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어느 마을에 세상에서 가장 유능하다는 등산 안내자가 있었다.
산길을 누구보다 잘 알고, 걸음이 빠르며, 정상까지 가장 짧은 길을 찾아내는 데 탁월했다.
어느 날 그는 주민 스무 명을 데리고 산에 올랐다.
“여러분, 저만 믿고 따라오십시오!”
안내자는 힘차게 출발했다.
남들이 한 시간 걸리는 길을 단 40분 만에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땀을 닦으며 환호했다.
“역시 나는 최고의 안내자야!”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한참 뒤에야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시오, 안내자 양반!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합니까?”
안내자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저는 이미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자네는 여행 안내를 한 게 아니라 혼자 등산을 한 거구먼.”
참으로 위대한 리더십이었다.
안내자는 성공했는데 여행은 실패했다.
가장 먼저 정상에 도착했지만, 함께 출발한 사람들은 길을 잃었다.
문제는 길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함께 걷는 사람을 보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리더의 역설이 시작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리더를 앞장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보다 많이 알고, 빨리 판단하고, 강하게 이끌며, 가장 먼저 목표에 도착하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라고 배웠다.
물론 방향을 제시하고 결단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혼자 빨리 가는 능력과 다른 사람들이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돕는 능력은 다르다.
앞서가는 사람은 자신의 속도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리더의 성과에는 함께한 사람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으며, 얼마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리더들이 많다.
남을 가르치는 데는 박사인데 자신의 말을 실천하는 데는 아직 신입생이다.
회의에서는 미래를 완성하고, 실행은 다음 회의로 미룬다.
목표는 하늘까지 올려놓고, 정작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내일 결정하자고 한다.
참으로 원대한 조직이다.
미래는 이미 완성되었는데 오늘 할 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그 안에는 우리가 리더십을 잘못 이해해 온 오래된 습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많이 따르게 만드는 것이 반드시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은 아니다.
모든 결정을 대신 내려 주고, 문제의 답을 독점하며,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영향력은 커 보인다.
그런데 그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 모든 일이 멈춘다면 무엇이 남겠는가?
지도력일까, 의존성일까?
사람을 따르게 만드는 것은 권력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데에는 더 깊은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혼자 모든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리더십이라는 뜻은 아니다.
인간은 서로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협력하며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협력과 종속을 구별하는 일이다.
건강한 협력은 서로의 능력을 키운다.
그러나 일방적인 의존은 한 사람의 판단이 멈추는 순간 모두의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에게 의존하는 사람을 끝없이 늘리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성장하여 자신이 없어도 판단하고, 필요할 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든다.
자신의 그림자를 크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 그림자 밖으로 걸어 나올 사람들을 길러 내는 것이다.
이것이 리더십의 깊이다.
그런데 이 철학은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장의 구조와도 연결된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유능한 영업 리더는 상품을 잘 설명하고, 고객을 설득하며, 많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그러한 능력은 지금도 필요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택권과 관계의 지속성이 중요해지는 시장에서는 새로운 질문이 요구된다.
우리는 소비자가 자신의 필요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가 팔고 싶은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설득하고 있는가?
비슷한 영업활동처럼 보이지만 출발점은 전혀 다르다.
하나는 판매자의 목표에서 시작한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의 삶에서 시작한다.
어느 상인이 손님에게 말했다.
“이 상품이 아주 좋습니다. 지금 구매하셔야 합니다.”
손님이 물었다.
“그런데 저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입니까?”
상인은 당황했다.
그 질문은 영업 매뉴얼의 다음 페이지에 없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곤란한 손님이다.
가격도 묻기 전에 구매할 이유부터 따지다니.
그러나 바로 그 질문이 소비주권의 출발이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리더는 구매를 설득하기 전에 필요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필요가 실제로 충족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KN541이 지향하는 소비생산 구조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는 생산자가 먼저 만들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생산소비 구조를 넘어, 소비자의 실제 필요와 선택이 생산을 호출하는 시장을 만들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 시장에서 전략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단순히 상품을 많이 소개하는 사람일까?
회원을 많이 모집하는 사람일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리더가 상품을 팔기 위해 사람을 찾았다면, 미래의 리더는 사람의 필요를 실현하기 위해 생산의 길을 찾아야 한다.
소비자의 불편을 듣고, 그 필요를 생산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며, 실제 수요와 생산 가능성을 연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필요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역할이 끝나지는 않는다.
원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가?
품질과 안전은 확보할 수 있는가?
생산원가와 공급조건은 현실적인가?
소비자의 선택이 실제 생산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책임 있는 답을 찾도록 돕는 일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전략리더는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서 말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 다른 필요와 조건을 이해하고, 실현 가능한 길을 함께 찾는 연결자여야 한다.
바로 여기에 소비생산의 새로운 지도력이 있다.
어느 날 한 소비자가 KN541의 철학을 듣고 관심을 보였다고 생각해 보자.
전략리더는 시장 구조의 전환과 지구사랑, 참여가치의 의미를 설명했다.
소비자는 충분히 듣고 말했다.
“좋은 취지는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전략리더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칩니다!”
이렇게 말해야 유능한 영업 리더일까?
아니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할까?
“충분히 살펴보시고 판단하십시오.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정확하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날 가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았다는 경험을 가지고 돌아갔다.
이것은 실패일까?
당장의 모집 실적으로만 보면 성과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관계경제와 신뢰경제의 관점에서는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
소비자를 붙잡지는 못했지만, 다시 대화할 수 있는 이유를 남겼기 때문이다.
물론 친절하게 대했다고 반드시 그 사람이 다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신뢰는 계산한 대로 돌아오는 보상도 아니다.
그러나 존중받은 선택과 지켜진 약속은 관계가 이어질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좋은 전략리더는 가입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도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했다면 그 선택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모으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함께할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여기서 리더십의 수준이 달라진다.
판매는 한 번의 거래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신뢰는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으로 검증된다.
설명한 내용이 사실이었는가.
약속한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되었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있게 대응했는가.
소비자의 의견이 실제 개선으로 이어졌는가.
이러한 경험이 쌓일 때 관계는 지속될 가능성을 얻는다.
따라서 전략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말솜씨만이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확정된 사실처럼 말하지 않는 정직함이다.
준비 중인 것은 준비 중이라고 설명하는 책임감이다.
그리고 자신의 설명과 실제 결과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다.
새로운 문명을 이야기하는 사람일수록 작은 약속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
큰 철학은 작은 약속을 지키는 일에서 신뢰를 얻기 때문이다.
이제 전략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 보자.
전략은 목표를 크게 적는 기술이 아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구별하고, 제한된 자원으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판단하며, 잘못된 방법을 수정하는 능력이다.
때로는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목표를 크게 세우면 전략도 훌륭해졌다고 착각하기 쉽다.
숫자는 사람보다 빨리 성장한다.
종이 위에서는 하루 만에 열 배도 커진다.
문제는 종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계획은 사람의 행동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누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조건이 필요하며, 결과를 무엇으로 확인할 것인지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이 계획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실천적 의미이기도 하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고집이 아니라 목적을 지키기 위해 방법을 바꾸는 지혜다.
여기서 배움의 가치가 드러난다.
교육을 받기 전에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이 보인다.
처음에는 답을 얻으러 왔는데, 공부를 마치고 나니 질문이 더 많아진다.
참으로 이상한 교육이다.
모르는 것을 줄이려고 공부했는데 모르는 것이 더 많이 생겼다니.
그러나 그것은 실패가 아닐 수 있다.
자신이 아는 세계의 경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성숙한 배움은 모든 답을 안다고 선언하게 만들지 않는다.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게 만든다.
좋은 리더 역시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질문이 사라졌다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침묵하는 조직을 보며 모두가 동의한다고 착각하는 리더가 있다.
그러나 침묵은 동의일 수도 있고, 체념일 수도 있으며,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
좋은 리더는 그 차이를 살핀다.
다른 의견을 듣고, 자신의 판단을 검증하며,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수정한다.
권위를 지키는 것보다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도력은 시장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관계경제는 사람을 많이 아는 경제가 아니다.
서로의 필요를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만들어 가는 구조다.
신뢰경제는 좋은 말로 서로를 격려하는 경제가 아니다.
약속과 책임이 실제 행동으로 확인되는 질서다.
소비주권은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선언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로 선택하며, 그 선택이 생산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실질적인 의미를 얻는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수요에 맞는 생산과 불필요한 낭비의 감소로 이어진다면 시장 구조를 바꾸어 지구사랑을 실천한다는 KN541의 철학도 현실에서 검증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대의 전략리더는 사람을 자신의 뒤에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시장의 주체가 되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가 열어야 할 미래는 어느 한 사람의 성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필요를 이해하고, 판단할 힘을 얻으며, 서로의 능력을 연결할 수 있을 때 그 가능성이 넓어진다.
이제 처음의 등산 안내자를 다시 생각해 보자.
그는 누구보다 빨리 정상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가 안내해야 할 사람들은 산 아래에서 길을 찾고 있었다.
그날 할머니의 한마디가 그의 성적표를 바꾸었다.
“자네는 여행 안내를 한 게 아니라 혼자 등산을 한 거구먼.”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도 비슷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은 성공했다고 말하는데 함께했던 사람들은 지쳐 있다.
조직은 성장했다고 발표하는데 그 안의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모른다.
시장은 발전했다고 자랑하는데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권이 오히려 좁아졌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성공이라고 불러야 할까?
가장 높은 곳에 혼자 서 있는 모습일까?
아니면 함께한 사람들이 저마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스스로 걸어가는 모습일까?
리더는 앞장서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앞장선다는 것은 뒤에 있는 사람들을 잊어버리는 일이 아니다.
먼저 위험을 살피고, 길을 확인하며,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진정한 지도력은 자신의 자리를 영원히 지키는 데 있지 않다.
그 자리에 다른 사람도 설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리더가 남기는 가장 소중한 유산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의 숫자가 아니다.
자신과 함께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 판단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된 사람들이다.
시장의 주인은 리더가 아니다.
소비자다.
그리고 미래의 리더는 그 주권을 대신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이 더 나은 생산과 새로운 미래로 이어지도록 길을 여는 사람이어야 한다.
혼자 정상에 오르는 것은 개인의 성취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드는 것은 공동의 미래를 여는 일이다.
리더의 역설.
가장 앞에 서는 사람이 반드시 가장 위대한 리더는 아니다.
자신이 지나간 자리에 추종자만 남기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걸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남기는 사람.
그 사람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리더다.
KN541 전략리더 4주 교육 제1기 수료생 여러분, 여러분의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