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그리움은 사랑이 떠난 자리가 아니라,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는 문득 소나기 한 줄기가 그리워진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비처럼, 지친 마음에도 잠시 쉬어갈 여백이 필요하다.
사랑도 그렇다. 너무 뜨거우면 서로를 태우고, 적당한 그리움이 있을 때 비로소 오래 머문다. 그래서 그리움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사랑이 깊어지는 또 하나의 계절이다.
SJ Park의 섬세한 선율과 정단의 시적인 언어가 만난 <누군가가 그립다〉는 바로 그 계절을 노래한다.
이 노래에서 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차오른 그리움이 하늘을 빌려 흘러내리는 감정의 은유다. “빗물인지 눈물인지”라는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슬픔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그려낸다. 어느새 우리는 비를 맞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사랑했던 그 사람은 선명하게 그려진다.”라는 구절은 기억의 본질을 일깨운다.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보다 마음을 먼저 기억한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일수록 세월은 그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고 선명하게 새겨 놓는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겨울과 흰 눈의 이미지는 더욱 인상적이다. 낙엽이 이별의 시간을 상징한다면, 눈은 모든 상처를 덮어 주는 용서와 정화의 은유다. 그러나 눈부시게 하얀 풍경 속에서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것은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다.
이 노래는 떠난 사람을 붙잡는 노래가 아니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자신의 시간을 조용히 품고 살아가는 사람의 노래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사랑은 끝날 수 있어도, 사랑했던 시간의 아름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립다〉는 단순한 이별의 노래를 넘어, 사랑이 기억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노래하는 감성가곡이다. 삶을 깊이 살아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절제된 그리움의 품격이 이 노래의 가장 큰 울림이다.
특히 고성현의 깊고 절제된 바리톤은 이 곡의 서정을 더욱 깊게 완성한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한 음 한 음 눌러 담아내는 그의 목소리는 그리움을 절규가 아닌 삶을 통과한 사람의 담담한 고백으로 승화시킨다.
결국 <누군가가 그립다〉는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던 자신의 삶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노래다.
그래서 이 노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인생이 깊어질수록 더욱 가슴에 스며드는 한 편의 시가 된다.
누군가가 그립다
SJ Park 작곡 / 정단 작사 / 고성현 노래
쏟아지는 비야
너는 내 맘 알고 있니
늘 울고 싶고 누군가가 그립다
상처 투성이 내 눈은
이제 보이지 않아도
사랑했던 그 사람은
선명하게 그려진다
뚝뚝 떨어진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가을 지나고 올 겨울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서럽도록 아름답게
눈이 내린 이 곳에
뚝뚝 떨어진다
낙엽인지 눈물인지
누군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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