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시인, 신작 시집 『자클린의 눈물』 출간 화제

손영미 시인, 신작 시집 『자클린의 눈물』 출간 화제

‘노래가 사라지는 날, 인간의 고통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사진=손영미 시인 & 극작가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문학·음악·무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은 울림을 건네온 손영미 시인(작가·시인·칼럼니스트)이 신작 시집『자클린의 눈물』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나의 몸은 슬픔의 원본”이라고 고백하듯, 상처의 원본에서 빛의 자리까지 건너가는 영혼의 여정을 담아낸다.

절망 이후에도 말을 걸어오는 언어의 힘, 그리고 “슬픔 이후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 치열하면서도 고요한 문장 속에 자리한다.

 

■ “노래가 자살한다면” 예술의 붕괴를 향한 급진적 질문

시집의 정서를 강하게 이끄는 작품은 화제의 시〈노래가 자살한다면〉이다.
시인은 “목소리도 노래가 싫을 때가 있다”는 고백에서 출발해, 노래가 더 이상 노래가 되지 못하는 세계의 비극을 짚어낸다.

“마스크를 쓰고 노래가 걷는다 / 목적지로 어디를 택했을까
만약 노래가 자살한다면 / 세상은 귀를 닫고 눈이 멀고
입이 멈춘 계절이 될 거다.”

음악과 언어가 소멸한 풍경, 광장을 잃어버린 늙은 악사와 “턱시도를 한 조문객들”의 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고립·심리적 침묵·예술의 쇠약을 상징하는 상징적 비유다.

노래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혼돈의 귀로 가득 찬 세상”뿐이라는 시인의 예언은『자클린의 눈물』 전체에 흐르는 존재론적 물음으로 이어진다.

 

■ ‘음악·상처·빛’이 교차하는 표제작 〈자클린의 눈물〉

표제작〈자클린의 눈물〉은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의 첼로곡을 모티프로 삼아, 음악적 감수성과 인간의 상처를 긴장감 있게 결합한 작품이다.

“활로 심장을 켠다 / 어떤 악기는 천년을 산다는데
나의 사랑과 사람은 5년 만에 떠났다.”

사랑은 떠났으되, 악기와 몸은 여전히 울린다.

시인은 이 절망의 순간을 “소리로 기록되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새로운 층위로 끌어올리며, 마침내 “음악과 슬픔의 궁극”에 이르는 깊은 서정의 지점을 펼쳐 보인다.

 

■ 사랑 이후의 폐허를 응시하다 <사랑을 위한 비유법>

연작〈사랑을 위한 비유법〉은 파국 이후의 사랑을 일상의 사물로 번역한 강렬한 비유들로 펼쳐진다.

“폐업한 후 방치된 폐건물처럼 너는 멀어졌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처럼 나는 온기를 자주 버렸다.”

여기에 덧붙는 “다시 돌아오면 진짜 사랑이 아니야”라는 구절은 관계의 끝에서 건져 올린 가장 단단한 문장으로, 집착을 끊어내는 냉정한 결단이자 다시는 동일한 상처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존엄의 선언이다.

 

■ ‘삶을 고쳐 쓰는 존재’ 자전적 시 〈퇴고〉

자전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시〈퇴고〉에서 시인은 글쓰기와 삶을 하나의 문장으로 겹쳐 놓는다.

“나는 나를 계속 퇴고 중이다
당신은 말줄임표, 나는 쉼표가 되었다.”

삶의 문장은 끊임없이 삭제되고 다시 쓰이며, 그 과정에서 비로소 자기 언어를 찾아가는 인간의 숙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멈춤과 머뭇거림, 부끄러움조차 살아 있음의 증거임을 보여주며 독자의 깊은 공명을 이끈다.

 

■ “떠나는 사람의 등 뒤에서 쏟아지는 비” <2021년, 고려장〉

노년·돌봄·이별의 문제를 다룬〈2021년, 고려장〉은 시집에서 가장 뜨겁고도 쓰린 장면을 만들어 낸다.

“당신의 손을 놓고 돌아서던 순간
까마귀 떼가 몰려왔다
등 뒤에선 뜨거운 비가 내렸다.”

요양원에 부모를 모셔두고 돌아서는 길, 시인은 이 장면을 옛 풍습 ‘고려장’이라는 이름으로 호출하며 오늘 우리 사회의 돌봄 현실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환기한다.

 

■ “절망은 언어를 침묵시키고, 회복은 가장 낮은 목소리로 온다”

시집 말미에서 손영미 시인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이 시집은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말을 배우는 언어이다.”

절망이 언어를 가장 먼저 침묵시킬 때, 회복은 언제나 작은 숨결로 돌아온다는 깨달음이다.
평론가 황치복은 이 시집에 대하여 “‘나의 몸은 슬픔의 원본’에서 ‘사람이 사랑이 될 수 있음을 속삭이는’ 희망의 시학으로 이르는 여정”이라 평했다.

 

■ 『자클린의 눈물』 상처를 견딘 이들을 위한 한 권의 헌사

『자클린의 눈물』은 상처를 견딘 사람, 다시 사랑을 배우는 사람, 빛을 잃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용하지만 강한 응원이다.

시인은 말한다.

“눈물은 나약함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첫 번째 빛이다.”

노래가 사라지는 시대, 언어가 침묵한 자리에 다시 말을 불러오는 이 시집이 오늘의 독자에게 어떤 공명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도서 정보〉
• 도서명: 『자클린의 눈물』
• 저자: 손영미
• 출판: 더푸른 시인선 07
• 분야: 현대시

 

▲사진=손영미 시집, 『자클린의 눈물 』앞 표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손영미 시집, 『자클린의 눈물 』뒷 표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손영미 시집, 『자클린의 눈물 』판매처(출처 : 알라딘/인터넷)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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