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근성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
[ 강남구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탁계석 평론가: 올해 1월에 한국경제문화연구원으로 부터 그간의 공로로 문화대상 받은 것에 축하를 드립니다. 지난해 말 서울신포니에타 160회 정기공연을 했고요, 요즈음 근황이 궁금합니다.
김영준 교수: 네, 감사합니다. 부족한 사람에게 권위의 상(賞)을 받게 되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운좋게 지난해 연말에는 서울신포니에타 160회 정기연주회를 마쳤습니다. 서울시립대에서 은퇴하여 명예교수로 일주일에 한 번씩을 나가고 있지요.
탁: 음악가의 진로가 매우 불투명해지고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때여서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 그렇습니다. 실력은 국제적 수준인데, 무대가 없어 생활할 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입니다. 젊은 음악도들이 정신없이 바쁘고 하니까, 원로들이 좀 나서서 길을 개척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생활클래식(Life Classic)운동으로 국민 모두가 1人 1악기 배우기 운동을 펼칠까 합니다. 주변에 뜻을 비쳐 보니 많은 분들이 호응하는 분위기여서 곧 기구를 발족할까 합니다.
탁: 그동안에 클래식 대중화운동이 펼쳐졌지만 막연한 거리감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의 핵심은 ‘접근성’이 아닐까 합니다. 공연장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나와는 무관하다고 느낀다는 겁니다. 그러나 생활속의 의자 하나, 디자인, 의상, 음식, 모든 것에 예술이 녹아있고, 좋은 것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똑같은 것이니까요, 알게 모르게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아주 멋진 것을 보았을 때 ‘와! 이건 예술이다’ 하지 않습니까? 때문에 앞으로 공급자 위주의 방식보다 체험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생활클래식(Life Classic)’ 이란 브랜드를 통해 인식을 과감하게 바꿔나가려 합니다.
탁:1인 1악기 운동, 스포츠에서에는 생활체육이 대중화가 잘 된 것 같습니다.
김: 네, 스포츠에서 생활 체육은 시,군,구,읍.면,동까지 모세혈관처럼 잘 조직되어 있고 깊숙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국민건강을 지켜야 사회도 건강해진다는 슬로건이 지난 수십년의 정책으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대한체육회가 백화점은 물론 구청에서 배우는 탁구,베트민터 등에 강사료를 지급하고 있어요. 우리도 벤치마킹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합니다.
시스템 구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해야 할 적기
탁: 근자에 성악은 동호인 활동이 아주 활발한데요.
김:가까운 일본에 갔을 때, 중소기업의 직장뿐만 아니라 경찰, 군인, 소방대, 합창, 초중등학생, 실버 등 그야말로 전 국민들이 생활음악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50년 전부터 해서 이미 생활화가 정착되었어요, 사회 여러 위치에 있는 분들 상당수가 그같은 경험을 해서 마인드가 좋고, 그래서 예산 확보가 잘 된다고 합니다. 아는 만큼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저도 1987년 명동사거리에서 김용배 피아니스트가 반주하면서 MBC TV 중계로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우리나라 국민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전공자가 아니어도 천재들 이 많다고 봅니다. 음악이 특별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누구든 재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인식을 넓혀가야 합니다.
탁: 결국 시스템을 만들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창구가 필요하겠군요.
김:오스트리아의 전체 인구가 800만 정도인데 비엔나에만 소극장이 300개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큰 구(區)정도에도 공간들이 많이 있어 주민들이 극장에서 살죠. 오페레타도 보고 와인도 한 잔하고 그야말로 멋진 생활을 합니다, 1천만 서울에도 공간이 적지 않지만 연결 고리가 없어 쉽게 접근하지 못하니 협회를 만들어 구체화할 생각입니다.
탁: 서울시립대에서 비전공자들을 위한 악기 체험이 있었다고 했는데요.
김: 네, 방학 때에 시립대 교수들과 비전공자들 대상의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 체험 특강을 만들었는데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악기를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거였죠. 교수에게 한번 사사(?) 받는 다는 것에 굉장한 기대감이 넘쳐 대학 본부에서도 깜짝 놀랐습니다. 바이올린 활을 그어서 따~ 다~ 다~단, 운명 교향악곡의 첫 소리를 내어 본 것으로도 체험의 신비(?)를 느꼈다는 겁니다. 축구, 탁구 같은 운동에 비하면 체험 기회가 없었던 것이니 키포인트는 접근성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탁: 음악가들 모두가 무대에 서는 것도 아니고, 결국 생활클래식을 통해 확대해 간다면 클래식 전반의 붐업이 이뤄질 것이라니 큰 희망입니다.
봉사하면서 보람 느낄 때 성숙한 문화 생태 환경 만들어져
김: 그렇죠. 음악대학 나와서 무대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대부분 초중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했으니 그 시간과 열정, 비용이 엄청난 것인데, 활용하지 못한다면 시간과 에너지, 경제적 손실은 개인을 넘어 국가적 손실이라고 봅니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위해 적극적인 개발을 해서 양극화를 막는 것이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이게 공공지원에만 기대해서는 풀리지 않는 것이니까요. 탁선생님께서도 좀 앞장 서주시면 좋겠습니다. 결국 도시 전체가 풍악을 울려서 문화예술을 꽃피워 간다면 음악 기능이 살아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로(元老)들이 나서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면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겠죠.
서초구에서도 젊은 연주가들의 실내악페스티벌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코로나가 좀 안정되면 30-50명 관객의 살롱콘서트, 페밀리콘서트가 늘어 날 것입니다. 기획과 행정의 젊은 예술가들도 길러야 합니다. 이런 것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요한 것이죠,
탁: 음악을 하다 멈추면 자존감도 약해지고, 몸에 병도 생길 것 같습니다. 외국유학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나 결혼, 육아 등으로 쉬고 있는 음악가들이 사회봉사를 한다면 아마도 40~50대 여성 주자들이 엄청나게 많을 것 같군요,
놀면 뭐하니? 방송 프로그램처럼 부활엔 사명감과 헌신의 용기가 필요
김: 퇴직 후 활동력이 없으면 존재의 이유 탓으로 정신적 충격과 우울증을 겪는다고 합니다. 인간 수명도 늘고. 정말 잘 가르칠 수 있죠. 일본의 스키장이 있는 호텔에 갔더니 아마추어이지만 평생 스키를 탄 노인들이 체력도 한계가 있으니 애들을 가르치는 것을 보았어요. 벽에 이들 사진이 쭉 걸려 있어 자긍심도 느끼고, 보람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더라구요. 친구들끼리 모여 친목하니까 너무 즐거운 거에요. 음악과 함께 죽을 때 까지 즐기는 신이 준 특권이 뮤지션에게 있는데 이걸 회복해야 합니다. 정부에 앞서 민간차원에서 시도하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봉사의 기쁨을 누린다면 최고의 가치가 아니겠어요.
탁: 사회가 병들고 심각한 개인화로 탄력성을 잃고 있는 때에 미래세대를 위해서 생활클래식이 윤활유가 된다면 정말 좋겠군요.저도 앞장 서겠습니다.
김: 뜻있는 분들이 자신의 건물에 소극장, 전시장을 짓는 등 아트 인프라가 늘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서로 함께 한다면 이 답답한 일상에서 환희의 탈출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인터뷰 초대에 감사 합니다.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회장(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