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언 칼럼] 이당 김은호, 그는 왜 ‘친일’로 분류되었는가

[하정언 칼럼] 이당 김은호, 그는 왜 ‘친일’로 분류되었는가

 결과 중심 판단이 놓친 것들

[강남 소비자저널=하정언 칼럼니스트]

역사는 종종 한 인간의 생애를 단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한다.

그리고 그 장면이 때로는 한 시대 전체를 대신해 버린다.

이당 김은호.

조선 왕실 어진화 전통을 계승한 마지막 화사이자, 한국 근대 인물화의 정점을 이룬 화가.

그러나 오늘날 그의 이름 앞에는 종종 하나의 단어가 따라붙는다.

‘친일’.

과연 이 규정은 충분한 검토와 맥락 위에서 내려진 판단일까.

친일 분류는 일반적으로 행위의 자발성, 정치성, 지속성, 그리고 제국 이데올로기에 대한 적극적 협력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특정 시기의 단일 작품이나 제한된 기록만으로 한 인물을 규정하는 방식은, 역사 해석의 균형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후반부는 개인의 선택 가능성이 극도로 제한되었던 시대였다.

국가총동원 체제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문화·예술 영역까지 철저히 관리 대상으로 편입시켰고, 예술가는 창작 주체이기 이전에 통제와 동원의 대상이 되었다.

이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 행위를 오늘의 기준으로 단정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이당 김은호의 생애를 따라가 보면 단선적인 규정과 충돌하는 지점들이 나타난다.

1919년 3·1운동 참여 및 서대문형무소 수감.

만해 한용운과의 교류.

후소회 창립과 무료 전통회화 교육.

해방 이후 국가 표준영정 제작 계보 형성.

그리고 문화훈장 대통령장 수훈.

이러한 기록들은 단순한 개인 예술가의 궤적이라기보다, 국가적 상징과 공공 영역 속에서 기능했던 예술가의 모습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한 작품, 한 시기, 한 프레임으로 전체 생애를 재단하려 한다.

그러나 역사는 결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구조와 환경, 강압과 선택의 범위, 그리고 생애 전체의 흐름 속에서 읽혀야 한다.

친일이라는 단어는 가볍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무겁게 다루어져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정이 아니라 재검토이며, 판단 이전에 이해다.

한 인물을 둘러싼 역사는

비난과 변호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과 맥락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진=국가가 남기 기억, 그리고 오늘의 질문(1955년 창덕궁 기념비/2022년 낙청헌 기념 표석) ⓒ강남 소비자저널결과 중심 판단이 놓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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