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인칼럼 유준형] AI와 학부모: 우리 아이를 인공지능학과에 보내야 할까, AI를 활용할 줄 알면 되나?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학부모: 우리 아이를 인공지능학과에 보내야 할까, AI를 활용할 줄 알면 되나?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칼럼니스트]

얼마 전, 한 기업 교육 현장에서 50대 초반의 여성 수강생 한 분이 쉬는 시간에 내게 다가왔다. AI 활용법 강의를 듣던 분이었는데, 표정이 좀 어두웠다.

“교수님, AI를 알게 되어 넘넘 감사해요. 큰애가 내년에 대학 가는데, 인공지능학과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그 질문 안에 자기 자신의 불안과 자녀에 대한 불안이 함께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분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입시철이면 비슷한 말이 돈다. 의대 보내야지. 로스쿨 가면 그래도 먹고살겠지. 회계사가 안정적이라더라. 그리고 요즘은 여기에 한 줄이 더 붙는다. “앞으로는 AI라는데, 인공지능학과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말 속에는 한국 학부모의 오래된 불안이 들어 있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 안정된 직업이 곧 안정된 인생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의사, 판검사, 변호사, 회계사처럼 이름만 들어도 미래가 보장될 것 같은 직업을 향해 자녀를 밀어 넣고 싶은 마음. 그것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이다.

문제는 그 믿음이 너무 단단해질 때다. 부모는 아이의 적성보다 학과 이름을 먼저 보고, 아이의 가능성보다 직업의 간판을 먼저 보게 된다. 지금, 인공지능학과라는 새 이름 앞에서 그 오래된 패턴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

세상이 AI를 말하니, 학부모는 조급해진다. 

혹시 또 하나의 정답 학과가 생긴 것은 아닐까. 예전의 의대나 법대처럼, 이제는 인공지능학과가 미래를 보장해주는 길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대목에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정말 한 학과가 인생을 결정할까. 나는 점점 그렇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특정 전문직과 특정 학과가 비교적 단선적으로 연결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기술은 빠르게 바뀌고, 직업은 계속 섞이고, 한 전공의 경계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학과의 이름이 인생을 보장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무엇을 배웠는가보다, 배운 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하는가가 삶을 가르는 시대가 오고 있다.

많은 학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안전한 길을 찾는다. 자녀가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본능에 가깝다. 그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안전해 보이는 길이 언제나 맞는 길은 아니다.

수학과 통계,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처리에 진심으로 흥미가 있고 그 세계를 깊이 파고들고 싶은 학생에게 인공지능학과는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 학생에게 이 학과는 정답에 가깝다. 그러나 유행과 불안 때문에 밀려가듯 선택한다면, 오히려 긴 시간 동안 더 큰 방황을 겪을 수도 있다. 나는 그 방황의 무게가 입시의 불안보다 훨씬 무겁다는 것을 안다.

바로 여기서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 아이를 인공지능학과에 보내야 하나?”가 아니라, “우리 아이는 어떤 문제 앞에서 눈이 반짝이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가? 그 전공과 경험 위에 AI를 어떻게 얹을 수 있는가? 이 질문이 더 본질적이다.

AI는 더 이상 컴퓨터공학과 안에만 머무는 기술이 아니다. 교육, 의료, 디자인, 경영, 상담, 법률, 사회복지, 콘텐츠 제작, 마케팅, 연구, 행정까지 거의 모든 분야로 번지고 있다.

교육을 전공한 학생이 AI를 활용해 수업 자료를 혁신할 수 있고, 디자인을 공부한 학생이 AI로 시안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학생이 AI로 복지 상담 자료와 정책 분석을 더 정교하게 다룰 수 있고, 경영을 공부한 학생은 AI로 시장조사와 고객 분석을 한다. 내가 가르치는 교육 현장에서도, 전공이 다른 수강생들이 각자 자기 영역에서 AI를 도구로 쓰는 법을 익히면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그들에게 인공지능학과 졸업장은 없다. 그러나 자기 전공 위에 AI가 올라가는 순간, 새로운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즉, 미래의 경쟁력은 인공지능학과라는 이름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자기 전공 위에 AI를 올려놓는 힘, 그것이 진짜 무기가 될 수 있다.

여기서 학부모의 오래된 착각 하나를 짚어야 한다. 좋은 학과에 보내면 인생이 결정된다는 생각 말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학과와 직업의 연결이 비교적 선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같은 학과를 나와도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전혀 다른 전공을 해도 하나의 기술로 새 길을 여는 시대다.

인공지능학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 학과에 간다고 자동으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그 학과에 가지 않았다고 미래가 닫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AI가 산업과 교육, 일상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이상, 이를 깊이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인공지능학과는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선택이 아이 자신의 적성과 호기심에서 나온 것인지, 부모의 불안이 만들어낸 집단적 쏠림인지는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학부모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공지능학과를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또 하나의 의대 신화, 전문직 신화처럼 바라보지 말자는 것이다.

아이의 미래를 학과 이름 하나에 걸지 말자. 먼저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보자. 무엇에 오래 몰입할 수 있는지, 어떤 문제를 풀 때 눈빛이 달라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될 때 가장 살아나는지. 그 위에서 인공지능학과가 맞다면 가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전공을 하더라도 AI를 활용할 줄 아는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앞서 내게 질문했던 그 수강생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따님에게 인공지능학과 갈래? 라고 먼저 묻지 마시고, 네가 좋아하는 분야에 AI를 붙이면 무엇이 달라질까? 라고 물어보세요.”

그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마디가 학과를 정하기 전에, 아이의 가능성을 먼저 보는 질문이 된다.

부모는 자주 학과를 고르지만, 아이는 결국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학과라는 이름일까, 아니면 어떤 길을 가든 AI를 자기 도구로 만들 수 있는 힘일까. 덧붙이자면, 의대나 법대를 선택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적성과 소명에 따라 의학을, 법률을 택한 사람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특정 학과의 가치가 아니라, 학과 이름만 보고 아이를 밀어 넣는 관성이다.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학부모: 우리 아이를 인공지능학과에 보내야 할까, AI를 활용할 줄 알면 되나?
▲사진=구글 제미나이(나노바나나2)가 생성한 이미지 – 갈림길의 학생, 다양한 진로 앞에서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과 응원하는 부모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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