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각하 사례

[정봉수 칼럼]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각하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 개요 2020. 8. 20. 태권도 도복을 판매하는 일본계 회사(이하 “회사”라 함)에서 근무하던 신청인(이하 “근로자”라 함)은 업무처리가 미숙하고 업무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근로자는 “나는 맡은 일을 성실히 했고 해고될 만한 잘못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회사는 여러 차례 근무태도를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그런데 회사는 해고사유보다 먼저 다른 문제를 제기하였다. 회사에서 실제 근로자로 고용한 인원은 3명에 불과하므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제도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사업장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심문 과정에서 양측의 숫자는 달랐다. 근로자는 자신이 근무할 당시 사무실에는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회사는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원이 아니라 업무대행계약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위임계약자라고 설명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첫 번째 문은 “해고가 정당했는가”가 아니었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그리고 그 결과 이 사업장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가 먼저 판단되어야 했다. II. 근로자의 주장 근로자는 2019. 11. 9. 회사에 입사하여 마케팅 및 영업지원 업무를 담당하였다. 회사가 지시하면 주말이 포함된 출장이나 야근, 휴일근로도 마다하지 않았고, 별도의 수당이나 충분한 휴가 없이도 회사 업무에 힘썼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2020년 8월 초 일본인 전무로부터 직무수행 능력 부족과 지시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근로자는 회사가 지적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은 사실과 다르고, 회사의 매출 부진 책임을 말단 직원에게 돌린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설령 업무상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교육이나 경고, 개선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바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근로자는 퇴직 당시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던 사람은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6명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직함이나 계약서의 명칭보다 실제로 회사에서 계속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중요하므로,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도 근로자 수에 포함하여야 하고 회사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III. 회사의 주장 회사는 2019년 5월 설립된 신생 회사로서 마케팅 지원을 위해 근로자를 채용하였으나, 근로자가 영업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출근 후 장시간 신문을 읽거나 개인 업무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었고, 영업일지 작성 등 회사가 요청한 업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상사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어 해고에 이르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사업장 규모였다. 회사는 신청인을 포함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한 근로자는 3명뿐이며,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두 사람은 각각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400만원의 업무대행료를 받기로 하였으며,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도 약정하였다.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어 업무대행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두 이사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이 종결되었고, 이후 미지급 업무대행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점도 회사는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두 이사를 제외하면 상시근로자 수가 5명에 미달하므로 노동위원회가 해고의 정당성을 심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IV. 관련 법령, 판례 및 행정해석 1.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적용범위와 각하 :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3조, 제28조 및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2026년 9월 현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이 정한 일부 규정만 적용된다. 이 별표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의 금지”와 제28조의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의 해고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른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5인 미만이면 해고에 관한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업무상 재해 요양기간 등의 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과 해고예고에 관한 제26조 등은 적용된다. 또한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남녀고용평등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해고 제한도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과 같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여부를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절차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임을 전제로 한다.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제1항은 신청하는 구제의 내용이 법령상 또는 사실상 실현될 수 없는 경우 등을 각하사유로 정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실무에서도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으로 확인되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고사유의 정당성까지 판단하지 않고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있다. 2. 상시근로자 수의 산정방법 :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 과거에는 “상태적으로 5명 이상인지”를 중심으로 한 행정해석이 많이 인용되었지만, 현재는 시행령 제7조의2가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법 적용 사유가 발생한 날, 즉 해고사건이라면 원칙적으로 해고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의 가동일수로 나누어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한다. 따라서 해고 당일 사무실에 몇 명이 있었는지만으로 5인 이상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해고 전 1개월의 실제 인원 변동과 가동일수를 확인하여야 한다. (1) 위 방법으로 산정한 평균이 5명 미만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미만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본다. (2) 반대로 평균이 5명 이상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이상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다. (3) 산정에는 정규직, 기간제, 단시간근로자 등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를 포함한다. 다만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상시근로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대법원도 최근 상시근로자 수의 “상시”는 단순히 매일 5명이 출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태적으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지를 뜻한다고 재확인하였다. 동시에 근로기준법이나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에 실제 근무하지 않은 근로자는 연인원과 일별 근로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0도16228 판결;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75998 판결). 3.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의 판단기준 :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서의 제목이 근로계약, 도급계약, 위임계약 또는 업무대행계약인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된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사용자가 업무내용을 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지, 제3자를 사용하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독립하여 자기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이윤과 손실의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근로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함께 살펴본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33715 판결). 특히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며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사용자가 계약형태를 정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재의 확립된 판례 태도이다. 따라서 오늘날 같은 사건을 검토할 때에는 업무대행계약서의 문구보다 두 이사가 실제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회사 임원의 근로자성 회사나 법인의 이사, 감사, 상무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근로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임원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이고 실제로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반대로 특정 사업부문을 총괄하면서 상당한 독립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일반 직원과 구별되는 처우를 받았다면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이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주목한 요소도 이러한 법리와 맞닿아 있다.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고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으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아 정해진 일을 수행하기보다 위임받은 업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형태로 일하였다. 또한 다른 근로자에게 일정한 업무지시를 하는 권한이 있었고, 정액의 업무대행료와 함께 향후 지분과 연계된 인센티브를 약정한 사정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두 사람이 일반 직원보다는 독립된 업무수행자에 가까웠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 다만 4대 보험 미가입 자체는 현재 판례상 보조적 사정에 불과하므로 그것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5.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판단 상시근로자 수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산정한다. 장소가 나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별개의 사업장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조직, 인사, 재정·회계, 업무수행 등이 실질적으로 독립되어 독자적인 사업경영이 이루어지는지 여부를 보아야 한다. 반대로 지점이나 영업소가 본사와 인사·재정·업무에서 독립성이 부족하면 전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아 근로자 수를 합산할 수 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4444, 2021. 12. 23.). V.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현재적 평가 노동위원회는 먼저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의 실질적인 업무수행 형태를 살펴보았다. 두 이사는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였고,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으며, 다른 사업장에도 관여하는 등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다.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아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위임받은 영역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그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일정한 범위에서 다른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였고, 일반 직원과 달리 업무대행료 및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를 약정하였다. 노동위원회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위임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한 자라고 판단하였다. 두 사람을 근로자 수에서 제외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과 제28조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노동위원회는 근로자가 주장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 사유가 해고를 정당화할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 이 사건은 2026년 현재에도 의미가 있다. 같은 사건을 오늘 다시 맡는다면, 먼저 해고 전 1개월의 가동일별 근로자 수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산정하고, 다음으로 업무대행계약이라는 명칭이나 4대 보험 가입 여부보다 실제 지휘·감독, 업무재량, 인사권, 전속성, 보수의 성격과 사업위험 부담을 중심으로 두 이사의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 오래된 사건자료에는 일별 인원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기준으로 수치를 재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인원구성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두 이사를 제외한 사업장은 5명 미만이라는 결론이 달라지기 어렵다.…

[손영미 칼럼] 사랑은 왜 조건을 지우는가, 사랑은 가장 연약한 순간까지 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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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을 읽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랑하는 까닭_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백발(白髮)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기쁨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슬픔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첫 문장은 역설처럼 시작된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용운은 사랑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 이유는 아름다움이나 성공, 젊음 같은 세속적 조건이 아니라는 데 이 시의 깊이가 있다. 시인은 세 번의 반복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드러낸다. 홍안과 백발 기쁨과 슬픔 건강과 죽음 이 대비는 인간의 삶 전체를 상징한다. 젊음에서 늙음으로, 환희에서 고통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존재의 여정을 압축한 것이다. 세상은 대부분 빛나는 순간을 사랑한다. 젊음을 사랑하고, 성공을 사랑하며, 웃는 얼굴을 사랑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백발이 되고, 슬픔이 찾아오고, 병과 죽음이 가까워질 때 많은 사랑은 흔들린다. 한용운이 말하는 사랑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이 한 줄은 사랑의 가장 높은 경지를 보여 준다. 사랑은 상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니라, 가장 연약한 순간까지 품는 일이다. 존재 전체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불교적 세계관을 지닌 만해의 시답게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을 둘로 나누지 않는다. 죽음조차 사랑의 바깥으로 밀어내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연은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사랑은 시간을 이기는 감정이다. 육체를 넘어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이며, 조건을 넘어 영혼을 품는 약속이다. 오늘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랑을 말하지만, 그 사랑은 종종 조건의 다른 이름이 되곤 한다. 아름다울 때만, 성공했을 때만, 건강할 때만 사랑한다면 그것은 거래일 뿐이다. 한용운은 묻는다. 당신은 그 사람의 백발까지 사랑할 수 있는가…

[정봉수 칼럼]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과 사용자의 법적 의무

[정봉수 칼럼]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과 사용자의 법적 의무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소재  사용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자를 체계적이고 통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중요한 시스템을 설정하는 것이 취업규칙이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사업장에서 기업의 질서유지와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복무규정과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을 정한 규정을 말한다.[1] 여기서 복무규율이라고 하면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작업질서에 관한 규칙과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제재를 말한다. 그리고 근로조건이라고 하면 근로자의 임금, 근로시간, 해고 그 밖에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말한다.[2]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여 시행할 수 있지만, 일단 작성된 규정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어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각각 제재가 가해진다. 그리고 사용자는 이미 확정된 근로조건에 대해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 하게 변경할 때에는 그 적용 근로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법적 효력을 가진다. 또한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이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하는 법적 의무와, 그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게시하고 주지시켜야 하는 법적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취업규칙을 통해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 기준이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 배려라고 할 수 있다.[3] 이러한 취업규칙의 법적의무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 지와 어떻게 실무에서 적용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II. 취업규칙의 법적 성질 취업규칙은 사업장에서 준수해야 하는 법규적 규정을 강제하면서도 근로조건의 결정에 있어서는 노사 대등결정원칙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법규범적 효력과 계약적 효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4] 판례도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기업경영권을 바탕으로 사업장에 있어서의 근로자의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을 획일적이고 통일적으로 정립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서 불평등한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하고 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하고 있다” [5]고 설명하고 있다.     계약적 효력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근로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효력을 말한다. 취업규칙에 정해진 근로조건에 따라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구속되지만, 취업규칙에 정한 근로조건을 불이익 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그 대상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전제로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법 제94조의 단서). 이는 근로자의 기득권 보호,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법 제4조).      III. 취업규칙과 관련된 사용자의 구체적 법적의무  취업규칙은 일정규모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법적 의무사항이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에 관한 구체적 내용과 효력을 기술하고 있다.    1. 취업규칙의 작성의무가 있는 사업장 규모 (1) 법적 요구사항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법 제93조). 10인 이상의 사업장에 법적의무를 주고 있는 것은 10인 미만의 영세규모의 사업장은 회사의 체계가 갖추어 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규모 이상의 사용자에게 법적의무를 두고 있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작성이 법적의무가 아닌 사업주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2) 실무적용  상시근로자 수는 법 적용 사유(취업규칙 작성과 신고 의무 적용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시점) 발생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가동일수로 나누어 판단한다(시행령 제7조의2). 10인 미만을 고용한 사업주는 취업규칙의 작성과 신고의무는 없으나 일단 작성된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취업규칙에 관한 모든 규정이 적용된다. [6] 여기서 취업규칙을 작성하고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는 직장규율이나 근로조건의 결정 등 취업규칙의 내용을 이루는 사항에 관해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는 자를 의미한다. [7]   2. 취업규칙의 기재사항  (1) 법적 요구사항   작성 내용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통일적으로 적용할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제93조에서 취업규칙의 기재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모두 13가지의 사항으로 구성되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전체에 대해 적용되는 사항으로 필수적 기재사항과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구분할 수 있다.  (2) 실무적용 근로기준법 제93조에 열거된 사항 중 임금,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등과 같이 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지켜야 하는 필수적인 근로조건은 반드시 그 내용을 취업규칙에 기재하여야 한다(필수적 기재사항). 그러나 교대근로, 가족수당 등에 관한 사항 등은 법에서 정한 기준이 없고 그 시행이 강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이를 도입하거나 시행하는 경우에만 취업규칙에 기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임의적 기재사항). 다만, 취업규칙에 감급(減給)의 제재를 정한 경우에는 그 감액의 총액이 1임금지급시기의 10%를 초과할 수 없고 취업규칙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이나 해당 사업장의 단체협약 보다 더 낮아서는 안된다 (법 제95조, 제96조).      3. 취업규칙의 작성과 변경절차 (1) 법적 요구사항   취업규칙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와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법 제94조). 사용자가 취업규칙 변경과정에서 의견청취 또는 동의를 얻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 제114조). 이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있어 노사 대등의 원칙을 반영하고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것이다.  (2) 실무적용   취업규칙의 작성과 변경 절차에 있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청취인지 그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인지 아니면 기존 취업규칙의 변경인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근로조건 또는 복무규정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기재한 경우에는 근로자들에게 취업규칙의 작성이나 변경에 대해 주지시키는 정도로 충분하다. 취업규칙에 기존에 없던 복무규정을 도입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변경되는 취업규칙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인 경우에는 그 대상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은 기존의 규정을 변경하여 근로조건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존의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경우, 이전의 근로조건보다 불리한 규정을 신설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판단기준은 다음의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취업규칙 변경사항이 여러 개인 경우에는 개별 근로조건별로 판단하되,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사이에 서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경우에는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퇴직금 지급률이 하향 조정되더라도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임금 항목이 많아져서 전체적으로 퇴직금액이 감소되지 않는다면 불이익으로 보지 않는다. [8] 둘째, 취업규칙의 내용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고,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경우와 같이 유불리에 따른 이익이 근로자 상호간에 충돌되는 경우에는 불이익한 변경으로 판단한다. [9] 세번째로 종래의 규정이 불명확하거나 포괄적이어서 그 내용을 개념적으로 세분화하여 구체화하는 차원에서 취업규칙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해석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써 불이익한 변경으로 볼 수 없다. [10]   4. 취업규칙의 신고  (1) 법적 요구 사항…

K-클래식 탁계석 회장(문화평론가/음악비평가), 신간 시집 『자클린의 눈물』 저자 손영미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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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소비자저널=탁계석 칼럼니스트] Q. 탁 :『자클린의 눈물』을 출간하셨는데, 몇 번째 시집인가요? A. 손 : 첫 번째 시집입니다.   Q. 탁 : 이미 여러 권을 내신 줄 알았어요. A. 손 : 아 네~ 대학에서는 극작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소설과 드라마를 공부했습니다. 희곡과 소설을 쓰고, 칼럼과 음악 감상집을 집필하며 장르를 넘나들다 보니 , 많은 분들이 저를 전문 시인으로 알고 계시더군요. 시 공부는 10년 넘게 했지만, 정작 시집은 이제 첫 권을 냈습니다. 시, 등단도 2021년 이구요.   첫 시집의 구성에 대하여 Q. 탁 : 첫 시집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A. 손 :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는 <사랑의 비유법>사랑에 관한 시선…

[손영미 칼럼] 사랑! 그것은 내어줌과 기다림의 미학의 노래

[손영미 칼럼] 사랑! 그것은 내어줌과 기다림의 미학의 노래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 임긍수 작사·작곡 「사랑하는 마음」 여름을 서서히 보내며 신선한 가을을 예찬하는 마음으로, 예술가곡 한 편을 소개한다. 사랑의 시작과 열정이 여름이었다면, 사랑을 관조하며 바라보는 계절은 아마도 가을일 것이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의 지친 더위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그늘처럼 편안한 곡이다. 연이어 가슴 열어 모든 것을 다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어머니 품 같은 사랑의 곡조로 노래는 푸르고 시린 마음을 담아내었다. 또한 사랑의 본질을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비움과 헌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자기 비움의 사랑 “나 가진 것을 모두 다 드리고, 나 있는 것을 모두 다 비우고”라는 반복 구절은 사랑을 통해 자기 존재를 상대에게 전적으로 내어주는 헌신적 태도를 강조한다. 시간과 계절의 비유 “낙엽은 지고 비바람 불어와도 기다리는 봄날이 꿈에 있듯이”라는 대목은 시련과 고난을 넘어 찾아올 희망을 계절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이는 한국 가곡의 특징인 자연과 인간 감정의 기로를 잘 보여준다. 사랑의 영속성 “햇살은 그토록 눈부시게 오고 또 와도 꽃이슬 여전히 맺혀 있듯이”라는 구절은 사랑의 순수성과 반복적 지속성을 상징하며, 음악적 여정과도 조화롭다. 즉, 이 곡은 비움,기다림,영원성이라는 구조로 주제를 전개한다. 특히 이곡에 음악적 특징은 임긍수의 음악만의 고유한 가곡과·대중가요·성가적 정서가 교차하는 크로스오버적 성격을 띤다. 「사랑하는 마음」 역시 단순하면서도 감정의 고조를 효과적으로 담아낸 선율을 지닌다. 선율의 직선적 흐름,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음정 도약을 절제해 담백한 진정성을 드러낸다. 반복을 통한 강조 1절과 2절이 대조를 이루며 반복되는데 이는 마치 기도문 같은 울림으로 청자의 내면을 깊게 두드린다. 조성의 안정감 급격한 전조나 극적 변화를 피하고 화성적으로 안정된 구도를 유지하며 ‘사랑의 확고함’을 음악적으로 구현한다. 이후 선율은 반복 속에서도 점차 내면의 울림을 확장하게 된다. 임긍수작곡자의 음악 세계 임긍수(1945~ )는 어린 시절 풍금과의 운명적 만남을 계기로 음악에 입문했다. 독학의 열정을 바탕으로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고, 이후 주옥같은 곡들을 발표했다.  초기작 「그대 창밖에서 ,박화목 시는 섬세한 선율과 시적 해석으로 주목받았으며, 「강 건너 봄이 오듯이」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연주로 세계 무대에서 울려 퍼졌다. 이외에도 「안개꽃 당신」, 「물망초」, 성가곡과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모색해왔다. 이와 같이 그의 가곡은 전통 가곡의 서정성, 대중가요의 친근성, 성가적 헌신성이 결합된 독창적 색채를 지닌다. 맺으며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임긍수의 대답은 분명하다. 사랑은 소유의 욕망이 아니라 내어줌이며, 조급한 충족이 아니라 기다림 속에서 완성된다. 이 곡은 단순한 연가(戀歌)가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비움과 인내의 미학으로 길어 올린 성찰의 노래다. 더욱이 이 노래의 가사는 지금도 그의 아내 묘비명에 새겨져 있다. 세월의 비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은 그 글귀는 두 사람의 간절하고 순정한 사랑을 오늘도 빛내고 있다. 마치 노래가 영원의 언어가 되어, 땅 위와 하늘을 잇는 다리가 된 듯하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마음」은 단순한 가곡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미학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이자, 인생의 고비마다 마음을 붙드는 삶의 지혜,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영혼의 기도다. •글 · 손영미 (극작가·시인 & 칼럼니스트) ▲사진=임긍수 작곡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임긍수 작곡가(우)와 아내…

[인터뷰] 한국경제인포럼 제3대 최병환 회장 취임 “사회적 책임 선도하며 동반성장 시대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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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병환 한국경제인포럼 신임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최병환 한국경제인포럼 신임 회장 취임 인터뷰”   한국경제인포럼 제3대 회장에 최병환 박사가 취임했다. 행정학 석사, 경영학 박사이자 국가공인 SMAT(서비스경영) 자격증을 보유한 최병환 회장은 10대 기업에서 20년간 재직하며, 대한민국 유통 산업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 30여년 간…

[인터뷰] 청새리 상어 연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임익성 리컴몰 특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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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면세점에서 판매 제품 ‘청새리 상어 연골’을 판매하고 있는 임익성 대표를 찾았다. 김 기자 : 청새리 상어 연골 제품의 특징은? 임 대표 : 청새리 상어에서 추출한 성분을 주 원료로 만들어 인체에 해가 없으며, 특히 고관절, 관절염 등 통증이…

[정봉수 칼럼] 단체협약에 따른 정리해고 제한 규정

[정봉수 칼럼] 단체협약에 따른 정리해고 제한 규정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하 “정리해고”라 함)는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있을 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리해고는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이 행해지는 해고이기 때문에 그 요건을 엄격하게 갖추어야 한다. 정리해고는 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손영미 칼럼] 안톤 체홉의 인간학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 그럼에도 살아간다

[손영미 칼럼] 안톤 체홉의 인간학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 그럼에도 살아간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오늘은 오랜만에 대학로로 마실 나와 평소 아끼는 작가 ‘안톤 체홉’의 작품을, 친애하는 배우의 초대로 관람했다. 늘 민낯으로 삶을 묻는 공연장 무대는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안톤 체홉의 『바냐 삼촌』, ‘안톤 체홉의 인간학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 그럼에도 살아간다.’ •손영미|극작가·시인 안톤 체홉, 삶의 ‘사소함’에 귀 기울인 작가 러시아의 황혼기, 의사이자 극작가 ‘안톤 체홉'(1860~1904)은 인간의 병든 육체뿐 아니라, 병들어가는 영혼까지 진찰한 작가였다. 단편소설과 희곡을 통해 그는 거창한 사건보다 일상에서 배어나는 무기력, 사랑의 결핍, 존재의 허무를 들여다보았다. 체홉은 도덕적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침묵과 여백으로 인물을 감싸며 독자와 관객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희곡들은 전통적인 희곡 구조를 거부한다. 기승전결도, 명확한 클라이맥스도 없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무대 위에서, 인물들의 삶 전체가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을 가만히 보여준다. 『갈매기』, 『세 자매』, 『벚꽃동산』, 그리고 『바냐 삼촌』은 그 체홉식 고요한 파열의 정점을 이룬다.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의 무대  『바냐 삼촌』의 세계는 러시아의 한적한 시골 농장이다.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그 안에서는 희망의  감정의 침식이 무대 전체를 감싼다. 『바냐 삼촌』은 그런 연극이다. 사건이 아니라 정적 대사가 아니라 말 사이의 침묵, 변화보다는 무위(無爲)의 반복 속에서 인물들은 서서히 무너진다. 또한 체홉은 단언하지 않는다. 그의 연극은 교훈또한 없다. 대신 조용히 보여준다. 지속되는 일상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바꿀 수 없는 현실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자세로 삶을 감내해야 하는가 묻는다. 정적 속에 새겨진 감정의 파문 『바냐 삼촌』은 전체 4막의 구조 속에서 한 줄기 긴 한숨처럼 흘러간다. 1막, 바냐와 소냐의 피로한 일상 속으로 관객은 초대된다. 오랜 세월을 헌신했던 교수의 방문 그리고 그의 아내 옐레나의 등장은 일상의 수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그러나 파국은 오지 않는다. 감정의 지층이 서서히 얇아질 뿐이다. 2막, 아스트로프와 옐레나의 미묘한 대화 바냐의 무력한 분노 소냐의 억눌린 짝사랑이 교차하며 침묵의 밀도는 짙어진다. 3막, 바냐는 교수에게 총을 겨누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주저앉는다. 감정이 격화되지 못한 채 무너지는 그 장면은 체홉적 인간 이해의 진수다. 4막, 교수는 떠나고 바냐와 소냐는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소냐의 마지막 대사 “우리는 살아갈 거예요. 쉬지 않고 일하고…” 이 고요한 독백은 체홉이 인간에게 남긴 가장 슬프고도 따뜻한 기도문이다. 인물은 고요히 말하고, 침묵은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체홉의 인물들은 격정적인 대사를 뱉지 않는다. 그들은 말 대신 눈빛으로 정지된 걸음으로, 숨결의 무게로 감정을 전한다. 바냐, 헌신했던 이상이 배신당했음을 알고도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는 절망에 무너진다. 소냐, 사랑받지 못하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외면당하면서도 미워하지 않는다.…

[인터뷰] 창작 거장(巨匠)으로 우뚝 선 탁계석 K클래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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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연 회수를 가진 지속 가능의 모범사례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김 기자 : 서양음악사에 편입되는 명작을 만들려면~ 탁 회장 :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지속성일 겁니다. 일회성이 아닌 연속적으로 공연이 되는 작품을 누구나 꿈꾸죠. 명작이 되어서 영원히 무대에서 살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