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가을, 시를 노래하다, 강석우 그리고 가곡의 밤

[손영미 칼럼] ‘가을, 시를 노래하다, 강석우 그리고 가곡의 밤

‘가을, 시를 노래하다, 강석우 그리고 가곡의 밤’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2025년 10월 13일 (월) 저녁 18:50 용산 온누리교회 본당 가곡의 선율 속으로 저녁 마실을 나섰다. 오늘의 무대는 방송인 강석우 씨가 주최한 〈가곡의 밤〉으로 그가 소속된 온누리교회 본당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배우로서의 익숙한 얼굴 뒤에 숨겨진 ‘가곡을 사랑하는 음악인’으로서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 자리였다. 무대에는 소프라노 강혜정, 김순영, 바리톤 송기창, 이응광, 그리고 이웅 음악감독, 피아니스트 이소영, 클래식기타리스트 이미솔, 앙상블 Sonare가 함께했다. 작지만 단단한 구성의 팀이 만들어낸 울림은 깊고 순수했다. 공연은 세 개의 테마로 엮여, 마지막 무대에서는 자신의 곡들을 선보였다. 12개 선정 곡들을 각 성악가가 네 곡씩 번갈아 부르며 인터미션 없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지루함보다는 몰입의 밀도가 점점 깊어졌다. 또한 강석우 씨의 짧고 담백한 해설과 시 낭송, 그리고 색소폰 연주가 곁들여지며, 가곡이 단순한 노래를 넘어 ‘시와 선율을 통해 우리 말과 감정의 예술’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마지막 앙코르곡 강석우 작사 ,작곡 〈내 마음은 왈츠〉 까지, 가을비를 마중하는 듯한 따뜻한 마무리는 잘 익은 동치미 국물처럼 시원한 여운을 남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이 좋아, 노래가 좋아”라는 마음이 모인 관객들의 진정성은 그 어떤 화려한 공연보다 따뜻한 선물로 안겼다. 때론 우리 가곡을 오늘 처음 접한 관객들도 많았다. 오늘도 가곡을 지키고, 전하며, 이윤 없이 대가 없이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하나 된 만남은 그래서 더욱 귀했다. 우리 가곡을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 지역사회로, 더 가깝게 전파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 선곡과 프로그램 해설 〈Mattinata〉 아침의 노래 (R. Leoncavallo) 소프라노 강혜정 이탈리아 벨칸토의 화려함 속에서도 아침의 투명한 공기를 그려낸 곡으로 강혜정은 맑은 햇살처럼 첫 무대를 열며, ‘삶의 시작’과 ‘사랑의 설렘’을 동시에 노래했다. 〈Non ti scordar di me〉 물망초 (E. de Curtis)소프라노 김순영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제목처럼, 그리움과 사랑의 지속성을 담은 곡으로 김순영의 따뜻한 음색은 이별의 아픔을 품은 채, 사랑의 기억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Parla più piano〉 대부 (N. Rota)  바리톤 송기창 영화 〈대부〉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이 곡에서 송기창은 감정의 절제를 통해 깊은 인간애를 표현했다. 그의 중후한 바리톤은 사랑과 권력, 회한이 교차하는 영화적 장면을 극적으로 되살렸다. 〈Erlkönig〉 마왕 (F. Schubert) 바리톤 이응광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독일 가곡의 정점. 이응광은 부성애의 절규, 공포, 죽음의 유혹을 한 곡 안에서 폭발적인 드라마로 완성했다. 피아노와 목소리가 하나 되어 그로테스크한 긴장을 극대화했다. 〈코스모스를 노래함〉 (이기순 시,이흥렬 곡) 을 연주한 강혜정은 가을 들판의 순결한 꽃, 코스모스를 노래하며 인간의 신앙과 사랑을 상징한다. 그의 음성은 맑고 따뜻한 믿음의 결을 그려냈다. 〈진달래꽃〉 (김소월 시,김선경 곡) 김순영 떠나는 이를 향한 슬픔과 체념의 미학이 깃든 명가곡. 김순영의 절제된 감정과 서정적 호흡이 시의 정서를 품격 있게 살렸다. ‘광야’를 빚듯 내면의 결을 낱낱이 빚은 듯, 고운 선율을 뽑아낸 작곡가 김선경의 재능이 돋보였다. 〈청산에 살리라〉 (김연준 곡) 송기창 자연 속 자유와 인간 존재의 평화를 노래한 곡. 송기창의 융숭한 음성은 청산의 고요함과 생명력을 담아냈다. 〈시간에 기대어〉 (최진 곡) 이응광 시간을 친구 삼아 인생의 여정을 관조하는 철학적 곡으로 이응광의 따뜻한 중음은 인생의 고요한 흐름을 깊은 울림으로 전했다. 〈이별의 시간〉 (강석우 작사, 곡) 강혜정 강석우의 시적 감성과 음악적 서정이 만난 작품은 떠남의 아픔보다는 사랑의 여운을 고요히 품은 노래로, 강혜정의 해석은 바텐더 의자에 앉아 올곧게 이별을 안듯이 연주를 토해낸 시도가 연주 집중력을 더해 좋았고, 이미솔의 기타 선율과 하나로 한 편의 시처럼 클래식의 정수와 향수를 불러내어 주었다. 〈가을 그리고 겨울〉 (강석우 작사,곡) 송기창 계절의 경계를 넘어, 삶의 덧없음 속에서도 희망을 품은 곡. 송기창의 묵직한 음성이 ‘가을의 깊이’를 노래하며 관객의 마음을 적셨다. 〈4월의 숲속〉 (강석우 작사,곡)…

[손영미 칼럼] ‘가을, 시를 노래하다, 강석우 그리고 가곡의 밤

[손영미 칼럼] ‘가을, 시를 노래하다, 강석우 그리고 가곡의 밤

‘가을, 시를 노래하다, 강석우 그리고 가곡의 밤’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2025년 10월 13일 (월) 저녁 18:50 용산 온누리교회 본당 가곡의 선율 속으로 저녁 마실을 나섰다. 오늘의 무대는 방송인 강석우 씨가 주최한 〈가곡의 밤〉으로 그가 소속된 온누리교회 본당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배우로서의 익숙한 얼굴 뒤에 숨겨진 ‘가곡을 사랑하는 음악인’으로서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 자리였다. 무대에는 소프라노 강혜정, 김순영, 바리톤 송기창, 이응광, 그리고 이웅 음악감독, 피아니스트 이소영, 클래식기타리스트 이미솔, 앙상블 Sonare가 함께했다. 작지만 단단한 구성의 팀이 만들어낸 울림은 깊고 순수했다. 공연은 세 개의 테마로 엮여, 마지막 무대에서는 자신의 곡들을 선보였다. 12개 선정 곡들을 각 성악가가 네 곡씩 번갈아 부르며 인터미션 없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지루함보다는 몰입의 밀도가 점점 깊어졌다. 또한 강석우 씨의 짧고 담백한 해설과 시 낭송, 그리고 색소폰 연주가 곁들여지며, 가곡이 단순한 노래를 넘어 ‘시와 선율을 통해 우리 말과 감정의 예술’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마지막 앙코르곡 강석우 작사 ,작곡 〈내 마음은 왈츠〉 까지, 가을비를 마중하는 듯한 따뜻한 마무리는 잘 익은 동치미 국물처럼 시원한 여운을 남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이 좋아, 노래가 좋아”라는 마음이 모인 관객들의 진정성은 그 어떤 화려한 공연보다 따뜻한 선물로 안겼다. 때론 우리 가곡을 오늘 처음 접한 관객들도 많았다. 오늘도 가곡을 지키고, 전하며, 이윤 없이 대가 없이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하나 된 만남은 그래서 더욱 귀했다. 우리 가곡을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 지역사회로, 더 가깝게 전파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 선곡과 프로그램 해설 〈Mattinata〉 아침의 노래 (R. Leoncavallo) 소프라노 강혜정 이탈리아 벨칸토의 화려함 속에서도 아침의 투명한 공기를 그려낸 곡으로 강혜정은 맑은 햇살처럼 첫 무대를 열며, ‘삶의 시작’과 ‘사랑의 설렘’을 동시에 노래했다. 〈Non ti scordar di me〉 물망초 (E. de Curtis)소프라노 김순영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제목처럼, 그리움과 사랑의 지속성을 담은 곡으로 김순영의 따뜻한 음색은 이별의 아픔을 품은 채, 사랑의 기억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Parla più piano〉 대부 (N. Rota)  바리톤 송기창 영화 〈대부〉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이 곡에서 송기창은 감정의 절제를 통해 깊은 인간애를 표현했다. 그의 중후한 바리톤은 사랑과 권력, 회한이 교차하는 영화적 장면을 극적으로 되살렸다. 〈Erlkönig〉 마왕 (F. Schubert) 바리톤 이응광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독일 가곡의 정점. 이응광은 부성애의 절규, 공포, 죽음의 유혹을 한 곡 안에서 폭발적인 드라마로 완성했다. 피아노와 목소리가 하나 되어 그로테스크한 긴장을 극대화했다. 〈코스모스를 노래함〉 (이기순 시,이흥렬 곡) 을 연주한 강혜정은 가을 들판의 순결한 꽃, 코스모스를 노래하며 인간의 신앙과 사랑을 상징한다. 그의 음성은 맑고 따뜻한 믿음의 결을 그려냈다. 〈진달래꽃〉 (김소월 시,김선경 곡) 김순영 떠나는 이를 향한 슬픔과 체념의 미학이 깃든 명가곡. 김순영의 절제된 감정과 서정적 호흡이 시의 정서를 품격 있게 살렸다. ‘광야’를 빚듯 내면의 결을 낱낱이 빚은 듯, 고운 선율을 뽑아낸 작곡가 김선경의 재능이 돋보였다. 〈청산에 살리라〉 (김연준 곡) 송기창 자연 속 자유와 인간 존재의 평화를 노래한 곡. 송기창의 융숭한 음성은 청산의 고요함과 생명력을 담아냈다. 〈시간에 기대어〉 (최진 곡) 이응광 시간을 친구 삼아 인생의 여정을 관조하는 철학적 곡으로 이응광의 따뜻한 중음은 인생의 고요한 흐름을 깊은 울림으로 전했다. 〈이별의 시간〉 (강석우 작사, 곡) 강혜정 강석우의 시적 감성과 음악적 서정이 만난 작품은 떠남의 아픔보다는 사랑의 여운을 고요히 품은 노래로, 강혜정의 해석은 바텐더 의자에 앉아 올곧게 이별을 안듯이 연주를 토해낸 시도가 연주 집중력을 더해 좋았고, 이미솔의 기타 선율과 하나로 한 편의 시처럼 클래식의 정수와 향수를 불러내어 주었다. 〈가을 그리고 겨울〉 (강석우 작사,곡) 송기창 계절의 경계를 넘어, 삶의 덧없음 속에서도 희망을 품은 곡. 송기창의 묵직한 음성이 ‘가을의 깊이’를 노래하며 관객의 마음을 적셨다. 〈4월의 숲속〉 (강석우 작사,곡)…

[손영미 칼럼] ‘예술과 기초과학의 융합, 창조의 원천을 다시 묻다

[손영미 칼럼] ‘예술과 기초과학의 융합, 창조의 원천을 다시 묻다

– “예술은 인간 내면의 확장이며, 감성 혁신의 원천이다.” –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최근 일본이 또 한 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자연과학 분야에서만 20명이 넘는 수상자를 낸 일본은 ‘기초과학의 나라’로 불린다. 그 배경에는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라도 꾸준히 지원하는 문화가 있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종종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의 원리를 알고 싶은 마음이다.” 이 단순하고 순수한 호기심이야말로 기초과학의 본질이며, 예술가의 창조 본능과 다르지 않다. 기초과학은 특정 목적이나 경제적 이익보다 자연 현상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물리학·화학·수학·천문학 등은 응용과학의 밑바탕이자 인류 지성의 뿌리다. 겉보기에 ‘쓸모없음’처럼 보이는 그 연구들이 결국 미래의 혁신을 이끈다. 교토대 요시노 아키라 교수의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가 그 예다. 처음엔 실용성이 없다며 외면받았지만, 지금은 모든 전자기기의 핵심이 되었다. 예술이 감정의 구조를 탐구한다면, 과학은 자연의 구조를 탐구한다. 피카소의 형태 실험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모두 기존의 틀을 깨고 ‘보이지 않는 질서’를 보려는 시도였다. 예술의 상상력이 과학의 혁신을 낳고, 과학의 질서감이 예술의 깊이를 만든다. 일본의 교육현장에는 이런 융합적 사고가 스며 있다. 미술 시간에 ‘빛의 굴절’을 그려보고, 과학연구소에서는 미술 전공 학생들이 ‘감성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예술과 과학이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기초’라는 뿌리가 깊어진다. 반면 우리는 응용과 효율을 앞세운 나머지, 기초의 토양을 메말라가게 했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단지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아니라 문화의 품격을 결정짓는 힘이다. 인공지능이 사고를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사유가 더욱 소중하다. 그 질문은 과학자의 실험대에서도, 예술가의 캔버스에서도…

[손영미 칼럼] 한국가곡의 울림, 세계의 언어로 피어나다

[손영미 칼럼] 한국가곡의 울림, 세계의 언어로 피어나다

‘한국가곡 국제콩쿠르 수상자 음악회’ K-가곡 슈퍼스타 본선 진출자들의 화려한 무대로 세계 각국 성악가들과 함께 KBS·두남재·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하나 되어, 한국가곡의 위상을 새롭게 각인시키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2025년 10월 4일 저녁 7시, 추석 연휴가 시작된 첫 주말밤 롯데콘서트홀은 뜨거웠다. ‘한국가곡 국제콩쿠르 수상자 음악회’는 단순한 성악 무대가 아니었다. 세계 각국의 성악가들이 한국의 언어와 정서를 몸과 마음에 새기며, ‘가곡’이라는 예술을 새롭게 정의한 순간이었다. 그들은 한 곡의 노래를 위해 시를 외우고, 작곡가의 생애를 탐구하며, 한국 친구를 사귀고,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고 한다. 이들은 봄부터 한국어를 익히고, 정서적 교류와 편곡·레슨을 거듭하며 준비한 그들의 무대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의 언어’로 피어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세계 각국 성악가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낸 한국가곡의 다채로움이었다. 같은 〈보리밭〉이라도 음색과 호흡, 감정의 결이 달랐고, 그 차이가 오히려 노래의 깊이를 더했다. 또한 본선 무대에 오른 성악가들답게 음악적 완성도와 표현력은 탁월했다. 발성, 음색, 디테일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었으며, 한국어의 억양과 숨결까지 섬세하게 살려냈다. 〈청산에 살리라〉, 〈고향의 노래〉, 〈박연폭포〉, 〈그리운 금강산〉, 〈금잔디〉, 〈어느 봄날〉, 〈아리아리랑〉 등 익숙한 곡들이 다국적 감성으로 재해석되어 낯설지만 더욱 깊은 울림을 전했다.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반주와 최영선 지휘자의 섬세한 리딩은 그 감동의 결을 완성했다.…

[손영미 칼럼] 한국가곡의 울림, 세계의 언어로 피어나다

[손영미 칼럼] 한국가곡의 울림, 세계의 언어로 피어나다

‘한국가곡 국제콩쿠르 수상자 음악회’ K-가곡 슈퍼스타 본선 진출자들의 화려한 무대로 세계 각국 성악가들과 함께 KBS·두남재·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하나 되어, 한국가곡의 위상을 새롭게 각인시키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2025년 10월 4일 저녁 7시, 추석 연휴가 시작된 첫 주말밤 롯데콘서트홀은 뜨거웠다. ‘한국가곡 국제콩쿠르 수상자 음악회’는 단순한 성악 무대가 아니었다. 세계 각국의 성악가들이 한국의 언어와 정서를 몸과 마음에 새기며, ‘가곡’이라는 예술을 새롭게 정의한 순간이었다. 그들은 한 곡의 노래를 위해 시를 외우고, 작곡가의 생애를 탐구하며, 한국 친구를 사귀고,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고 한다. 이들은 봄부터 한국어를 익히고, 정서적 교류와 편곡·레슨을 거듭하며 준비한 그들의 무대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의 언어’로 피어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세계 각국 성악가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낸 한국가곡의 다채로움이었다. 같은 〈보리밭〉이라도 음색과 호흡, 감정의 결이 달랐고, 그 차이가 오히려 노래의 깊이를 더했다. 또한 본선 무대에 오른 성악가들답게 음악적 완성도와 표현력은 탁월했다. 발성, 음색, 디테일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었으며, 한국어의 억양과 숨결까지 섬세하게 살려냈다. 〈청산에 살리라〉, 〈고향의 노래〉, 〈박연폭포〉, 〈그리운 금강산〉, 〈금잔디〉, 〈어느 봄날〉, 〈아리아리랑〉 등 익숙한 곡들이 다국적 감성으로 재해석되어 낯설지만 더욱 깊은 울림을 전했다.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반주와 최영선 지휘자의 섬세한 리딩은 그 감동의 결을 완성했다.…

[손영미 칼럼] 오페라 비제의 아리아 〈Je crois entendre encore〉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기억의 선율, 진주조개잡이와 사랑의 잔향”

[손영미 칼럼] 오페라 비제의 아리아 〈Je crois entendre encore〉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기억의 선율, 진주조개잡이와 사랑의 잔향”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19세기 중엽, 파리 오페라 무대는 늘 새로운 감각을 갈망하고 있었다. 낭만주의의 정열과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교차하던 시대, 젊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는 스물다섯의 나이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Les Pêcheurs de Perles, 1863)를 선보인다. 인도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신성한 맹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초연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낭만적 오리엔탈리즘’의 대표작으로 재평가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테너 아리아 〈Je crois entendre encore〉(“나는 아직도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는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으로 꼽힌다. 영국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이 곡은, 주인공 나디르가 옛사랑 레일라를 회상하며 부르는 노래다. 단순한 서정을 넘어선 깊은 울림을 지니며, 맹세와 욕망, 신성한 의무와 인간적 갈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의 내면을 고요히 드러낸다. 음악적 특징 이 아리아는 피아니시모(pianissimo, 아주 여린 소리)로 흐르는 듯한 선율이 특징이다. 테너의 고음역을 사용하면서도 부드럽고 감미로운 호흡이 요구되며, 고음 B와 C를 벨칸토 기법으로 자연스럽게 떠올리듯 표현해야 한다. 마치 안개 속 기억처럼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난도 아리아다.   가사와 의미 Je crois entendre encore Caché sous les palmiers, Sa voix tendre et sonore Comme un chant de ramiers. “나는 아직도 듣는 듯하다. 야자수 아래 숨어 울려 퍼지던 그녀의 목소리, 부드럽고 울림 있는 그 음성, 마치 산비둘기의 노래처럼…” 이처럼 노래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잔향을 담고 있다. 현실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주인공의 내면에는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와 눈빛이 선명히 살아 있다. 비제의 젊은 서정성 아리아는 테너의 섬세한 호흡, 끝없는 레가토, 맑고 고운 고음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젊은 비제가 이미 보여준 시적인 선율 감각이 짙게 드러난다. 작품 전체 맥락에서 이 아리아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운명의 복선을 암시하며, 이후 펼쳐질 사랑과 희생의 비극을 예고한다. 바다처럼 돌아오는 기억 〈진주조개잡이>는 “이국적 배경 위에 펼쳐진 사랑과 희생의 드라마”이고, 그 중심에 선 〈Je crois entendre encore〉는 테너들이 도전하는 가장 서정적이고 난해한 아리아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곡의 매혹은 단순히 선율의 아름다움에 있지 않다. 한 올 한 올 이어가는 긴 호흡, 절제된 고음의 투명한 울림은 인간 내면의 미묘한 흔들림을 투사한다. 음 하나하나가 파도에 실린 기억처럼 떠올랐다 사라지고, 다시 다가왔다 멀어진다. 바다는 결코 과거를 완전히 지우지 않는다. 잃어버린 목소리를 끊임없이 속삭이며 되살려낸다. 무엇보다 이 아리아를 들을 때, 우리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인간 존재가 품은 근원적 갈망을 마주하게 된다. 그 갈망은 시간 속에서 희미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침묵 속에서 선명해진다. 마치 “사랑의 기억은 파도처럼 반복된다”라는 하나의 철학적 진술처럼, 음악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회귀의 운명을 일깨운다. 비제의 진주조개잡이는 당대 오리엔탈리즘적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오늘 우리가 듣는 이 아리아는 그 시대를 넘어선다. 그것은 바다와도 같은 음악의 힘이다. 기억과 갈망, 우정과 사랑을 초월적으로 아우르는 울림 그 이상이댜.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파도의 이름으로 돌아올 뿐이다.”   ▲영상 로베르토 알라냐가 미셸 플라송의 지휘로 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1막 로망스 〈Je crois entendre encore〉를 노래합니다. 이 영상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된 DVD 라이브 〈베르사유에서 만나는 프랑스 오페라 100년〉중 한 장면으로, 2009년 베르사유 궁전의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특별한 무대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손영미 칼럼] 류근의 시 ‘ 어떻게든 이별’존재가 불행을 통과하는 방식

[손영미 칼럼] 류근의 시 ‘ 어떻게든 이별’존재가 불행을 통과하는 방식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오래된 질문이자, 가장 단호한 응답이다. 류근의 시 〈어떻게든 이별>은 이 질문과 응답이 불행과 행복이라는 역설적 틀 속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또 어떻게 화해하는가를 보여준다. 당신을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불행한 세상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이 있어서 행복했고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어서 불행했습니다. 우린 서로 비껴가는 별이어야 했지만, 저녁 물빛에 흔들린 시간이  너무 깊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서로를 붙잡을 수 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꽃이 피었고 할말을 마치기에 그 하루는 나빴습니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을 만나서 참으로 남김없이 불행했습니다 첫 구절, “당신을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역설은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찌른다. 우리는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구원을 꿈꾸지만, 동시에 그 만남은 필연적으로 상처와 이별을 내포한다.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인간은 세계 내 존재로서 타인과 얽히며, 그 얽힘은 불안과 가능성을 동시에 낳는다. 류근의 화자는 바로 이 불안을 “남김없이 불행한 행복”이라는 언어로 길어 올린다. 시 속에서 “비껴가는 별”은 원래 만나지 않아야 했던 운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저녁 물빛”이라는 찰나적 아름다움이 그 운명을 흔들고, 두 존재를 얽히게 만든다. 이 장면은 사랑의 본질을 드러낸다. 사랑은 필연이 아니라 사건(event)이다. 들뢰즈의 말처럼 사건은 우연히 발생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그 우연이 “어쩔 수 없었던” 필연으로 변모하는 순간, 사랑은 이미 존재의 뼈 속에 새겨진다. 그런데 이 사랑은 손이라는 이미지로 응축된다. “서로를 붙잡을 수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존재론적으로 손은 세계와의 접촉이며, 타인과의 첫 매개다. 우리가 세계를 붙잡고, 서로를 확인하는 방식은 손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국 이 사랑은 다른 가능성을 허락하지 않는 단일한 손의 선택이었고, 그것이 곧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바로 그 손을 내밀 때에만 진정한 존재로 선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결별의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별은 부정이 아니라, 사랑이 남긴 마지막 형식이다. 꽃이 피는 순간 이미 시들음을 내포하듯, 사랑은 그 결말 속에서 완성된다. 카뮈가 “삶은 부조리하지만 그 부조리를 끌어안는 순간, 삶은 존엄해진다”고 말했듯, 이 시에서의 이별 또한 인간적 존엄의 언어다. 결국 류근의 <어떻게든 이별>은 한 개인의 연애담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불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불행을 통해 어떻게 존재를 완성하는가에 대한 사유다. 우리는 불행 속에서조차 충만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언제나 남김없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남김없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끝에서야 비로소 그 전모를 드러낸다. 이별은 그 완성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 니체 ▲사진=저녁이 물든 동네에서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훗가이도…

[손영미의 골프 세상] 방신실, ‘읏맨 오픈’ 제패… 시즌 3승 달성

[손영미의 골프 세상] 방신실, ‘읏맨 오픈’ 제패… 시즌 3승 달성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골프칼럼니스트] “우리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지만, 저마다 다른 꿈을 꾼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꿈을 향한 도전이 시작되는 무대가 있었다. 지난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이 바로 그 현장이다. 이번 대회에서 방신실(21)은 시즌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며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총상금 10억 원 규모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그는 14일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이동은(14언더파 202타)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시즌 장타 1·2위를 달리는 이동은과의 ‘장타 여왕 대결’은 갤러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팽팽히 맞섰으나, 17번 홀(파3)에서 방신실이 1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가 갈렸다. 이어 18번 홀에서도 침착하게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우승으로 방신실은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7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이어 시즌 3승을 기록, 이예원과 함께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상금 1억8천만 원을 보태 상금 랭킹 5위를 유지했으며, 대상 포인트는 2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쇼트 게임과 퍼팅이 좋아진 덕분”이라며, “남은 메이저 대회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노승희는 공동 36위(이븐파), 유현조는 공동 9위(6언더파), 박성현은 공동 16위(5언더파)에 머물렀다. 방신실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폭풍을 뚫고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았다. 마지막 홀에 울려 퍼진 갤러리의 박수는 승자의 이름을 넘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울렸다. 아도니스CC의 바람은 그 순간 그녀의 서사를 노래처럼 담아냈고, 골프장은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변모했다. 또한 아도니스CC는 주요 대회 개최지답게 갤러리 동선과 조망권이 탁월하여, 선수와 관람객 모두에게 ‘자연과 전략적 미학이 공존하는 명코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방신실의 우승은 젊은 선수들의 세대교체와 KLPGA 투어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갤러리들의 환호는 단순한 승부의 짜릿함을 넘어, 한국 여자 골프가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읏맨 오픈은 한 명의 챔피언을 넘어, 차세대를 통해 한 시대의 가능성을 무한히 드러낸 무대였다.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돌아간다.” ▲사진=포천 아도니스 CC 18 번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포천 아도니스 CC 18 번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OK 저축은행 읏맨 오픈 우승자 방신실 프로(좌)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OK 저축은행…

[손영미의 골프 세상] 방신실, ‘읏맨 오픈’ 제패… 시즌 3승 달성

[손영미의 골프 세상] 방신실, ‘읏맨 오픈’ 제패… 시즌 3승 달성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골프칼럼니스트] “우리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지만, 저마다 다른 꿈을 꾼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꿈을 향한 도전이 시작되는 무대가 있었다. 지난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이 바로 그 현장이다. 이번 대회에서 방신실(21)은 시즌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며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총상금 10억 원 규모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그는 14일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이동은(14언더파 202타)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시즌 장타 1·2위를 달리는 이동은과의 ‘장타 여왕 대결’은 갤러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팽팽히 맞섰으나, 17번 홀(파3)에서 방신실이 1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가 갈렸다. 이어 18번 홀에서도 침착하게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우승으로 방신실은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7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이어 시즌 3승을 기록, 이예원과 함께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상금 1억8천만 원을 보태 상금 랭킹 5위를 유지했으며, 대상 포인트는 2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쇼트 게임과 퍼팅이 좋아진 덕분”이라며, “남은 메이저 대회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노승희는 공동 36위(이븐파), 유현조는 공동 9위(6언더파), 박성현은 공동 16위(5언더파)에 머물렀다. 방신실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폭풍을 뚫고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았다. 마지막 홀에 울려 퍼진 갤러리의 박수는 승자의 이름을 넘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울렸다. 아도니스CC의 바람은 그 순간 그녀의 서사를 노래처럼 담아냈고, 골프장은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변모했다. 또한 아도니스CC는 주요 대회 개최지답게 갤러리 동선과 조망권이 탁월하여, 선수와 관람객 모두에게 ‘자연과 전략적 미학이 공존하는 명코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방신실의 우승은 젊은 선수들의 세대교체와 KLPGA 투어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갤러리들의 환호는 단순한 승부의 짜릿함을 넘어, 한국 여자 골프가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읏맨 오픈은 한 명의 챔피언을 넘어, 차세대를 통해 한 시대의 가능성을 무한히 드러낸 무대였다.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돌아간다.” ▲사진=포천 아도니스 CC 18 번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포천 아도니스 CC 18 번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OK 저축은행 읏맨 오픈 우승자 방신실 프로(좌) ⓒ강남 소비자저널…

[손영미 칼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하나의 노래

[손영미 칼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하나의 노래

“헨델의 Ombra mai fu”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람마다 가슴속에 품은 노래가 있다. 수많은 멜로디가 계절처럼 흘러가지만, 내 영혼을 단번에 흔들고 무너진 마음의 문을 열어젖히며, 다시 살아가게 하는 노래는 단 하나뿐이다. 나에게 그 노래는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속 아리아, 〈Ombra mai fu>이다. 흔히 ‘라르고’라 불리는 이 곡은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지 않는다. 단지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을 찬미하는 단순한 노래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 속에 놀라운 평화가 깃들어 있다. 세상의 소란이 잠시 가라앉고, 바람결 같은 선율이 내 마음에 머무른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고요를 듣는 듯했다. 오래된 상처에 따뜻한 손길이 얹히는 순간처럼, 현악기의 숨결은 눈물의 길을 따라 흘렀고 목소리는 내게 속삭였다. “너는 아직 살아 있다. 네 심장은 여전히 뛴다.” 이 노래는 기쁨의 날엔 환희를 더 크게 울려주고, 슬픔의 밤엔 울음을 대신 흘려주었다. 때로는 기도의 목소리로, 때로는 내 삶의 일기장 한 장으로 다가왔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만약 이 곡이 내 삶에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더 쉽게 지치고 얼마나 더 일찍 포기했을까. 그러나 이 노래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나고, 다시 길을 걷는다. 〈Ombra mai fu〉는 나에게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붙드는 그늘이자, 언제든 안길 수 있는 품이다. “음악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을 전하고, 침묵으로는 감히 담을 수 없는 것을 드러낸다.” – 빅토르 위고 9월의 문턱, 가을의 정원 속에서 나는 헨델의 〈Ombra mai fu〉를 들으며, 내 영혼이 가장 평온한 세상을 안으며  그것이 단순한 음악적 경험을 넘어 내 삶의 리듬과 호흡을 조율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느낀다. 손영미 2025, 9월 가을의 문턱에서 ~   ▲Handel: Ombra mai fu (Serse); Christopher Lowrey, countertenor, Voices o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