랑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사랑한다면 곁에 있어야 하는가. 떠난다면 사랑하지 않았던 것인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파고드는 사랑의 역설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사랑에 빠진 인간은 상대만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때로는 상대를 통해 일어난 자기 안의 욕망과 사랑의 상태에 더 깊이 사로잡힌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속에는 어쩌면 “당신으로 인해 사랑하고 있는 이 나를 잃고 싶지 않다”는 고백도 숨어 있다. 그래서 사랑이 위험해지는 순간이 있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사랑의 배역을 맡은 사람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다. 상대는 한 인간에서 나의 외로움을 달래는 존재,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 나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증명해주는 존재로 바뀐다. 그 순간 사랑의 주객은 뒤집힌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통해 완성되는 나의 욕망을 사랑하게 된다. 칼립소의 사랑에도 이러한 역설이 숨어 있다. 그녀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기에 붙잡는다. 그러나 그가 진정 원하는 곳은 이타케다.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은 욕망과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삶으로 돌아가도록 놓아주는 일 사이에서, 사랑은 가장 어려운 시험을 받는다.…

[정봉수 칼럼]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각하 사례

[정봉수 칼럼]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각하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 개요 2020. 8. 20. 태권도 도복을 판매하는 일본계 회사(이하 “회사”라 함)에서 근무하던 신청인(이하 “근로자”라 함)은 업무처리가 미숙하고 업무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근로자는 “나는 맡은 일을 성실히 했고 해고될 만한 잘못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회사는 여러 차례 근무태도를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그런데 회사는 해고사유보다 먼저 다른 문제를 제기하였다. 회사에서 실제 근로자로 고용한 인원은 3명에 불과하므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제도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사업장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심문 과정에서 양측의 숫자는 달랐다. 근로자는 자신이 근무할 당시 사무실에는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회사는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원이 아니라 업무대행계약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위임계약자라고 설명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첫 번째 문은 “해고가 정당했는가”가 아니었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그리고 그 결과 이 사업장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가 먼저 판단되어야 했다. II. 근로자의 주장 근로자는 2019. 11. 9. 회사에 입사하여 마케팅 및 영업지원 업무를 담당하였다. 회사가 지시하면 주말이 포함된 출장이나 야근, 휴일근로도 마다하지 않았고, 별도의 수당이나 충분한 휴가 없이도 회사 업무에 힘썼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2020년 8월 초 일본인 전무로부터 직무수행 능력 부족과 지시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근로자는 회사가 지적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은 사실과 다르고, 회사의 매출 부진 책임을 말단 직원에게 돌린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설령 업무상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교육이나 경고, 개선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바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근로자는 퇴직 당시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던 사람은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6명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직함이나 계약서의 명칭보다 실제로 회사에서 계속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중요하므로,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도 근로자 수에 포함하여야 하고 회사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III. 회사의 주장 회사는 2019년 5월 설립된 신생 회사로서 마케팅 지원을 위해 근로자를 채용하였으나, 근로자가 영업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출근 후 장시간 신문을 읽거나 개인 업무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었고, 영업일지 작성 등 회사가 요청한 업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상사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어 해고에 이르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사업장 규모였다. 회사는 신청인을 포함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한 근로자는 3명뿐이며,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두 사람은 각각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400만원의 업무대행료를 받기로 하였으며,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도 약정하였다.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어 업무대행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두 이사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이 종결되었고, 이후 미지급 업무대행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점도 회사는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두 이사를 제외하면 상시근로자 수가 5명에 미달하므로 노동위원회가 해고의 정당성을 심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IV. 관련 법령, 판례 및 행정해석 1.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적용범위와 각하 :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3조, 제28조 및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2026년 9월 현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이 정한 일부 규정만 적용된다. 이 별표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의 금지”와 제28조의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의 해고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른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5인 미만이면 해고에 관한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업무상 재해 요양기간 등의 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과 해고예고에 관한 제26조 등은 적용된다. 또한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남녀고용평등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해고 제한도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과 같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여부를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절차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임을 전제로 한다.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제1항은 신청하는 구제의 내용이 법령상 또는 사실상 실현될 수 없는 경우 등을 각하사유로 정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실무에서도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으로 확인되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고사유의 정당성까지 판단하지 않고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있다. 2. 상시근로자 수의 산정방법 :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 과거에는 “상태적으로 5명 이상인지”를 중심으로 한 행정해석이 많이 인용되었지만, 현재는 시행령 제7조의2가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법 적용 사유가 발생한 날, 즉 해고사건이라면 원칙적으로 해고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의 가동일수로 나누어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한다. 따라서 해고 당일 사무실에 몇 명이 있었는지만으로 5인 이상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해고 전 1개월의 실제 인원 변동과 가동일수를 확인하여야 한다. (1) 위 방법으로 산정한 평균이 5명 미만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미만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본다. (2) 반대로 평균이 5명 이상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이상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다. (3) 산정에는 정규직, 기간제, 단시간근로자 등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를 포함한다. 다만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상시근로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대법원도 최근 상시근로자 수의 “상시”는 단순히 매일 5명이 출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태적으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지를 뜻한다고 재확인하였다. 동시에 근로기준법이나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에 실제 근무하지 않은 근로자는 연인원과 일별 근로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0도16228 판결;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75998 판결). 3.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의 판단기준 :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서의 제목이 근로계약, 도급계약, 위임계약 또는 업무대행계약인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된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사용자가 업무내용을 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지, 제3자를 사용하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독립하여 자기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이윤과 손실의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근로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함께 살펴본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33715 판결). 특히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며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사용자가 계약형태를 정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재의 확립된 판례 태도이다. 따라서 오늘날 같은 사건을 검토할 때에는 업무대행계약서의 문구보다 두 이사가 실제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회사 임원의 근로자성 회사나 법인의 이사, 감사, 상무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근로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임원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이고 실제로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반대로 특정 사업부문을 총괄하면서 상당한 독립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일반 직원과 구별되는 처우를 받았다면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이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주목한 요소도 이러한 법리와 맞닿아 있다.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고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으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아 정해진 일을 수행하기보다 위임받은 업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형태로 일하였다. 또한 다른 근로자에게 일정한 업무지시를 하는 권한이 있었고, 정액의 업무대행료와 함께 향후 지분과 연계된 인센티브를 약정한 사정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두 사람이 일반 직원보다는 독립된 업무수행자에 가까웠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 다만 4대 보험 미가입 자체는 현재 판례상 보조적 사정에 불과하므로 그것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5.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판단 상시근로자 수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산정한다. 장소가 나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별개의 사업장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조직, 인사, 재정·회계, 업무수행 등이 실질적으로 독립되어 독자적인 사업경영이 이루어지는지 여부를 보아야 한다. 반대로 지점이나 영업소가 본사와 인사·재정·업무에서 독립성이 부족하면 전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아 근로자 수를 합산할 수 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4444, 2021. 12. 23.). V.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현재적 평가 노동위원회는 먼저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의 실질적인 업무수행 형태를 살펴보았다. 두 이사는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였고,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으며, 다른 사업장에도 관여하는 등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다.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아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위임받은 영역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그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일정한 범위에서 다른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였고, 일반 직원과 달리 업무대행료 및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를 약정하였다. 노동위원회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위임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한 자라고 판단하였다. 두 사람을 근로자 수에서 제외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과 제28조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노동위원회는 근로자가 주장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 사유가 해고를 정당화할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 이 사건은 2026년 현재에도 의미가 있다. 같은 사건을 오늘 다시 맡는다면, 먼저 해고 전 1개월의 가동일별 근로자 수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산정하고, 다음으로 업무대행계약이라는 명칭이나 4대 보험 가입 여부보다 실제 지휘·감독, 업무재량, 인사권, 전속성, 보수의 성격과 사업위험 부담을 중심으로 두 이사의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 오래된 사건자료에는 일별 인원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기준으로 수치를 재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인원구성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두 이사를 제외한 사업장은 5명 미만이라는 결론이 달라지기 어렵다.…

[정차조 특별 칼럼] D-3 지역과 온라인 거점, 흩어진 사람을 연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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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지역 파트너 거점과 온라인 커뮤니티 거점을 찾아 KN541의 연결망을 넓힌다 사람은 흩어져 있으면 약하다.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흩어져 있으면 혼잣말이 되고, 좋은 제품을 가진 사람도 흩어져 있으면 재고가 되고, 좋은 콘텐츠를 가진…

[뇌맘케어 ①]당신의 뇌는 오늘도 건강한가요?

[뇌맘케어 ①]당신의 뇌는 오늘도 건강한가요?

[강남 소비자저널=전경숙 컬럼니스트] 100세 시대, 뇌와 마음을 함께 돌보는 ‘뇌맘케어’가 시작된 이유 우리는 건강을 위해 걷고 운동한다.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받는다. 그런데 평생 우리의 기억과 생각, 감정과 행동을 이끌어가는 ‘뇌’의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100세 시대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이 아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생각하며, 스스로 움직이고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삶이 중요하다. 고령사회에서 뇌 건강은 개인을 넘어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뇌맘케어(Brain Blossom)’는 이러한 시대적 고민과 한 가족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뇌맘케어 개발자가 뇌 건강을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된 계기는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던 어머니였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품게 됐다. “기억을 잃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개발해 온 뇌크리에이션과 세대별 프로그램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손과 발을 움직이고, 기억하고, 노래하고, 웃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활동을 단순한 놀이에 머물게 하지 않고 뇌와 몸, 마음을 함께 사용하는 활동으로 체계화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뇌와 마음을 함께 돌본다’는 의미의 뇌맘케어다. 영문명 ‘Brain Blossom’에는 뇌가 가진 가능성을 꽃처럼 피워가자는 뜻을 담았다. 생각하며 움직이는 ‘뇌타운동’ 뇌맘케어의 중심에는 ‘뇌타운동’이 있다. 뇌타는 단순히 몸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지향하지 않는다. 핵심은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것’이다. 숫자를 기억하며 손을 움직이고, 오른손과 왼손을 다르게 사용한다. 음악과 리듬에 맞춰 움직이면서 기억하고 판단하는 과제를 더하기도 한다. 즉, 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억하며 움직이는 과정을 하나의 활동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와 움직임의 결합은 고령사회에서 뇌 건강을 위한 중요한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왜 지금 이런 활동이 필요할까. 생활은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번호를 기억해 주고 길을 찾아주며 필요한 정보도 순식간에 제공한다. 편리함은 삶의 질을 높였지만,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생활도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접근에서 신체활동을 비롯해 혈압·당뇨 관리와 사회적·인지적 활동 등 여러 생활요인을 함께 살펴보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뇌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움직임과 인지활동을 즐겁게 연결하는 생활 속 뇌 활동을 지향한다. 물론 특정 운동이나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치매를 예방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건강할 때부터 움직이고, 생각하고, 배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생활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뇌맘케어가 지향하는 미래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뇌와 마음을 돌보는 데서 시작해, 더 나아가 배움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고령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건강한 노년을 돕는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뇌 건강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뇌 건강은 기억을 잃은 뒤에야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기억하고,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오늘부터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뇌와 마음을 돌보는 ‘뇌맘케어’의 시작이다. 당신의 뇌는 오늘도 건강한가요? 다음 회 [뇌맘케어 ②] 나이가 들어도 뇌는 변할 수 있을까요? 나이 든 뇌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이유, ‘신경가소성’을 살펴본다. ▲사진= 전경숙 부대표가 ‘뇌와 마음을 함께 돌본다’는 의미의  뇌맘케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