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한 사람의 안목이 시대의 유산이 되는 순간, 프리마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상준 회장의 수집 미학

[손영미 칼럼] 한 사람의 안목이 시대의 유산이 되는 순간, 프리마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상준 회장의 수집 미학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종로 인사동은 늘 시간을 품은 거리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오래된 종이 냄새와 붓끝의 숨결, 이름 모를 도자의 윤기가 골목 사이로 스며 나온다. 그 익숙한 예술의 결 위에 새롭게 문을 연 더프리마아트센터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오랜 안목과 집념이 마침내 공공의 문화 자산으로 확장되는 뜻깊은 공간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 것은 이상준 회장의 소장품 전시가 지닌 상징성이었다.

수집은 단순히 귀한 물건을 모으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미감을 읽고, 사라질 뻔한 시간을 붙들어 미래에 건네는 조용한 사명이다. 이상준 회장이 오랜 세월 곁에 두고 아껴온 작품들은 이제 한 개인의 서재와 응접실을 떠나 더 많은 이들의 눈과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먼저 다가오는 것은 작품의 ‘가격’이 아니라 ‘시간’이다.
도자의 표면에 스민 미세한 균열, 오래된 회화의 바랜 색감, 손때 묻은 고미술의 온도는 모두 한 시대의 호흡을 품고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우리 역사와 한민족 삶의 결을 증언하는 침묵의 기록물처럼 다가왔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이상준 회장의 오랜 수집 철학이 놓여 있다.
그의 컬렉션은 단순한 축적이 아니라 ‘끌림의 미학’이 수십 년간 응축된 결과다. 작품을 소유하는 차원을 넘어, 시대의 미감과 역사적 상흔을 지켜내려는 소명의식이 그 안에 서려 있다.

가장 상징적인 대표작은 단연 조선 18세기 달항아리다.
한때 해외에 머물던 이 백자는 치열한 경쟁 끝에 국내로 환수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둥글고 비어 있는 듯 충만한 그 형태는 조선 미학의 절정이자, 비움 속에서 완성을 이루는 한국 정신의 형상이다. 이상준 회장에게 이 달항아리는 단순한 명품 도자가 아니라 잃어버린 문화의 귀환이자 역사 회복의 상징물이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서 만나는 백자청화오조룡문호는 조선 왕실의 위엄과 상징 체계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용의 다섯 발톱이 상징하는 권위는 단순한 문양을 넘어 왕조의 질서와 미의식을 응축한다. 이 작품이 지닌 힘은 관람객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닌 역사적 현존감을 선사한다.

근현대 회화 컬렉션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장욱진의 〈가로수〉다. 그의 소박한 선과 단순한 화면 속에 한국적 서정과 존재의 고요를 담아낸 이 작품은, 이상준 회장의 컬렉션이 고미술에 머물지 않고 근현대 미학의 결까지 폭넓게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소장품이 더 이상 사적인 기쁨에 머물지 않고, 후대에게 전해질 교육적·문화적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 있다.

예술품은 벽에 걸리는 순간보다 이야기를 얻는 순간 비로소 살아난다. 이곳의 작품들은 백자는 조선의 숨결을, 회화는 근현대의 사유를, 고미술은 한민족의 미감을 품으며 우리 문화사의 또 다른 문장으로 존재한다.

더프리마아트센터는 그 문장들을 단순히 벽 위에 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역사와 감각을 다시 만나게 하는 문화적 해석의 장으로 기능한다. 개인의 안목이 공공의 미감으로 확장되는 이 순간, 수집은 더 이상 사적 취미가 아니라 시대에 대한 책임이며 후대에 대한 약속이 된다.

특히 고(故) 소운 이우복 회장이 50여 년에 걸쳐 수집한 총 487점의 도자 및 근현대 미술 컬렉션이 개관전으로 공개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3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더프리마아트센터 2층에서는  <완당묵언, 추사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열려 조선 후기 서예와 문인 정신의 깊이를 보여준다.

추사 김정희의 예술 세계는 물론, 아들 김상우의 〈소동파입극도〉, 김정희에게 보내는 서간 등 당대 지식인의 정신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인사동 특유의 역사성과 예술적 분위기 위에 세련된 동선과 품격 있는 전시 연출이 더해져, 작품 한 점 한 점의 수집 서사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결국 이 전시는 소장품의 나열이 아니다.
한 사람의 취향을 넘어 시대를 관통한 미의식과 문화적 사명감이 후손에게 남기는 정신적 유산이다.

인사동 한복판에서 나는 다시 확인했다.
예술은 소유될 때보다 공유될 때 더 오래 빛난다.
그리고 그 빛을 세상으로 꺼내 놓은 이상준 회장의 안목과 결단은 오늘의 전시를 넘어 내일의 문화사로 오래 남게 될 것이다.

<전시 정보>
더프리마아트센타
•위치: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7-11
•운영: 오전 10:30–오후 7:30
•관람료: 15,000원
.휴무 (월요일)
•특징: 전통과 현대, 수집과 전시, 예술과 휴식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예술 공간

▲사진= 필자(좌)와 이상준 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 필자(좌)와 이상준 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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