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일모도원(日暮道遠), 저무는 해를 사랑하는 법

[손영미 칼럼] 일모도원(日暮道遠), 저무는 해를 사랑하는 법

– 인류의 스승 톨스토이와 셰익스피어의 인생 일침을 살펴보며…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우리는 무엇을 품고 걸어야 하는가.”
살다 보면 문득 ‘일모도원’의 심경에 놓일 때가 있다. 이루어 놓은 것보다 남은 시간이 적어 보이고, 서산으로 기우는 노을이 못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이 막막한 길 위에서 인류의 스승이라 불리는 두 대문호, 톨스토이와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각기 다른 색깔의 등불을 건네준다.

톨스토이의 등불은
’시간’이라는 이름의 권리에서 시작 되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인생의 10훈을 통해 ‘시간을 내는 행위’가 곧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임을 역설한다. 그는 생각하고, 일하고, 독서하는 시간이 능력과 성공, 지혜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강조한 것은 ‘효율’이 아닌 ‘마음의 여유’였다. 행복으로 가는 길인 ‘친절’에 시간을 내고, 구원받은 자의 특권인 ‘사랑’에 기꺼이 자신을 던지라는 권유는 이기적으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뼈아픈 통찰에서 기인한다.

웃음이라는 영혼의 음악을 연주하고, 꿈이라는 대망을 품기 위해 시간을 내는 사람에게 노년은 쇠락이 아니라 완성의 과정이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등불은 품격’이라는 이름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셰익스피어는 중년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내려놓음과 인정’의 미학을 가르친다.

그의 조언은 서늘하면서도 명쾌하다.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늙음이 시작되니 영원한 학생으로 남으라 조언하며, 과거의 훈장을 자랑하기보다 현재의 아름다움을 즐기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와 경쟁하며 기를 쓰기보다 그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여유, 부탁받지 않은 충고를 아끼는 사려 깊음이야말로 중년의 품격을 완성하는 요소다.

특히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지워버리라” 라는 그의 일갈은 관념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뜨겁게 탐닉하라는 강력한 주문이다.

죽음을 미리 마중 나가지 말고,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인 ‘살아있음’ 그 자체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들꽃처럼 피어 호수처럼 머물다 간
두 문호의 지혜가 교차하는 지점에는 결국 ‘사랑과 현재 ’가 남는다. 바위틈에 이름 없이 피어난 들꽃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진정으로 피어날 수 있다면, 그 삶은 결코 이름 없는 삶이 아니다.

비록 내 집은 제멋대로 드나들면서 제 집은 연락하고 오라는 자식들의 서운한 ‘불공평’이 서러울지라도, 우리는 그 서러움을 해학으로 녹여낼 줄 아는 어르신들의 지혜를 배웠다.

인생은 저녁 먹고 가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뿌리치고 돌아섰던 후회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라도 톨스토이처럼 시간을 내어 곁을 돌보고, 셰익스피어처럼 늙어감을 불평하지 않으며 걷는다면, 우리의 황혼은 ‘금빛 노을’로 타오를 수 있다.

“노래는 끝나지만, 울림은 계속됩니다.”
어느 음악회의 갈무리 멘트처럼, 우리 인생의 화려한 무대는 조금씩 막을 내릴지라도 그 인격의 울림은 남겨진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호수로 머물 것이다.

일모도원(日暮道遠)의 길, 해는 저물었어도 우리가 품은 지혜의 등불이 있다면 그 길은 결코 어둡지 않다.우리는 오직 ‘살기 위해’ 이곳에 왔고, 충분히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일모도원(日暮道遠)을 한 눈에 보여주는 그림(출처 : ChatGPT)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일모도원(日暮道遠)에 반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손영미 작가(KARIA ENSEMBLE 제2회 정기연주회(2026. 3. 5) 연주 후 한 컷)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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