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옥 칼럼] 이란 이후는 쿠바인가

[강대옥 칼럼] 이란 이후는 쿠바인가

– “트럼프의 다음 타겟은 쿠바? 마코 루비오가 설계하는 카리브해 잔혹사”

▲사진=강대옥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수석연구원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강대옥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의 예고된 귀환, 그리고 카리브해의 거센 파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전 세계 지정학적 체스판을 뒤흔드는 강력한 신호탄이었다.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그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먼저 이 문제(이란)를 끝내야 하지만, 곧 쿠바 문제로 돌아갈 것”이라는 선언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미국의 차기 전략적 타겟이 카리브해의 마지막 사회주의 보루인 쿠바로 향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1. 베네수엘라라는 방패의 소멸과 에너지 안보의 붕괴

쿠바가 직면한 가장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위기는 ‘에너지’에서 시작된다. 지난 수십 년간 쿠바 경제를 지탱해온 것은 베네수엘라와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동맹이었다. 이른바 ‘의료진 파견과 석유의 교환’이라는 구조를 통해 쿠바는 저가의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영향력 약화와 베네수엘라 내부의 급격한 정권 변화는 쿠바의 생명줄을 끊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쿠바와 석유 거래를 하는 제3국이나 선사들에게 강력한 관세와 제재를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 차단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핵심인 발전소 가동과 교통망을 마비시키는 ‘전략적 고립’을 의미한다.

2. ‘총성 없는 전쟁’: 군사력 대신 경제적 질식 전략

냉전 시절의 쿠바 미사일 위기가 핵전쟁의 공포를 불러왔다면, 트럼프의 21세기형 쿠바 정책은 ‘경제적 질식’에 초점을 맞춘다. 미 해병대를 상륙시키는 대신, 금융 시스템을 차단하고 에너지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식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쿠바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압박의 강도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트럼프가 언급한 “쿠바가 간절히 협상을 원한다”는 발언은 쿠바 내부의 경제적 고통이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음을 시사한다. 연료 부족은 곧 식량 공급 불안과 산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며, 이는 정권의 정당성마저 위협하는 내부적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3. 마코 루비오와 플로리다: 대외 정책을 움직이는 국내 정치의 힘

트럼프의 대(對)쿠바 강경책 이면에는 견고한 정치적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특히 쿠바계 이민자 출신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탁은 상징적이다. 그는 오랫동안 카스트로 형제와 그 후계 체제를 라틴아메리카의 독소적 존재로 규정하며 강력한 압박을 주장해 왔다.

여기에 미국 대선의 승부처인 플로리다주, 특히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反)쿠바 여론은 트럼프에게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즉, 쿠바 정책은 트럼프에게 있어 대외적인 지정학적 승리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카드인 셈이다.

4. 카리브 지정학의 재편: 반미 블록의 해체와 미국의 귀환

과거 쿠바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볼리비아로 이어졌던 ‘좌파 사회주의 벨트’는 카리브해와 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축이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붕괴와 함께 이 벨트의 연결고리가 약해졌고, 미국은 이 공백을 이용해 카리브해의 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 한다.

트럼프가 이란과 쿠바를 같은 맥락에서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중동(이란), 유럽(러시아), 그리고 카리브(쿠바)라는 세 개의 전략적 축에서 동시에 주도권을 쥐려 한다. 특히 쿠바는 미국의 ‘앞마당’인 카리브해에서 반미 진영의 상징적인 거점이라는 점에서, 쿠바의 굴복은 곧 라틴아메리카 전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회복을 상징하게 될 것이다.

냉전의 마지막 장이 닫히는가

현재 쿠바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경제적 고립 속에서 체제 붕괴를 견디거나, 트럼프의 제안을 받아들여 제한적인 경제 개방과 함께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냉전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된 미국과 쿠바의 기나긴 갈등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야심 찬 예고장이다. 에너지라는 아킬레스건을 공략당한 쿠바가 트럼프의 ‘거래’에 응할지, 아니면 새로운 생존로를 찾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카리브해의 작은 섬으로 쏠리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쿠바를 지켜줄 든든한 동맹도, 에너지 방패도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사진=강대옥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수석연구원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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