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는 어떻게 인정되고 공존하는가? 새 정부가 들어서자 각 부처들은 놀라운 아이디어로 제안들을 쏟아 내고 있다. 관행이 아닌 혁신 카드다. 이중 소상공인 지원금은 전광석화로 그 속도와 진정성에 고객 감동 연출이 아닌가. 행정이 마음만 먹으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빛의 속도란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내 일처럼 정책 지원단’을 발족시켜 말이 아닌 현장을 관통하는 지원정책에 돌입했다. 이해가 엇갈릴 수 있고 충분히 시비가 일수 있겠지만 이메일 서류 접수나 심사위원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그러니까 갑의 위치를 버려 을의 탁월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현대판 삼고초려라고나할까?.한국관광공사의 ‘범 내려온다’ 역시 상관의 반대를 실무자가 밀어 붙여 대박을 친 성공 사례가 아닌가.
이렇듯 세상은 바뀌고 또 바뀌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것이 옛말이 된지 오래다.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창의의 보물을 캐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보물인 콘텐츠 힘이 보편화되었고 여기에 K브랜드가 있다. 때문에 자율과 창의를 잃은 조직은 거대한 무능으로 비칠 수 있다. 과거의 건물 짓기나 전시형 프로젝트를 버리고 예술가들에게 자유 환경을 주고, 두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하는 예술가의 능력 살리기가 절실한 때다.
때마침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첼리스트 최하영이 우승을 했다. 가히 전설적인 콩쿠르라고 여겨졌던 쇼팽 콩쿠르의 조성진을 포함해 세계 최고의 모든 콩쿠르들이 줄줄이 우리 안방이 돼버렸다. 하나의 성취, 하나의 성공이 벽을 넘어 도전이 되고 일반화되는 사례를 만들면 세상은 가속력을 가지고 바뀐다. 새삼 말할 것도 없이 대중 한류의 K 팝이나 BTS를 넘어 신한류 K컬처가 승급을 높여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에서도 2천명의 어린이 아리랑 합창으로 역풍이 불고 있다.
▲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첼리스트 최하영 (K클래식 제공)
과거처럼 우리끼리만 사는 세상이 아니겠기에 특히 공공의 기능이 관료의 잣대로만 움직여서는 곤란하다, 영화를 비롯해 모든 상들이 관에서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때문에 가치를 위해, 완성도를 위해 디테일이 존중되어야 하고 전문가의 안목이 절대적이다. 그 미세한 명품을 보는 눈을 행정에 맡기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일까를 짚자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사 역시 한마디로 압축하면 전문성 강조다. ‘’세계 시민’으로의 자긍심을 가지려면 격을 높여 하고 , 세계 표준의 스탠더드로 가야 우격다짐의 반지성도 극복될 것이란 주문이다. 정부 부처의 고급 두뇌들이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니 머지않아 희망의 파도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달라진 정부의 체감은 역시 국민 고객 감동이다.
인사는 고유 권한을 넘는 책임과 실행의 방향
범위를 좁혀 문화 예술계는 어떤가? 첫째 인사 문제다. 아직 구태를 벗어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가 없으니 설왕설래의 00카더라 통신에 의한 검증도 비빌 언덕을 잃었는데 말이다. 이는 문화 권력의 맛을 충분히 보고 탐한 이들에겐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다. 만약 당신이 회사 최고 경영자라도 이같은 방식을 택할 것인가. 이미 인맥으로 카르텔을 형성하고 수단과 방법에 노회한 이들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 인사가 잘못된다면 고스란히 장관의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예술에서 예술가는 개개인이 중심체이고 소중하다. 공공 기관이 무시하면 생명이 시들거나 왜곡된다. 앞서의 지원금 사례가 보여주듯 행정의 힘은 대단하지만, 거꾸로 역기능이라면 질서가 무너지고 예술의 힘은 사장된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케이 팝처럼, 앞으로는 제도권 밖이 더 중요하고 , 그런 개인 역량을 살려내는 새 정부의 문체부가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제도의 결핍으로 많은 콩쿠르 우승자들이 타이틀을 반납하고 험한 직종의 일을 하고 있다. 지원 기금의 한계는 너무 뚜렸하다. 이제는 보편화된 행정 시대에서 탈피해 예술과 행정의 위치를 바꿔야 한다. 이것만 바꾸어도 새 정부 문화는 성공이다. 예술의 독창성을 살리면 기업의 우리 상품 마케팅도 시너지를 본다. 그게 진정한 문화의 힘이다. 당장은 예술의전당 사장, 국립극장을 비롯해 줄줄이 임명을 기다리는 자리들이다. 예술의전당은 어디까지나 음악과 오페라가 90%를 차지하는 음악동네다. 때문에 클래식의 세계 흐름이나 음악의 분석적 비평이 가능한 디테일이 살아야 한다. 아이스 발레 김연아가 축구의 히딩크 역할을 해서는 직무의 적효성이 젼혀 맞지 않는 넌센스가 아닌가. 국립극장 역시 전통을 바탕으로 글로벌 감각을 갖는 세대가 맞는 것이 옳다고 본다. 권위만으로 컴맹의 어르신이 헤서는 직원과의 소통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부임하는 곳마다에서 건물 리모델링에 주력하는 행정가가 아니라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소프트웨어 사장이 필요하다.
과연 임명권자인 장관께서 이 바닥에 얼마나 정통한 것인가의 의문도 있지만 시스템 공론화를 하지 않으면 전과 다를 바 없다. 어느 장관처럼 현장을 꿰고 있다면 기존의 절차나 관행을 무시하면서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이 가능하다. ㅇㅇ카더라 통신에 의한 인사로 장관에 대한 부담이나 무관심이 가중되지 않기 바란다. 첫 단추의 시험대에서 이 정부의 문화가 어떤 얼굴의 모습일지가 궁금하다.
바야흐로 세계를 리더 할 수 있는 예술 자원은 충분한데 이 불꽃이 식어 버린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박보균 장관의 문체부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강조하건데 이제는 예술 경영 시대에서 벗어나 예술의 창조성이 앞장서고 행정은 겸손과 존중으로 예술을 받들어야 한다. 하루 아침에 되진 않겠지만 인식 전환을 위해 시동을 걸고 출발해야 한다. 보이는 것만 실적이되는 관행으로부터 탈출해야 모두가 산다. 청와대가 국민 품에 안긴 참 뜻을 안다면, 이제 예술은 예술가의 품에 안겨야 한다. 40년 넘게 현장을 지켜 온 평론가로서 이번이 마지막 기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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