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기업은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비용을 줄여서 생존하고자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인건비는 전체 비용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기업은 단기간 내에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하여 인건비를 줄이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구조조정에는 무급휴직,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이 있고, 가급적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8년 경제위기 이전에는 급격한 기업성장으로 평생직장의 개념이 정립되어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정년까지 근무가 가능하였고, 법과 제도도 그에 맞추어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IMF차관을 도입하는 조건으로 정리해고법과 파견근로자법이 도입되었다. 당시 경제위기에 봉착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다양한 구조조정 방법 중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하여 수 많은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정규직 대신에 인건비가 싸고 고용유연성이 확보되는 기간제근로자나 파견근로자들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고용형태로 인하여 전 사업장이 비정규직화 하는 것을 우려하여 2007년에 비정규직 보호법을 제정하여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형태로 인하여 우리나라에 고용의 이중구조화가 정착되게 되었다. 대기업의 정규직은 대체로 고용이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을 받는 그룹인 반면에, 비정규직 근로자는 고용이 불안하며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는 그룹이다. 이러한 이중고용구조의 부작용이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가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사태이다. 2009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첫째 그룹에 속했던 근로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었고, 둘째 그룹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9년동안 해고된 근로자와 가족을 포함한 30여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가 도입한 정리해고제도를 통한 구조조정이 바람직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외국의 구조조정 사례(폭스바겐자동차)를 비교하면서 쌍용차의 구조조정의 평가와 함께 정리해고 이외의 다른 구조조정 방법도 제시해보고자 한다.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사례: 정리해고>
쌍용자동차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신진자동차, 동아자동차로 회사의 주인과 회사명이 바뀌어 오다가 쌍용그룹이 이를 인수하여 1988년 상호를 쌍용자동차로 변경하였다. 1993년 독일의 벤츠사와 기술제휴로 SUV 무쏘와 1996년 뉴코란도를 출시하여 4WD 차량을 대표하는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1992년 이후 적자가 누적되다 1998년에 대우자동차로 매각되었다. 이후 1년 만인 1999년 대우가 부도 나자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를 통해 경영상태가 호전되자 2004년 다시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되었다. 그 후 상하이자동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2008년 까지 4년 동안 신차개발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고, 기존의 SUV 기술과 주요인력만 탈취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인은 2009년 4월 경영정상화를 위해 7,135명 중 37%인, 2,646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잔류 4,489명). 이에 노조는 2009년 5월에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가 8월까지 76일간 공장 점거 총파업을 진행하다가, 경찰의 진압작전과 노조와 사측의 협상이 타결되면서 파업을 중단하였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감원인원 2,646명 중, 희망퇴직이 2,019명, 무급휴직이 459명, 영업직 전환이 3명, 정리해고 165명이 (=생산직 159명 + 관리직 6명) 결정되었다.
2010년 11월에 쌍용자동차는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에 매각되었다. 이후 쌍용자동차는 회사의 경영상태에 맞추어 무급휴직자와 해고자들을 점진적으로 복직을 시키고 있다. 2013년 3월 무급휴직자 454명을 복직시킨 이후 2016년 2월 40명, 2017년 4월 62명, 2018년에는 16명에 대하여 복직 절차를 진행했다.
<폭스바겐 구조조정 사례: 일자리 나누기>
폭스바겐자동차는 지난 1937년 나치 독일 치하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국영기업으로 설립되었다. 이후 1960년 주식을 공개해 민영화한 후 9년 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아우디 그룹을, 이어 1990년에는 스코다를 인수해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1993년 폭스바겐의 독일 내 종업원 수는 10만3000명으로 최대 수준에 달했으나 공장은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다.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매출액 대비 임금이 25%로, 포드, 오펠 등 경쟁사보다 20% 가까이 높았고, 생산성도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폭스바겐의 1992년 순이익은 1억4700만 마르크에 그쳐 전년보다 무려 87%나 급감했으며 93년에는 19억4000만 마르크 적자로 돌아섰다. 일본 업체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한데다 통일 후 생겨났던 경기 거품이 빠진데 따른 후유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 컸다. 당시 독일 언론이 앞 다퉈 폭스바겐을 구조조정 0순위 업체로 지목할 정도였다.
이에 폭스바겐은 1995년까지 독일 근로자의 30%(약 3만1300명)를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사측과 협의 끝에 해고 대신 임금보전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택했다. 1993년 11월 폭스바겐 노사는 협상 4주 만에 일자리나누기 도입을 합의한 ‘고용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협약은 당초 3만 명을 해고하려 했던 사측과 ‘정리해고 결사 반대’를 외치던 노조가 만들어 낸 극적인 결과물이다. 그 내용은 다음 3가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①1994년부터 실시한 일자리나누기의 핵심은 사측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조는 임금 보전 없는 근로시간 단축(주4일제 도입으로 주당 노동시간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단축)에 합의한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시간이 20% 줄어들고 노동자 소득은 최고 20%가 줄어들었으나 고용안정으로 인하여 노와 사의 신뢰가 쌓였고 노동유연성을 위한 조치도 마련하였다. ②1995년에는 감산으로 조업이 단축될 경우 노동자에게 기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보장해주고 결손된 조업시간은 이후 증산 시 결산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시간계좌제’를 도입하였다. 이로써 회사는 수요 변동에 따라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고, 교대제 또한 설비 특성에 따라 1교대제~3교대제 등 다양하게 분화시켰다. ③조업이 줄어든 노동자는 정부가 최대 6개월까지 유급 직업교육을 보장하는 블록시간제 혜택을 얻었다. 이로써 노동자는 유휴 시간에도 업무 숙련도를 높일 수 있었고 회사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노사합의 핵심 내용은 첫째 전체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20%(주 36시간에서 28.8 시간으로) 단축하고 인건비를 20% 삭감하였다. 둘째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하여 초과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수당 대신 휴가로 대체하고 반면 소정 근로시간에 미달한 경우에는 기업이 요구할 때 초과근로를 한다는 것이다. 이 협약을 통해, 노동조합은 고용안정을 이루었고, 회사는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고숙련 노동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한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도입 첫 해 16억 마르크 상당의 인건비를 절감하였고, 또한 1993년 25%에 달하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6년 후 16%까지 낮아졌다. 그 결과 고용안정을 보장받은 노동자들의 노동 생산성은 6%포인트가 올라갔다.
폭스바겐의 성공 요인은 일자리나누기와 동시에 진행된 체질 개선이었다. 특히 고비용 문제에 시달리던 생산 과정의 혁신과 시장에 맞는 신차 개발과 효과적 마케팅이 회사를 살렸다. 플랫폼 공용화와 모듈화 도입 등 비용절감 노력은 회사의 수익구조를 크게 향상시켰다. 93년 위기 당시 총 16개에 달하던 플랫폼은 크게 줄어들어 공용화에 성공, 다양한 파생모델의 저가 생산이 가능해졌다. 2000년 폭스바겐의 플랫폼당 모델 수는 10.3개로 크라이슬러(1.8개), 포드(2.8개), GM(3.5개)을 압도했다. 공동 플랫폼 도입으로 큰 비용이 들어가는 초기 연구개발 부문 비용은 연간 30억 마르크가 줄어들었다.
노측의 협력에 대해 사측은 전체 근로자의 고용보장으로 화답했다. 또한 해외공장 대신 자국 내 하노버와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증설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폭스바겐은 고용조정 없이 1년 동안 1조원(약 16억 마르크)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 영업이익률도 ’93년 -8.7%에서 ’98년 +1.7%로 개선되었다. 폭스바겐의 전 세계 판매대수는 ’04년 510만대(세계 4위)에서 ’15년 993만대로 늘었고,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회사로 부상했다.
<교훈과 과제>
기업은 하나의 생명체로 경쟁시장에서 끊임없이 새로이 출현하거나 사라진다. 기업이 ‘적자생존’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에 적응하는 끊임없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반드시 대량해고를 동반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삭감, 노사협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해고가 불가피하다면 해고근로자가 바로 실업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재고용을 위한 직업능력향상 교육과 심신을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폭스바겐 노사가 일자리를 보전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인 ‘워크쉐어링 (일자리나누기)’ 을 도입하였다는 것은, 한국 회사의 구조조정시 근로자 해고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한국 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2009년 구조조정 당시 쌍용자동차도 노사의 성숙한 자세로 상대를 서로 인정해주었다면 일방적인 정리해고의 구조조정이 아닌 일자리나누기 같은 고통분담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도 생존해야만 근로자의 계속적 고용이 가능하다. 기업의 생존 없이 근로자의 고용은 보장 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과 이에 따른 근로자의 고용보장을 위해서 노사가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 구조조정에 의한 정리해고는 유능한 인력의 퇴출로 인해 미래의 잠재적 인력부족으로 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 따라서 정리해고가 아닌 폭스바겐과 같이 일자리를 나누어 어려운 기업환경을 극복하고 경기가 회복됨과 함께 고용을 복원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과 근로자가 고통을 분담하여 어려움을 이겨내는 상생의 구조조정으로 노사가 공동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조정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