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립소를 떠난 오디세우스 – 사랑의 애도가 오래 걸리는 이유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랑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질문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을 사랑하던 나를 사랑했던 것일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이 질문과 가장 아름답게 겹쳐지는 인물이 칼립소다. 오디세우스는 바다를 떠돌다 오기기아섬에 닿아 칼립소와 7년을 보낸다. 여신 칼립소는 그를 사랑했고, 그가 머물기를 원했다. 심지어 인간이 끝내 이길 수 없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까지 그의 앞에 놓는다. 아름다운 여신, 풍요로운 섬, 늙지 않는 삶. 사랑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황홀한 조건처럼 보인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바닷가에 앉아 운다. 그의 눈이 향하는 곳은 칼립소가 아니라 바다 너머의 이타케다. 사랑하는데, 왜 떠나는가 이 장면은 사랑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사랑한다면 곁에 있어야 하는가. 떠난다면 사랑하지 않았던 것인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파고드는 사랑의 역설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사랑에 빠진 인간은 상대만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때로는 상대를 통해 일어난 자기 안의 욕망과 사랑의 상태에 더 깊이 사로잡힌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속에는 어쩌면 “당신으로 인해 사랑하고 있는 이 나를 잃고 싶지 않다”는 고백도 숨어 있다. 그래서 사랑이 위험해지는 순간이 있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사랑의 배역을 맡은 사람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다. 상대는 한 인간에서 나의 외로움을 달래는 존재,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 나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증명해주는 존재로 바뀐다. 그 순간 사랑의 주객은 뒤집힌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통해 완성되는 나의 욕망을 사랑하게 된다. 칼립소의 사랑에도 이러한 역설이 숨어 있다. 그녀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기에 붙잡는다. 그러나 그가 진정 원하는 곳은 이타케다.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은 욕망과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삶으로 돌아가도록 놓아주는 일 사이에서, 사랑은 가장 어려운 시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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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수 칼럼]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각하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 개요 2020. 8. 20. 태권도 도복을 판매하는 일본계 회사(이하 “회사”라 함)에서 근무하던 신청인(이하 “근로자”라 함)은 업무처리가 미숙하고 업무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근로자는 “나는 맡은 일을 성실히 했고 해고될 만한 잘못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회사는 여러 차례 근무태도를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그런데 회사는 해고사유보다 먼저 다른 문제를 제기하였다. 회사에서 실제 근로자로 고용한 인원은 3명에 불과하므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제도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사업장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심문 과정에서 양측의 숫자는 달랐다. 근로자는 자신이 근무할 당시 사무실에는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회사는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원이 아니라 업무대행계약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위임계약자라고 설명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첫 번째 문은 “해고가 정당했는가”가 아니었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그리고 그 결과 이 사업장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가 먼저 판단되어야 했다. II. 근로자의 주장 근로자는 2019. 11. 9. 회사에 입사하여 마케팅 및 영업지원 업무를 담당하였다. 회사가 지시하면 주말이 포함된 출장이나 야근, 휴일근로도 마다하지 않았고, 별도의 수당이나 충분한 휴가 없이도 회사 업무에 힘썼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2020년 8월 초 일본인 전무로부터 직무수행 능력 부족과 지시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근로자는 회사가 지적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은 사실과 다르고, 회사의 매출 부진 책임을 말단 직원에게 돌린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설령 업무상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교육이나 경고, 개선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바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근로자는 퇴직 당시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던 사람은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6명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직함이나 계약서의 명칭보다 실제로 회사에서 계속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중요하므로,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도 근로자 수에 포함하여야 하고 회사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III. 회사의 주장 회사는 2019년 5월 설립된 신생 회사로서 마케팅 지원을 위해 근로자를 채용하였으나, 근로자가 영업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출근 후 장시간 신문을 읽거나 개인 업무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었고, 영업일지 작성 등 회사가 요청한 업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상사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어 해고에 이르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사업장 규모였다. 회사는 신청인을 포함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한 근로자는 3명뿐이며,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두 사람은 각각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400만원의 업무대행료를 받기로 하였으며,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도 약정하였다.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어 업무대행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두 이사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이 종결되었고, 이후 미지급 업무대행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점도 회사는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두 이사를 제외하면 상시근로자 수가 5명에 미달하므로 노동위원회가 해고의 정당성을 심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IV. 관련 법령, 판례 및 행정해석 1.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적용범위와 각하 :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3조, 제28조 및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2026년 9월 현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이 정한 일부 규정만 적용된다. 이 별표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의 금지”와 제28조의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의 해고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른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5인 미만이면 해고에 관한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업무상 재해 요양기간 등의 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과 해고예고에 관한 제26조 등은 적용된다. 또한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남녀고용평등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해고 제한도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과 같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여부를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절차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임을 전제로 한다.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제1항은 신청하는 구제의 내용이 법령상 또는 사실상 실현될 수 없는 경우 등을 각하사유로 정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실무에서도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으로 확인되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고사유의 정당성까지 판단하지 않고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있다. 2. 상시근로자 수의 산정방법 :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 과거에는 “상태적으로 5명 이상인지”를 중심으로 한 행정해석이 많이 인용되었지만, 현재는 시행령 제7조의2가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법 적용 사유가 발생한 날, 즉 해고사건이라면 원칙적으로 해고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의 가동일수로 나누어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한다. 따라서 해고 당일 사무실에 몇 명이 있었는지만으로 5인 이상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해고 전 1개월의 실제 인원 변동과 가동일수를 확인하여야 한다. (1) 위 방법으로 산정한 평균이 5명 미만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미만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본다. (2) 반대로 평균이 5명 이상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이상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다. (3) 산정에는 정규직, 기간제, 단시간근로자 등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를 포함한다. 다만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상시근로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대법원도 최근 상시근로자 수의 “상시”는 단순히 매일 5명이 출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태적으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지를 뜻한다고 재확인하였다. 동시에 근로기준법이나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에 실제 근무하지 않은 근로자는 연인원과 일별 근로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0도16228 판결;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75998 판결). 3.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의 판단기준 :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서의 제목이 근로계약, 도급계약, 위임계약 또는 업무대행계약인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된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사용자가 업무내용을 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지, 제3자를 사용하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독립하여 자기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이윤과 손실의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근로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함께 살펴본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33715 판결). 특히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며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사용자가 계약형태를 정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재의 확립된 판례 태도이다. 따라서 오늘날 같은 사건을 검토할 때에는 업무대행계약서의 문구보다 두 이사가 실제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회사 임원의 근로자성 회사나 법인의 이사, 감사, 상무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근로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임원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이고 실제로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반대로 특정 사업부문을 총괄하면서 상당한 독립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일반 직원과 구별되는 처우를 받았다면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이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주목한 요소도 이러한 법리와 맞닿아 있다.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고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으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아 정해진 일을 수행하기보다 위임받은 업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형태로 일하였다. 또한 다른 근로자에게 일정한 업무지시를 하는 권한이 있었고, 정액의 업무대행료와 함께 향후 지분과 연계된 인센티브를 약정한 사정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두 사람이 일반 직원보다는 독립된 업무수행자에 가까웠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 다만 4대 보험 미가입 자체는 현재 판례상 보조적 사정에 불과하므로 그것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5.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판단 상시근로자 수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산정한다. 장소가 나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별개의 사업장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조직, 인사, 재정·회계, 업무수행 등이 실질적으로 독립되어 독자적인 사업경영이 이루어지는지 여부를 보아야 한다. 반대로 지점이나 영업소가 본사와 인사·재정·업무에서 독립성이 부족하면 전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아 근로자 수를 합산할 수 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4444, 2021. 12. 23.). V.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현재적 평가 노동위원회는 먼저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의 실질적인 업무수행 형태를 살펴보았다. 두 이사는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였고,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으며, 다른 사업장에도 관여하는 등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다.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아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위임받은 영역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그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일정한 범위에서 다른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였고, 일반 직원과 달리 업무대행료 및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를 약정하였다. 노동위원회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위임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한 자라고 판단하였다. 두 사람을 근로자 수에서 제외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과 제28조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노동위원회는 근로자가 주장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 사유가 해고를 정당화할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 이 사건은 2026년 현재에도 의미가 있다. 같은 사건을 오늘 다시 맡는다면, 먼저 해고 전 1개월의 가동일별 근로자 수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산정하고, 다음으로 업무대행계약이라는 명칭이나 4대 보험 가입 여부보다 실제 지휘·감독, 업무재량, 인사권, 전속성, 보수의 성격과 사업위험 부담을 중심으로 두 이사의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 오래된 사건자료에는 일별 인원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기준으로 수치를 재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인원구성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두 이사를 제외한 사업장은 5명 미만이라는 결론이 달라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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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조 특별 칼럼] D-5 책 패키지, 명절에 문명을 선물하라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KN541 책 패키지를 준비해 가족·친지·지인에게 생각과 미래를 선물한다 명절이 오면 우리는 늘 무언가를 준비한다. 과일 상자를 준비하고, 고기 세트를 준비하고, 김 세트를 준비하고, 건강식품을 준비하고, 봉투도 준비하고, 인사말도 준비한다. 그 마음은 귀하다.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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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수 칼럼] 근로자대표의 선정, 대표권 및 서면합의의 법적 효력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목적 A사는 상시근로자 120명을 사용하는 서비스회사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없지만 노사협의회는 설치되어 있다. 회사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업무량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공휴일 일부를 다른 근로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였다. 인사담당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있으니 그 위원들과 서면합의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근로자위원이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가 되는지, 누가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지, 전자투표가 가능한지, 그리고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면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까지 자동으로 변경되는지에 관한 문제가 연이어 제기되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경영상 해고에 관한 제24조 제3항에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을,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개념은 유연근로시간제, 보상휴가, 휴일대체 등 여러 제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2026년 9월 현재 근로기준법은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제51조의2)와 공휴일 대체(제55조 제2항)에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종전보다 근로자대표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및 협의 주요사항> 근로기준법 서면합의 제51조 제2항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제51조의2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및 관련 임금보전방안 제52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및 장기 정산기간의 일부 예외 제55조 제2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급 공휴일을 특정 근로일로 대체 제57조 보상휴가제 제58조 제2항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의 “업무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 제58조 제3항 재량근로시간제의 간주근로시간 등 제59조 특례업종의 연장근로·휴게시간 특례 제62조 연차유급휴가의 대체 협의 제24조 제3항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해고회피 방법과 해고기준 등에 관한 사전 통보·성실협의 제70조 제3항 임산부·18세 미만자의 야간·휴일근로 인가 전 시행 여부·방법 등에 관한 성실협의 II. 근로자의 범위 및 근로자대표의 선정단위 1. 근로자의 범위…
[정봉수 칼럼] 텔레마케터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 최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들어가며 텔레마케터는 전화나 전자적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상품·서비스를 안내하고 판매·가입을 권유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업종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담원으로 고용되기도 하지만, 보험모집·금융상품 판매·회원모집·부동산 판매 등에서는 위촉계약, 용역계약 또는 수수료 계약의 형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계약서에 “위촉직”, “개인사업자” 또는 “자유소득자”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2026년 8월 현재 대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제 노무제공 관계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 근무시간·장소에 대한 구속, 독립사업자로서의 위험 부담, 보수의 성격, 계속성·전속성 및 조직 편입 정도 등을 종합하여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기본급의 유무, 사업소득세 납부, 4대보험 미가입과 같이 사용자가 거래구조를 통해 정할 수 있는 외형적 요소는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 확립되어 있다. 이 글은 종전의 텔레마케터 근로자성 사례를 유지하되, 2016년 카드론 텔레마케터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2024년 및 2026년의 최근 근로자성 판례를 반영하여 판단기준을 다시 정리하고, 과거 노동부 행정해석의 의미를 현재 판례법리에 비추어 재검토하고자 한다. II. 근로자성 판단기준 1. 기본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도급·위촉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한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즉 ①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이에 구속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작업도구나 영업수단을 스스로 마련하고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는지, ④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 독립사업자인지, ⑤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⑥ 기본급·고정급, 세금 및 사회보험의 처리 형태,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의 정도 등을 살핀다.[1]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체크리스트처럼 기계적으로 같은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의 실질적인 통제와 조직 편입을 중심으로 전체 관계를 평가하여야 하며, 기본급이 없거나 실적수수료로만 보수를 지급받는다는 점, 사업소득세를 납부한다는 점,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그 자체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다. 2. 최근 대법원 판례가 강조하는 판단방향 대법원은 2024년 지입차주 사건에서 노무제공자가 차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일부 유지비를 부담하며 사업자등록과 부가가치세 신고 등 사업주 외관을 갖추고 있었더라도, 사용자가 직영기사와 마찬가지로 업무지시를 하고 근태·업무수행을 관리하며, 노무제공자가 사실상 특정 사업에 전속되어 독립적인 이윤·손실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2] [3] 또한 대법원은 2026년 택시협동조합 사건에서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일부 근로자성 징표가 부족하거나 조합원과 같은 다른 법적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하였다. 이 판결은 텔레마케터의 경우에도 위촉계약, 사업소득 신고, 성과급 중심 보수 등 몇 가지 외형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준다. 3. 텔레마케터에 적용할 때 특히 중요한 요소 텔레마케터 업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근로자성을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다. 회사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독점적으로 배정하고, 통화 스크립트·상담방식·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며, 통화량·통화시간·녹취내용·실적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지각·결근·업무규정 위반 시 DB 배정 축소, 수수료 삭감, 경고 또는 계약해지와 같은 실질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이다. 또한 회사 사무실의 지정 좌석에서 회사가 제공한 컴퓨터·전화기·전산망을 사용하고, 제3자에게 상담업무를 대체시키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회사의 상시적인 영업조직에 편입되어 계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종속성이 강화된다. 반대로 근무시간·장소를 스스로 정하고, 고객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며, 회사가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이나 실적관리 기준을 정하지 않고, 본인의 비용과 책임으로 독립적인 영업을 하며, 여러 사업자의 상품을 자유롭게 취급하고 제3자를 통해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사업자성이 인정된다면 근로자성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성과급 지급”이나 “위촉계약”이라는 단일 요소가 아니라 실제 영업구조 전체가 판단 대상이다. III. 근로자로 인정된 텔레마케터 사례 1. 원거리 판매 텔레마케터 사건 서울행정법원은 사회복지법인에서 월간지 판매 및 후원금 모집 업무를 수행한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회사는 예상후원자 정보를 제공하고 우편물의 내용과 업무방식을 통제하였으며, 업무회의와 수시교육을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매일 상담결과를 보고받았다. 평일 10시부터 17시까지 회사의 텔레마케팅실에서 근무하도록 하였고, 출결표를 작성하면서 출근수당과 만근수당을 지급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근무시간·장소의 구속,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감독, 회사가 제공한 업무수단,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4] 2. 카드론 전화권유판매원 사건 – 대법원 2016다29890 판결 이 사건은 텔레마케터의 근로자성에 관한 가장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다. 은행과 “섭외영업위촉계약”을 체결한 전화권유판매원들은 은행이 제공한 고객 DB를 이용하여 카드론을 홍보하고 신청을 권유하였다. 원심은 출퇴근 의무가 명확하지 않고 고정급이 없으며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이 특히 주목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은행은 단순한 법규준수 안내를 넘어 상담의 끝인사, 고객의 거절에 대한 대응문구, 고객 유형별 구체적인 대사까지 담은 업무운용수칙과 스크립트를 제공하였다. 둘째, 규정위반이나 업무수행 불량에 대하여 수수료·인센티브를 차감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고, 통화량·통화시간이 전산에 기록되며 필요할 경우 녹취내용을 확인하였다. 셋째, 은행의 정규직 매니저들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30분 내지 1시간 단위로 고객 DB를 배정하고 실적을 관리하였다. 지각·조퇴·결근에 대한 형식적 징계가 없더라도 그만큼 DB를 적게 배정받아 수입이 감소하므로 실질적인 불이익이 존재하였다. 넷째, 사무실·컴퓨터·전화기 등 업무수단을 은행이 제공하고 업무대행이 금지되었으며, 계약상 업무 외의 추가 업무도 은행의 지시에 따라 수행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전화권유판매원들이 은행에 근로의 대가를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텔레마케터가 실적수수료를 주된 보수로 받고, 출퇴근 위반에 대한 전통적인 징계가 없으며, 위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5] IV. 근로자성이 부정된 과거 사례와 현재의 평가 1. 보험모집 텔레마케터에 관한 과거 행정해석 2001년 노동부 행정해석은 보험상품을 전화로 판매하는 위촉직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모집활동을 자신의 재량과 역량에 따라 수행하고, 실적이 없는 경우 지급되는 수당이 없으며,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지각·조퇴·결근에 대한 징계나 수당삭감 제도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이 행정해석은 계약의 자율성, 실적연동 보수 및 제재의 부재를 독립사업자성의 주요 징표로 보았다. 2.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에 관한 과거 행정해석 2006년 노동부 행정해석도 토지 판매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근무장소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일정한 고정급이 지급되더라도, 고객유치부터 계약체결까지 본인의 판단으로 영업하고 주된 수입이 고액의 판매수당이며 사업소득으로 신고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3. 현재 판례법리에 따른 재검토 위 행정해석들은 당시의 사실관계에 관한 판단자료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2016년 대법원 텔레마케터 판결 이후에는 그대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행정해석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으며, 특히 “사업소득 신고”, “실적수수료 중심 보수”, “명시적 출퇴근 징계의 부재”와 같은 요소는 현재 판례에서 결정적인 부정요소로 보기 어렵다. 텔레마케터가 회사가 마련한 조직과 전산시스템 안에서 회사가 제공한 DB와 스크립트를 사용하고, 실적·통화내용· 근무상태에 대한 관리와 불이익을 받는다면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행정해석과 유사한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업무수행 구조가 2016년 대법원 사건과 유사하다면, 고정급이 없고 위촉계약 형식을 취했더라도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