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2026 한국가곡대축제‘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

[손영미 칼럼] 2026 한국가곡대축제‘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

– 노래는 끝나는 예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슴으로 옮겨가는 숨이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행여, 그대 나 몰래 운다면
그 눈물 닦아주리…”

김효근 작곡 〈어느 행복한 아침에〉의 한 구절이다. 이 짧은 문장은 노래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말해준다. 노래는 입술에서 태어나지만, 결국은 누군가의 눈물 곁으로 도착한다.

지난 2026년 4월 25일 토요일 오후 7시, 부산콘서트홀에서 ‘2026 한국가곡대축제-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지난해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은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악기였다. 클래식 전용 홀 특유의 풍부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는 성악가의 미세한 호흡과 떨림까지 객석 구석구석으로 투명하게 전달하며, 이번 음악회의 감동을 한층 더 극대화했다.

지난 15년간 한국 현대가곡의 흐름을 이끌어온 작곡가 김효근. 그는 전통적 예술성(ART)과 대중성(POP)을 결합한 ‘K-아트팝’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며, 한국 가곡 르네상스의 한 축을 단단히 세워왔다.

KNN과 한국가곡부산문화재단, 한국거래소, BNK금융그룹의 후원으로 이어진 이번 축제는 한국 가곡의 현재를 증명하는 귀한 무대였다.

공연은 인간 감정의 궤적을 따라가는 네 개의 정서적 테마로 구성되었다. 오프닝 〈안드로메다〉를 시작으로 ‘사랑’, ‘그리움’, ‘삶’, ‘위로’의 서사가 부산콘서트홀의 입체적 음향을 타고 관객의 마음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1. 사랑,
가장 순수한 떨림의 시작

사랑은 설명할 수 없기에 더 깊고, 닿을 수 없기에 더 오래 머문다. 이 흐름 속에서 사랑의 이야기는 거창한 고백이 아니라, 타인의 눈물을 먼저 알아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첫사랑〉이 품고 있는 가장 순수한 감정은 지나갔지만, 그 떨림은 평생의 기준으로 남는다.

김효근의 가곡은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존재를 흔드는 근원적 울림으로 그려낸다. 〈어느 행복한 아침에〉는 그 대표적인 예다. 사랑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깊이 고백하는 이 곡은, 사랑이란 결국 타인의 슬픔을 대신 감당하려는 마음임을 일깨워주었다.

2. 그리움 ,
시간 너머로 이어지는 감정

두 번째 테마는 ‘그리움’이다. 김효근의 음악에서 그리움은 과거를 향한 회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움직이는 감정이다. 그의 선율은 늘 ‘지나간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노래한다. 공간의 깊이감을 더하는 콘서트홀의 울림 덕분에, 듣는 이들은 각자의 기억을 더 선명하게 호출할 수 있었다.

3. 삶,
견디는 존재의 아름다움

세 번째 테마는 ‘삶’이었다. 이 파트에서 음악은 화려함보다 진정성으로 관객에게 다가섰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엇을 견디고 있는가. 김효근의 음악은 그 질문에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삶을 스스로 마주하게 만든다. 음악이 주는 울림은 삶의 무게를 위로로 치환하는 마법과도 같았다.

4. 위로,
노래가 도착하는 마지막 자리

마지막 테마는 ‘위로’였다. 앙코르 곡으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톤필드 합창단 협연을 끝으로 무대는 막을 내렸다.그러나 이 위로는 종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노래는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말로 하지 못한 감정을 풀어내는 자리에 도착한다. 그래서 위로의 노래는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 남는다.

테너 림팍, 베이스 바리톤 구본수 등 팬텀싱어 출신 성악가들의 무대는 이 서사를 완벽하게 완성했다. 특히 소프라노 최정원의 무대는 ‘다이아몬드 디바’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기교를 넘어선 진심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총음악감독이자 지휘자인 서희태가 이끈 KNN 교향악단은 성악과 오케스트라의 균형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음악이 하나의 생명처럼 호흡하도록 만들었다.

촘촘히 선율을 직조해낸 이번 무대는 단순한 가곡 발표회가 아니었다. 노래가 한 사람의 영혼에서 시작되어 다른 사람의 가슴에 안착하는, 우주적 ‘이동의 순간’이었다.

노래는 언제 끝나는가…
악보의 마지막 마디일까, 아니면 박수가 시작되는 찰나일까.
그날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노래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슴으로 옮겨가는 ‘숨’이라는 사실을…

기술은 노래를 완성하지만, 숨은 노래를 관객의 호흡 속으로 건너가게 한다. 정확한 음정과 완벽한 발성은 조건일 뿐, 마음을 건너가게 하는 것은 결국 그 안에 담긴 ‘숨의 온도’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래를 듣고 살아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장가, 길 위에서 스쳐 들은 이름 모를 멜로디, 그리고 한 시대를 건너온 가곡까지…그 노래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우리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다시 노래를 부를 때그 숨은 또 다른 사람에게로 건너갈 것이다. 그날 밤, 김효근의 음악이 그랬듯이…

[손영미 칼럼] 2026 한국가곡대축제‘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