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목적
A사는 상시근로자 120명을 사용하는 서비스회사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없지만 노사협의회는 설치되어 있다. 회사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업무량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공휴일 일부를 다른 근로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였다. 인사담당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있으니 그 위원들과 서면합의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근로자위원이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가 되는지, 누가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지, 전자투표가 가능한지, 그리고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면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까지 자동으로 변경되는지에 관한 문제가 연이어 제기되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경영상 해고에 관한 제24조 제3항에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을,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개념은 유연근로시간제, 보상휴가, 휴일대체 등 여러 제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2026년 9월 현재 근로기준법은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제51조의2)와 공휴일 대체(제55조 제2항)에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종전보다 근로자대표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및 협의 주요사항>
| 근로기준법 | 서면합의 |
| 제51조 제2항 |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
| 제51조의2 |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및 관련 임금보전방안 |
| 제52조 |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및 장기 정산기간의 일부 예외 |
| 제55조 제2항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급 공휴일을 특정 근로일로 대체 |
| 제57조 | 보상휴가제 |
| 제58조 제2항 |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의 “업무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 |
| 제58조 제3항 | 재량근로시간제의 간주근로시간 등 |
| 제59조 | 특례업종의 연장근로·휴게시간 특례 |
| 제62조 | 연차유급휴가의 대체 |
| 협의 | |
| 제24조 제3항 |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해고회피 방법과 해고기준 등에 관한 사전 통보·성실협의 |
| 제70조 제3항 | 임산부·18세 미만자의 야간·휴일근로 인가 전 시행 여부·방법 등에 관한 성실협의 |
II. 근로자의 범위 및 근로자대표의 선정단위
1. 근로자의 범위
A사는 근로자대표를 다시 선출하기로 하면서 팀장과 부서장까지 모두 투표권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검토하였다.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모수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자를 제외하여 정한다.
| 근로자대표 선출의 기준 인원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경영담당자, 그리고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포함한다. 따라서 형식상 근로자 신분을 함께 가지고 있더라도 채용·해고 등 인사권, 업무 지휘·감독권, 근로시간·임금 등 근로조건의 결정·집행 권한을 실질적으로 부여받은 자는 근로자대표 선출의 기준 인원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직급이 높거나 ‘팀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제외할 수는 없고, 실제 위임받은 권한과 책임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4178, 2022.12.26.; 대법원 2008.10.9. 선고 2008도5984).
2. 근로자대표의 선정단위
근로자대표는 원칙적으로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선정한다. A사가 서울 본사와 부산 지점을 하나의 인사·회계 체계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동일한 제도를 전사적으로 도입한다면 전사 단위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대로 인사·노무관리와 회계가 독립되고 각 사업장이 별개의 근로기준법상 사업장으로 평가된다면 사업장별 선정이 가능하다.
다만 최근 행정해석은 유연근로제나 보상휴가제가 특정 직종·직군에만 적용되고 다른 근로자집단에는 적용되지 않거나 장래 적용이 예상되지 않는 경우, 그 적용대상 직종·직군의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별도의 근로자대표로 선정할 수 있다고 본다(근로기준정책과-583, 2023.2.22. 등). A사가 연구개발직에만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한다면, 그 제도의 적용 가능성이 다른 직군에까지 예정되어 있는지 확인한 뒤 대표 선출단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경영상 해고는 별도로 보아야 한다. 사업 또는 사업장에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의 문언에 따라 그 노동조합과 협의하는 것이 원칙이며, 해고대상이 특정 직급에 한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직급의 대표를 반드시 별도로 선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2.7.9. 선고 2001다29452). 반면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선출 절차뿐 아니라 실제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성이 중요하며, 대법원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와 성실히 협의하였다면 절차적 요건 충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06.1.26. 선고 2003다69393).
III. 근로자대표 선정방법
1.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 자체가 근로자대표가 된다. 과반수 여부는 해당 제도를 도입하려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판단한다. 대표권은 원칙적으로 노동조합 대표자가 행사하되, 노동조합으로부터 적법하게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행사할 수도 있다. 과반수 여부는 실제 합의 시점의 근로자 수와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2.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A사에는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으므로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선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선출 방식 자체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지만, 적어도 근로자들에게 대표권의 내용과 범위를 알리고 사용자의 개입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의 자율적·민주적 의사에 따라 대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투표, 거수, 서명 등의 방식이 가능하나, 제도의 중요성과 향후 분쟁 가능성을 고려하면 선거인명부, 공고문, 후보자, 투표결과 및 대표권 범위를 문서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로자대표를 매 사안마다 새로 선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출 당시 “근로기준법상 유연근로시간제·휴일대체·보상휴가제 등에 관한 서면합의 권한”처럼 대표권의 범위를 근로자들이 알 수 있도록 명확히 공지하고 민주적으로 선출하였다면 일정 범위의 권한을 포괄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근로기준정책과-4230, 2021.12.14.).
또한 1명뿐 아니라 복수의 근로자대표를 선출할 수도 있다. 복수 대표를 선출한 경우에는 1인의 대표자 선출, 특정 사안에 대한 위임, 과반수 의결, 전원 서명 등 대표권 행사방법을 대표권 행사 전에 미리 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근로기준정책과-1251, 2023.4.13.).
A사가 이미 두고 있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곧바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위원 선출 당시 해당 임기 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 권한의 전부 또는 일부를 행사한다는 사실과 그 범위가 근로자들에게 주지되었거나, 선출 이후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절차를 통해 그 근로자위원에게 근로자대표 권한을 별도로 부여한 경우에 근로자대표 권한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최근 입장이다(근로기준정책과-994, 2022.3.25.).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선출 자체도 2022년 12월 11일부터 기준이 강화되었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는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위원을 선출해야 하며, 종전의 “근로자 10명 이상의 추천”이라는 입후보 요건은 폐지되어 현재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이면 입후보할 수 있다(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6조; 동법 시행령 제3조).
전자투표도 가능하다. 2026년 고용노동부 상담례는 본인 직접 투표, 투표내용의 비밀, 무기명성이 보장되고 노사가 투표방법과 기술체계에 관해 사전에 합의한다면 전자투표에 의한 근로자위원 선출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3. 근로자대표로 인정받기 어려운 사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나 협의가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대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대표성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① 회사가 임의로 지정한 팀장·간부들과 회의한 것만으로 근로자대표와 협의하였다고 보는 경우(서울행법 2007.9.7. 선고 2006구합25285).
② 적법한 근로자위원 선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곧바로 근로자대표로 사용한 경우.
③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대신 대상 근로자들의 개별 동의서만 받은 경우(근로조건지도과-1167, 2008.4.29.).
④ 사용자가 조직한 임의협의체 또는 대표권의 내용이 전혀 공지되지 않은 자와 합의한 경우.
⑤ 전자투표를 실시하였으나 본인확인, 비밀성, 무기명성 또는 투표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IV. 근로자대표의 대표권 행사방법
1. 노동조합이 대표권을 행사하는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인 경우에는 노동조합 대표자 또는 적법하게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대표권을 행사한다. 서면합의는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형태로 체결할 수도 있고, 단체협약과 별개의 근로기준법상 서면합의로 체결할 수도 있다. 다만 두 문서는 법적 성격과 효력이 다르므로 문서의 제목, 체결 목적, 적용대상, 유효기간 및 단체협약과의 관계를 명확히 적는 것이 좋다.
2.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대표권을 행사하는 경우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에게 근로자대표 권한이 적법하게 부여된 경우에 한하여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복수의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 권한을 가진다면 그들 사이에서 사전에 정한 방식에 따라 1인의 대표자가 서명하거나, 특정 사안에 대표권을 위임하거나, 과반수 의결 또는 전원 서명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임의로 일부 근로자위원만 골라 서명하게 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3. 새로 근로자대표를 선정하는 경우
1인의 근로자대표가 선정된 경우에는 선출 당시 부여된 권한의 범위에서 그 대표가 서명한다. 복수 대표가 선정된 경우에는 선출 과정에서 또는 선출 직후 정한 대표권 행사방법에 따른다. 대표권의 범위, 임기, 재선임 방법, 사임·결원 시 처리방법을 선출 공고와 결과 공지에 함께 적어 두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V. 서면합의서의 효력
A사는 적법하게 근로자대표를 선출한 뒤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서면합의를 체결하였다. 그렇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여기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개별 근로계약의 효력을 구분해야 한다.
1. 근로기준법상 서면합의의 직접적 효력
법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특정 제도의 도입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범위에서는, 적법한 근로자대표와 유효한 서면합의가 성립하면 원칙적으로 대상 근로자 전원의 개별 동의를 다시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말은 서면합의 한 장으로 단체협약·취업규칙·개별 근로계약의 모든 조항이 자동으로 변경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2. 단체협약과의 관계
과반수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적법한 수임자가 단체협약의 보충협약 형식으로 체결하였다면 단체협약의 내용 변경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나 별도로 선출된 근로자대표와 체결한 근로기준법상 서면합의는 그 자체로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을 변경하는 효력을 갖지 않는다. 기존 단체협약과 충돌한다면 해당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의 개정 여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3. 취업규칙과의 관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와 취업규칙 변경 절차는 서로 대체되는 제도가 아니다. 제도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을 새로 작성하거나 변경해야 한다면 근로기준법 제94조의 절차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 없으면 해당 근로자집단의 과반수에 의한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년,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으면 “사회통념상 합리성”만을 이유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대법원 2023.5.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이어 2026년 6월 대법원은 사내 전산망을 통한 개별 동의가 전체 근로자의 약 78%에 이르렀더라도 근로자 상호 간 의견교환과 찬반의 집약 등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이 수반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 제94조의 과반수 동의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6.6.25. 선고 2025다215010).
4. 개별 근로계약과의 관계
취업규칙이 적법하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더라도 개별 근로계약에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별도 약정하였다면, 그 개별 약정은 근로자의 동의 없이 당연히 불리하게 변경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대법원 2022.1.13. 선고 2020다232136). 따라서 A사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체결한 뒤에도 취업규칙 변경 필요 여부와 개별 근로계약의 구체적 약정 내용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결국 A사의 경우 가장 안전한 절차는 ① 적용대상 근로자와 근로자대표 선출에 참여할 근로자의 범위를 확정하고, ② 근로자대표의 권한 범위를 명확히 공고하여 민주적으로 선출하며, ③ 필요한 법정사항을 담은 서면합의를 체결하고, ④ 취업규칙 변경이 필요한 경우 제94조 절차를 별도로 진행하며, ⑤ 단체협약과 개별 근로계약의 충돌 여부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근로자대표 제도는 단순히 “서명을 받을 사람 한 명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집단적 근로조건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로 이해해야 한다.
※ 주요 근거(2026년 9월 기준)
· 근로기준법 [시행 2026.8.20.] 제24조, 제51조, 제51조의2, 제52조, 제55조, 제57조, 제58조, 제59조, 제62조, 제70조, 제94조.
·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6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2022.12.11. 시행 개정 포함).
·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994(2022.3.25.), -4178(2022.12.26.), -583(2023.2.22.), -1251(2023.4.13.), -4230(2021.12.14.).
· 대법원 2002.7.9. 선고 2001다29452; 2006.1.26. 선고 2003다69393;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2022.1.13. 선고 2020다232136; 2023.5.11. 선고 2017다35588, 35595 전원합의체; 2026.6.25. 선고 2025다2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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