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들어가며
텔레마케터는 전화나 전자적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상품·서비스를 안내하고 판매·가입을 권유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업종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담원으로 고용되기도 하지만, 보험모집·금융상품 판매·회원모집·부동산 판매 등에서는 위촉계약, 용역계약 또는 수수료 계약의 형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계약서에 “위촉직”, “개인사업자” 또는 “자유소득자”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2026년 8월 현재 대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제 노무제공 관계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 근무시간·장소에 대한 구속, 독립사업자로서의 위험 부담, 보수의 성격, 계속성·전속성 및 조직 편입 정도 등을 종합하여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기본급의 유무, 사업소득세 납부, 4대보험 미가입과 같이 사용자가 거래구조를 통해 정할 수 있는 외형적 요소는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 확립되어 있다.
이 글은 종전의 텔레마케터 근로자성 사례를 유지하되, 2016년 카드론 텔레마케터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2024년 및 2026년의 최근 근로자성 판례를 반영하여 판단기준을 다시 정리하고, 과거 노동부 행정해석의 의미를 현재 판례법리에 비추어 재검토하고자 한다.
II. 근로자성 판단기준
1. 기본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도급·위촉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한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즉 ①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이에 구속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작업도구나 영업수단을 스스로 마련하고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는지, ④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 독립사업자인지, ⑤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⑥ 기본급·고정급, 세금 및 사회보험의 처리 형태,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의 정도 등을 살핀다.[1]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체크리스트처럼 기계적으로 같은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의 실질적인 통제와 조직 편입을 중심으로 전체 관계를 평가하여야 하며, 기본급이 없거나 실적수수료로만 보수를 지급받는다는 점, 사업소득세를 납부한다는 점,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그 자체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다.
2. 최근 대법원 판례가 강조하는 판단방향
대법원은 2024년 지입차주 사건에서 노무제공자가 차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일부 유지비를 부담하며 사업자등록과 부가가치세 신고 등 사업주 외관을 갖추고 있었더라도, 사용자가 직영기사와 마찬가지로 업무지시를 하고 근태·업무수행을 관리하며, 노무제공자가 사실상 특정 사업에 전속되어 독립적인 이윤·손실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2] [3]
또한 대법원은 2026년 택시협동조합 사건에서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일부 근로자성 징표가 부족하거나 조합원과 같은 다른 법적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하였다. 이 판결은 텔레마케터의 경우에도 위촉계약, 사업소득 신고, 성과급 중심 보수 등 몇 가지 외형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준다.
3. 텔레마케터에 적용할 때 특히 중요한 요소
텔레마케터 업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근로자성을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다. 회사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독점적으로 배정하고, 통화 스크립트·상담방식·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며, 통화량·통화시간·녹취내용·실적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지각·결근·업무규정 위반 시 DB 배정 축소, 수수료 삭감, 경고 또는 계약해지와 같은 실질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이다. 또한 회사 사무실의 지정 좌석에서 회사가 제공한 컴퓨터·전화기·전산망을 사용하고, 제3자에게 상담업무를 대체시키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회사의 상시적인 영업조직에 편입되어 계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종속성이 강화된다.
반대로 근무시간·장소를 스스로 정하고, 고객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며, 회사가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이나 실적관리 기준을 정하지 않고, 본인의 비용과 책임으로 독립적인 영업을 하며, 여러 사업자의 상품을 자유롭게 취급하고 제3자를 통해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사업자성이 인정된다면 근로자성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성과급 지급”이나 “위촉계약”이라는 단일 요소가 아니라 실제 영업구조 전체가 판단 대상이다.
III. 근로자로 인정된 텔레마케터 사례
1. 원거리 판매 텔레마케터 사건
서울행정법원은 사회복지법인에서 월간지 판매 및 후원금 모집 업무를 수행한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회사는 예상후원자 정보를 제공하고 우편물의 내용과 업무방식을 통제하였으며, 업무회의와 수시교육을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매일 상담결과를 보고받았다. 평일 10시부터 17시까지 회사의 텔레마케팅실에서 근무하도록 하였고, 출결표를 작성하면서 출근수당과 만근수당을 지급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근무시간·장소의 구속,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감독, 회사가 제공한 업무수단,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4]
2. 카드론 전화권유판매원 사건 – 대법원 2016다29890 판결
이 사건은 텔레마케터의 근로자성에 관한 가장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다. 은행과 “섭외영업위촉계약”을 체결한 전화권유판매원들은 은행이 제공한 고객 DB를 이용하여 카드론을 홍보하고 신청을 권유하였다. 원심은 출퇴근 의무가 명확하지 않고 고정급이 없으며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이 특히 주목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은행은 단순한 법규준수 안내를 넘어 상담의 끝인사, 고객의 거절에 대한 대응문구, 고객 유형별 구체적인 대사까지 담은 업무운용수칙과 스크립트를 제공하였다. 둘째, 규정위반이나 업무수행 불량에 대하여 수수료·인센티브를 차감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고, 통화량·통화시간이 전산에 기록되며 필요할 경우 녹취내용을 확인하였다. 셋째, 은행의 정규직 매니저들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30분 내지 1시간 단위로 고객 DB를 배정하고 실적을 관리하였다. 지각·조퇴·결근에 대한 형식적 징계가 없더라도 그만큼 DB를 적게 배정받아 수입이 감소하므로 실질적인 불이익이 존재하였다. 넷째, 사무실·컴퓨터·전화기 등 업무수단을 은행이 제공하고 업무대행이 금지되었으며, 계약상 업무 외의 추가 업무도 은행의 지시에 따라 수행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전화권유판매원들이 은행에 근로의 대가를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텔레마케터가 실적수수료를 주된 보수로 받고, 출퇴근 위반에 대한 전통적인 징계가 없으며, 위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5]
IV. 근로자성이 부정된 과거 사례와 현재의 평가
1. 보험모집 텔레마케터에 관한 과거 행정해석
2001년 노동부 행정해석은 보험상품을 전화로 판매하는 위촉직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모집활동을 자신의 재량과 역량에 따라 수행하고, 실적이 없는 경우 지급되는 수당이 없으며,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지각·조퇴·결근에 대한 징계나 수당삭감 제도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이 행정해석은 계약의 자율성, 실적연동 보수 및 제재의 부재를 독립사업자성의 주요 징표로 보았다.
2.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에 관한 과거 행정해석
2006년 노동부 행정해석도 토지 판매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근무장소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일정한 고정급이 지급되더라도, 고객유치부터 계약체결까지 본인의 판단으로 영업하고 주된 수입이 고액의 판매수당이며 사업소득으로 신고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3. 현재 판례법리에 따른 재검토
위 행정해석들은 당시의 사실관계에 관한 판단자료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2016년 대법원 텔레마케터 판결 이후에는 그대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행정해석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으며, 특히 “사업소득 신고”, “실적수수료 중심 보수”, “명시적 출퇴근 징계의 부재”와 같은 요소는 현재 판례에서 결정적인 부정요소로 보기 어렵다. 텔레마케터가 회사가 마련한 조직과 전산시스템 안에서 회사가 제공한 DB와 스크립트를 사용하고, 실적·통화내용· 근무상태에 대한 관리와 불이익을 받는다면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행정해석과 유사한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업무수행 구조가 2016년 대법원 사건과 유사하다면, 고정급이 없고 위촉계약 형식을 취했더라도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V. 성과급·수수료 구조와 최근 텔레마케터 판례
대법원은 2025년 텔레마케터가 모집한 유료회원의 “실매출액”을 기준으로 보수를 산정하고, 퇴직 후 환불이 발생하면 이미 선지급된 보수 중 해당 부분을 반환하도록 한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위약예정 금지에 위반되는지가 문제 된 사건을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반환금이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선지급된 보수의 사후 정산에 해당하고, 퇴직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약정을 유효하다고 보았다.[6]
이 판결은 근로자성 자체가 주된 쟁점은 아니었지만, 텔레마케터가 근로자라는 전제 아래에서도 매출액에 연동된 수수료 방식의 임금체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성과급·커미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독립사업자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사정일 뿐이고, 그 보수체계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환불·취소와 연계된 수수료 환수조항은 실제 임금의 반환인지, 단순한 선지급 보수의 정산인지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VI. 맺는 말
텔레마케터의 근로자성은 직종의 명칭이나 계약서의 제목으로 일률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핵심은 회사가 실제로 텔레마케터의 업무 내용과 수행방법을 정하고, 고객 DB·스크립트·전산시스템·녹취 및 실적관리 등을 통해 업무수행을 통제하며, 근무시간·장소 및 업무규정 위반에 대하여 직접 또는 경제적인 불이익을 부과하는지 여부이다. 이러한 통제가 강하고 텔레마케터가 회사 조직에 계속적으로 편입되어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텔레마케터가 자신의 고객과 영업수단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근무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정하며, 여러 사업자의 상품을 취급하고, 자신의 비용과 위험으로 영업하여 독립적인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면 근로자성이 약해질 수 있다. 사용자는 위촉계약이라는 형식만을 전제로 인사관리를 설계하기보다는 실제 업무운영 방식이 근로자성 판단요소를 충족하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여야 한다.
특히 2016년 대법원 텔레마케터 판결과 2024년·2026년의 최근 근로자성 판례는 계약 형식과 외형적 요소보다 실질적인 지휘·감독과 경제적 종속성을 중시하는 흐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텔레마케터를 독립사업자로 운영하려면 단순히 사업소득세를 적용하거나 4대보험에서 제외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업무수행의 자율성, 고객·영업수단의 독립성, 사업상 위험의 부담과 대체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1]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9890 판결 참조.
[2]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두54869 판결.
[3]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3두54914 판결.
[4] 서울행정법원 2008. 3. 21. 선고 2007구합19539 판결.
[5]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9890 판결.
[6] 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3다31842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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