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칼럼] 사자성어는 가족을 소통하게 한다.

사상 최고급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해 여름 광복절 전날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가 대입정책과 학교 교육을 짓밟는다면 결코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전했던 뉴스가 떠오른다. 우연히 그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혹시나 사교육 걱정을 없애려는 근본적인 문제는 도외시한 체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만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다. 왜냐하면 가장 대표적인 사교육의 형태는 무엇보다도 가정교육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가정교육」은 가족의 구성원들 사이에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으로서 가장 기초적이고 전통적인 사교육의 형식이다. 그러나 현대의 학부모들 특히 초등학교 이하 연령대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와 같이 가장 중요한 가정에서의 사교육은 도외시한 체 부모가 아닌 타인 즉 개인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학원’이나 ‘과외’같은 장소로 내보내야만 자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고 싶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각 가정에서 TV를 끄고 부모가 일상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학습 효과가 배양될 뿐만 아니라 그 효과는 어떤 사교육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평생 동안 자녀의 삶 속에서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사자성어는 오랜 세월 동안 공동체 안에서 축적해온 문화 속에서 자생해왔기 때문에 바로 우리 부모의 삶이며 교육이다.

《한비자》에서 유래한 ‘노마식도(老馬識途)’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즉,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뜻인데, 경험이 많아서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 ‘노마식도’의 주제는 바로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명심보감》에도 “不經一事(불경일사)면 不長一智(부장일지)니라.”는 경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글귀가 있다. 풀이하면,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우리 부모님의 삶에서 얻어진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도구로 사자성어를 활용한다면 더욱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자성어는 교훈이나 비유, 상징 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서 사자성어를 활용한 짧은 표현으로 부모의 뜻을 자녀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활용한 사자성어를 소재로 더욱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 닫혔던 자녀들의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사자성어를 활용하려면 먼저 부모가 배워야 한다. 머리 싸매고 배우자는 것이 아니라 주변 서점에 가보면 사자성어와 관련된 도서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그 책을 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자기 손으로 구입한 책을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자아를 찾아내야 한다. ‘아빠(엄마)가 웬 일이에요?’, 혹은‘당신 생전 안하던 짓을 하고 지금 뭐하는 거야?’라는 핀잔 정도는 예견하고 두려워하지 말자. 비싼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데 이정도의 핀잔은 나에 대한 관심과 또 다른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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