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소재 사용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자를 체계적이고 통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중요한 시스템을 설정하는 것이 취업규칙이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사업장에서 기업의 질서유지와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복무규정과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을 정한 규정을 말한다.[1] 여기서 복무규율이라고 하면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작업질서에 관한 규칙과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제재를 말한다. 그리고 근로조건이라고 하면 근로자의 임금, 근로시간, 해고 그 밖에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말한다.[2]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여 시행할 수 있지만, 일단 작성된 규정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어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각각 제재가 가해진다. 그리고 사용자는 이미 확정된 근로조건에 대해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 하게 변경할 때에는 그 적용 근로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법적 효력을 가진다. 또한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이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하는 법적 의무와, 그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게시하고 주지시켜야 하는 법적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취업규칙을 통해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 기준이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 배려라고 할 수 있다.[3] 이러한 취업규칙의 법적의무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 지와 어떻게 실무에서 적용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II.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 취업규칙은 사업장에서 준수해야 하는 법규적 규정을 강제하면서도 근로조건의 결정에 있어서는 노사 대등결정원칙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법규범적 효력과 계약적 효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4] 판례도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기업경영권을 바탕으로 사업장에 있어서의 근로자의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을 획일적이고 통일적으로 정립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서 불평등한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하고 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하고 있다” [5]고 설명하고 있다. 계약적 효력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근로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효력을 말한다. 취업규칙에 정해진 근로조건에 따라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구속되지만, 취업규칙에 정한 근로조건을 불이익 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그 대상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전제로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법 제94조의 단서). 이는 근로자의 기득권 보호,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법 제4조). III. 취업규칙과 관련된 사용자의 구체적 법적의무 취업규칙은 일정규모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법적 의무사항이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에 관한 구체적 내용과 효력을 기술하고 있다. 1. 취업규칙의 작성의무가 있는 사업장 규모 (1) 법적 요구사항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법 제93조). 10인 이상의 사업장에 법적의무를 주고 있는 것은 10인 미만의 영세규모의 사업장은 회사의 체계가 갖추어 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규모 이상의 사용자에게 법적의무를 두고 있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작성이 법적의무가 아닌 사업주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2) 실무적용 상시근로자 수는 법 적용 사유(취업규칙 작성과 신고 의무 적용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시점) 발생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가동일수로 나누어 판단한다(시행령 제7조의2). 10인 미만을 고용한 사업주는 취업규칙의 작성과 신고의무는 없으나 일단 작성된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취업규칙에 관한 모든 규정이 적용된다. [6] 여기서 취업규칙을 작성하고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는 직장규율이나 근로조건의 결정 등 취업규칙의 내용을 이루는 사항에 관해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는 자를 의미한다. [7] 2. 취업규칙의 기재사항 (1) 법적 요구사항 작성 내용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통일적으로 적용할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제93조에서 취업규칙의 기재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모두 13가지의 사항으로 구성되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전체에 대해 적용되는 사항으로 필수적 기재사항과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구분할 수 있다. (2) 실무적용 근로기준법 제93조에 열거된 사항 중 임금,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등과 같이 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지켜야 하는 필수적인 근로조건은 반드시 그 내용을 취업규칙에 기재하여야 한다(필수적 기재사항). 그러나 교대근로, 가족수당 등에 관한 사항 등은 법에서 정한 기준이 없고 그 시행이 강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이를 도입하거나 시행하는 경우에만 취업규칙에 기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임의적 기재사항). 다만, 취업규칙에 감급(減給)의 제재를 정한 경우에는 그 감액의 총액이 1임금지급시기의 10%를 초과할 수 없고 취업규칙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이나 해당 사업장의 단체협약 보다 더 낮아서는 안된다 (법 제95조, 제96조). 3. 취업규칙의 작성과 변경절차 (1) 법적 요구사항 취업규칙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와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법 제94조). 사용자가 취업규칙 변경과정에서 의견청취 또는 동의를 얻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 제114조). 이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있어 노사 대등의 원칙을 반영하고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것이다. (2) 실무적용 취업규칙의 작성과 변경 절차에 있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청취인지 그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인지 아니면 기존 취업규칙의 변경인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근로조건 또는 복무규정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기재한 경우에는 근로자들에게 취업규칙의 작성이나 변경에 대해 주지시키는 정도로 충분하다. 취업규칙에 기존에 없던 복무규정을 도입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변경되는 취업규칙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인 경우에는 그 대상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은 기존의 규정을 변경하여 근로조건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존의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경우, 이전의 근로조건보다 불리한 규정을 신설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판단기준은 다음의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취업규칙 변경사항이 여러 개인 경우에는 개별 근로조건별로 판단하되,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사이에 서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경우에는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퇴직금 지급률이 하향 조정되더라도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임금 항목이 많아져서 전체적으로 퇴직금액이 감소되지 않는다면 불이익으로 보지 않는다. [8] 둘째, 취업규칙의 내용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와 같이 유불리에 따른 이익이 근로자 상호간에 충돌되는 경우에는 불이익한 변경으로 판단한다. [9] 세번째로 종래의 규정이 불명확하거나 포괄적이어서 그 내용을 개념적으로 세분화하여 구체화하는 차원에서 취업규칙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해석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써 불이익한 변경으로 볼 수 없다. [10] 4. 취업규칙의 신고 (1) 법적 요구 사항…
[카테고리:] 인터뷰
K-클래식 탁계석 회장(문화평론가/음악비평가), 신간 시집 『자클린의 눈물』 저자 손영미 작가 인터뷰
[강남 소비자저널=탁계석 칼럼니스트] Q. 탁 :『자클린의 눈물』을 출간하셨는데, 몇 번째 시집인가요? A. 손 : 첫 번째 시집입니다. Q. 탁 : 이미 여러 권을 내신 줄 알았어요. A. 손 : 아 네~ 대학에서는 극작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소설과 드라마를 공부했습니다. 희곡과 소설을 쓰고, 칼럼과 음악 감상집을 집필하며 장르를 넘나들다 보니 , 많은 분들이 저를 전문 시인으로 알고 계시더군요. 시 공부는 10년 넘게 했지만, 정작 시집은 이제 첫 권을 냈습니다. 시, 등단도 2021년 이구요. 첫 시집의 구성에 대하여 Q. 탁 : 첫 시집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A. 손 :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는 <사랑의 비유법>사랑에 관한 시선…
[손영미 칼럼] 사랑! 그것은 내어줌과 기다림의 미학의 노래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 임긍수 작사·작곡 「사랑하는 마음」 여름을 서서히 보내며 신선한 가을을 예찬하는 마음으로, 예술가곡 한 편을 소개한다. 사랑의 시작과 열정이 여름이었다면, 사랑을 관조하며 바라보는 계절은 아마도 가을일 것이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의 지친 더위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그늘처럼 편안한 곡이다. 연이어 가슴 열어 모든 것을 다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어머니 품 같은 사랑의 곡조로 노래는 푸르고 시린 마음을 담아내었다. 또한 사랑의 본질을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비움과 헌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자기 비움의 사랑 “나 가진 것을 모두 다 드리고, 나 있는 것을 모두 다 비우고”라는 반복 구절은 사랑을 통해 자기 존재를 상대에게 전적으로 내어주는 헌신적 태도를 강조한다. 시간과 계절의 비유 “낙엽은 지고 비바람 불어와도 기다리는 봄날이 꿈에 있듯이”라는 대목은 시련과 고난을 넘어 찾아올 희망을 계절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이는 한국 가곡의 특징인 자연과 인간 감정의 기로를 잘 보여준다. 사랑의 영속성 “햇살은 그토록 눈부시게 오고 또 와도 꽃이슬 여전히 맺혀 있듯이”라는 구절은 사랑의 순수성과 반복적 지속성을 상징하며, 음악적 여정과도 조화롭다. 즉, 이 곡은 비움,기다림,영원성이라는 구조로 주제를 전개한다. 특히 이곡에 음악적 특징은 임긍수의 음악만의 고유한 가곡과·대중가요·성가적 정서가 교차하는 크로스오버적 성격을 띤다. 「사랑하는 마음」 역시 단순하면서도 감정의 고조를 효과적으로 담아낸 선율을 지닌다. 선율의 직선적 흐름,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음정 도약을 절제해 담백한 진정성을 드러낸다. 반복을 통한 강조 1절과 2절이 대조를 이루며 반복되는데 이는 마치 기도문 같은 울림으로 청자의 내면을 깊게 두드린다. 조성의 안정감 급격한 전조나 극적 변화를 피하고 화성적으로 안정된 구도를 유지하며 ‘사랑의 확고함’을 음악적으로 구현한다. 이후 선율은 반복 속에서도 점차 내면의 울림을 확장하게 된다. 임긍수작곡자의 음악 세계 임긍수(1945~ )는 어린 시절 풍금과의 운명적 만남을 계기로 음악에 입문했다. 독학의 열정을 바탕으로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고, 이후 주옥같은 곡들을 발표했다. 초기작 「그대 창밖에서 ,박화목 시는 섬세한 선율과 시적 해석으로 주목받았으며, 「강 건너 봄이 오듯이」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연주로 세계 무대에서 울려 퍼졌다. 이외에도 「안개꽃 당신」, 「물망초」, 성가곡과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모색해왔다. 이와 같이 그의 가곡은 전통 가곡의 서정성, 대중가요의 친근성, 성가적 헌신성이 결합된 독창적 색채를 지닌다. 맺으며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임긍수의 대답은 분명하다. 사랑은 소유의 욕망이 아니라 내어줌이며, 조급한 충족이 아니라 기다림 속에서 완성된다. 이 곡은 단순한 연가(戀歌)가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비움과 인내의 미학으로 길어 올린 성찰의 노래다. 더욱이 이 노래의 가사는 지금도 그의 아내 묘비명에 새겨져 있다. 세월의 비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은 그 글귀는 두 사람의 간절하고 순정한 사랑을 오늘도 빛내고 있다. 마치 노래가 영원의 언어가 되어, 땅 위와 하늘을 잇는 다리가 된 듯하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마음」은 단순한 가곡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미학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이자, 인생의 고비마다 마음을 붙드는 삶의 지혜,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영혼의 기도다. •글 · 손영미 (극작가·시인 & 칼럼니스트) ▲사진=임긍수 작곡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임긍수 작곡가(우)와 아내…
[인터뷰] 한국경제인포럼 제3대 최병환 회장 취임 “사회적 책임 선도하며 동반성장 시대 열겠다”
▲사진=최병환 한국경제인포럼 신임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최병환 한국경제인포럼 신임 회장 취임 인터뷰” 한국경제인포럼 제3대 회장에 최병환 박사가 취임했다. 행정학 석사, 경영학 박사이자 국가공인 SMAT(서비스경영) 자격증을 보유한 최병환 회장은 10대 기업에서 20년간 재직하며, 대한민국 유통 산업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 30여년 간…
[인터뷰] 청새리 상어 연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임익성 리컴몰 특판장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면세점에서 판매 제품 ‘청새리 상어 연골’을 판매하고 있는 임익성 대표를 찾았다. 김 기자 : 청새리 상어 연골 제품의 특징은? 임 대표 : 청새리 상어에서 추출한 성분을 주 원료로 만들어 인체에 해가 없으며, 특히 고관절, 관절염 등 통증이…
[정봉수 칼럼] 단체협약에 따른 정리해고 제한 규정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하 “정리해고”라 함)는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있을 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리해고는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이 행해지는 해고이기 때문에 그 요건을 엄격하게 갖추어야 한다. 정리해고는 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손영미 칼럼] 안톤 체홉의 인간학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 그럼에도 살아간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오늘은 오랜만에 대학로로 마실 나와 평소 아끼는 작가 ‘안톤 체홉’의 작품을, 친애하는 배우의 초대로 관람했다. 늘 민낯으로 삶을 묻는 공연장 무대는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안톤 체홉의 『바냐 삼촌』, ‘안톤 체홉의 인간학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 그럼에도 살아간다.’ •손영미|극작가·시인 안톤 체홉, 삶의 ‘사소함’에 귀 기울인 작가 러시아의 황혼기, 의사이자 극작가 ‘안톤 체홉'(1860~1904)은 인간의 병든 육체뿐 아니라, 병들어가는 영혼까지 진찰한 작가였다. 단편소설과 희곡을 통해 그는 거창한 사건보다 일상에서 배어나는 무기력, 사랑의 결핍, 존재의 허무를 들여다보았다. 체홉은 도덕적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침묵과 여백으로 인물을 감싸며 독자와 관객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희곡들은 전통적인 희곡 구조를 거부한다. 기승전결도, 명확한 클라이맥스도 없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무대 위에서, 인물들의 삶 전체가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을 가만히 보여준다. 『갈매기』, 『세 자매』, 『벚꽃동산』, 그리고 『바냐 삼촌』은 그 체홉식 고요한 파열의 정점을 이룬다.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의 무대 『바냐 삼촌』의 세계는 러시아의 한적한 시골 농장이다.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그 안에서는 희망의 감정의 침식이 무대 전체를 감싼다. 『바냐 삼촌』은 그런 연극이다. 사건이 아니라 정적 대사가 아니라 말 사이의 침묵, 변화보다는 무위(無爲)의 반복 속에서 인물들은 서서히 무너진다. 또한 체홉은 단언하지 않는다. 그의 연극은 교훈또한 없다. 대신 조용히 보여준다. 지속되는 일상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바꿀 수 없는 현실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자세로 삶을 감내해야 하는가 묻는다. 정적 속에 새겨진 감정의 파문 『바냐 삼촌』은 전체 4막의 구조 속에서 한 줄기 긴 한숨처럼 흘러간다. 1막, 바냐와 소냐의 피로한 일상 속으로 관객은 초대된다. 오랜 세월을 헌신했던 교수의 방문 그리고 그의 아내 옐레나의 등장은 일상의 수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그러나 파국은 오지 않는다. 감정의 지층이 서서히 얇아질 뿐이다. 2막, 아스트로프와 옐레나의 미묘한 대화 바냐의 무력한 분노 소냐의 억눌린 짝사랑이 교차하며 침묵의 밀도는 짙어진다. 3막, 바냐는 교수에게 총을 겨누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주저앉는다. 감정이 격화되지 못한 채 무너지는 그 장면은 체홉적 인간 이해의 진수다. 4막, 교수는 떠나고 바냐와 소냐는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소냐의 마지막 대사 “우리는 살아갈 거예요. 쉬지 않고 일하고…” 이 고요한 독백은 체홉이 인간에게 남긴 가장 슬프고도 따뜻한 기도문이다. 인물은 고요히 말하고, 침묵은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체홉의 인물들은 격정적인 대사를 뱉지 않는다. 그들은 말 대신 눈빛으로 정지된 걸음으로, 숨결의 무게로 감정을 전한다. 바냐, 헌신했던 이상이 배신당했음을 알고도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는 절망에 무너진다. 소냐, 사랑받지 못하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외면당하면서도 미워하지 않는다.…
[인터뷰] 창작 거장(巨匠)으로 우뚝 선 탁계석 K클래식 회장
–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연 회수를 가진 지속 가능의 모범사례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김 기자 : 서양음악사에 편입되는 명작을 만들려면~ 탁 회장 :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지속성일 겁니다. 일회성이 아닌 연속적으로 공연이 되는 작품을 누구나 꿈꾸죠. 명작이 되어서 영원히 무대에서 살아 있는…
[인터뷰] 해금 악기 세계화가 목표이죠. K-율로 독일 학생 연주팀 결성
한국의 깊은 정서를 물씬하게 표현하는 악기 [강남 소비자저널=탁계석 칼럼니스트] 세계 최초 독일에서 외국인 해금앙상블 음악감독이 된 노유경 박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탁 : K-YUL 해금 앙상블을 만드셨는데요, 그 동기가 무엇입니까? 노유경 : 제가 해금 앙상블을 결성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 전통 음악을 외국에 널리 알리자“ 이것입니다. 가야금이나 거문고는 일단 크기가 커서 독일로 옮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고요, 처음에는 저희 앙상블이 사물놀이도 하고 부채춤도 해보고, 그 다음에 가야금도 배웠는데 결국에 해금으로 정착된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한 결과 현재는 해금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거죠. 그러나 무조건 유동성 때문에 해금을 선택한 것은 아니고요. 해금은 제가 가장 최애하는 악기입니다. 심금을 울리는 해금 소리가 우리 나라의 정서 한(恨)이라는 것과 너무 잘 맞물리는 것 같아서 해금으로 정했고요. 그리고 저희 학생들이 케이팝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우리 전통 악기에도 무척 관심이 있다는데 놀랐습니다. 탁 : 어떻게 해서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게 됐나요? 제가 진도 국립국악원에 어플라이를 해서 가게 되었는데, 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을 방문해서 직접 문화를 체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때마침 진도국악원의 공모가 있었고 선정이 돼서 아이들과 같이 오게 된 게 벌써 3년 전입니다. 그때부터 정기적으로 계속 국악원에 오게 됐습니다. 탁 : 학생들의 반응, 연습 과정이 궁금하군요 결과를 먼저 말씀드리자면 너무 너무들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사물놀이가 뭔지도 몰랐던 아이들이 공항에 가서 사물놀이 인형을 보고 저한테 카톡으로 연락이 왔어요. “교수님 여기 사물놀이 인형이 있어요” 국악을 배우고 나서 새로운 세계 다시말해 한국 전통에 관하여 알게 되고 그 배움에 관해 매우 만족하고 기뻐합니다. 저희는 국악원에 들어가면 2주 동안 진짜 집중으로 연습합니다. 오전 2시간, 점심 2시간, 저녁 2시간 총 6시간을 하루에 매일 연습하는데 그것만 하는 게 아니고 아이들이 욕심이 있어서 저녁 먹고 나면 또 모여요. 그래서 자기 전까지 연습합니다. 그리고 열 손가락은 전부 다 밴드를 붙입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손가락 마디를 계속 사용하니 아프고 쓰리지요. 저는 매일 같이 밴드 사다가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부쳐 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바이올린, 첼로를 연주하고 보편화되어 있듯이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나라 전통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니 정말 기쁘지요. 탁…
[인터뷰] “종이를 버려야 지구가 산다” 굿스테이지 송인호 발행인
– 검색이 실력이자 프로필인 시대, 홍보가 달라졌다 – [강남 소비자저널=탁계석 칼럼니스트] 탁 : 세상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공연예술을 다루는 매체 역시 급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송 : 변화는 당연하죠. 지금 자동차도 전기자동차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공연 문화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