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 질환을 갖게 된 사례

[정봉수 칼럼]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 질환을 갖게 된 사례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직장내 괴롭힘의 결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이다. 이러한 정신질환이 악화됨에 따라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게 되고 그러한 정신질환이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이 산재보험법상 인정되는 질환이어야 하고, 그러한 질병이 업무로부터 발생했다는 사실을 해당 근로자가 입증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i)회사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거나 (ii)노동청 조사에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신과 진단을 받은 피해자가 회사로부터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고, 노동청을 통해서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받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에 근로복지공단은 직장내 괴롭힘에 관련된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 지침’을 대폭 개정하여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병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는 한 여직원이 직장 상사의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질병으로 이어지는 사례이다. 사례를 통해 그 피해근로자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사원 김은주는 100여명 규모의 A회사에 2020년 5월 25일에 입사하여 기계팀에서 기계설계를 담당하였고, 직속 팀장은 외국인이었다. 가해자는 영업개발팀의 강덕구 팀장 (이하 ‘강팀장’)으로 관할 부서도 아니면서, 김은주의 업무에 관여하였고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괴롭힘은 2021년 11월 10일부터 시작되었다. 강팀장은 업무가 시작하기 전인 08시 54분에 김은주에게 전화를 해서 “어디냐?”고 물어1층이라고 했더니, “이 시간에 왜 거기에 있냐?”라고 해서 자리로 돌아왔더니 무슨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삿대질하면서 “자리 비우지 말라”고 하였다. 사실상 커피를 사러 나가서 여러 동료들과 같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김은주에게만 야단을 쳤다.

 두번째는 2021년 12월 23일 김은주와 같은 층에서 몇 명이 야근을 하면서 저녁을 시켜 먹여야 했는데, 강팀장은 “은주씨는 안 먹을 거죠?”라며 일방적으로 김은주만 제외하고 야식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몇일 후 김은주가 맡은 일을 서둘러 마치고 퇴근하려고 하자, 강팀장은 마침 옆에 있던 00 상무한테 큰소리로, “누구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야근하냐, 가는 사람들은 뭐냐?”며 김은주를 쳐다보면서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였다.

 세번째는 2022년 1월 5일 업무때문에 전기팀 진xx과장과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강팀장이 끼어들어, “진 과장, 김은주씨한테 일 줄거 없냐?”고 하였다. 해당부서 상급자도 아니면서 김은주에게 업무를 지시하려고 하는 것에 김은주는 불괘감을 느꼈다.

 네번째는 2022년 5월 23일 강팀장은 김은주의 부서팀장에 전화를 걸어 “이거 급한데 김은주는 야근하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타 부서 팀장이 해당 팀장에게 김은주의 야근을 조장하는 게 무척 불쾌하게 느껴졌다.

 다섯번째는 2022년 7월 20일 김은주는 물품구매를 하면서 견적서 없이 구매를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강팀장은 김은주에게 전화를 해서 “발주서가 어디서 나간거야? 그 금액으로 구매하면 우린 뭐 먹고 사냐. 김은주씨가 책임질 거냐. 혼자 알아서 처리하지 말고 윗사람들에게 좀 물어보고 해라.” 등의 말로 비꼬며 면박을 주었다. 얼마 후 강팀장에게 ‘견적서를 확인하니 오류가 있어 다시 구매를 요청한다’는 이메일을 다시 보냈다. 그런데, 강팀장은 김은주를 수신인으로 보내면서, 실제 업무와 상관도 없는 영업개발팀, 전기팀, 기계팀 전원에게 이메일 참조로 전달 하였다. 그 이메일에서 김은주의 실수를 크게 확대해석하면서,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송하였다. 강팀장이 전화로 면박줬으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메일로 타 부서원들에게 까지 창피를 주는 행위를 하였다. 이 일로 인하여 김은주는 다른 부서 직원들과 일하는데도 불편한 상황이 되었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2022년 7월 20일 이메일 사건 후 김은주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며, 내부적으로 김은주에게 더 많은 일들이 몰렸다. 김은주는 2022년 10월 20일에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심해서 더 이상 버티는 것이 힘이 들어 정신과 의사 상담을 받았고, 적응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 진단서에는 앞으로 3개월 동안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기재되어 있었다. 김은주는 정신과 의사의 소견서를 가지고, 회사에 인사부서장이 없어 사장에게 진단서를 첨부하여 유급휴직을 신청하였다. 2022년 10월 24일 사장과의 면담에서 강팀장의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려고 하니 절차대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또한 이런 경우에는 산재에 해당되므로 유급으로 휴직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사장은 증거를 갖고 오라고 해서, 강팀장이 보낸 이메일과 정신과 진단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사장은 김은주에게 “피해망상증 같다.” “네가 정상이 아니지 않느냐?”라는 발언을 반복해서 하였다. 김은주가 (휴직이) 직장내 괴롭힘 때문이니 유급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에, 사장은 “놀고먹는 직원에게 돈을 주는 회사는 없다. 유급휴가를 주는 회사를 찾아가라”고 하였다.   

 사장과의 면담이후 김은주는 2022년 10월 31일 강팀장과 관련된 진술서를 추가로 사측에 제출하였다. 이에 사장은 관련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를 하였다. 김은주는 문제를 더 크게 만들지 않고, 강팀장으로부터 사과 정도만 받고 재발방지를 하는 정도에서, 이 괴롭힘 사건을 회사내에서 조용히 해결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사장이 조사를 한다면서 직원들을 소환함으로써 사무실내 모두에게 소문이 퍼졌고, 소환을 당했던 직원들이 김은주를 대하는 태도가 불편해짐으로 인해 김은주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열심히 일했던 결과가 이런 것인가 싶어 너무 억울하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11월 17일 김은주는 2개월 무급휴직을 신청하였고, 그 다음날 무급휴직이 승인이 되었다. 김은주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산재신청을 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고려해야 할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지침 기준> (근로복지공단 지침 2021-05호)

근로복지공단은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산재신청을 접수 받게 되면, 다음의 절차를 거쳐 산재인정 여부를 결정한다. ①요양급여 신청 접수 à ②질병명과 임상심리검사 결과 확인 à ③재해조사 à ④재해조사서 작성 à ⑤공단 전문의사의 의학적 소견 확인 à ⑥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심의 의뢰

 여기서 특히 주의할 점은 질병명과 임상심리검사 결과에 대해 신청인이 일반 정신과에서 진료받은 내용으로는 충분치 않고, 근로복지공단의 산재판정병원이나 종합병원 급 이상의 정신과 진단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질병명은 정신질병으로 간주하는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에 속해야 한다.

 재해조사에서 있어서는 재해발생 경위, 업무관련 사항, 주요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 확인, 증거자료를 수집하여야 한다. 재해발생 경위는 신청인, 신청인의 회사, 동료 근로자 등의 진술을 통해 재해 발생 경위를 확인한다. 업무관련 사항으로 사업장 개요와 일상적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을 확인한다. 특히, 주요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 11가지 기준을 가진 체크리스트로 확인한다. 그런 후 11가지 해당사항에 대하여 각각의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6하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업무관련 사고의 심각도 파악, ② 폭언-폭력-성희롱의 심각도 파악, ③ 업무의 양과 질 변화 심각도 파악, ④ 업무의 실수-책임 심각도 파악, ⑤ 민원-고객과의 갈등 심각도 파악, ⑥ 회사와의 갈등 심각도 파악, ⑦ 배치전환의 심각도 파악, ⑧ 직장내 갈등 심각도 파악, ⑨ 업무 부적응의 심각도 파악, ⑩ 괴롭힘-차별의 심각도 파악, ⑪ 기타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의 심각도를 파악한다.  

 

앞에서 언급한 김은주 씨가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 관련성 조사지침’에 따른 준비가 필요하다. 첫번째는 정신질병에 대한 진단서를 종합병원급에서 새로이 발급 받아야 한다. 둘째로 본인의 직장내 괴롭힘에 대하여 6하 원칙에 따른 구체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사건에 있어 직장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회사의 부적절한 조치와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여야 한다. 이로 인하여 정신질환이 더욱 악화되었고 계속 근무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휴직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와 같이 본인의 정신 질병이 직장내 괴롭힘에서 발생했다는 사실과 이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게 된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은 근로자에게 생계수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장소이다. 근로자는 직장생활을 통해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개인적 성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장소인데, 이러한 사업장 내에서의 직장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에게 각종 정신질환을 유발하게 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성실원칙에 따라 근로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형사책임[1]과 민사책임[2]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정봉수 칼럼]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 질환을 갖게 된 사례
▲사진=(인터넷) 매일노동뉴스 “’직장내 괴롭힘 산재 인정에도 회사 취소 소송” 2022. 12. 8. 자 ) –  2022. 12. 31.  구글 검색 : 직장내 괴롭힘 ⓒ강남구 소비자저널

 


[1]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위반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2] 대법원 1999.2.23. 선고 97다1208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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