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예술과 기초과학의 융합, 창조의 원천을 다시 묻다

[손영미 칼럼] ‘예술과 기초과학의 융합, 창조의 원천을 다시 묻다

– “예술은 인간 내면의 확장이며, 감성 혁신의 원천이다.” –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최근 일본이 또 한 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자연과학 분야에서만 20명이 넘는 수상자를 낸 일본은 ‘기초과학의 나라’로 불린다. 그 배경에는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라도 꾸준히 지원하는 문화가 있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종종 말한다. “우리의 목표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의 원리를 알고 싶은 마음이다.” 이 단순하고 순수한 호기심이야말로 기초과학의 본질이며, 예술가의 창조 본능과 다르지 않다. 기초과학은 특정 목적이나 경제적 이익보다 자연 현상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물리학·화학·수학·천문학 등은 응용과학의 밑바탕이자 인류 지성의 뿌리다. 겉보기에 ‘쓸모없음’처럼 보이는 그 연구들이 결국 미래의 혁신을 이끈다. 교토대 요시노 아키라 교수의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가 그 예다. 처음엔 실용성이 없다며 외면받았지만, 지금은 모든 전자기기의 핵심이 되었다. 예술이 감정의 구조를 탐구한다면, 과학은 자연의 구조를 탐구한다. 피카소의 형태 실험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모두 기존의 틀을 깨고 ‘보이지 않는 질서’를 보려는 시도였다. 예술의 상상력이 과학의 혁신을 낳고, 과학의 질서감이 예술의 깊이를 만든다. 일본의 교육현장에는 이런 융합적 사고가 스며 있다. 미술 시간에 ‘빛의 굴절’을 그려보고, 과학연구소에서는 미술 전공 학생들이 ‘감성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예술과 과학이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기초’라는 뿌리가 깊어진다. 반면 우리는 응용과 효율을 앞세운 나머지, 기초의 토양을 메말라가게 했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단지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아니라 문화의 품격을 결정짓는 힘이다. 인공지능이 사고를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인간의 사유가 더욱 소중하다. 그 질문은 과학자의 실험대에서도, 예술가의 캔버스에서도…

[정봉수 칼럼] 임원 연봉에 포함된 퇴직금이 법정퇴직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정봉수 칼럼] 임원 연봉에 포함된 퇴직금이 법정퇴직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사건개요>   D 기업은 2020년 1월 경 모든 임원에 대해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임원 전원에 퇴직금중간정산을 실시하였다. 이후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연봉에 합산되어 있다는 연봉계약서 내용에 따라 퇴직금은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 D 기업의 퇴직 임원 3명은 퇴직금이 임금에 포함되어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최근 판례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본 노무법인을 방문하여 퇴직금 지급 청구를 의뢰하였다.    <회사의 주장> 회사는 직원이 임원이 되었을 때,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는 것은 당해 직원이 더 이상 근로자신분을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이다. 부장까지는 경영진의 지휘 감독을 받는 사용종속관계에 놓여있었지만, 임원이 된 이후로는 회사로부터 위임 받은 업무 범위 내에서는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했고 대외적으로는 협회나 외부단체에 ‘임원명함’을 사용하여 사업경영담당자로서 활동을 한다. 특히 ‘임원회의’는 부장 이하가 참석할 수 없으나 이에 참석하였으며 복리후생 면에 있어서는 ‘종합검진 지원, 차량유지비 혜택’이 임원 기준에 따라 직원과 다른 기준으로 보장되었으며, 경비사용의 경우 임원 선임 후 ‘법인 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회사의 임원은 근로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임원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근로자의 주장>   근로자 A와B는 이사로 근무 중 2020년 1월 경에 회사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였고, 회사와 퇴직금이 합산된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근로자 A는 연구소 소장인 상무급 임원으로 근무하였지만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아 사용종속관계에서 일하였다. 2024년 6월 부사장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사직하였다. 근로자 B는 D 기업의 사업본부장으로 업무를 하면서, 회사의 지시에 의거하여 D기업의 자회사 부사장으로 등기가 되었으며, 급여도 자회사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D기업의 사용종속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다가 2024년 3월에 퇴직하였다.  근로자 C는 D기업 부장으로 재직하다가 2020년 4월에 상무로 승진하여 임원이 되었다. 회사의 요청에 의거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였으며, 이후 퇴직금은 연봉에 합산되어 있다는 연봉계약서를 체결하였다. 근로자 C는 2024년 1월에 퇴사하였다.  <관련 판례 내용>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대법 2002다 64681)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2. 근로계약에서 퇴직금을 미리 연봉 속에 포함시켜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 제34조에서 정하는 법정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대구지법 2006가단2947) <근로감독관의 결정과 시사점>   근로감독관은 회사와 진정한 근로자들을 조사하여 근로자 A와 C는 근로자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근로자 B는 자회사의 등기임원이고 자회사로부터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회사는 근로자 A와 C에 대해서만 퇴직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을 종결하였다.    일반적으로 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은 이사가 법인등기부에 등기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자 인지 아니면 근로자가 아닌 근로자가 아닌 이사인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 A는 연구소 소장이면서 상무이지만, 등기가 되어있지 않았고 근로자 C도 직책만 상무이지 사실상 법인등기부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근로자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근로자 B의 경우에는 자회사의 부사장으로 등록되어 있어 근로자가 아닌 이사로 판단을 하였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대법원의 판례에 같이, 근로계약의 명칭이 도급인지 근로계약인지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근로관계를 통해서 판단하여야 하고,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에 사용자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서 업무를 수행했는지 여부, 그리고 그 임금의 형태가 근로의 대가인지 아니면 사업수행의 대가인지 여부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감독관은 근로자의 B의 경우, 형식적 판단 기준인 법인등기부에 등기여부를 가지고 판단한 것으로 판단이 되어 아쉬운 면이 남아 있다.    ▲사진=임원 퇴직금(그림 : 정하은) ⓒ강남 소비자저널  

[손영미 칼럼] 한국가곡의 울림, 세계의 언어로 피어나다

[손영미 칼럼] 한국가곡의 울림, 세계의 언어로 피어나다

‘한국가곡 국제콩쿠르 수상자 음악회’ K-가곡 슈퍼스타 본선 진출자들의 화려한 무대로 세계 각국 성악가들과 함께 KBS·두남재·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하나 되어, 한국가곡의 위상을 새롭게 각인시키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2025년 10월 4일 저녁 7시, 추석 연휴가 시작된 첫 주말밤 롯데콘서트홀은 뜨거웠다. ‘한국가곡 국제콩쿠르 수상자 음악회’는 단순한 성악 무대가 아니었다. 세계 각국의 성악가들이 한국의 언어와 정서를 몸과 마음에 새기며, ‘가곡’이라는 예술을 새롭게 정의한 순간이었다. 그들은 한 곡의 노래를 위해 시를 외우고, 작곡가의 생애를 탐구하며, 한국 친구를 사귀고,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고 한다. 이들은 봄부터 한국어를 익히고, 정서적 교류와 편곡·레슨을 거듭하며 준비한 그들의 무대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의 언어’로 피어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세계 각국 성악가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낸 한국가곡의 다채로움이었다. 같은 〈보리밭〉이라도 음색과 호흡, 감정의 결이 달랐고, 그 차이가 오히려 노래의 깊이를 더했다. 또한 본선 무대에 오른 성악가들답게 음악적 완성도와 표현력은 탁월했다. 발성, 음색, 디테일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었으며, 한국어의 억양과 숨결까지 섬세하게 살려냈다. 〈청산에 살리라〉, 〈고향의 노래〉, 〈박연폭포〉, 〈그리운 금강산〉, 〈금잔디〉, 〈어느 봄날〉, 〈아리아리랑〉 등 익숙한 곡들이 다국적 감성으로 재해석되어 낯설지만 더욱 깊은 울림을 전했다.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반주와 최영선 지휘자의 섬세한 리딩은 그 감동의 결을 완성했다.…

[손영미 칼럼] 한국가곡의 울림, 세계의 언어로 피어나다

[손영미 칼럼] 한국가곡의 울림, 세계의 언어로 피어나다

‘한국가곡 국제콩쿠르 수상자 음악회’ K-가곡 슈퍼스타 본선 진출자들의 화려한 무대로 세계 각국 성악가들과 함께 KBS·두남재·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하나 되어, 한국가곡의 위상을 새롭게 각인시키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2025년 10월 4일 저녁 7시, 추석 연휴가 시작된 첫 주말밤 롯데콘서트홀은 뜨거웠다. ‘한국가곡 국제콩쿠르 수상자 음악회’는 단순한 성악 무대가 아니었다. 세계 각국의 성악가들이 한국의 언어와 정서를 몸과 마음에 새기며, ‘가곡’이라는 예술을 새롭게 정의한 순간이었다. 그들은 한 곡의 노래를 위해 시를 외우고, 작곡가의 생애를 탐구하며, 한국 친구를 사귀고,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고 한다. 이들은 봄부터 한국어를 익히고, 정서적 교류와 편곡·레슨을 거듭하며 준비한 그들의 무대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정의 언어’로 피어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세계 각국 성악가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낸 한국가곡의 다채로움이었다. 같은 〈보리밭〉이라도 음색과 호흡, 감정의 결이 달랐고, 그 차이가 오히려 노래의 깊이를 더했다. 또한 본선 무대에 오른 성악가들답게 음악적 완성도와 표현력은 탁월했다. 발성, 음색, 디테일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었으며, 한국어의 억양과 숨결까지 섬세하게 살려냈다. 〈청산에 살리라〉, 〈고향의 노래〉, 〈박연폭포〉, 〈그리운 금강산〉, 〈금잔디〉, 〈어느 봄날〉, 〈아리아리랑〉 등 익숙한 곡들이 다국적 감성으로 재해석되어 낯설지만 더욱 깊은 울림을 전했다.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반주와 최영선 지휘자의 섬세한 리딩은 그 감동의 결을 완성했다.…

그린티(GreenT), 중소 생산 기업의 ‘그린 전환’ 돕는 상생 생태계 구축

그린티(GreenT), 중소 생산 기업의 ‘그린 전환’ 돕는 상생 생태계 구축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친환경 소비를 넘어선 디지털 플랫폼 그린티(GreenT)가 이제는 중소 생산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티는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중소기업의 친환경 생산을 독려하고, 이를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는 상생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그린 생산’을 위한 새로운 판로 기존 시장에서 중소기업은 친환경 제품 생산에 투자하더라도 높은 마케팅 비용과 낮은 인지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린티는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기업의 친환경 생산 활동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예를 들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거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 제품에는 그린 인증이 부여되며, 이 정보는 소비자들이 그린티 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별도의 마케팅 비용…

[손영미 칼럼] 오페라 비제의 아리아 〈Je crois entendre encore〉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기억의 선율, 진주조개잡이와 사랑의 잔향”

[손영미 칼럼] 오페라 비제의 아리아 〈Je crois entendre encore〉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기억의 선율, 진주조개잡이와 사랑의 잔향”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19세기 중엽, 파리 오페라 무대는 늘 새로운 감각을 갈망하고 있었다. 낭만주의의 정열과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교차하던 시대, 젊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는 스물다섯의 나이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Les Pêcheurs de Perles, 1863)를 선보인다. 인도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신성한 맹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초연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낭만적 오리엔탈리즘’의 대표작으로 재평가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테너 아리아 〈Je crois entendre encore〉(“나는 아직도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는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으로 꼽힌다. 영국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이 곡은, 주인공 나디르가 옛사랑 레일라를 회상하며 부르는 노래다. 단순한 서정을 넘어선 깊은 울림을 지니며, 맹세와 욕망, 신성한 의무와 인간적 갈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의 내면을 고요히 드러낸다. 음악적 특징 이 아리아는 피아니시모(pianissimo, 아주 여린 소리)로 흐르는 듯한 선율이 특징이다. 테너의 고음역을 사용하면서도 부드럽고 감미로운 호흡이 요구되며, 고음 B와 C를 벨칸토 기법으로 자연스럽게 떠올리듯 표현해야 한다. 마치 안개 속 기억처럼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난도 아리아다.   가사와 의미 Je crois entendre encore Caché sous les palmiers, Sa voix tendre et sonore Comme un chant de ramiers. “나는 아직도 듣는 듯하다. 야자수 아래 숨어 울려 퍼지던 그녀의 목소리, 부드럽고 울림 있는 그 음성, 마치 산비둘기의 노래처럼…” 이처럼 노래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잔향을 담고 있다. 현실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주인공의 내면에는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와 눈빛이 선명히 살아 있다. 비제의 젊은 서정성 아리아는 테너의 섬세한 호흡, 끝없는 레가토, 맑고 고운 고음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젊은 비제가 이미 보여준 시적인 선율 감각이 짙게 드러난다. 작품 전체 맥락에서 이 아리아는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운명의 복선을 암시하며, 이후 펼쳐질 사랑과 희생의 비극을 예고한다. 바다처럼 돌아오는 기억 〈진주조개잡이>는 “이국적 배경 위에 펼쳐진 사랑과 희생의 드라마”이고, 그 중심에 선 〈Je crois entendre encore〉는 테너들이 도전하는 가장 서정적이고 난해한 아리아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곡의 매혹은 단순히 선율의 아름다움에 있지 않다. 한 올 한 올 이어가는 긴 호흡, 절제된 고음의 투명한 울림은 인간 내면의 미묘한 흔들림을 투사한다. 음 하나하나가 파도에 실린 기억처럼 떠올랐다 사라지고, 다시 다가왔다 멀어진다. 바다는 결코 과거를 완전히 지우지 않는다. 잃어버린 목소리를 끊임없이 속삭이며 되살려낸다. 무엇보다 이 아리아를 들을 때, 우리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인간 존재가 품은 근원적 갈망을 마주하게 된다. 그 갈망은 시간 속에서 희미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침묵 속에서 선명해진다. 마치 “사랑의 기억은 파도처럼 반복된다”라는 하나의 철학적 진술처럼, 음악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회귀의 운명을 일깨운다. 비제의 진주조개잡이는 당대 오리엔탈리즘적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오늘 우리가 듣는 이 아리아는 그 시대를 넘어선다. 그것은 바다와도 같은 음악의 힘이다. 기억과 갈망, 우정과 사랑을 초월적으로 아우르는 울림 그 이상이댜.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파도의 이름으로 돌아올 뿐이다.”   ▲영상 로베르토 알라냐가 미셸 플라송의 지휘로 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1막 로망스 〈Je crois entendre encore〉를 노래합니다. 이 영상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된 DVD 라이브 〈베르사유에서 만나는 프랑스 오페라 100년〉중 한 장면으로, 2009년 베르사유 궁전의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특별한 무대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정차조 칼럼] 식탁 위의 마지막 한 숟가락

[정차조 칼럼] 식탁 위의 마지막 한 숟가락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몇 년쯤 전 이었을까요? 늦은 저녁 식당에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옆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이 자리를 떠나자, 직원이 치우고 간 테이블 위에는 반쯤 먹다 남은 밥그릇과 untouched 된 반찬 접시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순간 그 음식들이 마치 조용히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는 습관처럼 음식을 남깁니다. 하지만 그 남겨진 음식은 단순히 버려지는 게 아닙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흘린 땀방울, 쏟아부은 물, 키워낸 땅의 힘까지 함께 버려집니다. 한국에서만 하루 평균 수천 톤의 음식물이 버려진다고 하지요. 그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해, 다시 지구의 공기를 더 무겁게 만듭니다. 제가 아는 한 지인은 외식할 때 꼭 작은 그릇을 부탁합니다. “내가 먹을 만큼만 받으면 남길 일도 없잖아요.” 그는 소박하게 말했지만, 저는 그 한마디에서 큰 울림을 느꼈습니다. 그 작은 습관 하나가 땅을 살리고, 공기를 지키는 시작일 수 있음을요. 여러분, 우리 밥상 앞의 작은 선택이 지구의 내일을 만듭니다. 한 숟가락 덜 담고, 먹을 만큼만 주문하는 것, 그리고 남김없이 다 먹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쉽고도 따뜻한 환경 운동 아닐까요? 오늘 저녁 식탁 앞에서, 우리 함께 마음속으로 약속해 보지 않으시겠어요? “나는 음식을 소중히 대할 거야.” 그 다짐 하나가 세상을 조금 더 푸르게 바꿀 수 있습니다. 너, 나, 우리 모두를 위해 지금은 “그린”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정봉수 칼럼] 직장 내 괴롭힘 소송에서 위자료 인정 기준과 판례 분석

[정봉수 칼럼] 직장 내 괴롭힘 소송에서 위자료 인정 기준과 판례 분석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며칠 전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관리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관리팀장)가 찾아와 자신이 직장 내 괴롭힘에 연루되어 민사소송을 당했다며 자문을 요청하였다. 관리팀장은 한 여성 미화원의 업무 태도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두 차례 심한 꾸지람을 하였다. 그런데 해당 미화원이 관리팀장의 폭언으로 인해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발생했다며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였다. 회사는 관리팀장으로부터 경위서를 제출받은 뒤 징계위원회를 열어 서면경고 조치를 하였다. 이후 미화원은 자신의 질병이 팀장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법원에 손해배상으로 8천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이에 관리팀장은 이와 같은 사건의 소송에서 가해자(관리팀장)가 피해자(미화원)에게 얼마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를 문의하였다. 본 글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 본 후, 실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의 청구금액 대비 실제로 인정되는 금액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손해배상과 위자료 수준 판단기준 >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이로 인하여 정신적, 신체적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가해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으로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 위자료 청구가 가능 하려면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규정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①괴롭힘 행위자의 고의 또는 과실, ②위법행위, ③피해근로자의 손해, 그리고 ④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요건을 분석해 보면, 첫째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야 한다. 괴롭힘은 사업주 또는 상급자가 직장 내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나 업무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둘째,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여야 한다. 셋째,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 손해의 정도에 따라 위자료의 액수가 다르게 판결되고 있다. 넷째, 직장 내 괴롭힘과 근로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근로자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나 업무 배제 등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업무수행에 어려움, 부적응 등 부정적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직장의 사업주나 상급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직장 내 괴롭힘의 위자료 산정에 관한 판례들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에 따른 위자료 액수 차이는 일정한 기준이 없어 보이지만, ①괴롭힘 횟수가 많고 ②지속기간이 길거나 ③괴롭힘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중할 경우 위자료 액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괴롭힘 행위인 경우 500만원 이하의 위자료가 대부분이었으며, 그 괴롭힘의 지속성과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1000만원 이상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위자료 청구가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소송은 피해자가 고용노동부를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었거나 회사의 조사위원회를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경우에 한해 민사상 손해배상인 위자료 청구로 이어졌다.    < 위자료 청구 소송 사례 >    1. 500만원 이하의 위자료 인정 사례  (1) 대전고등법원 2022. 5. 12. 선고 2021나13620 판결 1) 청구금액: 피고는 원고에게 15,000,000원을 지급하라.  2) 판결: 피고는 원고에게 4,000,000원을 지급하라. 3) 판결내용: 회사에서 총무구매실장인 피고가 회사 사내변호사이자 총무구매실 소속 직원인 원고에게 사내변호사로서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고의 업무 특성상 불필요한 것이거나 수행 불가능한 것을 강제하였다. 원고의 정당한 업무의 수행을 어렵게 하면서, 원고를 모욕 또는 공격하는 말을 하였고, 다른 직원과 차별적으로 대우한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봐 피고에게 위자료 400만 원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2)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9. 15. 선고 2021가단213730 판결 1) 청구금액: 청구금액: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각 15,000,000원을 지급하라.  2) 판결: 원고에게 피고 1은 3,000,000원, 피고 2는 1,000,000원을 지급하라. 3) 판결내용: 회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던 피고 1이 하급자인 원고에게 사직서 작성을 강요한 행위, 직속 상사인 피고 2는 하급자인 원고에게 언성을 높이고 휴대폰을 테이블에 던져놓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피고 1에게 원고에 대한 위자료 300만 원, 피고 2에게 위자료 100만 원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3) 인천지방법원 2022. 11. 23. 선고 2021가단281684 판결 1) 청구금액: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원 지급하라.  2) 판결: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원을 지급하라. 3) 판결내용: 피고가 동료인 원고에게 폭언 등 거친 언사를 반복적으로 한 행위, 피고가 원고에게 과다한 업무를 부과해 원하지 않는 야간근로를 하게 한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피고들에게 위자료 200만원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4) 수원지방법원 2022. 12. 9. 선고 2021나93038 판결 1) 청구금액: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원을 지급하라.  2) 판결: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원을 지급하라. 3) 판결내용: 건설 현장 현장소장인 피고가 현장 내 안전팀장인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한 행위, 욕설을 섞어 모욕한 행위, 안전팀장 지명을 철회하고 휴가를 지시한 행위, 동의 없이 근무 자리를 팀원들과 멀리 떨어진 자리(화장실로 가는 통로 옆자리)로 옮긴 행위, 직원 근무·휴무 계획표에서 원고만 삭제한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피고에게 위자료 300만원 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이다.…

[정차조 칼럼] 빗속에 버려진 우산이 남기는 것

[정차조 칼럼] 빗속에 버려진 우산이 남기는 것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며칠 전 장맛비가 지나간 뒤, 골목길 모퉁이에 부러진 우산 하나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살은 휘어지고 천은 찢겨, 더 이상 비를 막아 줄 힘조차 없어 보였지요. 하지만 그 우산은 여전히 길가에 놓인 채, 바람과 빗물 속에서 천천히 스러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우산 하나는 결국 어디로 갈까요? 금속 살은 녹슬어 땅을 더럽히고, 나일론 천은 썩지 않은 채 흙 속에 남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겠지요. 단 몇 번 쓰다 버린 우리의 선택이, 지구에겐 길고 무거운 상처로 남는 것입니다. 저 역시 갑작스러운 비에 편의점에서 싼 우산을 몇 번이나 사곤 했습니다. 잃어버리면 그냥 새로 사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우산 하나가 아니라, 지구가 감당해야 하는 쓰레기 하나라는 사실을요. 우산을 오래 쓰기 위해 수선하는 손길, 튼튼한 우산 하나를 아껴 쓰는 습관. 작은 마음가짐이지만, 그 하나가 모이면 길 위에 버려진 우산 풍경은 분명 사라질 것입니다. 혹시 오늘도 비 예보가 있다면, 부디 집 안에 있는 우산을 다시 펼쳐 들어 보시겠습니까? 그것은 단순히 비를 막는 일이 아니라, 지구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남기지 않겠다는 약속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아껴 쓰는 우산 하나가, 결국은 내일의 맑은 하늘을 지켜 줄지도 모릅니다. 너, 나, 우리 모두를 위해 지금은 “그린”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사진=버려진 우산(출처: Freepik Photos) ⓒ강남 소비자저널  

[정봉수 칼럼]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2년)과 예외

[정봉수 칼럼]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2년)과 예외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근로계약에 있어 사용기간을 가지고 분류할 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즉 1)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 2)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계약, 3) 2년 이내의 단기간 근로계약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2007년 7월 1일 이후부터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제외하고는, 그 계약기간을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