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비참함 가운데 명랑하게, 삶이라는 캔버스에 대하여

[손영미 칼럼] 비참함 가운데 명랑하게, 삶이라는 캔버스에 대하여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스페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인생은 산부인과 의사의 손에서 시작해 장의사의 손에서 끝나는 길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세상에 나온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세상을 떠난다. 그 사이의 시간만이 우리가 직접 걸어야 할 길이다. 그 길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리고 생각보다 거창하지도 않다. 인생의 대부분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차 한 잔을 마시고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저녁이 되면 하루를 접는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씩 자신의 생을 조금씩 사용한다. 하지만 그 길이 언제나 환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살면서 몇 번쯤 자신의 삶이 설명되지 않는 구간을 지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시간, 아무리 애써도 풀리지 않는 매듭,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독.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삶이란 축복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서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비참함 가운데 명랑한 것이다.” 이 문장은 삶의 모순을 말하는 동시에 삶을 견디는 태도를 말해 준다. 명랑함은 조건이 좋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