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지난 달 일간지 조선일보에 “워킹맘 상전 된 ‘이모님 ∙∙∙ 우리도 외국서 모셔오면 안되나요”라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이 기사는 ‘한국에서 아이 낳고 기르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가사도우미 찾기가 어렵고, 어렵게 찾은 중국 동포 가사근로자도 최저 월 200만원, 한국 가사근로자는 최저 월 300만원을 주어야 한다’ 와 같은 내용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내용은, 소득수준이 높은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월 50만원 내지 80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젊은 외국인 가정부를 40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부는 외국사례와 같이 쉽고 간편한 방법은 사용하지 않고, 저출산 해결을 위해 지난 10년동안 150조원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점점 나빠지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은 저렴한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하여 아이나 노인들의 돌봄업무와 가사업무를 전담시킴으로써 여성의 고용참가율을 높이고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부족한 일손을 해결하고 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에 대해서 많은 여론의 지지가 있고, 고용노동부도 2016년 연구용역자료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활용제도 도입 시 싱가포르의 외국인가사근로자 활용제도와 제도 도입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근로자제도>
싱가포르 정부는 맞벌이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1978년 외국인 가정부제도를 도입하였다. 싱가포르는 주변국가(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로부터 풍부한 노동력을 저렴하게 공급받으면서, 여성의 노동참가율이 1970년대 14.7%에서 2016년 60.4%로 급성장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싱가포르의 전체인구 561만 명 중, 23.7만 명으로 4.2%를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가사근로자들의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비싼 고용부담금을 부담하게 하고 있지만, 가사근로자가 꼭 필요한 16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나 65세 이상의 부모가 있거나 장애인이 있는 경우에는 고용부담금을 대폭 할인해 주고 있고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에는 징수한 고용부담금을 전액 환급해준다.
싱가포르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성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결은 대외적 환경과 대내적인 철저한 관리로 구분하여 판단할 수 있다. 대외적 환경으로 주변 국가로부터 풍부한 노동력이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가사근로자를 송출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저임금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국민들이 해외로 진출하여 외화를 벌어오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싱가포르 정부의 엄격한 가사근로자 관리제도가 안정적인 가사근로자 활용에 기여하고 있다.
고용절차는 5단계로 이루어지며, 이 고용절차를 통해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근로자제도를 이해할 수 있다.
(1) 1단계: 준비와 선택단계
① 고용인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노동허가 신청 2주 전에 수강해야 한다.
② 인가를 받은 민간 가사근로자 소개업소에서 적합한 대상자를 선정한다. 그 대상자와 임금, 휴일 등 근로조건에 대해 합의 계약서를 작성한다.
(2) 2단계: 싱가포르에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도착하기 전
③ 인적자원부에 노동허가를 신청하여 임시 노동승인서를 발급 받는다. 고용인은 노동허가를 신청할 때에 하나의 패키지로 구입한 보증채권, 의료보험증권과 개인재해보험 증권을 첨부한다.
④ 고용인은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 임시 노동승인서와 항공티켓을 보내준다.
(3) 3단계: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싱가포르에 도착한 경우
⑤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착 3일 이내에 정착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한다.
⑥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착 14일 이내에 신체검사를 받게 한다.
⑦ 고용인은 인적자원부에 고용허가 발급을 신청하여 발급받는다.
(4) 4단계: 외국인 가사근로자와의 고용관계
⑧ 매6개월 단위로 신체검사를 받고 검사결과를 인적자원부에 통보한다.
⑨ 고용인은 가사근로자는 고용한지 1개월 이내에 첫 달의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매달 납부한다.
⑩ 임금은 근로한 달 이후 7일 이내에 지급하고, 매달 가사근로자의 은행계좌로 지급한다.
5) 5단계: 계약 종결 및 송환
⑪ 근로계약은 2년 단위로 체결되며, 1회에 한해 재계약 할 수 있다. 4년이 된 경우에는 반드시 출국해야 한다.
⑫ 고용인은 계약기간 종결 2주 전에 그 사실을 미리 알려주고, 임금, 항공권과 송환에 필요한 경비 일체를 부담 한다.
<가사근로자 활용제도 도입시 고려사항>
- 제도상 고려사항
(1) 관련 법령 준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은 비전문취업(E-9)과 방문취업(H-2) 근로자에게만 적용하고 있다. 현행법에서 가사근로자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외국인고용법과는 별개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위한 특별한 법령이나 지침이 필요하다.
(2) 보증보험제도 활용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고용제도와 같이 불법체류 방지를 위한 보증보험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하겠다. 한국의 경우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행방불명 된 경우에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가사근로자가 사업장을 이탈하여 불법체류자가 된 경우, 정부는 사용자가 적립한 보증보험에서 SGD 5,000 (한화410만원)를 몰수한다. 이렇게 금전적 부담을 주기 때문에 근로자가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고용인이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3) 가사근로자의 보호시스템 구축
가사근로자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근로시간보장, 주 휴일 보장, 근로조건의 서면 명시 등이 이행될 수 있도록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사용하는 고용인에 대한 철저한 사전 교육과 예방관리를 위한 근로 감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싱가포르와 같이 고용 전 건강검진, 매 6개월 단위의 건강검진, 안전한 숙소보장, 의료보험 지원, 출입국 항공편 지원 등의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용인의 성폭력, 장시간 노동문제, 인권유린 등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금지 및 구제절차 등을 규정하여 외국인 근로자가 보호 받을 수 있는 보호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시 고려사항
(1) 가사근로자의 수요와 공급 유지
싱가포르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사용한지 40여년이 되었지만, 값싼 비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고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동포 여성들이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하여 가사근로자로 일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되기 때문에 한국인 가사근로자의 고용비용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을 국내에 도입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저렴한 비용에 있다. 이러한 근본적 취지를 볼 때, 수요에 따른 공급을 충분히 유지하게 되면 값싼 비용으로도 가사근로자를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 의사소통 문제
싱가포르의 경우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인들이 외국인 가사근로자들과 영어로 소통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을 송출하는 국가인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의 가사근로자 지원자들 대부분은 고학력 대학졸업자로서 영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반가정은 영어사용 빈도가 낮기 때문에 언어상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한국어 사용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어 사용능력이 가능하도록 일정수준의 한국어시험에 합격한 자를 우선 선발하여야 할 것이다.
(3) 불법체류 문제의 사전 예방책 마련
외국인 가사근로자의 사용의 전제는 저렴한 비용의 유지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사업장을 이탈하여 더 나은 임금을 위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에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제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가사근로자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외국인 가사근로자가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사용하는 고용인에게 보증채권을 구입하게 하는 것은 사용자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근로자를 활용함에 있어, 국내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하여 서로 win-win 하는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근로자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면서도 이를 이용하는 고용인과 외국인 가사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발전시켜 왔다. 한국도 당면한 저출산 ∙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외국인근로자 활용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영 관리하여야 하며, 특히 싱가포르의 가사근로자제도를 벤치마킹 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지 자료 (인테넷) 아시아경제 (노동력 귀해진 일본,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SOS’) 2022. 3. 29. (이미지 소개), 2022. 10. 15. 구글 검색 : 가사 도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