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왕과 ‘사는’ 남자,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남을 것인가

[손영미 칼럼] 왕과 ‘사는’ 남자,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남을 것인가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최근 개봉한 영화 ‘ 왕과 사는 남자‘ 가  2026년 2월 4일 개봉 후 흥행을 이어가며 3월 6일 1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3월 8일 기준 1,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영화는 폐위된 단종 이홍위(박지훈)와 촌장 엄흥도(유해진)의 관계를 중심으로, 유배지 영월에서의 시간을 그린 사극이다.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이 작품이 단순한 사극이 아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왕을 모시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권력에서 밀려난 한 인간과 그 곁을 끝내 떠나지 않는 또 다른 인간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영화는 왕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우리는 지도자를 말할 때 흔히 힘을 떠올린다. 결단력, 카리스마, 통치력 같은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익숙한 문법을 조용히 뒤집는다.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은 더 이상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왕관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한 인간의 품위뿐이다. 그리고 엄흥도는 그 곁에서 묻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람 곁에 남는가.

장항준 감독이 이 작품의 핵심으로 말한 인간의 마지막 ‘도덕의 마지노선’이라는 화두도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각박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효율과 계산을 먼저 배운다. 손해 보지 않는 법, 휘말리지 않는 법, 마음을 깊이 주지 않는 법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세계가 끝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그 모든 계산 밖에서도 누군가가 마지막 선을 지키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거기에 있다. 거대한 영웅을 내세우지 않고, 화려한 승리의 서사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유배지라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인간의 품격을 다시 묻는다.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드러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권력이 아니라 성품이고, 지위가 아니라 태도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오늘의 시대와 맞닿는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의 선을 잃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을 수단으로 보지 않고 약자의 곁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 명령하는 자보다 함께 견디는 자, 군림하는 자보다 책임지는 자 말이다.

역사는 높은 자리를 기록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다른 것을 기억한다. 끝내 남는 것은 누가 더 높이 올랐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인간답게 곁을 지켰는가 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에서 중요한 것은 ‘왕’보다도 어쩌면 ‘사는’이라는 말일지 모른다. 함께 산다는 것은 권력보다 어렵고, 충성보다 깊으며, 때로 사랑보다 오래 남는다.

결국 좋은 지도자란 권좌 위에 군림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낸 사람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사진출처 : 영화 스틸 컷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