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류근의 시 ‘ 어떻게든 이별’존재가 불행을 통과하는 방식

[손영미 칼럼] 류근의 시 ‘ 어떻게든 이별’존재가 불행을 통과하는 방식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오래된 질문이자, 가장 단호한 응답이다. 류근의 시 〈어떻게든 이별>은 이 질문과 응답이 불행과 행복이라는 역설적 틀 속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또 어떻게 화해하는가를 보여준다. 당신을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불행한 세상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이 있어서 행복했고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어서 불행했습니다. 우린 서로 비껴가는 별이어야 했지만, 저녁 물빛에 흔들린 시간이  너무 깊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서로를 붙잡을 수 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꽃이 피었고 할말을 마치기에 그 하루는 나빴습니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을 만나서 참으로 남김없이 불행했습니다 첫 구절, “당신을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역설은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찌른다. 우리는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구원을 꿈꾸지만, 동시에 그 만남은 필연적으로 상처와 이별을 내포한다.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인간은 세계 내 존재로서 타인과 얽히며, 그 얽힘은 불안과 가능성을 동시에 낳는다. 류근의 화자는 바로 이 불안을 “남김없이 불행한 행복”이라는 언어로 길어 올린다. 시 속에서 “비껴가는 별”은 원래 만나지 않아야 했던 운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저녁 물빛”이라는 찰나적 아름다움이 그 운명을 흔들고, 두 존재를 얽히게 만든다. 이 장면은 사랑의 본질을 드러낸다. 사랑은 필연이 아니라 사건(event)이다. 들뢰즈의 말처럼 사건은 우연히 발생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그 우연이 “어쩔 수 없었던” 필연으로 변모하는 순간, 사랑은 이미 존재의 뼈 속에 새겨진다. 그런데 이 사랑은 손이라는 이미지로 응축된다. “서로를 붙잡을 수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존재론적으로 손은 세계와의 접촉이며, 타인과의 첫 매개다. 우리가 세계를 붙잡고, 서로를 확인하는 방식은 손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국 이 사랑은 다른 가능성을 허락하지 않는 단일한 손의 선택이었고, 그것이 곧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바로 그 손을 내밀 때에만 진정한 존재로 선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결별의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별은 부정이 아니라, 사랑이 남긴 마지막 형식이다. 꽃이 피는 순간 이미 시들음을 내포하듯, 사랑은 그 결말 속에서 완성된다. 카뮈가 “삶은 부조리하지만 그 부조리를 끌어안는 순간, 삶은 존엄해진다”고 말했듯, 이 시에서의 이별 또한 인간적 존엄의 언어다. 결국 류근의 <어떻게든 이별>은 한 개인의 연애담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불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불행을 통해 어떻게 존재를 완성하는가에 대한 사유다. 우리는 불행 속에서조차 충만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언제나 남김없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남김없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끝에서야 비로소 그 전모를 드러낸다. 이별은 그 완성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 니체 ▲사진=저녁이 물든 동네에서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훗가이도…

[손영미의 골프 세상] 방신실, ‘읏맨 오픈’ 제패… 시즌 3승 달성

[손영미의 골프 세상] 방신실, ‘읏맨 오픈’ 제패… 시즌 3승 달성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골프칼럼니스트] “우리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지만, 저마다 다른 꿈을 꾼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꿈을 향한 도전이 시작되는 무대가 있었다. 지난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이 바로 그 현장이다. 이번 대회에서 방신실(21)은 시즌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며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총상금 10억 원 규모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그는 14일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이동은(14언더파 202타)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시즌 장타 1·2위를 달리는 이동은과의 ‘장타 여왕 대결’은 갤러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팽팽히 맞섰으나, 17번 홀(파3)에서 방신실이 1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가 갈렸다. 이어 18번 홀에서도 침착하게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우승으로 방신실은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7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이어 시즌 3승을 기록, 이예원과 함께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상금 1억8천만 원을 보태 상금 랭킹 5위를 유지했으며, 대상 포인트는 2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쇼트 게임과 퍼팅이 좋아진 덕분”이라며, “남은 메이저 대회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노승희는 공동 36위(이븐파), 유현조는 공동 9위(6언더파), 박성현은 공동 16위(5언더파)에 머물렀다. 방신실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폭풍을 뚫고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았다. 마지막 홀에 울려 퍼진 갤러리의 박수는 승자의 이름을 넘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울렸다. 아도니스CC의 바람은 그 순간 그녀의 서사를 노래처럼 담아냈고, 골프장은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변모했다. 또한 아도니스CC는 주요 대회 개최지답게 갤러리 동선과 조망권이 탁월하여, 선수와 관람객 모두에게 ‘자연과 전략적 미학이 공존하는 명코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방신실의 우승은 젊은 선수들의 세대교체와 KLPGA 투어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갤러리들의 환호는 단순한 승부의 짜릿함을 넘어, 한국 여자 골프가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읏맨 오픈은 한 명의 챔피언을 넘어, 차세대를 통해 한 시대의 가능성을 무한히 드러낸 무대였다.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돌아간다.” ▲사진=포천 아도니스 CC 18 번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포천 아도니스 CC 18 번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OK 저축은행 읏맨…

[손영미의 골프 세상] 방신실, ‘읏맨 오픈’ 제패… 시즌 3승 달성

[손영미의 골프 세상] 방신실, ‘읏맨 오픈’ 제패… 시즌 3승 달성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골프칼럼니스트] “우리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지만, 저마다 다른 꿈을 꾼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꿈을 향한 도전이 시작되는 무대가 있었다. 지난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이 바로 그 현장이다. 이번 대회에서 방신실(21)은 시즌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며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총상금 10억 원 규모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그는 14일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이동은(14언더파 202타)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시즌 장타 1·2위를 달리는 이동은과의 ‘장타 여왕 대결’은 갤러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팽팽히 맞섰으나, 17번 홀(파3)에서 방신실이 1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가 갈렸다. 이어 18번 홀에서도 침착하게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우승으로 방신실은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7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 이어 시즌 3승을 기록, 이예원과 함께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상금 1억8천만 원을 보태 상금 랭킹 5위를 유지했으며, 대상 포인트는 2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쇼트 게임과 퍼팅이 좋아진 덕분”이라며, “남은 메이저 대회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노승희는 공동 36위(이븐파), 유현조는 공동 9위(6언더파), 박성현은 공동 16위(5언더파)에 머물렀다. 방신실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폭풍을 뚫고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았다. 마지막 홀에 울려 퍼진 갤러리의 박수는 승자의 이름을 넘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든 이들의 심장을 울렸다. 아도니스CC의 바람은 그 순간 그녀의 서사를 노래처럼 담아냈고, 골프장은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변모했다. 또한 아도니스CC는 주요 대회 개최지답게 갤러리 동선과 조망권이 탁월하여, 선수와 관람객 모두에게 ‘자연과 전략적 미학이 공존하는 명코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방신실의 우승은 젊은 선수들의 세대교체와 KLPGA 투어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갤러리들의 환호는 단순한 승부의 짜릿함을 넘어, 한국 여자 골프가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읏맨 오픈은 한 명의 챔피언을 넘어, 차세대를 통해 한 시대의 가능성을 무한히 드러낸 무대였다. “승리는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돌아간다.” ▲사진=포천 아도니스 CC 18 번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포천 아도니스 CC 18 번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OK 저축은행 읏맨…

[손영미 칼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하나의 노래

[손영미 칼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하나의 노래

“헨델의 Ombra mai fu”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람마다 가슴속에 품은 노래가 있다. 수많은 멜로디가 계절처럼 흘러가지만, 내 영혼을 단번에 흔들고 무너진 마음의 문을 열어젖히며, 다시 살아가게 하는 노래는 단 하나뿐이다. 나에게 그 노래는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속 아리아, 〈Ombra mai fu>이다. 흔히 ‘라르고’라 불리는 이 곡은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지 않는다. 단지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을 찬미하는 단순한 노래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 속에 놀라운 평화가 깃들어 있다. 세상의 소란이 잠시 가라앉고, 바람결 같은 선율이 내 마음에 머무른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고요를 듣는 듯했다. 오래된 상처에 따뜻한 손길이 얹히는 순간처럼, 현악기의 숨결은 눈물의 길을 따라 흘렀고 목소리는 내게 속삭였다. “너는 아직 살아 있다. 네 심장은 여전히 뛴다.” 이 노래는 기쁨의 날엔 환희를 더 크게 울려주고, 슬픔의 밤엔 울음을 대신 흘려주었다. 때로는 기도의 목소리로, 때로는 내 삶의 일기장 한 장으로 다가왔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만약 이 곡이 내 삶에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더 쉽게 지치고 얼마나 더 일찍 포기했을까. 그러나 이 노래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나고, 다시 길을 걷는다. 〈Ombra mai fu〉는 나에게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붙드는 그늘이자, 언제든 안길 수 있는 품이다. “음악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을 전하고, 침묵으로는 감히 담을 수 없는 것을 드러낸다.” – 빅토르 위고 9월의 문턱, 가을의 정원 속에서 나는 헨델의 〈Ombra mai fu〉를 들으며, 내 영혼이 가장 평온한 세상을 안으며  그것이 단순한 음악적 경험을 넘어 내 삶의 리듬과 호흡을 조율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느낀다. 손영미 2025, 9월 가을의 문턱에서 ~ https://www.youtube.com/watch?v=EAP7j3B_yIY ▲Handel: Ombra mai fu (Serse); Christopher Lowrey, countertenor, Voices o https://www.youtube.com/watch?v=DILRy0Va4zE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 |…

[손영미 칼럼] 사랑! 그것은 내어줌과 기다림의 미학의 노래

[손영미 칼럼] 사랑! 그것은 내어줌과 기다림의 미학의 노래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 임긍수 작사·작곡 「사랑하는 마음」 여름을 서서히 보내며 신선한 가을을 예찬하는 마음으로, 예술가곡 한 편을 소개한다. 사랑의 시작과 열정이 여름이었다면, 사랑을 관조하며 바라보는 계절은 아마도 가을일 것이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의 지친 더위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그늘처럼 편안한 곡이다. 연이어 가슴 열어 모든 것을 다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어머니 품 같은 사랑의 곡조로 노래는 푸르고 시린 마음을 담아내었다. 또한 사랑의 본질을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비움과 헌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자기 비움의 사랑 “나 가진 것을 모두 다 드리고, 나 있는 것을 모두 다 비우고”라는 반복 구절은 사랑을 통해 자기 존재를 상대에게 전적으로 내어주는 헌신적 태도를 강조한다. 시간과 계절의 비유 “낙엽은 지고 비바람 불어와도 기다리는 봄날이 꿈에 있듯이”라는 대목은 시련과 고난을 넘어 찾아올 희망을 계절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이는 한국 가곡의 특징인 자연과 인간 감정의 기로를 잘 보여준다. 사랑의 영속성 “햇살은 그토록 눈부시게 오고 또 와도 꽃이슬 여전히 맺혀 있듯이”라는 구절은 사랑의 순수성과 반복적 지속성을 상징하며, 음악적 여정과도 조화롭다. 즉, 이 곡은 비움,기다림,영원성이라는 구조로 주제를 전개한다. 특히 이곡에 음악적 특징은 임긍수의 음악만의 고유한 가곡과·대중가요·성가적 정서가 교차하는 크로스오버적 성격을 띤다. 「사랑하는 마음」 역시 단순하면서도 감정의 고조를 효과적으로 담아낸 선율을 지닌다. 선율의 직선적 흐름,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음정 도약을 절제해 담백한 진정성을 드러낸다. 반복을 통한 강조 1절과 2절이 대조를 이루며 반복되는데 이는 마치 기도문 같은 울림으로 청자의 내면을 깊게 두드린다. 조성의 안정감 급격한 전조나 극적 변화를 피하고 화성적으로 안정된 구도를 유지하며 ‘사랑의 확고함’을 음악적으로 구현한다. 이후 선율은 반복 속에서도 점차 내면의 울림을 확장하게 된다. 임긍수작곡자의 음악 세계 임긍수(1945~ )는 어린 시절 풍금과의 운명적 만남을 계기로 음악에 입문했다. 독학의 열정을 바탕으로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고, 이후 주옥같은 곡들을 발표했다.  초기작 「그대 창밖에서 ,박화목 시는 섬세한 선율과 시적 해석으로 주목받았으며, 「강 건너 봄이 오듯이」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연주로 세계 무대에서 울려 퍼졌다. 이외에도 「안개꽃 당신」, 「물망초」, 성가곡과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모색해왔다. 이와 같이 그의 가곡은 전통 가곡의 서정성, 대중가요의 친근성, 성가적 헌신성이 결합된 독창적 색채를 지닌다. 맺으며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임긍수의 대답은 분명하다. 사랑은 소유의 욕망이 아니라 내어줌이며, 조급한 충족이 아니라 기다림 속에서 완성된다. 이 곡은 단순한 연가(戀歌)가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비움과 인내의 미학으로 길어 올린 성찰의 노래다. 더욱이 이 노래의 가사는 지금도 그의 아내 묘비명에 새겨져 있다. 세월의 비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은 그 글귀는 두 사람의 간절하고 순정한 사랑을 오늘도 빛내고 있다. 마치 노래가 영원의 언어가 되어, 땅 위와 하늘을 잇는 다리가 된 듯하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마음」은 단순한 가곡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미학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이자, 인생의 고비마다 마음을 붙드는 삶의 지혜,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영혼의 기도다. •글 · 손영미 (극작가·시인 & 칼럼니스트) ▲사진=임긍수 작곡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임긍수 작곡가(우)와…

[손영미 칼럼] ‘문화는 국가의 성장동력이다’ 5대 문화강국 실현과 K-컬처 시장 전망

[손영미 칼럼] ‘문화는 국가의 성장동력이다’ 5대 문화강국 실현과 K-컬처 시장 전망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문화는 국가의 소프트파워이자 경제의 미래입니다.” 현정부는 대한민국을 세계 5대 문화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한류 열풍에 기대는 수준을 넘어, K-컬처를 국가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삼는 전략적 선언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K-컬처 시장 300조 원, 문화수출 5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향후 5년간 약 51조 원을 투입해 창작 생태계 강화, 글로벌 OTT 플랫폼 육성, 해외 거점 허브 구축에 집중한다.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와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다.…

[손영미 칼럼] 안톤 체홉의 인간학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 그럼에도 살아간다

[손영미 칼럼] 안톤 체홉의 인간학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 그럼에도 살아간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오늘은 오랜만에 대학로로 마실 나와 평소 아끼는 작가 ‘안톤 체홉’의 작품을, 친애하는 배우의 초대로 관람했다. 늘 민낯으로 삶을 묻는 공연장 무대는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안톤 체홉의 『바냐 삼촌』, ‘안톤 체홉의 인간학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 그럼에도 살아간다.’ •손영미|극작가·시인 안톤 체홉, 삶의 ‘사소함’에 귀 기울인 작가 러시아의 황혼기, 의사이자 극작가 ‘안톤 체홉'(1860~1904)은 인간의 병든 육체뿐 아니라, 병들어가는 영혼까지 진찰한 작가였다. 단편소설과 희곡을 통해 그는 거창한 사건보다 일상에서 배어나는 무기력, 사랑의 결핍, 존재의 허무를 들여다보았다. 체홉은 도덕적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침묵과 여백으로 인물을 감싸며 독자와 관객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희곡들은 전통적인 희곡 구조를 거부한다. 기승전결도, 명확한 클라이맥스도 없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무대 위에서, 인물들의 삶 전체가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을 가만히 보여준다. 『갈매기』, 『세 자매』, 『벚꽃동산』, 그리고 『바냐 삼촌』은 그 체홉식 고요한 파열의 정점을 이룬다. 침묵으로 무너지는 삶의 무대  『바냐 삼촌』의 세계는 러시아의 한적한 시골 농장이다.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그 안에서는 희망의  감정의 침식이 무대 전체를 감싼다. 『바냐 삼촌』은 그런 연극이다. 사건이 아니라 정적 대사가 아니라 말 사이의 침묵, 변화보다는 무위(無爲)의 반복 속에서 인물들은 서서히 무너진다. 또한 체홉은 단언하지 않는다. 그의 연극은 교훈또한 없다. 대신 조용히 보여준다. 지속되는 일상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바꿀 수 없는 현실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자세로 삶을 감내해야 하는가 묻는다. 정적 속에 새겨진 감정의 파문 『바냐 삼촌』은 전체 4막의 구조 속에서 한 줄기 긴 한숨처럼 흘러간다. 1막, 바냐와 소냐의 피로한 일상 속으로 관객은 초대된다. 오랜 세월을 헌신했던 교수의 방문 그리고 그의 아내 옐레나의 등장은 일상의 수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그러나 파국은 오지 않는다. 감정의 지층이 서서히 얇아질 뿐이다. 2막, 아스트로프와 옐레나의 미묘한 대화 바냐의 무력한 분노 소냐의 억눌린 짝사랑이 교차하며 침묵의 밀도는 짙어진다. 3막, 바냐는 교수에게 총을 겨누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주저앉는다. 감정이 격화되지 못한 채 무너지는 그 장면은 체홉적 인간 이해의 진수다. 4막, 교수는 떠나고 바냐와 소냐는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소냐의 마지막 대사 “우리는 살아갈 거예요. 쉬지 않고 일하고…” 이 고요한 독백은 체홉이 인간에게 남긴 가장 슬프고도 따뜻한 기도문이다. 인물은 고요히 말하고, 침묵은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체홉의 인물들은 격정적인 대사를 뱉지 않는다. 그들은 말 대신 눈빛으로 정지된 걸음으로, 숨결의 무게로 감정을 전한다. 바냐, 헌신했던 이상이 배신당했음을 알고도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는 절망에 무너진다. 소냐, 사랑받지 못하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외면당하면서도 미워하지 않는다.…

[손영미 칼럼] 매혹적인 음색과 열정 프리마돈나 이규도 추모음악회

[손영미 칼럼] 매혹적인 음색과 열정 프리마돈나 이규도 추모음악회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지난 8 일 토요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고(故)이규도 교수를 기리는 추모 음악회가 열렸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큰 의미를 지닌 행사였다.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진행된 깔끔한 연출로 고(故) 이규도 교수를 기억하고, 그녀와의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는 데 집중되었다. 특히 제자들이 준비한 이번 공연은 이규도 소프라노의…

[손영미 칼럼] 손영미의 발라드 가요 ~ ‘효창동’

[손영미 칼럼] 손영미의 발라드 가요 ~ ‘효창동’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효창동’ 정연욱 (JEONG YEON WOOK)  작사, 작곡, 노래 오랜만에 발라드 곡을 소개해 본다. 가끔 안부를 주고받았던 작곡가 정연욱에게서 반가운 편지가 왔다. 서로 바빠 한동안 소식을 놓치고 지냈는데, 이렇게 멋진 곡을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신곡을 듣고 소개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나른한 주말 오후, 쇼파에 몸을 기댄 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찰나, 새로운 뮤즈의 기운이자 기별이 찾아왔다. 그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스며들며, 옛 추억이 떠올랐다. 마음 따라, 선율 따라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스무 살의 시간 속에 서 있었다. 육체는 빛났고, 정신은 설익었던 날들. 그 혼란스럽고도 날아오를 듯한 청춘의 한때. 우리는 세상이라는 길로 던져저 너는 너의 길로 나는 나의 길로 가며, 긴 이별이 된 숨 가쁜 시간들이 이어졌다. 정연욱은 90년대 중반 015B 객원 가수로 음악을 시작해 두 장의 정규 앨범과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돌연 대중음악인이 아닌 성악·크로스오버 장르의 가곡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후 바리톤 고성현, 소프라노 강혜정, 소프라노 김수연, 테너 류정필 등 국내 최정상 클래식 뮤지션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작곡하며 활동하던 그가, 오랜만에 본업인 가수로서 그리고 대중음악 작곡가로서 새로운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효창동” 정연욱 – 작사, 작곡, 노래 모든게 새롭게 돌아가던 2월의 어느 늦은 날 우린 처음 알았지 넌 참 예뻤었고 난 하나도 가진게 없던 그 시절…

[손영미 칼럼]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손영미 칼럼]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새로운 시대는 늘 과거를 딛고 일어난다. – 예술가에게 창작은 곧 생존이다.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새해맞이 7일간의 긴 설 연휴가 끝나는 시기, 특별한 전시회를 소개한다. 1900년대 초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바로크 시대의 말로 세기가 전환되는 시점이었다. 이 시기를 맞아 자유와 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