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소비자저널=김영기 칼럼니스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역주행’ 현상이다
‘역주행’이라는 표현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도로에서의 반대 방향 주행 말고, 가요계에서의 이례적인 유행 현상 말이다. 때로는 옛추억이 소환되기도, 숨은 명곡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한다.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왜 나만 몰랐지?”
가수 윤하는 저물어가는 아날로그 시대의 맥을 잇는다는 상징성을 지닌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다. 그녀는 뛰어난 보컬 역량과 섬세한 감정 표현력을 바탕으로 <사건의 지평선>의 역주행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 외에도 30년 만에 돌아온 가수 양준일, <나는 가수다>를 통해 다시 주목받은 임재범, 무명 아이돌에서 스타덤에 오른 그룹 EXID 등 예상치 못한 ‘이변’이 가요계에선 일어나곤 한다. 이러한 ‘이변’이 발생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아이돌 만의 세계관 구축으로 인한 높은 진입 장벽.
둘째, 과거 대중 가요에 대한 향수.
셋째, 개인이 음원 플랫폼 사용을 통해 순위 변동에 영향력 행사 가능.
이렇듯 늘 새로운 것을 좇기보다 옛것을 소환하는 현상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된 듯하다.
“이렇게 훌륭한 기술을 왜 나만 몰랐지?”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의 ‘탈중앙화’와 ‘무결성’이다. 데이터를 한곳이 아닌 여러 곳에 분산 저장하고, 한번 저장한 데이터는 수정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어느 과학자가 하루 아침만에 만들어낸 기술이 아니다. 그 역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1990년, ‘암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박사, 중앙 정부의 감시로부터 개인의 프라이버시(Privacy)를 지키기 위해 최초의 암호화폐 이캐시(ecash) 개발
– 1998년, 닉 재보(Nick Szabo), 세계 최초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반의 암호화폐 비트골드 방법 이론화
–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 비트코인 백서 공개
– 2010년 5월 22일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 10,000 비트코인을 이용해 피자 2판 구매, 경제적 가치 부여 평가
– 2013년,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스마트 계약 기반의 블록체인 이더리움 백서 공개
비트코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백서가 공개되고 5년 후인 2013년 유럽재정위기 시기다. 당시 키프로스 또한 예외가 아니었으며, 키프로스 은행은 예금액에 10%를 세금으로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막대한 예금을 예치한 러시아 재벌 등은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여겨 유로 대신 투자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 부호들의 재산 은닉처로 알려지고 대대적인 채굴이 이뤄지며 주목받았다. 개인 재산에 대한 통제가 강한 중국에서 ‘위안화 → 비트코인 → 달러’로 재산을 빼돌리는 일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로 인해 채굴량과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가격이 폭등하며 비트코인이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으며, 덩달아 블록체인 또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은 왜 이슈에서 멀어졌는가
블록체인보다 이슈가 된 코인 시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슈는 비트코인이었다. 대중의 시선은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격 상승과 하락에 쏠렸다. 이더리움의 등장 또한 이슈가 되었으나, 새롭게 적용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술보다 코인 시세에 시선이 쏠렸다. 이후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이 우후죽순처럼 개발되었으나 투기 광풍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4차 산업 혁명의 탈을 쓴 투자 사기
‘대기업이 투자한 코인’, ‘이재용 회장이 투자한 코인’, ‘상장 후 수익률 보장’ 등 내용으로 홍보하며 투자를 유인했다. 금융감독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 빙자 유사수신 관련 금감원 피해상담·신고 건수(1∼3월 중) [‘22.1.1.~3.31.] 40건 → [’23.1.1.~3.31.] 5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했다.
‘코인 = 폰지 사기’라는 오해가 강화되었다.
경험 가능한 대중적인 플랫폼의 부재
새로운 기술에는 늘 ‘혁신의 시작’, ‘미래의 기술’, ‘꿈의 소재’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 기술로 인해 역사가 바뀔 듯한 분위기마저 감돌곤 한다. 그러면 분명 누군가는 이러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래서 그 기술로 뭘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아직 블록체인에 대해 이와 같은 질문을 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또는 무선 인터넷, 블루투스에 대해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만져보고 사용해보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지,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블록체인은 상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지 않다.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산업 플랫폼 또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도 인지를 못하는 플랫폼이 많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알려진 블록체인이나 관련 플랫폼으로 지갑과 거래소 정도가 있으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필요하지 않기에 대중적인 플랫폼으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왜 블록체인인가?
화려해 보이는 기술, 그 이면을 주목하자
블록체인 기술은 단독으로 그 빛을 발할 수 없다.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이 융합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상호 보완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 구조가 복잡하고,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자는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등 미래 기술 구현에 핵심, 혹은 ESG 경영에 적용하여 지속가능경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여러 가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그 이면의 핵심가치는 ‘연결성’과 ‘신뢰성’ 그리고 ‘프라이버시 보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것이 연결된다. 가전과 모바일이 연결되고, 자동차를 원격으로 조종하고, 나의 데이터와 개인정보는 분산 저장된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연결성은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프라이버시 보호 이슈가 발생 중이다. 각종 위·변조 사기 사건으로 추락한 신뢰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최근 인공지능과 초전도체 등 기술 트렌드에 비해 관심도가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코인이 아닌 블록체인의 장점을 산업 곳곳에 적용할 필요가 커지고 있으며, 긍정적인 효과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 2008년 구현된 블록체인 기술을 여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