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퇴근했는데도 일한 시간일까? 일상 사례로 이해하는 근로시간 계산의 원칙

[정봉수 칼럼] 퇴근했는데도 일한 시간일까? 일상 사례로 이해하는 근로시간 계산의 원칙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근로시간의 개념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 김 씨는 어느 날 급여명세서를 보다가 궁금해졌다. 매일 아침 8시 40분부터 팀 회의를 했고 퇴근 직전에는 장비를 정리했는데, 회사가 기록한 근로시간은 늘 8시간뿐이었다. 반대로 점심시간에는 전화가 오면 바로 응대해야 했다. 김 씨가 실제로 회사에 묶여 있던 시간과 급여에 반영되는 시간은 왜 달랐을까?

근로시간은 단순히 회사 건물 안에 있었던 시간이 아니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거나 업무를 위해 대기한 시간을 뜻한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원칙적으로 휴게시간을 제외한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정한다. 실제 일한 시간과 자유롭게 쉴 수 있었던 시간을 먼저 구분해야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에 머물렀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식사와 외출을 자유롭게 했다면 실제 근로시간은 8시간이다. 하지만 그 1시간 내내 고객 전화를 받아야 했다면, 이름만 점심시간일 뿐 사실관계에 따라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 법정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은 사업장 규모, 근로형태, 적용되는 예외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II. 근로시간의 판단기준

1. 계약서에 적힌 시간은 출발점이지, 전부가 아니다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는 보통 출근·퇴근시간과 휴게시간이 적혀 있다(근로기준법 제17조 및 제93조). 그러나 계약서상 근무가 오전 9시에 시작된다고 하여, 사용자가 반드시 참석하라고 지시한 오전 8시 40분 회의를 계산에서 제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떤 일을, 누구의 요구로 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2. 자유롭게 쉴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사무실에서 고객을 기다리는 안내직원이 있다. 손님이 없어 책을 읽었더라도 언제든 호출을 받으면 즉시 응대해야 한다면 그 시간은 업무를 위한 대기시간일 수 있다. 반면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식사하거나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은 휴게시간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명시한다. 단순히 휴게실에 있었다거나 잠깐 잠을 잤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휴게시간이 되지는 않는다.

3. 본업에 딸린 준비와 정리도 살펴야 한다

보호장비 착용, 작업도구 준비, 작업 전 전달사항 회의, 교대 인수인계, 작업 종료 후 기계 점검이나 청소는 실제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다. 회사가 이를 의무화하거나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고 업무수행에 필수적이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직원 개인의 선택에 따른 조기 도착이나 사적 활동은 그 자체만으로 근로시간이 되지 않는다.

III. 구체적인 사례로 보는 근로시간

1. 시업 전: “일찍 나와 준비하라”는 지시

제조업체 직원 박 씨는 작업 시작 20분 전에 출근해 안전회의에 참석하고 작업조를 배정받는다. 이를 빠지면 지적을 받는다. 이 시간은 회사가 정한 필수 업무 절차에 해당하므로 근로시간으로 볼 근거가 강하다. 하지만 지각을 피하려고 개인적으로 20분 일찍 출근해 커피를 마셨다면 사정이 다르다. 판단기준은 조기출근 자체가 아니라 업무 지시와 구속 여부다. (원문 인용: 1988. 8. 30. 근기 01254-13305; 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3363)

2. 종업 후: 기계를 껐지만 퇴근하지 못한 시간

공장에서 오후 6시에 생산라인이 멈췄다. 그런데 직원들은 그 뒤 15분 동안 회사 지시에 따라 기계를 청소하고 점검해야 한다. 실제 업무는 생산라인이 정지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리업무를 마치고 지휘·감독에서 벗어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퇴근 뒤 동료와 개인적으로 대화하며 남아 있는 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원문 인용: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다22770)

3. 대기시간: 운전하지 않는 운전기사도 일하는 중일까?

회사 운전기사 이 씨는 거래처 방문 사이에 차량 안에서 한 시간 기다린다. 다음 출발 시각을 알 수 없고 호출되면 즉시 움직여야 한다면 자유로운 휴식이 아니라 근로를 위한 대기일 수 있다. 반면 미리 정해진 시간 동안 업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이용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면 휴게시간으로 볼 여지가 있다. 사업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여부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호출 가능성, 장소 제한, 시간의 예측 가능성 등을 종합해서 판단한다. (원문 인용: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14007; 2000. 10. 25. 근기 68207-3298)

4. 교육시간: 주말 회사교육도 근로시간일까?

회사에서 토요일 오전에 필수 안전교육을 열고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교육시간은 근로시간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직원이 개인 자격증을 위해 자발적으로 듣는 강의라면 회사의 근로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 교육 명칭보다 업무 관련성, 참석 의무, 지시·감독, 불참 시 불이익이 중요하다. (원문 인용: 1988. 9. 29. 근기 01254-14835)

5. 야유회·체육대회: 즐거운 행사라도 참석이 의무라면

회사 체육대회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불참 시 근태에 불이익이 생긴다면, 겉으로는 친목 행사여도 근로시간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주말에 자유롭게 참가하는 야유회라면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이 아니다. 근무일에 회사가 행사를 진행한 경우의 임금 처리와 휴일에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행사의 수당 문제는 구체적인 근무일·휴일·수당 요건을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원문 인용: 1989. 1. 10. 근기 01254-554; 1979. 7. 12. 근기 1455-7105)

6. 출장: 이동도 업무의 일부일까?

직원 최 씨는 회사 지시로 다른 지역의 고객사를 방문한다. 출장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업무수행에 필요하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평소 출퇴근을 대신해 바로 출장지로 이동하는 경우, 장거리 이동, 야간·휴일의 단순 이동 등은 구체적인 상황과 근로기준법 제58조의 사업장 밖 근로시간 산정 규정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밤늦게 열차를 탔다고 해서 이동시간 전체가 당연히 야간근로수당 지급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동 중 업무 지시와 실제 업무 수행 여부를 따져야 한다. (원문 인용: 2001. 6. 14. 근기 68207-1909; 2002. 8. 5. 근기 68207-2650)

IV. 근로시간을 직접 계산해 보는 방법

가령 어느 날 오전 8시 40분 의무회의를 시작하여 오후 6시 15분까지 회사 지시에 따른 정리를 했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완전히 자유로운 점심시간이었다고 하자. 이날 계산은 08:40~18:15의 9시간 35분에서 휴게 1시간을 빼므로 실제 근로시간은 8시간 35분이다. 일반적인 1일 8시간제에서는 35분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다. 다만 실제 수당 지급 여부와 액수는 상시근로자 수, 근로시간제도, 임금 약정, 휴일·야간 중복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확인하려면 출퇴근 기록뿐 아니라 회의 일정, 업무 지시 메시지, 교육 참석 요청, 출장명령서, 작업일지, 교대표, 고객 응대 기록 등을 함께 보관하는 것이 좋다. 회사 또한 실제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여 객관적으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

V. 결론: 시계가 아니라 업무의 구속을 확인해야 한다

근로시간 분쟁의 핵심은 회사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 시간에 근로자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지에 있다. 같은 30분이라도 개인적으로 일찍 온 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닐 수 있고, 회사가 지정한 작업 전 회의는 근로시간이 될 수 있다. 같은 대기시간이라도 즉시 호출에 응해야 한다면 일한 시간으로 계산될 수 있다.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실용적인 질문은 세 가지다. “회사 지시가 있었는가?”, “참여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었는가?”, “그 시간을 실제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 사실과 기록이 근로시간 계산의 출발점이다.

▲사진=휴게시간을 이용한 근로시간 설계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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