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깨달음을 표현하는 화가 권정찬>

▲사진=모락 권정찬 화백이 자신이 출판한 책(깨달음의 순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구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화가 권정찬은 경남 창녕을 고향으로 두고 문경에 거주하며 대구경북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인 중 한 명으로 평가를 해도 손색이 없다.

구도자도 아닌 화가로서 무위자연의 도가 사상에 심취한 그는 활달하고 호방한 기운의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미술관이나 국가원수 등에 많이 소장되어 그의 독보적 예술 정신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서양화로 시작해 수묵화, 채색화, 오브제 등 다양한 장르의 변화로 화단의 인정을 받아온 그는 기고를 통해 사상은 물론 시대비평과 미술, 이론은 물론 시와 풍수, 기감(氣感) 등 문학과 기공에도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그가 작가의 예술관과 경험을 펼쳐낸 책 ‘기운생동의 미학-깨달음의 순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JOYOON커뮤니케이션)를 펴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그의 예술세계를 들어 본다.

 -책의 제목 ‘기운생동의 미학, 깨달음의 순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20년 가까이 틈틈이 메모를 하거나 칼럼을 통해 알려진 글, 아침에 쓴 꿈 일기와 저녁일기, 자연을 거닐면서 느낀 사유의 세계를 표현하고자한 글, 인연과 악연, 진실과 거짓 이야기들을 모아본 것들이다. 특히 예술관과 화단의 변천 속에 직간접 겪었든 경험들을 담았다고 할 수가 있다. 우선 무위자연에 빠져 도가사상을 접하고 이를 통한 깨달음과 통찰의 이야기, 화가로서의 지나온 여정과 철학, 대작과 공모전의 허와 실 등 미술계의 문제와 화가의 자존심, 현대사회의 인연을 통한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인성과 기운의 나쁨과 좋음, 시대적 혼돈의 세태와 운명의 진실, 보완과 치유 등을 간단 간단하게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10년간 준비한 역사 속 화가와 저를 혼합한 SF 단편소설을 실었다. 시, 수필, 칼럼, 소설, 비평까지 다양함을 엮었다고 생각한다.

 -“자연의 흐름을 보고, 기를 읽을 줄 알고, 깨달음에 이르러야만 통찰과 치유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석가나 예수, 노자나 소크라테스는 무위자연과의 하나 된 사상가로서 성인의 반열에 오른 지존들이다. 저는 불교가 근본으로 하는 도가의 집안에 태어났다. 절간과 산과 계곡을 오르내리며 선을 찾기도 하고 한겨울 산에서 공부도 했다. 그리고 나름 무언가를 얻고 받았다. 혹자들은 道라고 하고 氣라고도 하더라. 그래서 스님으로부터 화두를 받아 답을 제시하기도 하고 문자나 문장을 계시 받기도 하였다. 도인과 기공인, 풍수가들을 스승으로 모신적도 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답을 찾았다. 하늘과 땅, 인간의 기운을 읽는 법에 매력을 느낀다. 소위 박사나 전문교수들은 기를 부정하거나 미신 내지는 과학의 아류로 보지만 기는 우주를 형성하는 道이고 존재이다. 그것으로 인간과 생명체는 살아간다. 좋으면 잘되거나 건강하고 모자라면 삶이 고달프고 건강도 무너진다. 그래서 걸어 둔 그림 한 점도, 사는 주거나 조상 터도 중요한 것들이다. 부정하는 자들은 돼지가 진주를 보듯이 한다. 서양에서도 동양의 4차원 세계를 연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의 경지에 오르면 눈과 마음으로 기의 상태를 들어다 볼 수가 있다. 인간관계나 마음도 들어다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치유할 수가 있다. 우려하는 것은 과학으로도 못 푸는 세계, 그러한 능력의 소유자가 과연 내주위에 있느냐는 것이다. 부정의 원인이기도 하다.

 -작가의 여정과 사상을 논한다면

 △대학시절 서양화는 물론 동양화, 조소, 사군자, 수채화, 도자기, 미술사, 미학, 사진학 등 모든 미술장르를 배웠다. 그러니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전공이 바뀌었고, 동양화도 인물에서 수묵으로 그리고 채색으로 하고 싶은 데로 변화하였다. 청년시절에는 하루 3-4시간만 자고 작품에 매달렸다. 수묵운동의 중심에서 중앙의 정예작가들과 같이 했고, 채색을 일본화라고 욕 먹어가면서도 선구자적 행동은 확실히 했다고 자부한다. 지금은 혼합재료와 다시 유화를 만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 우물을 판 작가들과 비교해서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다. 이미 젊은 시절에 할 만큼 다했다. 잘 팔리는 작가의 시절도 아니지만 특정한 그림 주문을 해 와도 대중에 기생하는 그림을 다시 그리기도 싫다. 그래도 마음대로 낙서 같은 표현을 하고 있어도 찾아 주는 분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나를 위해 작품을 한다고 해도 궁금하면서도 이해하려드니 그것도 나만의 복이다.

 -그동안 수많은 국내외 초대전과 개인전을 거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아트페어를 제외하고 국내외적으로 50여회나 주요 화랑과 미술관 초대를 받아본 국내의 작가는 드물 것이라 생각을 한다. 요즈음 화가들로는 상상을 못하는 부분이라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수묵화도 채색화도 인물화도 오브제도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직 만나지를 못했다. 욕심일까. 대중을 인식하고 팔린 작품에 시선이 가고, 칭찬에 마음이 약한 것이 화가일까? 그런 의미에서 나만을 위한 그림을 그리겠다고 다짐을 한 이후의 작업인 지금의 화풍에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 나의 시선에 마주하는 아뜨리에 벽면에 걸려있는 “道其常” 이라는 작품에 미소를 머금는다.

 -2020년 10월에 부인 황연화 중원대 교수와 함께 문화예술 분야에서 한·미교류를 통한 적극적인 봉사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각자 미국 대통령 특별상 금상을 받기도 했는데

 △강호 고수들에게 미안하다. 그것도 유래가 없는 예술가 부부수상이라고 한다. 외국을 나가기가 어려운 30대부터 외국을 드나들며 정말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예우도 받았다. 놓친 기회도 많았다. 그 여운이 아닌가도 싶고 지금은 국제예술인협회총재라는 직함으로 교류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35개국 정도의 대표 작가들과 함께하고 있다. 작품전 이외의 목적으로 외국을 나간 적이 거의 없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혈연, 학연이나 지연의 후광이 척박하지만 작품을 통한 좋은 인연들을 만나 배려와 봉사를 배웠다. 멀리는 외국의 국가 원수들에게 작품이 가기도 하고 친서를 보낸 적도 있다. 나름의 미술과 무위자연의 기공을 인정받아 행복하다.

 -작품을 하는 분위기를 설명하자면

 △기운이 우선이다. 기의 흐름이나 자연의 순리와 맥을 짚어 본다.

찰나로 표현한다. 자연을 보고 마음에 담는 즉시 행위를 한다. 붓을 들면서 표현의 형상과 붓질의 방향을 결정을 짓는 방법을 선호한다. 그림 속의 문장이나 시도 즉흥적으로 표현을 한다. 찰나의 마음이 가장 때 묻지 않은 진솔함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담고 시간을 끌면 먼지가 앉고 때가 묻고 가식이 스며든다. 대중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인간이 아니겠는가. 표현을 하는 행위 자체도 어떻게 진행 될 것인지는 붓을 대어 보아야 안다. 절륜의 무예가가 무아의 경지에서 초식을 다루듯, 학이 춤을 추고 맹수가 포호하듯 물고기가 이리저리 노니며 유영을 하듯 그렇게 나아가려 한다. 비우고 쉬고 그리고 나아가고 찰나의 마음을 가자는 대로 쏟아 붓는다. 하지만 그것도 다 대중을 유혹하는 폐기물이 아니겠는가. 東道西器(동양의 도와 서양의 기술)를 존중한다.

 -“신필”이라는 단편 소설 한편이 눈에 띄는데

△인근지역에 솔거를 평생 연구한 분이 계셨다. 그 자료를 토대로 나름의 예술관과 중국의 화가를 결합하여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가 있다. 단편이지만 10년을 넘게 준비한 소설이다. 화가가 아니고는 쓸 수가 없는 내용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문경을 현실의 세계로 담고 창녕과 경주를 고대의 무대로 삼았다. 그리고 중국의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합쳐져서 신화 속의 장면들이 환상적으로 나타난다. 동양적인 선과 도의 리얼한 세계를 접목한 화가의 정신세계와 자존심을 읽을 수가 있도록 표현을 하였다. 영화 속의 장면을 상상하며 쓴 글이다.

 -앞으로의 활동과 계획은

 △무위자연과 벗하며 천지인의 기운을 읽고 담으니 그 공부가 참 행복하다. 하나씩 내려놓고 벗어 던지면 세상을 더 맑고 밝게 통찰하고 치유하는 예술에 다가가지 않을까. 인간들은 욕심이 많다. 진실에 줄서기 보다는 욕심과 출세, 금전적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사기꾼도 도적도 내편으로 보고 줄서는 비양심적 행동에 비애를 느낀다. 착한 행동에는 통찰을 통한 운명을 좋게 바꿀 유전자와 치유의 방법이 있다. 그러함에 보태는 것도 예술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국제예술인협회를 통한 K-art의 격상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곧 좋은 소식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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