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현행법상 저축휴가제도의 활용방법

[정봉수 칼럼] 현행법상 저축휴가제도의 활용방법

[강남구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노무자문을 하다 보면, 연차휴가에 대해 금전보상과 휴가보장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은 근로조건인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에 대해 나는 늘 휴가사용이 금전보상보다 더 나은 근로조건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연차휴가의 목적은 휴가를 통한 근로자의 정신상, 육체상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유급휴가협약(제132조)에 있어서도 연차휴가는 휴가보장을 원칙으로 하고 금전보상은 퇴직할 경우에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만 미사용연차휴가에 대해 금전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2003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에 따라 연장근로, 휴일근로, 그리고 야간근로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갈음하여 휴가로 보상하는 방식이 도입되었다. 2015년 국가공무원 복무규정도 연가보상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연가 일수 중 사용하지 않고 남은 연가 일수를 그 해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이월ㆍ저축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여, 2016년 근로기준법상의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로 확대 개편하는 법안이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현행 ‘보상휴가제’를 보완하여 연장, 야간, 휴일근로 이외에 유급휴가에 해당하는 시간을 적립하여 근로자가 필요한 경우에 휴가로 사용하거나, 휴가를 먼저 사용한 이후에 근로 등으로 보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법안의 특징은 기존의 보상휴가제와 달리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과 같이 먼저 휴가를 사용하고 나중에 연장, 휴일, 야간근로로 상환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유연근로제 형태로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입법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행 근로기준법을 가지고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한 보상휴가제와 연차휴가 이월을 통한 저축휴가제도로의 전환 방식을 설명하고자 한다.

 

<현행법의 보상휴가제와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도>

보상휴가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연장근로, 야간근로, 그리고 휴일근로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갈음하여 휴가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보상휴가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세부적인 시행방법에 대해 기술한 내용이 없으므로 기존의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범위내에서 노사 간에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상휴가제의 실시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의 내용은 ① 대상근로자의 범위, ② 대상근로시간의 범위, ③ 정산기간, ④ 보상휴가의 사용방법 등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1) 대상근로자의 범위: 전체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희망하는 근로자에 한하여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대상근로자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2) 대상근로시간의 범위: 보상의 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은 연장근로, 휴일근로, 야간근로이다. 소정근로시간 외에 추가로 지급되는 가산임금 전체를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3) 정산기간: 적립 가능한 보상기간에 대해 단기로 할 것인지, 장기로 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한다. 이 경우 최대 임금소멸시효를 감안하여 3년 이내로 한다.

 (4) 보상휴가의 사용방법: 축적된 보상휴가에 대해 개별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집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한다. 그리고 장기간의 휴가사용이 가능하도록 회사에서 필요한 조치 등에 대해 기술하여 장기간의 휴가보장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보상휴가의 정산기간에 대해 사용하지 못한 보상휴가에 대한 금전보상 내용을 포함한다.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도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노사합의를 전제로 하여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활용되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산임금을 언제까지 저축할 수 있는지 여부와 회사의 장기휴가 보장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보상휴가제를 저축휴가제로의 변경 시 현행법상 고려해야 하는 것이 휴가사용의 정산기간과 미사용한 휴가에 대한 금전보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휴일근로 및 야간근로를 저축하여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에 의하여 1년간 연장근로,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시간을 계산하여 다음 연도에 1년간 휴가를 사용하게 하고, 미사용한 휴가에 대하여 그 다음 연도 첫 번째 달의 임금정기지급일에 금전으로 보상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사용자는 특정 해에 발생한 근로자의 연장근로, 휴일근로 및 야간근로에 대한 대가로 저축된 보상휴가를 그 후 3년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고려하여 3년간 사용하지 못한 휴가는 반드시 임금보상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남아 있는 보상휴가에 대해 금전보상을 하여야 한다. 이는 노사가 ‘보상휴가 사용기간 내에 사용자의 귀책사유 없이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은 보상휴가에 대해 사용자는 임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합의하더라도 그러한 합의는 효력이 없다. 이러한 취지를 볼 때, 매년 1년 간 발생한 보상휴가는 그 후 3년간 사용하고, 소멸시효를 고려하여 3년간 미사용휴가에 대해 임금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행법의 연차휴가와 저축휴가제도>

연차휴가제도의 취지는 장기간 근로에 지친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가를 보장하여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사회적, 문화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ILO의 제132호 협약은 연차휴가기간이 분할되지 않는 2주간의 기간이 확보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경우에도 10일 이상 연속된 연가 사용을 보장하고 있으며, 행정기관의 장은 공무원이 3개월 이전에 10일 이상의 연속된 연가 일수 사용을 신청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승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차유급휴가제도는 입사 1년 미만인 근로자는 1월 만근에 1개의 유급휴가가 발생하고,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개근한 경우 15개의 유급휴가가 발생한다. 그리고 계속근로 3년차 마다 1개 씩 누적된 휴가가 발생하고 최대 25개까지 부여된다. 이렇게 근로의 대가로 발생한 휴가는 1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되고, 금전보상청구권으로 전환된다(근기법 제60조).

연차휴가의 사용유효기간 1년 기간 내에 휴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에서 연차 유급휴가의 사용 촉진제도(근기법 제61조)를 도입하고 있다. 이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 조치의 목적은 연차휴가의 목적이 휴가 사용을 통해서 근로자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지, 추가 임금보상을 받기 위한 것아 아님을 설명하고 있다. 근로자는 연차휴가 사용가능 기간 6개월 전에 휴가 계획을 통보하고, 이를 사용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가사용 유효기간 2개월 이내인 휴가에 대해서는 사용하지 못한 휴가에 대해 사용자가 휴가시기를 지정하여 휴가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사용자의 휴가사용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은 경우, 미사용휴가는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서 연차 휴가에 대해 저축휴가제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연차 유급휴가 사용기간이 1년이고, 이 사용유효기간이 지나면 금전보상의무로 전환되기 때문에 미사용연차휴가를 이월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저축휴가제도의 쟁점이다. 이에 대해 행정해석은 미사용 연차휴가를 이월하여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연차유급휴가 청구권이 소멸되기 전에 미리 휴가수당을 지급하고 그 만큼 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법위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사용 연차유급휴가에 대해 금전보상 대신 이월하여 사용하도록 당사자간에 합의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보았다. 또한,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조치에 있어서 사용자가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조치를 취하였음에도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한 경우, 미사용 연차휴가가 소멸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하고 있다. 이런 경우 법원은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 사용자가 별다른 이의 없이 근로자의 노무제공을 수령하였다면 사용자는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보상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해석과 판례의 내용을 가지고 판단할 때, 현행법 내에서도 연차휴가에 대한 저축휴가제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제도의 시행에 있어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아닌 근로자의 개별동의가 필요하다. 연차유급휴가를 이월하여 휴가로 사용하는 것은 개별근로자의 임금채권과 같으므로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 연차유급휴가 사용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 임금채권으로 변경된 3년 동안 연차휴가를 적립하여 장기휴가로 사용이 가능하다.

 도입 시에 참고할 만한 방식이 공무원 연가 저축제도이다. 이는 권장 연가일수 이외 미사용 연가는 저축계좌에 최대 3년까지 적립해 장기휴가를 갈 수 있게 하는 연가저축제도이다. 예를 들어, 현재 6년 이상 공무원의 연가일수는 21일로 이 가운데 권장 연가일수 10일을 제외하고 매년 11일씩 3년간 총33일을 저축한다면 한꺼번에 한 달 이상 휴가를 가는 게 가능해진다. 이 연가 저축휴가제 대상은 정부부처에서 공공기관으로 확대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ILO의 유급휴가협약(제132호)에서도 1년 근무기간에 대해 3주의 휴가를 보장하여야 하고, 이 휴가 중 최소 2주는 연속하여 부여하여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8조). 근로의 대가로 사용하는 장기 휴가를 통해 근로자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고,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문화적 활동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휴가의 보장은 금전보상보다 더 바람직한 근로자의 복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이것은 회사의 집단휴가 사용정책이나 취업규칙을 통한 사용자의 보장의무 규정 도입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근로시간이나 연차유급휴가에 대해 저축휴가제도의 도입과 함께 장기휴가보장 정책의 도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봉수 칼럼] 현행법상 저축휴가제도의 활용방법
▲사진=(인터넷) 이데일리 “휴가 한달…또 다른 ‘신의 직장’” 2007. 4. 23자  –  2022. 3. 26.  구글 검색 : 장기휴가제도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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