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위기와 속도의 시대, 젠슨 황의 5가지 경영 철학이 던지는 시사점

[손영미 칼럼] 위기와 속도의 시대, 젠슨 황의 5가지 경영 철학이 던지는 시사점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오늘날 글로벌 기술 시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모두가 외형적 성장과 단기 성과를 좇는 시대, AI 인프라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가 강조해 온 다섯 가지 핵심 가치—회복탄력성, 전략적 선택, 수평적 협력, 본질에 대한 집중, 그리고 민첩성은 단순한 자기계발의 언어가 아니다. 이는 엔비디아가 수차례의 위기를 넘어 세계 최고의 AI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검증된 생존 전략이자 미래 경영의 원칙이다. 1. 회복탄력성(Resilience) : 실패를 견디는 힘이 경쟁력이 된다 젠슨 황은 모교 스탠퍼드대학교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고통과 실패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기대보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 즉 ‘맷집’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엔비디아 역시 창업 초기 첫 그래픽 칩 ‘NV1’의 실패로 존폐 위기를 겪었으나, 실패를 분석하고 기술을 재정비한 끝에 ‘RIVA 128’을 성공시키며 재도약했다. 이러한 회복탄력성은 위대한 리더들의 공통된 분모다. 아마존(Amazon)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했다가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낸 ‘파이어폰(Fire Phone)’의 역사적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주주들에게 “아마존이 더 큰 실패를 다루지 못한다면 더 큰 혁신도 없을 것”이라며 실패를 상수로 받아들였고, 이 복원력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서비스(AWS)를 세계 1위로 키워냈다. 실패를 피하는 조직보다 실패를 성장의 자산으로 삼는 조직이 결국 오래 살아남는다. 2. 전략적 선택(Strategic Retreat) :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가 미래를 결정한다 “어떤 길을 포기할지 결정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젠슨 황의 이 말은 무조건적인 버티기가 능사가 아님을 뜻한다. 엔비디아는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자 과감히 철수했다. 대신 축적한 GPU 기술을 자율주행과 고성능 컴퓨팅(HPC), AI 컴퓨팅에 집중해 오늘날의 절대 강자가 되었다. 이는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1997년 경영 복귀 직후 단행했던 ‘제품 라인업 70% 퇴출’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잡스는 회사가 방대하게 벌려놓았던 수십 개의 컴퓨터 모델을 단 4가지(데스크톱 2종, 노트북 2종)로 압축하는 과감한 포기를 단행했다. 자원을 분산시키던 비효율을 쳐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현명한 후퇴가 있었기에, 애플은 파산 위기를 극복하고 아이맥과 아이폰이라는 세기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 3. 지식의 공유와 수평적 협력(Flat Organization) : 정보는 권력이 아니라 성장의 자산이다 젠슨 황은 임원들만 참여하는 폐쇄적인 회의를 지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입사원부터 최고경영진까지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정보를 독점하는 조직은 느려지고, 정보를 공유하는 조직은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플랫(Flat) 조직의 파괴력은 픽사(Pixar)의 창업자 에드 캣멀(Ed Catmull)이 고안한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 제도에서도 증명된다. 픽사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감독, 작가, 애니메이터가 한자리에 모여 제작 중인 작품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날 것 그대로 비판하고 토론한다. 권위주의를 배제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수평적 협력은, 단순한 조직문화를 넘어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경쟁력이다. 4. 본질에 집중(Core Purpose) : 시장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먼저 본다 “시장의 크기를 좇지 말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에 투자하라.” 이 철학은 CUDA 개발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에는 시장의 외면과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젠슨 황은 장기적인 기술 생태계를 믿고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딥러닝 시대가 열리면서 CUDA는 오늘날 AI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플랫폼이 되었다. 당장의 이익 대신 인류가 해결해야 할 ‘본질적 과제’에 투신한 사례로 테슬라(Tesla)의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빼놓을 수 없다. 머스크가 전기차와 우주 산업에 뛰어들 때 월가와 전문가들은 파산을 점치며 조롱했다. 그러나 그는 내연기관의 종말과 우주 개척이라는 본질적 명제에 집중했고, 수차례의 부도 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기술 개발에 매진해 패러다임을 바꿨다. 단기 트렌드가 아닌 인류의 본질적인 문제를 향한 긴 호흡만이 시대를 흔드는 위대한 유산을 남긴다. 5. 민첩성과 적응력(Agility) : 과거의 성공을 스스로 허물 수 있는 용기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 제조사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 데이터센터 중심 기업으로 끊임없이 변신해 왔다. 젠슨 황은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는 순간 쇠퇴가 시작된다고 믿으며, 변화 앞에서 스스로를 리부트(Reboot)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강조한다. 과거의 영광을 스스로 깨부수고 성공한 대표적 명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3대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다. 그는 2014년 취임 당시, MS의 절대적 상징이었던 윈도우(Windows) 중심의 폐쇄적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버렸다. 경쟁사였던 리눅스와 오픈소스를 포용하고 클라우드(Azure) 중심으로 회사의 체질을 완벽히 리부트한 그의 민첩성과 유연성이 있었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올드한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탈피해 글로벌 AI 및 클라우드 리더로 부활할 수 있었다. 오래 살아남는 기업의 조건 젠슨 황을 비롯한 글로벌 리더들의 경영 철학은 “더 독해지고 더 많이 일하라”는 맹목적인 채찍질이 아니다. 실패를 견디는 ‘맷집‘ 때로는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지식을 나누는 ‘연대‘,본질을 향한 ‘끈기,‘그리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새롭게 만드는 ‘유연성‘에 관한 이야기다. 기업도 사람도 결국 같은 원리로 성장한다. 속도가 미덕이 된 세상이지만,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잔기술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변화 앞에서 자신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다. 위대한 기업과 인생은 미래를 완벽히 예측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거친 파도 속에서도 자신의 본질을 지키며, 미래가 올 때까지 단단하게 버텨낸 존재만이 결국 시대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