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한국이 낳은 월드 스타들의 최고 무대… 주옥 같은 아리아로 세계의 무대를 품은 밤

[손영미 칼럼] 한국이 낳은 월드 스타들의 최고 무대… 주옥 같은 아리아로 세계의 무대를 품은 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KG Philharmonic Orchestra
Word-Class Vocalist Series 2025
K –Opera Gala 공연이
2025년 7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오늘 공연 무대는 곽재선 문화재단의 주최와 KG 그룹 후원으로, 한국이 빚어낸 월드 스타들의 연주로 단순히 ‘아름다운 노래’가 흐른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한국 성악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세계가 주목한 이유를 고스란히 증명해 낸, 울림의 현장이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넘어선 진심, 한국 성악이 전한 영혼의 소리 그 자체였다. 세 명의 연주자 모두 월드 스타답게 손색없는 연주로, 주옥같은 아리아의 향연을 펼쳤다. 이들은 또 작품 속 인물들의 심연을 파헤친 섬세한 연기와 목소리로, 오페라의 극적 정수를 보여주었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아리아의 향연을 넘어, ‘성악가의 해석력과 음악적 서사’가 만나는 총체적 무대 예술을 선보였다.

오프닝 서곡으로는 <KG 그룹과 곽재선 문화재단이 2025년 새롭게 창단한 KG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서희태 지휘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로 첫 무대가 열렸다. 왈츠와 경쾌한 리듬이 어우러진 이 곡은 관객을 단숨에 오페라의 세계로 이끌었다.

첫 연주자로 바리톤 김기훈은 ‘금지된 사랑의 노래’에서가슴 깊이 눌러온 열정을, 베르디 <Io morrò>에서는 절망과 외로움에 짓눌린 왕의 비탄을 노래했다. 서로 다른 감정의 결을 균형 있게 전달한 그의 무대는 깊은 내면의 울림을 주었다.

소프라노 ‘박소영의 헨델 <Lascia ch’io pianga>’는 고통과 기도의 선율이 깃든 바로크 아리아로, 그녀의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특히 벨리니의 아리아는 벨칸토 오페라의 긴 호흡과 감정의 흐름을 유려하게 이끌어야 하는데, 그 감정선을 올곧게 살려내었고 박소영은 이 곡을 통해 ‘신을 부르는 여사제’의 고요하고 숭고한 순간을 무대 위에 제대로 그려내었다.

연이어 테너 김재형은 스페인의 정열이 깃든 곡으로 밝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전한 ‘그라나다’를, 쥘 마스네의 오페라 <Pourquoi me réveiller>로 ‘왜? 날, 깨우는가’ 괴테 원작의 문학적 깊이를 담은 이 아리아에서 그의 서정성과 극적인 감정 이입이 빛을 더했다.

1부의 마무리는 소프라노와 테너가 함께 부르는 레하르의 <입술은 침묵하고> 사랑의 달콤함과 설렘을 오페레타의 향기로 이 듀엣은 아름답고 절제된 긴장 속에서 1부의 서사를 감미롭게 마무리하였다.

2부의 첫 무대를 연 바리톤 김기훈의 ‘산아’ 신동수 작곡을 이어 박소영은 김성태 작곡의 ‘동심초’를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사랑이여, 내게 용기를 주소서’를 불렀다.

특히 관객들의 찬사를 불러낸 곡으로 사랑의 두려움을 마주한 줄리엣의 심정을 그녀는 사랑의 설렘과 용기, 그리고 운명을 직면한 줄리엣의 내면 심정을 농밀한 저음과 고음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표현했다.

바리톤 김기훈은 베르디 <리골레토> 중 ‘이 천벌을 받을 가신들아’ 로 또한 무대를 압도했다.
무고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울분과 오열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이 곡에서 그는 단순한 비극을 넘어, 감정의 격류를 뜨겁게 토해냈다. 무대를 가득 채운 그의 성량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강렬했다.

김재형은 푸치니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을 통해 절망의 고요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의 회한을 차분하게 끌어올렸다. 그의 목소리는 극도의 정적 속에 스며든 감정을 관객의 가슴 깊이 새겼다.

무엇보다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는 박소영과 김기훈이 함께한 듀엣 <그래, 복수다!>였다. 리골레토 부녀의 엇갈린 감정과 오열, 결연한 다짐이 얽힌 장면 속에서 두 성악가는 절제된 감정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절묘하게 조율하며, 연기와 노래의 경계를 넘나드는 완숙함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무대는 김재형과 김기훈이 함께한 <우정의 이중창 – Dio, che nell’alma infondere>였다. <돈 카를로> 속 두 남자가 자유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건 동지를 노래하는 이 곡에서, 두 성악가는 음악적 조화를 넘어 감정의 신뢰와 이상을 호흡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처럼 성찬처럼 차려진 오늘의 무대는 주옥같은 아리아들로 월드 스타들답게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무대 위에서 곡의 숨결까지 살아 있는 이야기로 펼쳐냈다. 그것은 천상 속 영혼의 무한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서희태 지휘자와 KG 오케스트라가 함께 직조한 하나의 드라마였다.

‘한국이 빚어낸 세계의 목소리’는 단지 명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수많은 시간, 치열한 훈련, 언어와 몸의 기억,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향한 깊은 믿음이 담겨 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오늘의 울림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 소리는 단지 귀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들은 천상의 목소리였다.

아름다운 아리아의 밤을 선사한 KG 오케스트라의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사진=KG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개요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KG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로그램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KG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포스터 ⓒ강남 소비자저널
[손영미 칼럼] 한국이 낳은 월드 스타들의 최고 무대… 주옥 같은 아리아로 세계의 무대를 품은 밤
▲사진=KG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희태 지휘자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공연 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공연 후 필자(좌)와 서희태 지휘자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공연 후 찰칵(좌로부터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박소영, 필자)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공연 후 기념촬영(좌로부터 바리톤 김기훈, 테너 김재형, 소프라노 박소영, 서희태 지휘자)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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