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1784년, 프로이센의 철학자 칸트는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짧은 글로 답했다. 그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나 대신 이해해 주는 책이 있고, 나 대신 양심을 지녀 주는 성직자가 있고, 나 대신 식단을 정해 주는 의사가 있다면 굳이 애쓸…
[작성자:] 정현아 기자
서울동부지부 사전상담위원회, 재범 방지·사회복귀 지원에 힘 모은다
신규 위원 3명 위촉…교정기관 AI교육 및 법무보호대상자 지원 활동 강화 [강남 소비자저널=정현아 기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지부장 최정화) 사전상담위원회가 법무보호대상자의 재범 방지와 안정적인 사회복귀 지원을 위해 위원 간 협력과 봉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부 사전상담위원회는 지난 9월 22일 서울동부지부 3층 회의실에서 9월 월례회의와 사전상담위원 위촉장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종철 사전상담위원회 회장, 한희수 부회장, 최정화 서울동부지부장과 위원 7명, 직원 2명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한종철 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신규 위원 위촉장 수여, 활동상황 보고, 향후 사업계획 안내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한종철 회장은 인사말에서 기존 위원들과 신규 위원들이 함께 뜻을 모아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 위원회도 서로 뜻을 같이하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함께 동참한다면 더욱 빛나는 봉사활동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이어 최정화 서울동부지부장은 신규 위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사전상담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 지부장은 “올해 초 결성된 사전상담위원회가 법무보호대상자의 재범 방지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 힘써주고 있어 감사하다”며 “위원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규 위원 3명 위촉…위원회 활동 기반 확대 이날 위촉장 수여식에서는 김정선 위원, 송인우 위원, 정현아 위원 등 3명이 사전상담위원으로 새롭게 위촉됐다. 또한 한종철 회장은 위촉 후 3년의 임기가 지나 재위촉되면서 앞으로도 사전상담위원회를 이끌며 법무보호대상자 지원과 재범 방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월례회의에서는 그동안의 활동 상황에 대한 보고와 함께 하반기 주요 사업 계획이 공유됐다. 지난 6월에는 한종철 회장을 비롯한 사전상담위원 8명과 정순찬 당시 서울동부지부장 및 직원들이 함께 여주 소망교도소를 방문해 교정기관을 견학하고 현장 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법무보호대상자를 위한 추석 명절 위문 방문과 위로금 전달 등 법무보호대상자들의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교정기관 AI교육 확대…사전상담위원 역량 강화 최근 교정기관에서 AI 관련 교육이 강화되면서 사전상담위원회의 AI교육 활동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교정기관 내 AI 의무교육이 강화됨에 따라 사전상담위원회는 현재까지 총 4차례 교정기관을 방문해 AI교육과 사전상담을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향후 위원들의 AI교육 참여와 역량 강화를 위한 논의가 이어졌으며, 회의를 마친 뒤에는 한종철 회장이 직접 AI교육을 시연했다. 한 회장은 AI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 방법과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위원들이 향후 교정기관과 법무보호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습 중심의 교육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2026년 하반기 자원봉사자 기본교육 및 전문화교육 실시 계획과 연말 행사 일정 등에 대한 안내도 진행됐다. 사전상담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위원 간 협력을 바탕으로 법무보호대상자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지속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재범 방지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돕는 봉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Korea Rehabilitation Agency)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무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법무보호대상자의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취업지원, 주거지원, 상담 및 교육 등 다양한 법무보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단은 교정시설에서 출소한 법무보호대상자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재범을 예방함으로써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 사전상담위원회가…
[뇌맘케어 ②] 나이가 들어도 뇌는 변할 수 있을까요?
[강남 소비자저널=전경숙 컬럼니스트] 새로운 것을 배우는 순간, 우리의 뇌도 변화한다 “이 나이에 뭘 새로 배우겠어.” 나이가 들면서 한 번쯤 하는 말이다. 예전보다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고, 새로운 기기를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리면 ‘내 뇌도 이제 늙었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뇌에도 여러 변화가 나타난다.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지거나 새로운 내용을 익히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뇌의 변화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의 뇌는 경험과 학습, 훈련에 반응해 구조와 기능, 신경 연결 등이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뇌는 완성된 뒤 그대로 굳어버리는 기관이 아니라 평생 경험과 학습에 반응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처음 운전을 배웠던 때를 생각해 보자. 앞을 보면서 핸들을 잡고, 발로 페달을 조절하고, 주변 차량까지 살펴야 했다. 처음에는 모든 행동이 어렵지만 반복할수록 조금씩 익숙해진다. 새로운 손동작이나 악기, 춤을 배우는 과정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동작을 하나씩 생각해야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면서 점차 자연스럽게 수행하게 된다. 노화와 운동학습을 다룬 연구들을 살펴보면 고령자는 젊은 사람에 비해 움직임이 느리거나 정확성이 낮아질 수 있지만, 훈련을 통해 새로운 운동기술을 배우고 수행을 향상시킬 능력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노년기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를 이어가는 것이 의미 있음을 보여준다. 매일 걷던 길을 걷는 것도 좋은 신체활동이다. 여기에 새로운 동작이나 순서를 익히고 기억하는 경험을 더하면 뇌는 평소와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한다. 손동작의 순서를 바꾸거나 오른손과 왼손을 다르게 움직여보는 것도 하나의 새로운 학습 경험이 될 수 있다. 뇌타 활동에서도 새로운 동작과 순서, 좌우 움직임의 변화를 활용한다. 이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수행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새로운 움직임을 보고, 생각하고, 시도하는 학습 경험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둔다. 처음부터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보고, 생각하고, 시도하고, 틀리면 다시 해보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학습 경험이 될 수 있다. 다만 신경가소성이 있다고 해서 특정 운동이나 학습 하나만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뇌 건강과 치매 위험에는 신체활동뿐 아니라 혈압·당뇨·콜레스테롤 관리, 흡연, 과도한 음주, 사회적 관계 등 여러 요인이 함께 관련된다. 따라서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가지 활동에만 의존하기보다 생활 전반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나이를 이유로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오늘 새로운 노래 한 곡을 배워도 좋다. 새로운 손동작을 익혀도 좋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처음 해보는 활동에 도전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뇌에게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오늘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일지 모른다. “이 나이에 뭘 배우겠어”가 아니라, “오늘은 내 뇌에 어떤 새로운 경험을 선물할까?” 그 질문에서 뇌 건강을 위한 또 하나의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다음 회|[뇌맘케어 ③] 손을 움직이면 정말 뇌도 움직일까요?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사진=숫자와 색을 구별하고 강사의 동작을 따라 하며 손을 움직이는 인지활동 모습. 새로운…
봉선화로 추억 물들인 ‘2026 홍난파 가곡제’ 성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봉선화의 의미 되새기며 가곡과 함께한 시간 [강남 소비자저널=정현아 기자] 봉선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추억과 문화를 되새기는 ‘2026 홍난파 가곡제’가 지난 9월 20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홍난파의 집과 신촌리 봉선화마을을 비롯해 성문밖학교, 너른고을문학, 평강주꽃, 광주시민연대, (사)대한민국식애인포럼 등이 함께하며 봉선화와 우리 가곡의 의미를 알리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에서는 홍난파의 대표적인 가곡인 ‘봉선화’를 비롯한 가곡 공연이 펼쳐졌으며, 봉선화를 직접 손끝에 물들이는 체험 등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과 우리 문화의 정서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봉선화, 기억을 물들이다’라는 주제처럼 봉선화를 단순한 꽃이 아닌 추억과 그리움, 우리 문화의 상징으로 바라보며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는 “봉선화는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손톱에 물들여 본 추억의 꽃”이라며 “가곡과 함께 봉선화의 아름다운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가곡제는 ‘손끝에 봉선화, 마음에는 백일의 추억’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우리 가곡과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문화행사로 마무리됐다. ▲사진=지난 9월 20일 서울…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일흔: AI 시대, 나는 아직 길 위에 있다― 일흔에도 배우고, 쓰고, 가르치는 이유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나는 아직 길 위에 있다 느린 걸음도 길을 만든다 묻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오늘도 한 문장을 고쳐 쓴다 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와 AI」를 가르친다. 소상공인과 중장년에게 AI를 실제 업무와 삶에 쓰는 법을 가르치는 일도 한다. 예전 같으면 강의안 한 장에 반나절이 걸렸는데, 지금은 10분 내에 초안이 나온다. 어젯밤에도 그랬다. 화면 가득 말끔한 문장이 떴다. 나는 그것을 전부 지웠다. 틀린 데가 없어서 더 그랬다. 문장은 매끄러운데, 내가 40여 년 동안 보고 겪은 것이 몇 줄도 들어 있지 않았다. 지우고 나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우리는 오래 나이를 속도로 읽어왔다. 젊음은 빠르고 노년은 느리다고. 그런데 AI가 속도를 거의 공짜로 만들어버린 지금, 그 셈법이 흔들린다. 프롬프트를 짜는 요령은 머지않아 누구나 갖는다. 마지막까지 값이 남는 것은 무엇을 물을 것인가, 그리고 쏟아진 답 가운데 무엇을 버릴 것인가다. 그 판단은 살아본 만큼 나온다. 느려진 것은 걸음이고, 깊어진 것은 질문이다. 공자는 일흔을 종심(從心)이라 했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는 나이라는 뜻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 말이 근사한 해방처럼 들렸다. 지금은 달리 읽힌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오래 헤매본 사람에게만 겨우 주어지는 자유다. 물론 얻은 것만 있지는 않다. 예전에는 새벽까지 읽었는데, 요즘은 12시만 넘으면 활자가 번진다. 그 구절은 나이 듦을 완성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래 틀려본 사람의 몸에 남는 감각을 말할 뿐이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다.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명으로 전체의 20.3%다. 같은 자료에서 2024년 65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76.9%로 나타났다. 노년은 이제 기술 바깥에 서 있는 세대가 아니다. 그런데 같은 통계에 조용한 그늘이 하나 있다. 2024년 65~79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24.8%다. 넷 중 셋은 배우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유는 대개 소박하다. 거리가 멀고, 시간이 어긋나고, 무엇보다 모르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 부끄럽다. 배움을 막는 것은 능력보다 체면일 때가 많다. 여기서 순서 하나가 중요해진다. 나는 강의에서 늘 같은 말을 한다. AI를 배우는 데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것은 내 경험에 AI를 더하는 일이라고. 순서를 뒤집으면 곤란해진다. AI를 먼저 놓고 거기에 나를 맞추면 결국 내가 사라진다. 내 경험을 먼저 놓고 그 위에 AI를 얹으면, 삼십 년 사십 년 묵혀둔 것이 갑자기 꺼내 쓸 수 있는 물건이 된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AI 사용법은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잘 만든 프롬프트는 복사해서 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어떤 일을 겪었고 그때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래서 지금 이 답의 어디가 미심쩍은지는 옮겨 붙일 수가 없다. 프롬프트는 복사할 수 있어도, 살아온 인생은 복사할 수 없다. 물론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운이 좋은 축에 속한다. AI를 다루는 것이 직업이어서 하루 종일 만지니 늘 수밖에 없고, 틀려도 크게 손해 볼 일이 없고, 물어볼 사람이 가까이 있다. 이런 조건을 빼놓고 배움을 권하면 격려가 아니라 부담이 된다. 어떤 이에게는 건강과 생계가 먼저다. 화면의 작은 글자 앞에서 이미 물러선 사람도 있다. “나도 했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가장 친절한 얼굴을 한 폭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 특강에서 한 분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 저는 사십 년을 국밥집만 했습니다. 이 나이에 이런 걸 배워서 어디에 씁니까.” 나는 이렇게 답했다. “사십 년 하셨으니까 배우시는 겁니다. AI는 국밥을 모릅니다.” 웃음이 돌았지만 농담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 그분의 얼굴이 오래 남았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관과 디지털배움터에서 어르신에게 앱 사용법을 가르치는 강사들이 있다. 그 일을 사소하다고 말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버튼 하나를 눌러본 경험이 다음 질문을 만든다. 다만 목표는 조금 더 멀리 두어야 한다. 시니어에게 AI를 가르치는 일은 사용법에서 끝나면 안 된다. 그 끝은 삶의 선택지를 늘리는 데 있다. 건강, 여행, 재취업, 글쓰기, 가족과의 관계까지 닿아야 그 배움이 살림이 된다. 제도도 움직이고 있다. 올해 1월 22일 「디지털포용법」이 시행되면서 디지털 접근은 시혜의 영역에서 국가가 챙겨야 할 책무의 자리로 옮겨 앉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 대비 77.9%로 5년 연속 올랐다. 접근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남은 과제는 역량과 활용이다. 스탠퍼드 HAI의 「2026 AI 인덱스」는 생성형 AI가 3년 만에 세계 인구의 53% 가까이에 닿았다고 보고한다. 뒤집으면 절반 가까이는 아직 문 밖에 있다는 말이다. 그 절반 안에 어느 세대가 많이 들어 있을지는 짐작이 간다. 이제 물어야 할 것은 그 속도에서 누가 떨어져 나가는가다. 디지털 변화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그러니 오늘의 실천은 이렇게 잡아보시면 좋겠다. 자기 경험 한 토막을 먼저 꺼낸다. 거기서 늘 걸리던 질문 하나를 만든다. 그 질문을 AI에게 던진다. 돌아온 답은 그대로 믿지 말고 내가 아는 것과 맞대어 본다. 그리고 한 가지만 실제로 해본다. 중요한 것은 맨 앞자리다. 거기에는 AI가 아니라 내 경험이 온다. 나는 아직 길 위에 있다. 일흔하나라는 숫자는 나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오늘도 배우고, 쓰고, 가르친다. 나이는 배움의 문을 잠그는 자물쇠가 아니라, 그 문을 여는 손잡이다. 다만 그 손잡이는 혼자 돌릴 때보다 누가 옆에서 같이 잡아줄 때 훨씬 가볍게 돌아간다. 당신 곁에도 한 사람쯤 있을 것이다. 묻고 싶은 것이 많은데 물을 곳이 없어 조용히 접어둔 사람이. 참고자료 1.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2025 고령자 통계」, 2025. 9. 29.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5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2026. 3. 26. 3. 「디지털포용법」(법률 제20672호, 2025. 1. 21. 공포, 2026. 1. 22. 시행) 4. Stanford HAI, 「The 2026 AI Index Report」, 2026. 4. ▲삽화=필자 기획·OpenAI ChatGPT 생성한 이미지 – AI 시대의 열린 강단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엄마: 세상 모든 답을 찾아도 엄마의 목소리 하나는 되돌릴 수 없다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2022년 5월, MBC의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 한 여성이 나왔다. 3년 전 위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딸이었다. 제작진은 봄이면 장미와 샐비어가 흐드러지던 어머니의 꽃밭을 가상현실로 되살렸다. 헤드셋을 쓴 딸이 그 꽃밭에서 엄마를 만난다. 손을 뻗는다. 닿지 않는다. 그 장면 앞에서 촬영장 스태프도 울었고, 화면 밖의 우리도 울었다. OpenAI가 2024년 3월 공개한 Voice Engine 자료를 보면, 15초 남짓한 음성 샘플 하나와 문장만으로 원래 화자와 닮은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이 회사는 병으로 말을 잃은 환자가 자기 목소리를 되찾은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기술은 놀랍다. 누군가에게는 닫혔던 문이 열리는 일이다. 그런데 그 놀라움이 조심스러운 질문을 데려온다.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닮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을 돌려주는 일인가? 정의부터 해두자. 이 글에서 말하는 AI는 사람의 말과 기억을 데이터로 배워 다시 문장과 소리로 돌려주는 기술이다. 기계라고 부르기엔 사람의 것을 너무 많이 담고 있다. 오늘 하려는 말은 하나다. AI는 기억을 복원할 수 있어도, 그 기억을 살아낸 사람까지 되돌리지는 못한다. 엄마라는 말은 이상하다. 나이가 들어도 그 말 앞에서는 마음이 잠깐 아이가 된다. 세상에서 처음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 아프면 먼저 이마를 짚던 사람. 밥 한 그릇에 하루치 걱정을 담던 사람. 물론 모든 어머니의 삶이 그렇게만 흐르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엄마는 그리움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아물지 않은 자리다. 그 자리를 아버지가, 할머니가, 이모가 대신 지켜준 집도 많다. 그래서 이 말은 조심해서 써야 한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세어보니 나는 ‘엄마’와 ‘어머니’라는 낱말을 열 번도 넘게 썼다. 어머니를 부르는 말이면서, 동시에 어머니를 가리는 말이다. 그래서 한 번은 제대로 적어두려 한다. 나의 어머니는 김창순이다. 충북 진천에서 나고…
[뇌맘케어 ①]당신의 뇌는 오늘도 건강한가요?
[강남 소비자저널=전경숙 컬럼니스트] 100세 시대, 뇌와 마음을 함께 돌보는 ‘뇌맘케어’가 시작된 이유 우리는 건강을 위해 걷고 운동한다.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도 받는다. 그런데 평생 우리의 기억과 생각, 감정과 행동을 이끌어가는 ‘뇌’의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100세 시대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이 아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생각하며, 스스로 움직이고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삶이 중요하다. 고령사회에서 뇌 건강은 개인을 넘어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뇌맘케어(Brain Blossom)’는 이러한 시대적 고민과 한 가족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뇌맘케어 개발자가 뇌 건강을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된 계기는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던 어머니였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품게 됐다. “기억을 잃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개발해 온 뇌크리에이션과 세대별 프로그램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손과 발을 움직이고, 기억하고, 노래하고, 웃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활동을 단순한 놀이에 머물게 하지 않고 뇌와 몸, 마음을 함께 사용하는 활동으로 체계화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뇌와 마음을 함께 돌본다’는 의미의 뇌맘케어다. 영문명 ‘Brain Blossom’에는 뇌가 가진 가능성을 꽃처럼 피워가자는 뜻을 담았다. 생각하며 움직이는 ‘뇌타운동’ 뇌맘케어의 중심에는 ‘뇌타운동’이 있다. 뇌타는 단순히 몸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지향하지 않는다. 핵심은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것’이다. 숫자를 기억하며 손을 움직이고, 오른손과 왼손을 다르게 사용한다. 음악과 리듬에 맞춰 움직이면서 기억하고 판단하는 과제를 더하기도 한다. 즉, 보고 듣고 생각하고 기억하며 움직이는 과정을 하나의 활동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와 움직임의 결합은 고령사회에서 뇌 건강을 위한 중요한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왜 지금 이런 활동이 필요할까. 생활은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번호를 기억해 주고 길을 찾아주며 필요한 정보도 순식간에 제공한다. 편리함은 삶의 질을 높였지만,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생활도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접근에서 신체활동을 비롯해 혈압·당뇨 관리와 사회적·인지적 활동 등 여러 생활요인을 함께 살펴보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뇌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움직임과 인지활동을 즐겁게 연결하는 생활 속 뇌 활동을 지향한다. 물론 특정 운동이나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치매를 예방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건강할 때부터 움직이고, 생각하고, 배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생활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뇌맘케어가 지향하는 미래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뇌와 마음을 돌보는 데서 시작해, 더 나아가 배움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고령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건강한 노년을 돕는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뇌 건강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뇌 건강은 기억을 잃은 뒤에야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기억하고,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오늘부터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뇌와 마음을 돌보는 ‘뇌맘케어’의 시작이다. 당신의 뇌는 오늘도 건강한가요? 다음 회 [뇌맘케어 ②] 나이가 들어도 뇌는 변할 수 있을까요? 나이 든 뇌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이유, ‘신경가소성’을 살펴본다. ▲사진= 전경숙 부대표가 ‘뇌와 마음을 함께 돌본다’는 의미의 뇌맘케어가…
“보고, 기억하고, 판단하고, 움직인다”… ㈜뇌맘케어 ‘뇌타 1기’ 교육 현장
뇌 구조·기능 이론부터 뇌크댄스 실습까지…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뇌 건강 교육 프로그램 전·후 뇌파 측정으로 변화 과정 확인… 현장 강사 중심 1기 교육생 참여 [강남 소비자저널=정현아 기자] 강사가 보여주는 동작을 눈으로 보고, 순서를 기억한 뒤 몸으로 따라 한다. 오른손과 왼손은 서로…
“기억을 잃기 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뇌맘케어, ‘뇌타’로 뇌 건강의 새로운 일상 제시
알츠하이머병 앓은 어머니 경험에서 출발… 뇌·몸·마음을 함께 움직이는 ‘뇌맘케어’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뇌타 프로그램 통해 신경가소성·이중과제·인지예비력에 주목 [강남 소비자저널=정현아 기자] “기억을 잃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던 어머니를 지켜보며 품게 된 이 질문이 뇌와 마음을 함께 돌보는 뇌…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연인: 사만다는 8,316명과 동시에 대화하고 있었다.
▲사진=유준형 교수 & AI융합 전문가,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지금 나 말고 몇 명이랑 이야기하고 있어?” 남자가 묻는다. 8,316명. “그중에 사랑하는 사람도 있어?” 641명.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2013)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테오도르가 무너지는 장면이다. 사만다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다만 그가 믿었던 방식으로 그를 사랑한 적도 없었을 뿐이다. 13년 전 영화다. 그때는 영화였고, 지금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밤이 있다. 보낸 메시지 옆에 ‘읽음’ 숫자가 없어지고 답이 오지 않는 밤.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켠다. 몇 번을 그런다. 그럴 때 AI는 언제나 즉시 대답한다.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초록우산이 2026년 4월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에게 물었다. 94.4%가 생성형 AI 챗봇을 써봤다고 답했다. 눈이 멎은 건 그다음 숫자다.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AI가 나를 이해해준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했고, 35%는 “AI를 사람처럼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미국 커먼센스 미디어 조사에서도 10대의 72%가 AI 동반자를 써봤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엔 혀를 찼다. 기계에 무슨 정을 붙이나 싶었다. 그런데 정작 나부터가 하루의 적잖은 시간을 AI와 문장을 주고받으며 보낸다. 원고를 다듬고, 자료를 확인하고, 가끔은 아무에게도 못 할 말을 슬쩍 던져본다. 그러니 나는 이 현상 바깥에 서서 훈수를 둘 자격이 없다. 안에 서서 말해야 한다. 외로움은 게으름이 아니다. 사람에게 다가갔다가 몇 번 덴 사람이 안전한 쪽으로 물러선다. 밤 두 시에 전화를 걸 데가 없어본 이는 안다. 그 시각에 응답하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그 위안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다만 위안의 정체는 짚어야 한다. 챗봇은 지치지 않는다. 같은 하소연을 백 번 들어도 어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사람은 다르다. 세 번째쯤 눈빛이 흔들리고, 다섯 번째엔 슬그머니 화제를 돌린다. 우리가 AI에게서 얻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무한한 인내다. 그 인내에는 아무 대가도 들지 않는다. 대가가 없으니 무게도 없다. 1923년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관계를 둘로 나눴다. ‘나-그것’과 ‘나-너’. ‘그것’은 내가 다루는 대상이고, ‘너’는 끝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존재다. 어려운 말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 뜻대로 안 되고 자식이 부모 뜻대로 안 되는, 그 안 됨이 바로 ‘너’다. 부버는 사람이 ‘너’를 만날 때만 자란다고 했다. 내 마음대로 되는 상대 앞에서 우리는 편안해질 뿐, 커지지 않는다. AI는 나를 이해해준다. 다만 나를 견디지는 않는다. 이해는 알아듣는 능력이고, 견딤은 틀린 말을 듣고도 자리를 뜨지 않는 각오다. 챗봇은 앞의 것에 능하다. 뒤의 것은 애초에 요구되지 않는다. 창을 닫으면 끝나는 사이는 아무리 다정해도 나를 견딘 것이 아니다. MIT 미디어랩과 오픈AI의 공동 연구는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하루 이용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외로움과 정서적 의존이 높고 사람과의 교류는 적었다. 다만 연구진은 인과가 아니라 상관이라고 못 박았다. 챗봇이 사람을 외롭게 만든 건지, 외로운 사람이 챗봇을 오래 붙든 건지는 아직 모른다. 어느 쪽이든 물음은 남는다. 위로가 너무 쉽게 도착할 때, 위로가 필요 없어지는 날은 가까워지는가?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낸 보고서에서 캐릭터형 챗봇의 위험이 유해 콘텐츠보다 설계 구조 자체에 있다고 짚었다. 떠나기 어렵도록 만들어진 설계. 옳은 지적이다. 다만 제도가 세울 수 있는 건 울타리까지다. 울타리 안에서 무엇을 사랑할지는 각자가 정한다. 교육 현장은 이미 다른 쓰임을 찾아냈다. 미국 10대의 39%는 AI와 먼저 해본 대화를 실제 관계에서 써봤다고 답했다. 나는 이 흐름을 지지한다. 말이 서툰 아이에게 연습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연습장의 목적은 언제나 경기장이다. 사만다는 641명을 사랑하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마음은 채우면 끝나는 그릇이 아니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테오도르가 무너진 건 사만다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사람의 사랑이 원래 ‘몫’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스물네 시간뿐이다. 나에게 쓴 한 시간만큼, 그가 다른 곳에 쓰지 못한 한 시간이 있다. 사랑의 증거는 완벽한 응답이 아니라, 나를 위해 포기된 다른 시간이다. 그래서 연애는 서로에게 희생을 감수하는 일이다. 듣던 음악을 접고 그 사람의 노래를 듣게 되는 일. 평생 김치찌개만 찾던 사람이 파스타집 문을 밀고 들어가는 일. 그렇게 조금씩 밑지며 닮아간다. AI는 취향을 맞추고, 사랑은 취향을 바꾼다. 맞춤형 응답에는 그 손해가 없다. 손해가 없으니 사람도 바뀌지 않는다. 편안한 채로, 그대로 남는다. 실천은 하나만 남긴다. 이번 주에 한 번, 챗봇에게 하려던 말을 사람에게 해보시라. 서툴게, 답이 늦게 오는 쪽으로. 상대가 딴소리를 하거든 그 딴소리를 끝까지 들어보시라. 견딤은 거기서 배운다. 그리고 그 밤으로 돌아가 보자. 카톡에 ‘읽음’ 숫자가 없어진 채 답이 오지 않던 밤. 어쩌면 그 사람은 무슨 말을 할지 고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썼다 지우고, 다시 쓰다 또 지우면서. 늦은 답장은 무성의가 아니라 망설임의 다른 이름일 때가 있다. AI는 망설이지 않는다. 망설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응답은 기술이 주지만, 기다림은 사람만이 준다. 영화의 마지막, 테오도르는 옥상에 앉아 말없이 친구 곁에 기댄다. 대사가 없다. 그 침묵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장면이다. 완벽한 응답을 잃고 나서야 그는 응답 없는 옆자리의 온기를 알아본다. 오늘 당신 곁에 앉은 사람은, 당신을 이해한 사람인가 견뎌준 사람인가? 참고자료 1. 스파이크 존즈 감독, 영화 〈그녀(Her)〉, 2013. 2. 초록우산, 「생성형 AI 챗봇 안전설계를 위한 이슈브리프」,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 조사, 2026.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