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수습근로자 해고사건 사례와 시사점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실무상 서면해고통지 없이 수습평가만으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에 제27조에 명시된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하게 되어 부당해고가 된다.

 

<사실관계>

2020년 3월 가구도매업 사업을 하는 X회사(이하 ‘회사’이라 한다.)로부터 해고사건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다. 회사는 번역업무를 담당할 Y근로자(이하 ‘근로자’이라 한다.)를 채용하여 번역업무에 맡겼으나, 근로자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3개월 수습기간을 마치는 시점에서 근로계약을 종결시킨 사건이었다.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보하는 자리에서 회사는 근로자에게 ‘서면해고통지’를 하지 않았다. 다만, 수습평가서에 해고에 대한 근로자의 확인 서명만을 받았다. 그후 2개월이 지난 후 근로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근로자 자신은 엄격한 면접과정을 통해 채용되었고, 수습기간 동안 성실하게 근무하였기 때문에 회사의 일방적인 근로계약의 종결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회사는 근로자의 번역능력이 현저히 수준에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수습평가를 통해 근로계약을 종결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쟁점>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은 (i) 수습기간 중 근로계약을 종결하면서 서면해고통지를 하지 않은 것이 타당한지 여부, (ii) 수습평가서에 받은 근로자의 확인서명을 합의퇴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만약 이 확인서명이 합의퇴직으로 볼 수 없다면 해고절차 위반으로 부당해고가 된다.

 

1. 근로자의 주장

근로자는 헤드헌트를 통해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한 후, 3차례 면접과 3시간 동안의 번역시험을 통하여 2020년 10월초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2020년 10월 16일 회사는 이 근로자를 번역팀의 번역담당으로 채용되었다. 근로자는 입사한 후 한 차례도 결근 및 지각을 한 바 없으며, 다른 사람에게 모범을 보이며 맡은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근로자는 공인어학성적(토플 104점, 토익 980점)과 미국의 명문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경력을 가졌으며, 번역업무도 방송3개사 통/번역을 맡아 수행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근로자는 회사의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한 적이 없다. 회사가 수습기간의 종료를 통보하였으나, 근로자는 수습기간이라도 해고의 사유, 양정 및 절차에 있어 정당성을 결여하였으므로 부당해고라고 주장한다.

 

2. 회사의 주장

회사는 근로자의 번역 실력이 현저히 부족하고, 번역한 결과물이 기대 수준에 맞지 않아 수습기간의 종료에 따른 본채용을 거부하였다. 이는 사회통념상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을 남용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근로자는 이를 인정하고,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내용이 담긴 수습평가서에 자필로 서명하였기 때문에 근로계약이 합의로 해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근로자는 2020년 10월 16일 입사한 후 영문 자료를 한글 번역업무를 담당하였으나, 번역물의 완성도도 떨어지고, 번역시간도 두 배나 많았다. 근로자의 번역에 오역이 많고 원문과 다른 의역, 맞춤법에 틀리는 경우가 많아서 번역팀장이 재번역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2020년 12월 4일 번역팀장은 근로자에 대한 중간 평가를 (i) 업무지식, (ii) 업무품질, (iii) 동료근로자와의 협력, (iv) 의사소통의 4개 분야를 평가하였고, 동료근로자와의 협력 부분을 제외한 3개 부분에서 가장 낮은 점수(상당한 노력이 필요함)를 받았다. 이 평가서에 근로자도 확인서명을 하였다.

2020월 1월 9일 번역팀장은 수습평가의 결과 및 근로관계의 종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이 근로자와 면담하였다. 수습평가서는 4개 분야에 대한 평가항목이 있고, 평가지의 뒷면에는 “①정식 근로자로 채용할 것을 확인한다, ②수습기간을 연장한다, ③근로계약을 종료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번역팀장은 근로자에게 앞장의 평가항목에 모두 불충분하다고 표시된 수습평가서를 설명하였고, 근로자는 수습평가서의 뒷면에 표기된, “근로계약을 종료한다”에 선택표시를 하였고,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서명하였다. 이후 면담자리에서 인사팀장이 참여하자, 근로자는 “번역업무 보다는 마케팅 업무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하였다. 이에 인사팀장은 차후 회사에서 마케팅업무에 채용공고가 나가면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명함을 주었다. 이러한 최종 수습 평가시 면담결과를 볼 때,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종결한다는 수습평가서의 내용에 대하여 확인/서명하고, 또한 본인은 번역 업무보다는 마케팅 업무에 적성이 맞는다는 답변할 만큼 수습평가의 결과를 수용한 합의퇴직이었다.

 

<사건의 결과와 시사점>

2020년 5월 9일 서울노동위원회는 이번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에 대하여 근로자는 번역이라는 특수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수습평가서의 결과에 적극적인 거부없이 서명한 점을 볼 때, 이는 직접적 합의퇴직은 아니지만 수습평가 결과를 수용한 간접적 합의퇴직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기각하였다.

실무상 서면해고통지 없이 수습평가만으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에 제27조에 명시된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하게 되어 부당해고가 된다. 이번 수습기간 중의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도 사용자가 수습평가를 통해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하면서 서면 해고통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용자가 다행히도 수습평가 시에 근로자에 대해 근로관계의 종료 사유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시키면서 수습근로자로부터 확인/서명을 받아 두었다. 결국 이 사건에 대하여 노동위원회는 수습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아닌 합의 종결이었다고 판정하였다. 만약 이 사건이 부당해고로 인정받았다면, 회사는 금전적, 업무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였을 것이다. 이에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은 수습기간 중의 근로관계의 종료도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와 함께 해고의 서면통지절차 등의 절차를 준수해야 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사진자료=(인테넷)머니투데이  (“[SOS 노동법 ] 해고편 ”) 2016.11.25. ( 이미지 소개 ), 2021. 10. 17.  구글 검색  :  수습근로자 해고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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