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외국계 항공사 노동조합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평소 공인노무사로서 회사측의 대리를 많이 하고 있는 편인데, 약간 이례적으로 노동조합(이하“노조”라 함)에서 자문을 부탁 받았다. 이 노조는 외국계 항공사 조로 1989년 4월에 설립되었지만, 25년 동안 한번도 단체협약의 체결 없이 노조의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회사는 서울 사무소에 근무 중인 노조위원장을 공항근무로 인사발령을 내고 여러 인사상 불이익을 주어 권고사직 하게 하였다. 그 후 후임 노조간부들도 인사상 불이익을 주어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노조가 설립한 때만 해도 임금수준이 동종업계와 비교해 상위였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제대로 임금인상이 없어 현재는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조가 전문가(공인노무사)의 자문을 받으면서 교섭한지10개월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 종전보다 임금 등 근로조건도 향상되었다. 본고에서는 위의 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한 과정 및 주요 쟁점을 살펴본다.

<사용자의 노조 관리>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고, 노조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거나 노조간부에게 불이익을 주어 단체교섭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아래는 구체적 사례이다.

(1) 1989년 노조가 설립되자 서울에 위치한 본사에서 근무하던 노조위원장을 공항지점으로 인사발령을 냈고, 진급에서 누락시키고, 임금인상도 거의 없어 노조위원장은 자진 퇴사하게 하였다.

(2) 지사장이 2009-2012년 여러 차례 이사직급(한국직책 호칭)을 가진 조합원에게 노조탈퇴를 강요하는 메일을 보냈고, 임금교섭 석상에서 구두발언 등을 통해 조합원의 탈퇴를 강요하였다. 이에 몇몇 이사들이 노조를 탈퇴하였다. 이들은 직급만       이사이지 부하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권한’이 없었으며, 실제로 업무에서 담당자 역할만 했었다. 이들 직급은 영어로 Employee(근로자)로, 관리자의 권한을 가진 자만이 영어로 Manager(관리자=팀장=부서장)로 표기되고 있다. 이들은 오로지 연령이 많고, 장기간 근무로 ‘이사’라고 호칭할 뿐이었다.

(3) 지사장은 노사협의나 임금교섭에서 “우리 회사는 임금 수준이 낮은 회사다. 싫으면 나가라”라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수 차례 조장해, 노조와의 교섭 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였다.

(4) 또한 일부 부서장이나 비서를 통해 회사의 방침에 거부하면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계속 주입시켜 노조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을 유지하였다.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

(1) 임금 삭감: 2009년 정기상여금 650% 중, 200%를 일방적으로 삭감하였다. 2009년 2월 노조는 회사에 공문으로 노조위원장 및 임원 통보를 했음에도, 동년 5월 회사는 노조 대표자를 무시하고, 노조의 임원인 아닌 특정 조합원을 노조의 대표자로 삼아서 2009년도 상여금 200%를 삭감하였다.

(2) 성과상여금 미지급(2012년도 분): 회사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면 성과상여금을 반드시 지급해왔다. 하지만, 회사는 2012년 회사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어떠한 이유나 설명 없이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3) 여성생리휴가 무급처리(2009년부터): 회사는 여성근로자에게 2009년 이전까지 임금에서 추가 지급되었던 유급생리휴가수당에 대해 여성근로자들의 어떠한 집단적 동의나 노조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무급으로 처리하여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4) 영업부 영업수당의 일방적 삭감: 영업부 직원은 매월 45만원씩 영업수당을 받아 왔다. 2009년에 회사는 영업부에 어떠한 통보나 설명도 없이 영업수당을 매월 45만원에서 35만원으로 줄였고, 2012년부터는 25만원으로 일방적으로 줄였다. 이는 장기간 지급해온 영업수당을 일방적으로 두번이나 삭감한 것으로 명백한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이다.

<단체교섭 경위>

노조는 2014년 1월에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해 2014. 2. 10. 상견례를 가지면서 교섭일정을 요구하였다. 또한 단체교섭(안)도 회사에 제출하였으나 회사는 노조의 교섭요구에 더 이상 대응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에서 2차에 걸친 서면 교섭요구 독촉장을 보냈으나, 회사는 노조의 교섭요구를 계속해 무응답으로 일관하였다. 지사장이 2014. 3. 17. 후임자도 지정하지 않은 채 노조에 교섭일정도 통지도 없이 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지사장이 교섭 중에 본사로 돌아간 것은 단체교섭을 거부해 단체협약이 없는 상황을 유지하려는 회사의 정책이라 판단되었다.

2014년 3월 말 한국지사장이 본국으로 돌아가자 노조는 회사를 단체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헌법이 보장한 노조의 권리를 행사하기로 하였다. 즉, 공권력을 이용해 회사를 교섭의 자리로 끌어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및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하며 협상을 요구하였다.

고소의 목적은 기존에 부당하게 삭감되었던 임금을 돌려받는 것과 단체교섭을 계속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청의 고소사건 조사과정에서 회사의 대표자가 직접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회사는 처음으로 노조의 힘을 실감하게 되었다. 회사는 고소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2014년 6월에 2012년에 미지급된 성과급과 2009년 일방적으로 삭감한 정기상여금 200%를 각각 지급하였다. 이에 노조는 회사의 임금소급지급을 긍정적 변화로 판단하였고, 회사가 불이익 하게 변경한 근로조건을 되돌리고 단체협약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회사의 구두약속을 받고 회사에 대한 고소장을 취하하였다.

회사는 부산지사장을 교섭대표로 삼아 2014년 7월부터 노조와 처음으로 단체교섭 안을 가지고 교섭을 시작하였다. 이후 동년 9월 23일까지 노조는 8차례의 단체교섭을 하였으나, 회사는 단체교섭안이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많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노조의 단체교섭안을 기존의 취업규칙 내용 수준에서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교섭진행이 잘 되지 않는 와중에 회사는 임금인상을 조건으로 현행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까지 요구하였다.

이에 노조는 더 이상의 정상적인 절차를 가지고는 어떠한 근로조건도 유지/개선을 할 수 없겠다는 판단으로 파업권을 얻기 위해 노동위원회에 공적 조정을 받기로 하고, 노동위원회에 2014. 9. 25.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였다(중노위 2014조정 99).

노동위원회는 본 사업장이 항공산업으로 공익사업이고, 지역이 서울, 부산, 인천에 산재하여 있으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특별조정위원회’로 15일간 조정을 할당하였다. 2014. 9. 29. 특별조정위원회에서 첫 조사가 이루어졌고, 동년 10월 7일 최초 조정회의에서 4시간이나 협상이 있었다. 회사는 완강한 입장이었으나, 상황이 노조의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였다. 회사는 종전의 입장을 변경해 적극적으로 협상했지만, 노사간 큰 입장 차이로 정해진 15일간의 교섭기간에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었다.

이에 노사 합의로 조정기간을 추가 15일간을 부여 받았다. 노조도 파업보다는 노조의 실체를 인정받고, 기존의 근로조건이 불이익 하게 변경된 내용을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노사는 조정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집중 교섭을 하였고, 최초 60개의 단체협약 제안항목이 28개로 조정되어 합의되었다. 노사의 합의안이 특별조정회의에 제출되었고, 노사가 이를 수락하는 형식으로 조정안을 수용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위의 성공사례는 다음의 2가지 특징적인 요소가 작용하였다. (1) 노조법상 강제력이 있는 노동위원회의 공권력으로 이용해 노사를 교섭의 자리로 이끌었던 점이다. (2) 중앙노동위원회 특별조정위원회의 3인의 조정위원들이 적극적으로 노사를 설득하는 작업이 있었다. 특히, 조정위원들이 사용자측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았다면 노조를 관리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회사와의 단체협약 체결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평가와 교훈>

노조가 25년 동안 체결하지 못했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비록 단체교섭 안이 당초 60개 조항에서 28개 조항으로 조정되었으나 불구하고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조합의 실체를 인정받았고, 근로조건의 결정에 있어서도 대등한 당사자 자격을 인정받았다. 특히, 노조활동에서 조합사무실 확보, 전임자 유급활동시간 보장, 징계위원회의 노사위원 동수구성 등을 확보하였다. 근로조건에서도 삭감된 영업수당을 복원했고, 부당하게 무급화된 생리휴가도 유급으로 확보하였으며, 기존에 확보된 근로조건을 단체협약의 내용으로 명확히 하였다. 첫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에 대한 협상 질서를 확립하였기 때문에 그 동안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근로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 노조가 얻은 큰 이익이었다.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제정 목적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만 존재한다면 사업주의 이익에 보다 치우쳐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헌법 제33조의 제1항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사례의 노조 경우에도 노동3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그 동안 근로조건의 개선이 거의 이루어질 수 없었다.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3권의 행사를 통해 진정한 근로조건의 향상을 꾀하고 실질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노사대등의 결정방식을 통해 노사 공존 공식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외국 항공사 노조는 지난 25년간의 단체협약이 없이 노조로서의 명맥만 유지할 뿐이지, 조합원들을 위한 근로조건의 개선이나 조합원을 대변할 수 있는 조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단체협약 체결과정을 통해 노조는 노동3권의 행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스스로 단체교섭을 통해 확보한 단체협약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노조의 기능을 회복함과 동시에 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확보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 노조가 이번 교섭활동에서 보여주었던 단결된 힘을 유지하여 모든 조합원을 보호하고, 근로조건의 향상을 이루어 동종업계에 뒤진 임금수준 및 근로조건의 개선을 이루기를 바란다.

▲사진=(인터넷)한겨레신문(“노동과 자유, 그 아름다움과 무서움”) 2023. 1. 5.(이미지 소개), 2024. 1. 13.  구글 검색 : 노동조합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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