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angbrücken Festival 22-26 April 2022
글: 노유경 Dr.Yookyung Nho-von Blumröder
음악 21 니더작센 (Musik 21 Niedersachen) 은 2008년 독일 하노버 시에서 발기된 현대 음악 네트워크 프로젝트 (사운드 브릿지 페스티벌)이다. 일 년에 40~60개 행사를 열고, 특히 현대 음악 청중을 위한 행사의 질과 양을 매년 넓혀 나간다.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실습 현장도 도모한다. 음악 21 니더작센은 하노버 시에 있는 저명한 예술 단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하노버 음악 연극 미디어 대학교 (HMTM Hannover), 슈프렝겔 박물관 (Sprengel Museum), 하노버 시 현대음악 협회 (Hannover Gesellschaft für Neue Musik), 북부 독일 방송국 라디오 필하모니 (NDR Radiophilharmonie), 하노버 국립극장 (Staatstheater Hannover) 그리고 각종 자유 음악 단체.
올해 2022년 사운드 브릿지 페스티벌은 4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개최되었다. 재독 여성 작곡가 박영희 (Younghi Pagh-Paan)가 페스티벌의 주인공이다. 4월 22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하노버 음악 연극 미디어 대학교 콘서트홀에서 박영희 작품 [소리기둥] Klangsäulen für Schlagzeug solo (2019) 과 [은빛 현들] Silbersaiten für Klaviertrio (2002)이 페스티벌을 개막했다. 개막식 날은 박영희의 2005년 작품 [상흔을 꿈에 보듯이] (Wundgeträmt)를 주제화하여 동양철학에서 알려주는 형상과 반형상의 존재적 질서를 소리와 교감했다. 미리 계획하고 마치 시리즈처럼 이어서 (2002-2013) 총 5 작품으로 작곡된 [은빛 현들] 첫 작품은 스위스의 괴테라고도 불리는 곳후리드 켈러 (Gottfried Keller)의 젊은 시절의 회고 (Jugendgedenken) 라는 시로부터 박영희의 은실이 발현된다. 작품 소리의 원천인 이 시는 스위스 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대학 시험에도 종종 출제되는 스위스 국민시이다.
오프닝의 마지막 곡인 [이오] Io für Ensemble (2000) 는 페스티벌 첫날의 하이라이트였다. 9개 악기를 위한 곡이며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이방인에 관하여 집중하던 박영희 작곡 시기에 발표되었다. 이화 음악 논집에 수록된 채현경 교수의 [박영희의 「달그림자」(2006)에 재현된 안티고네, 그는 과연 누구인가]에는 이 시기를 „이제 50대 중반에 이른 박영희는 이 작품들에서 타향에서 살아온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고, 언젠가는 다가올 타향에서의 자신의 운명적인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 같다“고 적었다. 아버지에게 추방당한 이오, 방황하고 사슬에 묶여 있는 프로메테우스를 만나고 안타까워하는 이오의 22년 전 작곡적 묘사는 여전히 관객을 향해 겸허하게 엄습했다.
4월 23일 토요일 일정은 하노버 북쪽에 위치한 테스마 스튜디오에서 (Tonstudio Tessmar) 시작했다. 새로운 작품들과 한국 전통 음악 (Neue Werke und traditionelle Musik aus Südkorea) 의 모토 안에서 동서양의 과거와 현재를 왕래했다. 전체 프로그램은 음악 장르 론도 (A B A C A D) 또는 대화법과 같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Goldberg Variationen) 전통음악이 주거니 받거니 시간을 움직였다. 아름다운 한복을 보여주신 가야금 최진 교수와 대금 조우석 선생의 출현은 흑백 무대가 컬러로 변하며, 공간 이동을 감지하게 해 준다. 현존하는 전통 음악 가운데 형식미를 갖춘 탁월한 기악 독주 음악인 산조를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와 원장현류 대금 산조로 연주했다. 스튜디오 안을 채운 공명 속에 한글이 보이고 들렸다.
김진수 교수 작품 [민하] Minha Konzertstück für Gayageum und Kammerorchester가 초연되었다. 가야금과 대금 그리고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지휘자 한스 크리스티안 오일러 (Hans-Christian Euler)는 간간히 곡에 관해 설명했다. 작품 [민하]의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 제목은 딸의 이름이고 곡은 딸의 이야기구나“ 정보를 알게 된다. Minha의 영어 이름 이니셜에서 미, 시, 라를 중심음으로 두고 종묘제례악의 유니즌 진행을 전통악기 박과 함께 시작하고 끝을 알렸다. 가야금과 대금은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아토날과 토날로 아련함과 편안함을 자아냈다. 최진 교수의 현과 지판을 치는 음향은 새의 날갯짓을 연상하고 조우석 선생의 대금으로 연출되는 새소리는 하늘로 비상하는 딸을 향한 메시지 같았다. 한국 전통 음악과 서양음악의 경계를 일부러 허물기를 작정하지 않았다.
박영희의 오페라 [달그림자]에 한국적 요소를 전달했던 [상흔을 꿈에 보듯이] (wundgeträumt) 는 6중주를 위한 곡이고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와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곡) 2019년 작품 [별빛 아래] (Im Sternenlicht) 또한 같은 악기로 편성된 육중주를 위한 곡이다. 서양 악기로 이루어진 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소리를 띄우기보단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공명을 안으로 잡고 있다. 각각의 절제됨을 기본으로 펼쳐지는 음향과 멜로디는 다른 악기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한다.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독주곡이 원곡인 바흐의 골든 베르크 변주곡은 폴란드 작곡가 요세프 코플러에 (Józef Koffler) 의해 체임버 음악으로 편곡되었다. 15세기가 공간과 시간으로 변주되고 하노버 스튜디오의 울림은 미래로 흘러가고 있었다. 박영희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오셔서 참가하신 김진수 작곡가와 최진, 조우석 연주자님께 감사드린다.
연이어 페스티벌 2부 소식은 다음 칼럼에 연재됩니다.
[강남구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