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성적 격차, 노력의 문제가 아닌 ‘학습 구조’의 차이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수능 성적에서 1·2등급과 3~6등급 학생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도 공부는 하는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온 교육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는다. 성적 격차의 원인은 단순한 노력의 양이 아니라, 학습 방식과 구조의 차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상위권 학생과 중위권 학생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공부 시간에 있지 않다. 상위권 학생들은 문제를 많이 푸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왜 틀렸는지, 어떤 사고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는지를 꼼꼼히 분석하고,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을 설계한다. 문제 풀이 하나하나가 다음 학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중위권 학생들은 비교적 잘 풀리는 문제 위주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익숙한 유형을 반복하며 공부량을 채우고, 어렵거나 낯선 문제는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공부 시간은 늘어나지만,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은 크게 확장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노력에 비해 성적 변화가 미미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는 약점 관리다.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은 자신의 약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취약 영역을 중심으로 공부한다. 반면 무엇이 약점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전 범위를 고르게 공부하면, 시험에서 반복해서 틀리는 지점은 그대로 남는다. 학습의 초점이 분산되면서 성적 향상의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적 향상에 필요한 것은 ‘더 오래 앉아 있는 공부’가 아니라, 학생에게 맞는 학습 구조와 약점을 해결해주는 체계적인 관리라고 강조한다. 공부 방법이 바뀌면 성적은 반드시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풀 수 있는 문제만 반복하는 학습, 불안이 만든 선택”
중위권 학생들이 흔히 보이는 ‘풀 수 있는 문제만 반복하는 학습’은 실력 부족보다는 심리적 불안에서 비롯된다. 틀리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학생들은 무의식적으로 ‘틀리면 안 된다’는 압박을 갖게 된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마주하는 순간 자신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아 불안해지고, 자존감이 흔들린다.
이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학생들은 이미 풀어본 문제나 익숙한 유형으로 다시 돌아간다. 또한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오래 고민해도 즉각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했다’는 만족감을 주는 쉬운 문제를 선택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는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어 반응이지만, 반복될수록 실력을 확장할 기회는 줄어든다.
결국 이 학습 방식은 실력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실패 경험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선택이며, 구조적인 관리와 명확한 학습 방향이 없을 때 더욱 고착화된다.
성적 정체의 본질은 ‘성장하지 않는 학습’
이 같은 학습 태도가 장기적으로 성적 정체를 불러오는 이유는 학습이 실력을 확장하는 방향이 아니라, 현재 수준을 반복·유지하는 방향으로 고정되기 때문이다. 교육적으로 성장은 이미 할 수 있는 것을 반복할 때가 아니라,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영역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풀 수 있는 문제만 반복하는 학습은 사고의 범위와 개념 적용 수준을 넓히지 못한다. 그 결과 수능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유형이나 변형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이 과정이 누적되면 학생은 어려운 문제를 ‘연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과 맞지 않는 문제’로 인식하게 되고, 도전 자체를 회피하는 학습 태도가 굳어진다.
공부 시간은 늘어나지만 성적은 일정 수준에서 멈추는 구조적 성적 정체가 발생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수능 성적 격차를 개인의 의지나 노력 부족으로만 해석하기보다, 학습 구조와 심리적 요인을 함께 점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능 성적을 바꾸는 열쇠는 결국 노력의 양이 아니라, 공부를 설계하는 방식에 있다.
※ 글 제공 : 정영재 송파청솔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