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및 교육단체들에게 제안-
[강남구 소비자저널=김은정 기자] 경기교육자치포럼 상임회장이자 현 서울교육대학교 명예교수인 배종수 교수가 페이스북 페이지 ‘삐에로 배종수 교수의 생명을 살리는 교육, 사랑+세상’을 통해 전교조 및 교육단체들에게 교육공동체들로서 교육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가자는 취지에서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다음은 전문이다.
먼저 전교조의 탄생 과정부터 현재까지 몸소 체험한 한 사람으로서 전교조가 교육 본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를 개인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1969년도 제가 초등학교 교사를 할 당시 교사들의 처우는 매우 낮았습니다. 이런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방법의 하나로 교육대학 남학생들에게 재학 중 RNTC(하사관간부후보생과정)를 받으면 졸업하면서 군 입대를 면제해 주는 특혜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본적인 처우가 낮았기에 대도시 학급에서는 월별로 시험지대금을 비공식적으로 받은 경우도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시험지대금을 합법화하여 육성회비로 양성화하여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소위 촌지(봉투)가 오고 가는 비교육적인 상황이 이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비교육적인 상황을 타개하고자 교육계 인사들의 일부가 참교육을 선포하고 바람직한 교육 활동(촌지 받지 않기 운동 등)을 전개하게 되었는데, 교육계와 국민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 주면서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런 참교육 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 모임을 노동조합으로 결성할 것이냐 마느냐에 대한 투표에서 노동조합으로 결성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때 노동조합으로 결성되는 것을 반대했던 온건한 교사들이 탈퇴하면서 보다 진보 성향이 강한 교사들을 중심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탄생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전교조는 그 동안 학교의 비교육적인 요소들을 제거하는데 앞장섰고, 교사들의 권익을 위하여 노력하는 등의 많은 공헌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비교육적인 요소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보수성이 강한 교직원들과 많은 갈등을 빚었고, 다소 강경한 활동들에 대하여 보수계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전교조 활동은 더욱 강경한 노선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1945년 일본에서 해방된 후의 우리 교육계의 상황을 세대별로 되짚어 보겠습니다.
1세대(현재는 퇴임한 100대 이상의 교사들):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해방을 맞이하면서 일본의 교육을 상당히 베끼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주춧돌을 심었는데, 이 시대의 교사들은 그 역할을 그 정도에서 충분히 하셨다고 생각을 합니다.
2세대(현재는 퇴임한 80대~90대 교사들): 1세대 교사들이 심어 놓았던 주춧돌을 기반으로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더 올려놓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3세대(현 60대~70대 교사들): 2세대 교사들이 쌓아 놓았던 교육을 기반으로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더욱 올려놓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4세대(현 40대~50대 교사들): 3세대 교사들이 쌓아 놓았던 교육을 기반으로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더더욱 올려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교육계는 전교조와 역사를 함께한 3, 4세대 교사들을 거치면서 교육 내용에 대한 연구보다는 교육 방법이나 제도, 교사의 처우 등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를 반성해볼 일입니다. 대한민국 누구라도 붙잡고서 우리 교육 현실이 잘 돌아가고 있는가를 물어본다면 아무도 긍정적 답변을 내놓진 않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사들의 단체 중에는 한국교육총연합회(교총)도 있습니다. 전교조가 진보라고 본다면 이 단체는 보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단체 모두 우리 근대 교육의 역사를 이끌어 온 단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이 두 단체는 설립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본질인 교육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교육 방법이나 교육 제도만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육은 진보, 보수 등의 정치, 이념을 떠나서 교육 철학에 기반을 두고 ‘교육 내용을 왜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집중하여 연구를 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975년에 대한민국의 수학교육은 ‘수학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왜 교육하여야 하는 이유도 모르면서 교육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을 하였습니다. 1976년 29세에 초등학교 교사를 사직하고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1984년에 교육대학 수학교육과 교수가 되고, 2000년부터 삐에로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문제를 제기하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삼각형에서 ‘밑변’을 생각해 보죠. 밑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삼각형의 ‘밑변’이란 삼각형에서 ‘밑에 있는 변’이라고 이해하고 있을 텐데, 이는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삼각형의 ‘밑변’이란 삼각형에서 ‘밑에 있는 변’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삼각형의 ‘밑변’이라고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의미는 영어로 ‘base’ 인데 ‘기본이 되는 변’이라는 의미입니다. 만일, 교사들이 삼각형에서 ‘기본이 되는 변’을 ‘왜 밑변이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삼각형에서 ‘밑변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 학생들이 삼각형의 밑변을 ‘왜 배워야 하는가’ 등의 이유를 모르고 있다면 교육 방법은 항상 주입식으로 밖에 갈 수 없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교육 내용을 주입식으로 암기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수학, 과학, 국어, 역사 등의 내용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이런 과목의 교육 내용을 단순히 주입식으로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닙니다. 교사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각 과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왜 가르치는지를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교육의 질을 한층 높였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교육 내용을 왜 배워야 하는 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면서 신나고 행복하고 즐겁게 공부하고, 교사들이 교육 내용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알면서 소명을 가지고 신나고 행복하게 즐겁게 교육하고, 부모들이 자녀들을 안심하고 믿고 학교에 맡기는 상황을 ‘생명을 살리는 교육’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어려움은 각 교과교육의 전문가들이 세대를 거치면서 ‘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왜 교육하여야 하는가’, ‘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왜 배워야 하는가’ 등에 대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의 정상화는 지극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에게 ‘각 교과의 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왜 교육하여야 하고, 왜 배워야 하는가’ 등에 대하여 직접 연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한편으론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교총과 전교조에 부탁을 드립니다.
비록 각 교과교육 전문가들이 교육의 본질인 교육 내용을 왜 교육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하더라도, 교총과 전교조에서라도 먼저 교육의 본질인 ‘교육 내용을 왜 교육하고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각각 구체적으로 관심을 두고 절박하게 논의한 뒤’, 그 다음에 교육 방법이나 교육 제도로 서로 경쟁하십시오. 그것이 순서라 생각하고 부탁을 드립니다.
교육은 진보, 보수의 정치, 이념이 아닌 아이들의 순수한 생명을 관리하는 고귀한 철학입니다. 이제는 근본으로 회귀하여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배종수 경기교육자치포럼 상임 대표 교육 경력
– 1969~1975: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 역임
– 1976~1980: 대학, 대학원 과정 졸업
– 1983: 대전공업전문대학 교수 역임
– 1984~2013: 서울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역임
– 2000년 제7차 교육과정 수학교과과정편찬위원장 역임
– 제5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편찬 책임교수
– 제6차 초등학교 수학교육과정 개발 책임교수
– 제6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편찬 책임교수
– 제7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편찬위원장
– 2007 개정교육과정 초등학교 3~6학년 수학교과서 편찬위원장
– 제7차 교육과정 중학교 수학교과서 편찬 대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