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오는 2026년 3월 23일(월) 오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네 명의 소프라노가 선사하는 특별한 봄의 무대, <Four Divas 정기연주회>가 열린다. ‘디바(Diva)’라는 호칭은 단순히 노래 실력이 뛰어난 성악가를 넘어, 한 시대의 감성을 대변하고 무대 위에서 자신의 삶과 예술적 깊이를 동시에 증명해 내는 이들에게 허락되는 영광스러운 이름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 성악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네 명의 소프라노김보영(예술총감독), 김미현, 김성현, 백현애가 한자리에 모여, 각기 다른 음색을 하나의 봄빛으로 엮어낼 예정이다. 디바의 전통을 잇는 오늘의 목소리 오페라의 역사 속에서 디바는 늘 시대를 움직이는 상징이었다. 20세기 신화 마리아 칼라스부터 레나타 테발디, 조안 서덜랜드, 그리고 현대의 안나 네트렙코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목소리라는 악기로 당대의 미학을 번역해 왔다. 이번 <Four Divas> 콘서트는 이러한 디바의 전통을 계승하며, 동시에 한국 성악의 오늘을 보여주는 자리다. 특히 예술총감독을 맡은 김보영을 필두로 대외협력홍보감독으로 활동 중인 김미현, 김성현, 백현애 등 화려한 프로필을 자랑하는 중견 성악가들이 각자의 해석과 색채를 아낌없이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클래식에서 팝까지, 경계를 허무는 프로그램 이번 연주회는 하나의 완결된 서사처럼 구성되었다. 공연의 문을 여는 곡은 아만다 맥브룸의 <The Rose>. 가시 돋친 겨울을 견디고 피어나는 장미처럼, 네 명의 소프라노가 합창으로 삶과 사랑의 희망을 노래하며 관객의 마음을 연다. 이어지는 무대는 정통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 가곡 솔로: 아르디티의 <입맞춤(Il Bacio)>,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등 낭만적인 감성이 짙은 곡들로 개성을 드러낸다. • 오페라의 정수 푸치니 <라 보엠>의 ‘행복한 마음으로 떠났던 곳으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아, 그이인가-언제나 자유롭게’ 등 드라마틱한 아리아들이 배치되어 디바들의 진면목을 확인시킨다. • 앙상블의 묘미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 등은 두 목소리가 빚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중성이다. ‘Que Sera, Sera’, ‘Evergreen’ 등 익숙한 영화음악 메들리와 ‘강 건너 봄이 오듯’, ‘고향의 봄’ 같은 한국 가곡 메들리는 성악이 우리 곁의 보편적인 예술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완벽한 앙상블을 위한 조력자들 이번 공연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탄탄한 연주진이 뒤를 받친다. 피아노 최은순, 바이올린 이혜림, 첼로 배승현, 퍼커션 김재훈 등 각 분야의 전문 연주자들이 협연하여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완성할 예정이다. 네 개의 목소리, 하나의 계절이 되다 공연의 대미는 지중해의 태양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담은 칸초네 메들리(<La Spagnola>, <Volare> 등)가 장식한다. 겨울의 침묵을 깨고 솟아오르는 봄빛처럼, 이들의 노래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계절을 살아갈 환희와 에너지를 전할 것이다. 음악은 한 사람의 호흡에서 시작되지만, 여럿이 함께 울릴 때 비로소 하나의 계절이 된다. 2026년 3월, 영산아트홀에서 울려 퍼질 네 명의 디바의 목소리는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가장 찬란한 봄의 서곡이 될 것이다. ▲사진=Four Divas 정기연주회 포스터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Four Divas 정기연주회 프로필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Four Divas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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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칼럼] 왕과 ‘사는’ 남자,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남을 것인가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최근 개봉한 영화 ‘ 왕과 사는 남자‘ 가 2026년 2월 4일 개봉 후 흥행을 이어가며 3월 6일 1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3월 8일 기준 1,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영화는 폐위된 단종 이홍위(박지훈)와 촌장 엄흥도(유해진)의 관계를 중심으로, 유배지 영월에서의 시간을 그린 사극이다.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이 작품이 단순한 사극이 아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왕을 모시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권력에서 밀려난 한 인간과 그 곁을 끝내 떠나지 않는 또 다른 인간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영화는 왕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우리는 지도자를 말할 때 흔히 힘을 떠올린다. 결단력, 카리스마, 통치력 같은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익숙한 문법을 조용히 뒤집는다.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은 더 이상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왕관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한 인간의 품위뿐이다. 그리고 엄흥도는 그 곁에서 묻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람 곁에 남는가. 장항준 감독이 이 작품의 핵심으로 말한 인간의 마지막 ‘도덕의 마지노선’이라는 화두도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각박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효율과 계산을 먼저 배운다. 손해 보지 않는 법, 휘말리지 않는 법, 마음을 깊이 주지 않는 법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세계가 끝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그 모든 계산 밖에서도 누군가가 마지막 선을 지키기 때문이다.…
[손영미 칼럼] 비참함 가운데 명랑하게, 삶이라는 캔버스에 대하여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스페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인생은 산부인과 의사의 손에서 시작해 장의사의 손에서 끝나는 길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세상에 나온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세상을 떠난다. 그 사이의 시간만이 우리가 직접 걸어야 할 길이다. 그 길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리고 생각보다 거창하지도 않다. 인생의 대부분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차 한 잔을 마시고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저녁이 되면 하루를 접는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씩 자신의 생을 조금씩 사용한다. 하지만 그 길이 언제나 환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살면서 몇 번쯤 자신의 삶이 설명되지 않는 구간을 지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시간, 아무리 애써도 풀리지 않는 매듭,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독.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삶이란 축복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서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비참함 가운데 명랑한 것이다.” 이 문장은 삶의 모순을 말하는 동시에 삶을 견디는 태도를 말해 준다. 명랑함은 조건이 좋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손영미 칼럼] 일모도원(日暮道遠), 저무는 해를 사랑하는 법
– 인류의 스승 톨스토이와 셰익스피어의 인생 일침을 살펴보며…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우리는 무엇을 품고 걸어야 하는가.” 살다 보면 문득 ‘일모도원’의 심경에 놓일 때가 있다. 이루어 놓은 것보다 남은 시간이 적어 보이고, 서산으로 기우는 노을이 못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이 막막한 길 위에서 인류의 스승이라 불리는 두 대문호, 톨스토이와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각기 다른 색깔의 등불을 건네준다. 톨스토이의 등불은 ’시간’이라는 이름의 권리에서 시작 되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인생의 10훈을 통해 ‘시간을 내는 행위’가 곧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임을 역설한다. 그는 생각하고, 일하고, 독서하는 시간이 능력과 성공, 지혜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강조한 것은 ‘효율’이 아닌 ‘마음의 여유’였다. 행복으로 가는 길인 ‘친절’에 시간을 내고, 구원받은 자의 특권인 ‘사랑’에 기꺼이 자신을 던지라는 권유는 이기적으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뼈아픈 통찰에서 기인한다. 웃음이라는 영혼의 음악을 연주하고, 꿈이라는 대망을 품기 위해 시간을 내는 사람에게 노년은 쇠락이 아니라 완성의 과정이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등불은 품격’이라는 이름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셰익스피어는 중년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내려놓음과 인정’의 미학을 가르친다. 그의 조언은 서늘하면서도 명쾌하다.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늙음이 시작되니 영원한 학생으로 남으라 조언하며, 과거의 훈장을 자랑하기보다 현재의 아름다움을 즐기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와 경쟁하며 기를 쓰기보다 그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여유, 부탁받지 않은 충고를 아끼는 사려 깊음이야말로 중년의 품격을 완성하는 요소다. 특히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지워버리라” 라는 그의 일갈은 관념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뜨겁게 탐닉하라는 강력한 주문이다. 죽음을 미리 마중 나가지 말고,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인 ‘살아있음’ 그 자체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들꽃처럼 피어 호수처럼 머물다 간 두 문호의 지혜가 교차하는 지점에는 결국 ‘사랑과 현재 ’가 남는다. 바위틈에 이름 없이 피어난 들꽃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진정으로 피어날 수 있다면, 그 삶은 결코 이름 없는 삶이 아니다. 비록 내 집은 제멋대로 드나들면서 제 집은 연락하고 오라는 자식들의 서운한 ‘불공평’이 서러울지라도, 우리는 그 서러움을 해학으로 녹여낼 줄 아는 어르신들의 지혜를 배웠다. 인생은 저녁 먹고 가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뿌리치고 돌아섰던 후회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라도 톨스토이처럼 시간을 내어 곁을 돌보고, 셰익스피어처럼 늙어감을 불평하지 않으며 걷는다면, 우리의 황혼은 ‘금빛 노을’로 타오를 수 있다. “노래는 끝나지만, 울림은 계속됩니다.” 어느 음악회의 갈무리 멘트처럼, 우리 인생의 화려한 무대는 조금씩 막을 내릴지라도 그 인격의 울림은 남겨진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호수로 머물 것이다. 일모도원(日暮道遠)의 길, 해는 저물었어도 우리가 품은 지혜의 등불이 있다면 그 길은 결코 어둡지 않다.우리는 오직 ‘살기 위해’ 이곳에 왔고, 충분히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손영미 칼럼] 광야를 지나며, 우리는 아직 버텨지고 있다 영화 ‘ 신의 악단 ’ OST 로 다시 만난 한 곡의 기도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요즘 우리는 각자의 광야를 건너고 있다. 말하지 못한 사연을 품은 채, 설명할 수 없는 고단함을 등에 지고 오늘이라는 사막을 묵묵히 지나간다. 그래서였을까. 영화 ’신의 악단‘ 속 여러 찬양…
[손영미 칼럼] 고독의 서사를 끝까지 걸어간 밤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WINTERREISE‘ 를 듣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봄기운이 문턱에 닿던 입춘(立春)날, 푸근한 햇살이 하루를 감싸던 저녁에 필자는 뜻밖에도 가장 깊은 겨울을 만났다. 계절은 분명 봄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음악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밤 마주한 것은 19세기 초, 고독의 끝에서 태어난 한 인간의 겨울의 《겨울나그네》였다. Wilhelm Muller 의 시에 Franz Schubert 곡을 붙인 이 작품은 바리톤 Gerard Kim, (김동섭)피아니스트 Seonmi Choi(최선미)의 연주로, 2026년 2월 4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K&L 뮤지엄(선바위역 부근)에서 연주되었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24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연가곡’이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이 음악이 도달한 인간적 깊이를 놓치게 된다. 이 연가곡집은 사랑의 실패를 출발점으로 삼아, 한 인간이 세계와의 연결을 하나씩 끊어내며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철학적 삶의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눈 덮인 길 위를 걷는 나그네는 더 이상 목적지를 향하지 않았다. 그는 도착을 기대하지 않았고, 위로를 구하지도 않았다. 《겨울나그네》의 여정은 여행이 아니라 내면의 순례에 가까웠다. 특히 인간이 무너져 가는 과정이기보다는, 무너짐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직시해 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이 유독 깊은 울림을 지녔던 이유는, 슈베르트 말년의 고독이 빌헬름 뮐러의 시와 정밀하게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나그네》가 작곡된 1827년, 슈베르트는 병과 가난, 사회적 고립 속에 놓여 있었다. 명성은 멀었고, 죽음은 더 이상 추상이 아니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이 노래들은 나를 그 어느 작품보다 괴롭혔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감상이라기보다 삶의 상태에 대한 고백처럼 들렸다. 뮐러의 시 속 나그네는 사랑을 잃은 한 개인이었지만, 슈베르트의 선율을 통과하며 그는 존재 그 자체로 고독한 인간이 되었다. 시가 언어로 기록한 절망이라면, 음악은 그 절망을 견디는 호흡이었다. 슈베르트는 설명하지도, 해석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자리에 머물렀다. 이번 바리톤 김동섭의 갤러리 살롱 콘서트는 그 여정을 정공법으로 완주한 무대였다. 미국 무대를 앞두고 《겨울나그네》만 무려 16회에 걸쳐 연주해 온 바리톤 김동섭은 연주중 물 한 모금, 과장된 제스처 하나 없이 24곡을 단숨에 걸어 나갔다. 어느 한 음도 밀리거나 당기지 않았고, 소리는 유유히 흘렀다. 노련함은 기교가 아니라 절제된 태도로 드러났다. 그는 ‘노래하는 성악가’라기보다, 길 위를 걷는 인간으로 무대에 서 있었다. 1부에서 나그네는 조용히 세상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Gute Nacht에서의 이별에는 원망이 없었고, Der Lindenbaum에서는 위안의 기억마저 돌아갈 수 없는 유혹으로 변해 있었다. Auf dem Flusse에서 얼어붙은 강은 고요한 표면 아래 감춰진 격렬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모든 순간에서 피아노는 반주가 아니라 풍경으로 존재했다. 눈길과 바람, 침묵을 만들어내며 나그네의 내면을 비추고 있었다. 2부에 이르러 고독은 더 이상 상황이 아니었다. Einsamkeit에서 고독은 존재의 상태로 선언되었고, Die Krähe에서는 죽음의 그림자가 위협이 아닌 동행자로 다가왔다. 인간은 이 지점에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그저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마지막 3부에서 희망은 환상으로, 안식은 거절로 바뀌었다. Das Wirtshaus에서조차 죽음은 문을 닫았고, 결국 Der Leiermann에서 나그네는 자신보다 더 고독한 존재를 마주했다. 말은 없었고, 설명도 없었다. 다만 하나의 질문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너와 함께 가도 되는가?” 이번 《겨울나그네》는 슬픔을 과시하지 않았다. 감정의 과잉 없이 텍스트의 무게를 끝까지 존중하며 겨울을 통과했다. 성악은 감정을 연기하지 않고 고독을 견디는 방식으로 노래했고, 피아노는 음악이 아니라 시간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겨울나그네》는 위로하지 않았다. 대신, 인간이 끝내 혼자가 되는 순간에도 어떻게 자기 자신과 동행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었다. 그것이 이 작품이 두 세기를 건너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 있는 이유였다. 마치며… ‘겨울나그네’ 는 슬픔을 노래하지 않았다.인간이 고독을 피하지 않고, 삶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순간을 증언하고 있었다. ▲사진=공연 후 인사하고…
[손영미 칼럼] 독서와 출간의 힘 ’자클린의 눈물』을 세상에 내놓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시집 ‘자클린의 눈물』 을 출간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물었다. “드디어 시집을 내셨네요. 홀가분하시죠?” 솔직히 말하면, 홀가분함보다는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고, 조금 더 공부하게 되었으며, 조금 더 내 문장 앞에서 겸손해졌다. 책이 나오기 전까지 나는 ‘쓰는 사람’이었지만, 책이 나오고 난 뒤의 나는 ‘책으로 말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출간은 끝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한 단계 바꾸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책을 꿈꾸는 이들, 공부를 미루는 이들,‘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이야기로 남았다. 1. 책은 ‘재능’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 『자클린의 눈물』은 어느 날 갑자기 쓰인 시집이 아니다. 여러 해 동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시간의 축적이다.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붙들었던 시간이 결국 한 권이 되었다. 2. 완벽을 기다리면 영원히 출판하지 못한다 원고를 넘기기 전까지 나는 수없이 망설였다. “조금만 더 고치면…” 그러나 완벽은 오지 않았다. 대신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왔다. 출간은 완성의 증명이 아니라…
[손영미 칼럼] 테너 박세원 교수 추모 헌정 공연
‘한 시대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그가 남긴 빛, 그가 남긴 숨’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테너 박세원 교수 1주기 추모 헌정공연이 2025년 11월 25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렸다. 공연의 시작과 끝에는 제자들이 있었다. 제자들의 이중창과 앙상블, 그리고 마지막 합창까지…모든 순간이 스승을 향한 감사와 그리움으로 채워졌다. 공연 중간에는 생전 박 교수의 연주 영상이 상영되었는데, 특히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 역으로 무대에 섰던 그의 젊은 시절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오래 머물게 했다. 극장은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고, 이어진 박수는 그를 향한 깊은 존경의 울림이었다. 제자들이 선택한 프로그램은 마치 스승이 걸어온 예술적 발자취를 따라가는 듯했다. 푸치니와 베르디, 비제와 도니체티 그가 사랑했고 오랜 세월 무대에서 노래했던 오페라의 명장면들이 다시금 호흡을 얻었다. 음악 해설과 연주자들의 진심 어린 해석이 더해지며, 헌정공연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스승과 제자 사이의 깊은 인연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으로 완성되었다. 한 시대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어떤 목소리는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목소리를 떠올리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이 걸어온 길과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서울대학교 성악과 교수로 오랜 세월 후학을 길러낸 테너 박세원 교수의 목소리가 바로 그러한 목소리였다. 그를 기리는 헌정공연이 열린 날, 공연장은 마치 한 장의 오래된 사진처럼 잔잔한 빛으로 가득했다. 화려함을 덜어낸 무대 위로 제자들의 노래가 스승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불러올렸고, 음악은 말보다 깊은 마음의 언어가 되어 객석을 채웠다. 무대 중간, 박 교수의 생전 영상이 스크린을 밝히자 공간은 순간 멈춘 듯했다. 특히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를 부르던 젊은 시절의 그는, 당시의 공기와 온기까지 함께 불러온 듯 생생했다. 오래된 기록은 단지 영상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했던 한 예술가의 숨결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창이었다. 객석에 앉은 이들은 각자의 기억 속에서 스승의 음색을 다시 꺼내 들었을 것이다. 제자들은 스승이 남긴 음의 길을 따라 걸었다. 푸치니, 베르디, 비제, 도니체티의 아리아들이 차례로 무대를 채울 때마다, 마치 박 교수가 남긴 음악의 자취를 손끝으로 더듬듯 이어갔다. 듀엣의 호흡, 앙상블의 얽히는 선율, 한 음 한 음에 담긴 마음은 스승에게 바치는 가장 순수한 인사였다. 마지막 합창,쇼팽의 〈Tristezza〉, 이안삼의 〈내 마음 그 깊은 곳에〉는 그날 공연장의 마음을 그대로 비추는 문장이었다. 스승이 떠난 자리를 슬픔이 채웠으나, 그 슬픔은 곧 “그분이 남긴 빛을 잊지 않겠다”는 조용한 결심으로 바뀌었다. 한 예술가가 남긴 발자국 박세원 교수는 서울예고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거쳐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한 후,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 테너로 활약했다. 그는 단지 노래하는 예술가를 넘어, 그 노래로 수많은 젊은 음악가들에게 꿈과 방향을 제시한 스승이었다. 옥관문화훈장, 대한민국방송대상, 음악협회상, 평론가협회 대상 등 화려한 업적 뒤에는, 제자들의 성장을 누구보다 기뻐하던 따뜻한 스승의 얼굴이 있었다. 남겨진 제자들의 기도…
시집 ‘자클린의 눈물’ 저자 손영미 시인, 소회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김 기자 : 최근 시집 ‘자클린의 눈물’을 출간하셨는데요 손 작가 : 따끈한 제 시집을 조심스레 내어놓습니다. 손에 쥔 온기가 독자의 마음에도 닿기를 바라며, 문을 두드립니다. 오십이 되면 꼭 시를 쓰겠다고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소망이 조금 늦은 걸음…
아름다운 인생, 행복한 노래 청담동 아트갤러리 ‘미쉘’ 살롱콘서트 후기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삶이 어느덧 한 고비를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다시 ‘자신만의 노래’를 찾게 된다. 은퇴 이후 노래를 배우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래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노래는 삶의 리듬을 되찾는 호흡, 그리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치유의 예술이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순간, 사람들은 다시 젊어지고 한때의 자신을 또렷하게 마주하게 된다. 11월 3일 17:00청담동의 작은 갤러리 ‘미쉘’에서 그 행복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공연의 시작은 가을을 여는 목소리로… 피아노·바이올린·오보에의 3중주가 감미롭게 공간을 감싸며 첫 무대가 열렸다. 소프라노 김숙영의 〈가을편지〉가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 위에 ‘가을 냄새가 스며든 목소리’처럼 흐르자, 관객들의 마음도 함께 열렸다. 이어 소프라노 김경자, 김미현, 김정임의 호소력 있는 무대가 이어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