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퇴직금 선지급이 퇴직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

[정봉수 칼럼] 퇴직금 선지급이 퇴직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최근에 퇴직금을 선지급하여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임하게 되어 관련 규정과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게 되었다. 관련사건을 보면, 근로자는 A소방설비업체(회사)에서 2019년 10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청구하였으나, 회사는 퇴직금 선지급에 따라 월급여액의 10%를 퇴직금으로 매달 지급하였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회사는 근로자들과 고용계약 체결 시 2개의 서류를 별도로 나누어 주고 서명을 받았다. 하나는 퇴직금 월분할정산 신청서이고, 다른 하나는 각서인데 그 내용은 본인의 요청으로 퇴직적립금 상당액에 대하여 가불을 신청하고 가불금과 본인이 수령해야 할 퇴직금을 상계처리 하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이다. 이 서류는 근로자가 모두 채용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서명해야 하는 근로계약의 부속 서류였다.  

 이 사건의 근로자는 퇴직금 상당액을 가불형식으로 지급받아 퇴직금에 갈음한다는 내용에 대해 각서로 동의하였다. 그러면 ①가불형식으로 받은 금액을 퇴직금과 상계처리 할 수 있는가? ②근로자가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고용노동청에 퇴직금 미지급으로 진정하는 경우 근로자는 퇴직금을 지급받을 받을 수 있는가? ③근로자가 회사로부터 퇴직금 선지급에 따라 가불형식으로 매월 받는 가불금을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법률상 원인없이 받은 부당이득금으로 볼 것 인지 아니면 정기ㆍ고정적으로 지급받았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와 관련하여 퇴직금 선지급이 퇴직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퇴직금 제도와 관련 판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위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퇴직금 선지급과 퇴직금 중간정산의 구분>

퇴직금 선지급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다. 퇴직금을 미리 받는다는 면에서 퇴직금 중간정산과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퇴직금 선지급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퇴직금을 가불형태로 미리 받고, 퇴직시에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퇴직금 중간정산은 퇴직하기 전이라도 기왕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발생한 퇴직금을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퇴직금으로 미리 수령하는 것이다.

퇴직금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퇴직금제도)와 제9조(퇴직금의 지급)에서 근로자가 퇴직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임금으로 후불임금임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판례에서도 퇴직금은 근로자가 퇴직시에 비로소 발생하는 후불성 임금으로,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할 수 없도록 강행법규로 보장하고 있다.

퇴직금은 퇴직을 사유로 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퇴직하기 전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퇴직금제도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제도로, 퇴직금은 법정임금이다(퇴직급여법 제8조제1항). 따라서 퇴직금은 사전에 퇴직금 분할지급으로 대체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본인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 한해 사용자는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퇴직급여법 제8조제2항).

 

<2010년 퇴직금 선지급 판단기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07다90760>

피고는 경영관리 컨설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퇴직한 피고의 근로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회사의 퇴직금 선지급제도 규정으로 인해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회사는 연봉계약서를 통해 연봉과 퇴직금을 정하고 이를 12분의 1로 구분하여 매월 월급여와 퇴직금을 분리하여 지급하였다. 이 연봉계약서에 “근로자는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퇴직금을 매월 단위로 중간 정산하여, 정규 급여일에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1심은 근로자들에게 퇴직금 선지급으로 지급된 기지급액은 통상임금이고 퇴직금선지급은 무효이므로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해 2심은 퇴직금선지급은 무효이지만, 근로자들이 매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액은 부당이득이므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결을 유지하면서, 다만 퇴직금과 상계하는 채권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퇴직금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그 범위를 제한하였다.

 

<2011년 퇴직금 중간정산제 남용 금지 법제화>

기존에는 기업들이 퇴직금 중간정산제도를 남발하여 근로자의 노후생활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2011년 7월 25일 퇴직금 중간정산을 엄격히 제한하고자 퇴직급여법이 개정되었다. ①주택구입, ②전세보증금 용도, ③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질병으로 요양이 필요한 경우, ④파산선고를 받은 경우나 ⑤개인회생절차를 시작한 경우, ⑥임금피크제 도입, ⑦재난의 피해를 입은 경우 등 7가지 사유에 한해서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퇴직금을 청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허가할 경우에 한해서만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근로자가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발생하지 않은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여 퇴직 시에 퇴직금을 대체하는 퇴직금 선지급은 강행 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이다.

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액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행법규위반으로 퇴직금 지급으로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면근로자가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액은 부당이득이므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취지를 감안할 때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퇴직금에서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07다90760) 또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퇴직금 분할 약정은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없고 지급된 퇴직금 상당액은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으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대법원 2010다95147)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퇴직금 선지급에 의해 지급된 퇴직금이 부당이득이라는 사실과 근로자의 퇴직금 채권의 2분1일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당이득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퇴직금 채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2011년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한 엄격한 제한 규정이 입법화되었다. 이에 따라 퇴직금 중간정산은 기 언급한 7가지 사유 외에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여러가지 명칭으로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각종 수당들은 통상임금으로 판결을 하였다. 이러한 입법과 판례의 경향으로 퇴직금 분할지급은 퇴직금이나 부당이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앞에 문제로 제기된 퇴직금 선지급으로 인한 퇴직금 선지급 방식은 더 이상 퇴직금 (중간)정산이나 근로자의 부당이득으로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정봉수 칼럼] 퇴직금 선지급이 퇴직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
▲사진자료=(인테넷) 한국금융신문, “퇴직금 알고 받자” 2018.10.25.자 – 2021. 12. 5. 구글 검색 : 퇴직금 미지급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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