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각하 사례

[정봉수 칼럼]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각하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 개요 2020. 8. 20. 태권도 도복을 판매하는 일본계 회사(이하 “회사”라 함)에서 근무하던 신청인(이하 “근로자”라 함)은 업무처리가 미숙하고 업무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근로자는 “나는 맡은 일을 성실히 했고 해고될 만한 잘못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회사는 여러 차례 근무태도를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그런데 회사는 해고사유보다 먼저 다른 문제를 제기하였다. 회사에서 실제 근로자로 고용한 인원은 3명에 불과하므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제도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사업장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심문 과정에서 양측의 숫자는 달랐다. 근로자는 자신이 근무할 당시 사무실에는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회사는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원이 아니라 업무대행계약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위임계약자라고 설명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첫 번째 문은 “해고가 정당했는가”가 아니었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그리고 그 결과 이 사업장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가 먼저 판단되어야 했다. II. 근로자의 주장 근로자는 2019. 11. 9. 회사에 입사하여 마케팅 및 영업지원 업무를 담당하였다. 회사가 지시하면 주말이 포함된 출장이나 야근, 휴일근로도 마다하지 않았고, 별도의 수당이나 충분한 휴가 없이도 회사 업무에 힘썼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2020년 8월 초 일본인 전무로부터 직무수행 능력 부족과 지시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근로자는 회사가 지적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은 사실과 다르고, 회사의 매출 부진 책임을 말단 직원에게 돌린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설령 업무상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교육이나 경고, 개선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바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근로자는 퇴직 당시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던 사람은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6명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직함이나 계약서의 명칭보다 실제로 회사에서 계속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중요하므로,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도 근로자 수에 포함하여야 하고 회사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III. 회사의 주장 회사는 2019년 5월 설립된 신생 회사로서 마케팅 지원을 위해 근로자를 채용하였으나, 근로자가 영업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출근 후 장시간 신문을 읽거나 개인 업무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었고, 영업일지 작성 등 회사가 요청한 업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상사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어 해고에 이르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사업장 규모였다. 회사는 신청인을 포함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한 근로자는 3명뿐이며,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두 사람은 각각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400만원의 업무대행료를 받기로 하였으며,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도 약정하였다.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어 업무대행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두 이사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이 종결되었고, 이후 미지급 업무대행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점도 회사는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두 이사를 제외하면 상시근로자 수가 5명에 미달하므로 노동위원회가 해고의 정당성을 심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IV. 관련 법령, 판례 및 행정해석 1.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적용범위와 각하 :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3조, 제28조 및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2026년 9월 현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이 정한 일부 규정만 적용된다. 이 별표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의 금지”와 제28조의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의 해고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른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5인 미만이면 해고에 관한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업무상 재해 요양기간 등의 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과 해고예고에 관한 제26조 등은 적용된다. 또한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남녀고용평등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해고 제한도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과 같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여부를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절차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임을 전제로 한다.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제1항은 신청하는 구제의 내용이 법령상 또는 사실상 실현될 수 없는 경우 등을 각하사유로 정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실무에서도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으로 확인되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고사유의 정당성까지 판단하지 않고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있다. 2. 상시근로자 수의 산정방법 :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 과거에는 “상태적으로 5명 이상인지”를 중심으로 한 행정해석이 많이 인용되었지만, 현재는 시행령 제7조의2가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법 적용 사유가 발생한 날, 즉 해고사건이라면 원칙적으로 해고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의 가동일수로 나누어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한다. 따라서 해고 당일 사무실에 몇 명이 있었는지만으로 5인 이상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해고 전 1개월의 실제 인원 변동과 가동일수를 확인하여야 한다. (1) 위 방법으로 산정한 평균이 5명 미만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미만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본다. (2) 반대로 평균이 5명 이상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이상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다. (3) 산정에는 정규직, 기간제, 단시간근로자 등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를 포함한다. 다만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상시근로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대법원도 최근 상시근로자 수의 “상시”는 단순히 매일 5명이 출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태적으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지를 뜻한다고 재확인하였다. 동시에 근로기준법이나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에 실제 근무하지 않은 근로자는 연인원과 일별 근로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0도16228 판결;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75998 판결). 3.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의 판단기준 :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서의 제목이 근로계약, 도급계약, 위임계약 또는 업무대행계약인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된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사용자가 업무내용을 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지, 제3자를 사용하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독립하여 자기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이윤과 손실의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근로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함께 살펴본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33715 판결). 특히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며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사용자가 계약형태를 정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재의 확립된 판례 태도이다. 따라서 오늘날 같은 사건을 검토할 때에는 업무대행계약서의 문구보다 두 이사가 실제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회사 임원의 근로자성 회사나 법인의 이사, 감사, 상무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근로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임원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이고 실제로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반대로 특정 사업부문을 총괄하면서 상당한 독립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일반 직원과 구별되는 처우를 받았다면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이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주목한 요소도 이러한 법리와 맞닿아 있다.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고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으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아 정해진 일을 수행하기보다 위임받은 업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형태로 일하였다. 또한 다른 근로자에게 일정한 업무지시를 하는 권한이 있었고, 정액의 업무대행료와 함께 향후 지분과 연계된 인센티브를 약정한 사정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두 사람이 일반 직원보다는 독립된 업무수행자에 가까웠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 다만 4대 보험 미가입 자체는 현재 판례상 보조적 사정에 불과하므로 그것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5.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판단 상시근로자 수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산정한다. 장소가 나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별개의 사업장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조직, 인사, 재정·회계, 업무수행 등이 실질적으로 독립되어 독자적인 사업경영이 이루어지는지 여부를 보아야 한다. 반대로 지점이나 영업소가 본사와 인사·재정·업무에서 독립성이 부족하면 전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아 근로자 수를 합산할 수 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4444, 2021. 12. 23.). V.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현재적 평가 노동위원회는 먼저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의 실질적인 업무수행 형태를 살펴보았다. 두 이사는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였고,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으며, 다른 사업장에도 관여하는 등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다.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아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위임받은 영역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그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일정한 범위에서 다른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였고, 일반 직원과 달리 업무대행료 및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를 약정하였다. 노동위원회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위임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한 자라고 판단하였다. 두 사람을 근로자 수에서 제외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과 제28조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노동위원회는 근로자가 주장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 사유가 해고를 정당화할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 이 사건은 2026년 현재에도 의미가 있다. 같은 사건을 오늘 다시 맡는다면, 먼저 해고 전 1개월의 가동일별 근로자 수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산정하고, 다음으로 업무대행계약이라는 명칭이나 4대 보험 가입 여부보다 실제 지휘·감독, 업무재량, 인사권, 전속성, 보수의 성격과 사업위험 부담을 중심으로 두 이사의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 오래된 사건자료에는 일별 인원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기준으로 수치를 재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인원구성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두 이사를 제외한 사업장은 5명 미만이라는 결론이 달라지기 어렵다.…

[정봉수 칼럼] 근로자대표의 선정, 대표권 및 서면합의의 법적 효력

[정봉수 칼럼] 근로자대표의 선정, 대표권 및 서면합의의 법적 효력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목적 A사는 상시근로자 120명을 사용하는 서비스회사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없지만 노사협의회는 설치되어 있다. 회사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업무량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공휴일 일부를 다른 근로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였다. 인사담당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있으니 그 위원들과 서면합의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근로자위원이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가 되는지, 누가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지, 전자투표가 가능한지, 그리고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면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까지 자동으로 변경되는지에 관한 문제가 연이어 제기되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경영상 해고에 관한 제24조 제3항에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을,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개념은 유연근로시간제, 보상휴가, 휴일대체 등 여러 제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2026년 9월 현재 근로기준법은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제51조의2)와 공휴일 대체(제55조 제2항)에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종전보다 근로자대표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및 협의 주요사항> 근로기준법 서면합의 제51조 제2항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제51조의2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및 관련 임금보전방안 제52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및 장기 정산기간의 일부 예외 제55조 제2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급 공휴일을 특정 근로일로 대체 제57조 보상휴가제 제58조 제2항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의 “업무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 제58조 제3항 재량근로시간제의 간주근로시간 등 제59조 특례업종의 연장근로·휴게시간 특례 제62조 연차유급휴가의 대체 협의 제24조 제3항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해고회피 방법과 해고기준 등에 관한 사전 통보·성실협의 제70조 제3항 임산부·18세 미만자의 야간·휴일근로 인가 전 시행 여부·방법 등에 관한 성실협의   II. 근로자의 범위 및 근로자대표의 선정단위 1. 근로자의 범위…

[정봉수 칼럼] 텔레마케터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 최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정봉수 칼럼] 텔레마케터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 최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들어가며 텔레마케터는 전화나 전자적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상품·서비스를 안내하고 판매·가입을 권유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업종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담원으로 고용되기도 하지만, 보험모집·금융상품 판매·회원모집·부동산 판매 등에서는 위촉계약, 용역계약 또는 수수료 계약의 형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계약서에 “위촉직”, “개인사업자” 또는 “자유소득자”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2026년 8월 현재 대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제 노무제공 관계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 근무시간·장소에 대한 구속, 독립사업자로서의 위험 부담, 보수의 성격, 계속성·전속성 및 조직 편입 정도 등을 종합하여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기본급의 유무, 사업소득세 납부, 4대보험 미가입과 같이 사용자가 거래구조를 통해 정할 수 있는 외형적 요소는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 확립되어 있다. 이 글은 종전의 텔레마케터 근로자성 사례를 유지하되, 2016년 카드론 텔레마케터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2024년 및 2026년의 최근 근로자성 판례를 반영하여 판단기준을 다시 정리하고, 과거 노동부 행정해석의 의미를 현재 판례법리에 비추어 재검토하고자 한다. II. 근로자성 판단기준 1. 기본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도급·위촉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한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즉 ①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이에 구속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작업도구나 영업수단을 스스로 마련하고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는지, ④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 독립사업자인지, ⑤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⑥ 기본급·고정급, 세금 및 사회보험의 처리 형태,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의 정도 등을 살핀다.[1]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체크리스트처럼 기계적으로 같은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의 실질적인 통제와 조직 편입을 중심으로 전체 관계를 평가하여야 하며, 기본급이 없거나 실적수수료로만 보수를 지급받는다는 점, 사업소득세를 납부한다는 점,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그 자체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다.   2. 최근 대법원 판례가 강조하는 판단방향 대법원은 2024년 지입차주 사건에서 노무제공자가 차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일부 유지비를 부담하며 사업자등록과 부가가치세 신고 등 사업주 외관을 갖추고 있었더라도, 사용자가 직영기사와 마찬가지로 업무지시를 하고 근태·업무수행을 관리하며, 노무제공자가 사실상 특정 사업에 전속되어 독립적인 이윤·손실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2] [3] 또한 대법원은 2026년 택시협동조합 사건에서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일부 근로자성 징표가 부족하거나 조합원과 같은 다른 법적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하였다. 이 판결은 텔레마케터의 경우에도 위촉계약, 사업소득 신고, 성과급 중심 보수 등 몇 가지 외형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준다. 3. 텔레마케터에 적용할 때 특히 중요한 요소 텔레마케터 업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근로자성을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다. 회사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독점적으로 배정하고, 통화 스크립트·상담방식·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며, 통화량·통화시간·녹취내용·실적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지각·결근·업무규정 위반 시 DB 배정 축소, 수수료 삭감, 경고 또는 계약해지와 같은 실질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이다. 또한 회사 사무실의 지정 좌석에서 회사가 제공한 컴퓨터·전화기·전산망을 사용하고, 제3자에게 상담업무를 대체시키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회사의 상시적인 영업조직에 편입되어 계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종속성이 강화된다. 반대로 근무시간·장소를 스스로 정하고, 고객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며, 회사가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이나 실적관리 기준을 정하지 않고, 본인의 비용과 책임으로 독립적인 영업을 하며, 여러 사업자의 상품을 자유롭게 취급하고 제3자를 통해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사업자성이 인정된다면 근로자성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성과급 지급”이나 “위촉계약”이라는 단일 요소가 아니라 실제 영업구조 전체가 판단 대상이다. III. 근로자로 인정된 텔레마케터 사례 1. 원거리 판매 텔레마케터 사건 서울행정법원은 사회복지법인에서 월간지 판매 및 후원금 모집 업무를 수행한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회사는 예상후원자 정보를 제공하고 우편물의 내용과 업무방식을 통제하였으며, 업무회의와 수시교육을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매일 상담결과를 보고받았다. 평일 10시부터 17시까지 회사의 텔레마케팅실에서 근무하도록 하였고, 출결표를 작성하면서 출근수당과 만근수당을 지급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근무시간·장소의 구속,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감독, 회사가 제공한 업무수단,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4] 2. 카드론 전화권유판매원 사건 – 대법원 2016다29890 판결 이 사건은 텔레마케터의 근로자성에 관한 가장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다. 은행과 “섭외영업위촉계약”을 체결한 전화권유판매원들은 은행이 제공한 고객 DB를 이용하여 카드론을 홍보하고 신청을 권유하였다. 원심은 출퇴근 의무가 명확하지 않고 고정급이 없으며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이 특히 주목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은행은 단순한 법규준수 안내를 넘어 상담의 끝인사, 고객의 거절에 대한 대응문구, 고객 유형별 구체적인 대사까지 담은 업무운용수칙과 스크립트를 제공하였다. 둘째, 규정위반이나 업무수행 불량에 대하여 수수료·인센티브를 차감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고, 통화량·통화시간이 전산에 기록되며 필요할 경우 녹취내용을 확인하였다. 셋째, 은행의 정규직 매니저들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30분 내지 1시간 단위로 고객 DB를 배정하고 실적을 관리하였다. 지각·조퇴·결근에 대한 형식적 징계가 없더라도 그만큼 DB를 적게 배정받아 수입이 감소하므로 실질적인 불이익이 존재하였다. 넷째, 사무실·컴퓨터·전화기 등 업무수단을 은행이 제공하고 업무대행이 금지되었으며, 계약상 업무 외의 추가 업무도 은행의 지시에 따라 수행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전화권유판매원들이 은행에 근로의 대가를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텔레마케터가 실적수수료를 주된 보수로 받고, 출퇴근 위반에 대한 전통적인 징계가 없으며, 위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5] IV. 근로자성이 부정된 과거 사례와 현재의 평가 1. 보험모집 텔레마케터에 관한 과거 행정해석 2001년 노동부 행정해석은 보험상품을 전화로 판매하는 위촉직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모집활동을 자신의 재량과 역량에 따라 수행하고, 실적이 없는 경우 지급되는 수당이 없으며,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지각·조퇴·결근에 대한 징계나 수당삭감 제도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이 행정해석은 계약의 자율성, 실적연동 보수 및 제재의 부재를 독립사업자성의 주요 징표로 보았다.   2.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에 관한 과거 행정해석 2006년 노동부 행정해석도 토지 판매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근무장소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일정한 고정급이 지급되더라도, 고객유치부터 계약체결까지 본인의 판단으로 영업하고 주된 수입이 고액의 판매수당이며 사업소득으로 신고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3. 현재 판례법리에 따른 재검토 위 행정해석들은 당시의 사실관계에 관한 판단자료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2016년 대법원 텔레마케터 판결 이후에는 그대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행정해석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으며, 특히 “사업소득 신고”, “실적수수료 중심 보수”, “명시적 출퇴근 징계의 부재”와 같은 요소는 현재 판례에서 결정적인 부정요소로 보기 어렵다. 텔레마케터가 회사가 마련한 조직과 전산시스템 안에서 회사가 제공한 DB와 스크립트를 사용하고, 실적·통화내용· 근무상태에 대한 관리와 불이익을 받는다면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행정해석과 유사한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업무수행 구조가 2016년 대법원 사건과 유사하다면, 고정급이 없고 위촉계약 형식을 취했더라도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봉수 칼럼]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른 통상임금 판단기준과 가산수당 산정

[정봉수 칼럼]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른 통상임금 판단기준과 가산수당 산정

–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변화와 실무상 쟁점 –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서론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해고예고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여러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이다. 따라서 어떤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는 기업의 임금체계와 인건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근로자에게는 법정수당의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오랫동안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특히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일 것을 요구하는 재직조건이나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할 것을 요구하는 조건이 붙은 임금은 ‘고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4년 12월 19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고정성’을 제외하고,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재정립하였다. 이후 재직조건부 상여금, 출근율 또는 근무일수 조건부 상여금, 성과급 등에 관한 후속 판결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새로운 판단기준과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산정의 실무상 쟁점을 살펴본다.   II. 통상임금 판단기준의 변화   1. 통상임금의 법적 개념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 문언과 통상임금의 기능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라고 보았다. 여기에서 핵심은 실제로 얼마를 받았는지 또는 지급조건이 실제로 성취되었는지가 아니라, 근로자가 약정된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할 경우 그 대가로 지급하기로 객관적으로 정해진 임금인지 여부이다. 통상임금은 실제 근로성과를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임금이 아니라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기 전에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임금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2. ‘고정성’ 요건의 폐기 종전 판례는 통상임금 판단에서 정기성·일률성과 함께 고정성을 독립적인 요건으로 보았다. 그 결과 지급일 재직조건, 일정 출근율 조건, 근무일수 조건 등이 붙은 경우에는 지급 여부가 사전에 확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곤 하였다.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및 같은 날 선고된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고정성 법리를 변경하였다. 임금에 조건이 붙어 있다는 사정이나 그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조건은 해당 임금이 실제로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정기성과 일률성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3. 새로운 판례 법리의 적용범위 대법원은 판례 변경이 임금체계와 집단적 근로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새로운 법리를 원칙적으로 2024년 12월 19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2024년 12월 19일 이후 제공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새로운 통상임금 범위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다만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당시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이면서 변경된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던 당해 사건 및 병행사건에는 새로운 법리가 소급 적용된다. 그러므로 단순히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2024년 12월 19일 이전 기간까지 일률적으로 재정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기간의 재정산 여부는 소송 계속 여부와 청구의 기초가 된 임금항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 판단해야 한다.   III. 주요 임금항목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례   1.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 재직조건이란 상여금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조건을 말한다. 종전에는 이러한 조건이 있으면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으므로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19다204876 판결은 재직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기본급 등에 연동하여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주기로 지급하는 등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재직조건 자체의 효력과 통상임금 해당 여부는 구분하여 판단해야 한다. 재직조건이 유효하더라도 그 조건의 존재만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문구를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실제 판단에서는 지급주기, 산정기준, 지급대상, 소정근로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2. 출근율·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상여금 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 지급되는 임금에 대해서도, 그 근무일수 조건이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수 있는 범위, 즉 소정근로일수 이내로 정해진 조건이라면 그러한 조건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법리는 대법원 2025. 2. 20. 선고 2021다216957 판결에서도 확인되었다. 기본급 등에 연동하여 일정한 금액을 일정 주기로 지급하는 상여금에 출근율 조건이나 재직조건이 붙어 있더라도, 그 상여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실제 출근율이 낮아 해당 근로자가 상여금을 전부 지급받지 못한 경우에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기준임금으로서의 통상임금성이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지급조건이 소정근로의 범위를 넘어 추가적인 근로제공이나 별도의 성과 달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소정근로 대가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건이 붙어 있으면 모두 통상임금” 또는 “조건이 붙어 있으면 모두 통상임금이 아님”과 같은 일률적인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정봉수 칼럼]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시사점

[정봉수 칼럼]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시사점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제기 (사건 경위) 글로벌 IT 기업의 한국지사장은 2024년 2월 1일 입사한 후 약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전체 직원 15명 중 6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및 컴플라이언스 위반으로 신고를 당하였다. 해당 직원들은 진술서를 작성하여 지사장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고, 지사장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집단으로 퇴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한 본사는 2024년 11월 담당 임원을 한국에 파견하여 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사건을 맡은 본 노무법인은 피해를 신고한 직원 6명, 참고인 4명 및 지사장인 피신고인을 조사한 후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출하였다. 신고된 행위는 총 18개였으며, 조사 결과 그중 12개 행위가 관련 법령 또는 회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행위의 정도가 중대하였고, 지사장이 더 이상 한국지사장의 직책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하 간의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태임이 확인되었다. 지사장은 한국지사 조직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직장 내 괴롭힘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금지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가 되었다. 특히 회사의 윤리행동강령은 관리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고 스스로 본보기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리행동강령 위반행위가 8개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비위행위는 지사장이 입사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전체 부하직원 15명 중 6명의 신고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에 회사는 2024년 12월 30일 지사장에게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지하면서 구체적인 비위행위를 적시하였다. 이와 함께 지사장이 퇴직합의서에 서명할 경우 2개월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는 권고사직 제안도 하였다. 지사장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징계해고를 당하는 것보다 합의퇴직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회사의 합의퇴직 제안을 수용하였다. 이하에서는 지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윤리행동강령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사례로 삼고자 한다. II. 직장 내 괴롭힘 및 윤리행동강령 위반 내용 1. 회식자리에서 폭언 및 90도 문안 인사 지시 (1) 신고인 1의 진술: 2024년 2월 1일 지사장의 부임 회식 자리에서 폭언과 협박이 있었다. 사장은 내가 말끝마다 ‘요’자를 사용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왜 ‘다’나 ‘까’를 사용하지 않느냐며 정색하면서 나무랐다. 순간 당황하여 일단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대화를 이어갔지만, 나도 모르게 평소처럼 계속 ‘요’자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자 사장은 갑자기 격분하며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이 새끼야”, “어디서 건방지게 말투를 그 따위로 하고 있어!”, “개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고 까부냐? 어디서 요자야!” 등의 폭언과 욕설을 하기 시작하였다. (2) 신고인 2의 진술: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여 환영회를 겸한 회식을 하였다. 회식 장소는 회사에서 약 10∼15분 정도 떨어진 횟집이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술을 마셨는데, 나는 술이 약한 편이어서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피곤하고 발도 가려워 다리를 꼬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장이 나를 노려보면서 “어디 내가 얘기하는데, 어디 씨발 네가 내 앞에서 다리를 꼬고 있냐”라며 욕설과 함께 폭언을 하였다. (3) 90도 문안 인사 지시 <신고인 1> 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로 기억한다. 오전에 사장실 밖에서 간단히 목례로 인사하였더니 사장이 사장실로 잠시 들어오라고 하였다. 이후 “인사를 왜 그런 식으로 하나. 하려면 똑바로 90도로 하라”고 말하였다. 직원들은 그때까지 가벼운 목례나 눈인사 정도를 해왔는데, 사장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정확하게 자신에게 와서 90도로 인사하라고 지시하였다. 또한 다른 직원들에게도 이를 전달하라고 하였다. 내가 모든 직원에게 직접 말하지는 못하고 이○○ 차장에게 해당 지시를 전달하였다. 그 이후부터는 매일 사장이 출근하면 사장실로 찾아가 90도로 인사하였다.   2. 사적 이익 도모 (1) 자신의 책 구매 강요 <신고인 1, 2, 3> 사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단둘이 있을 때 먼저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내면서 “내가 책을 썼는데 말이야. 너 안 읽어봤냐?”라고 물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자 “너는 사장이 쓴 책을 어떻게 읽어보지도 않을 수가 있냐”라고 말하면서 계속 책 이야기를 하였다. 이러한 발언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나 외부 미팅을 위해 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되었다. 내가 책을 구매했다고 말할 때까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반복하였다. (2) 내기 골프 강요 <신고인 1, 2> 사장은 직원들과 골프를 할 때 내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2024년 6월 25일과 2024년 8월 7일에 골프를 쳤을 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처럼 상대적으로 골프를 잘 치지 못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잃을 수밖에 없었고, 그날도 약 15만 원 정도를 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장이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였기 때문에 억지로 내기 골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3) 보너스에 대한 감사 표시와 대가 요구 <신고인 1> 인센티브 보너스를 받게 되었는데, 사장이 나에게 “제 덕에 전무님도 돈을 받게 되었으니까 술 한잔 사셔야죠. 골프도 한 번 치셔야죠”라고 말하였다. 이는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신고인 2> 당시 사장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여 직원들이 보너스를 받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똑바로 해”라고 말하면서 “나한테 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골프를 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3. 해고를 언급하며 고용불안 조성 <신고인 1> 사장이 HR에 영업 부문 직원인 나와 신고인 2, 신고인 3 중 반드시 한 명은 내보내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내가 9월 25일 사장과 크게 언성을 높이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사장은 본사 영업팀 이사가 영업팀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라고 하였지만, 자신이 이를 막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였다. <신고인 3> 사장과 함께 차로 이동하던 중 사장이 나에게 “회사 윗선에서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직원들과 잘 지내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차하면 이미 윗선에서도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내보낼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4. 부당한 지시 거부에 대한 보복성 폭언 및 업무 배제 (1) 부당한 요구 및 이에 대한 거부 <신고인 5> 6월경 회사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행사 준비 상황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사장이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냈다. 정확한 권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법인카드로 자신의 책을 구매하라고 지시하였다. 당시 행사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규모였으며, 해당 책의 내용은 행사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 책을 구매하지 않았다. (2) 업무능력 비하 6월에 내가 “사장님께서 추진하고 싶은 마케팅이 무엇인지 함께 공유해주시고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사장은 느닷없이 “김 부장, 너의 칼이 준비됐는지 안 됐는지도 모르는데, 네 칼이 짧은 칼인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데 그것을 왜 너에게 공유하겠느냐”, “칼을 뽑았는데 빈 칼이라면 어떡하느냐. 서로 민망한 상황은 만들지 말자”라고 말하였다. 사장은 나를 마케팅 매니저라는 직책을 가진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세일즈 어드민 업무를 하면서 나이만 든 여성 직원으로 치부하였다.…

[정봉수 칼럼] 약정휴가의 종류와 운영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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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1. 개념   약정휴가는 사용자의 승인,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유급휴가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무를 면제해주는 휴가로 경조휴가, 병가, 하계휴가, 특별휴가 등이 있다. 약정휴가는 연차유급휴가, 산전산후휴가, 배우자출산휴가와 같이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고 근로자들의 복지차원에서 도입된 휴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약정휴가를 설정해놓지…

[정봉수 칼럼]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한 명품매장 점장의 근로자성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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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개요 00명품회사의 한국 법인 (이하 “회사”)로부터 2022년 7월에 불만족스럽게 계약이 해지된 매장 점장 2명이 2022년 10월에 퇴직금, 연차수당 등 법정수당을 회사가 미지급 하였다고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 임금체불 진정사건에서 회사는 점장들이 수수료 용역 판매수탁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정봉수 칼럼] 해고분쟁 사례를 통해 본 합리적 합의퇴직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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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권고사직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할 것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에 응해 사직서를 제출해 퇴직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을 권유할 때 실업의 고통을 아는 근로자는 권고사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정봉수 칼럼] 혼자서 한 욕설도 직장 내 괴롭힘 해당되는 사례

[정봉수 칼럼] 혼자서 한 욕설도 직장 내 괴롭힘 해당되는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제기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주 또는 상급자가 직장 내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그런데 ①특정 직원을 상대로 하지 않고 혼자서 반복해  심한 욕설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여부와 ② 직장 내 괴롭힘이라면, 회사는 어떠한 조치가 적당하고 회사의 질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쟁점이 된 사건을 살펴본다.  신고인은 최근 6개월 이내에 10차례 이상 회원관리팀장(이하 ‘피신고인’)이 사무실 에서 공개적으로 본인 보다 직급이 낮거나 하위로 판단되는 근로자들 앞에서 전화통화를 종료한 이후에 반복적으로 욕설, 비속어, 고성 등의 폭력적 언동을 하였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여부, 징계 수위와 차후 재발방지를 위한 회사 조치에 필요한 내용을 검토한다. II. 사실관계 확인  1. 신고인 조사 “2025. 9. 18. 9시반(출근시 이미 진행 중)부터 피신고인이 입에 담기 힘든 … 매우 험한 욕설을 크게 사무실에서 오전 동안 하였습니다.” (정말 심하게요.) 피신고인이 외근 나가시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참고인1, 참고인2, 참고인3에게도 언어폭력 같이 느껴질 것이고, 사무실 업무분위기가 험악해져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다른 팀장에게 상황을 공유해 드렸습니다.” “Andrew 씨발새끼 라는 단어를 10회이상 30분 넘게 지속적으로 말했습니다.” “이 사안이 단순히 저 혼자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학생인턴분들에게 회사 명성(Reputation)이 안좋게 보이는 점, 2층 사무실 업무분위기가 얼어붙어(Freeze) 업무 차원에서 지장이 되는 점에서 말씀 드리게 됐네요.” 2. 참고인 조사  (1) 참고인1 (인턴사원)  피신고인은 “전화통화 종료 후, “씨발”, “지랄한다” 등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저는 피신고인의 통화를 가장 많이 듣는 입장인데, 특히 외부회사(고객)와 통화시 이슈가 발생하면 본인 기분이 상한 경우 하루에도 몇 번씩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예를 들어 “사무관이면 다야, 씨발” 이런 식으로 욕한 뒤 사무실을 나가서 흡연하고 다시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씨발”, “존나”, “미친 놈” 등을 자주 사용하였다. (2) 참고인2 (피신고인의 부하직원, x 대리) 피신고인은 1일 10번 정도 통화하면, 6-7번 정도 욕설, 비속어를 사용한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 것 같고, 책상 및 키보드를 꽝치고 사무실 밖으로 자주 나가기도 한다. 회사에서 신고인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캐노피(나뭇잎 모양 가림막)도 설치하였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 평소에도 자리에서 불필요하게 거칠게 일어난다든지, 인턴(참고인) 업무를 계속 트집잡기도 하였으며 “Andrew 얘는 왜 일을 이딴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이 새끼는” 등 말을 하였다. 또 고객과 통화 종료 후 “이 새끼는 지금 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를 자주하였다. “상기 행위가 너무 심하다 싶으면, 주변에 앉은 피신고인과 동급자이자 함께 회사를 오래 다닌 이벤트팀 팀장님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라고 몇 차례 자제시키기도 하였으나 그 뒤로도 나아진 적은 없다. 이러한 말을 들은 뒤 몇 분 동안은 가라앉으나, 상시 “아니 이 새끼가~”라는 식으로 다시 비속어를 사용하며 본인의 억울함을 소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피신고인의 행위가 너무 심할 때는 업무 공간을 이동하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근무환경이 매우 악화되었다고 느끼며, 피신고인이 욕할 때 한 공간에 있기 싫다. 피신고인이 욕하는 것을 들을 때면 심장이 너무 뛰어서 공간을 벗어나고 싶지만, 업무 중 자리에 있는 것이 매우 힘들다. 강도가 강하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까지 떨리고, 무서운 감정이 들 때가 많다. (3) 참고인3 (동급 직급의 타부서 팀장)  피신고인이 욱하는 면이 있어 혼잣말로 그러는 경향이다. 목소리도 큰 편이고, 사무실 자체도 울리는 구조라 이러한 발언이 사무실 내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잘 들린다. 저는 피신고인보다 연장자이기에, 제가 조심하라고 하면 그 순간에는 조심하기는 하나, 또 본인이 욱하는 상황이 되면 깜빡하고 반복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제 앞에서는 “씨발”이라는 욕설까지는 한 적이 없고, “아이씨”, “지랄” 정도만 들은 적이 있다. 3. 피신고인 조사  한국 부사장과 15년간 근무했고, 저는 칭찬을 받으면 더욱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현재 직상급자(외국인 부사장 Andrew)의 업무 지시 방식 및 리더십 스타일이 다르고, 저와 잘 맞지 않아 갈등이 발생하고 분노를 표출하게 된 것 같다. 화가 난다고 하여 자주 혼잣말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동료와 소통이 적은 편이라 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가서 담배를 피고 온다. 지금까지 욕설, 비속어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사무실 내 구성원들에게 따로 사과한 적은 없고, 별도로 제가 왜 욕 또는 비속어를 사용했는지 설명한 적은 없다. 같이 사무실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이유를 모르기에 당황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상급자 또는 고객과의 갈등이 사무실 내에 있는 하급자 구성원들이 야기한 경우는 아니다. 그 때부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프레임이 씌워진 것 같다. 지난 10월 13일에 조사 사실을 이메일로 통지 받고 나서 그 다음날 바로 대학병원에 가서 심전도 조사를 받았고 스트레스성 일시적 호흡 곤란 진단을 받기도 하였다. 이번 기회로 저의 평소 사무실 내 언동을 돌아보게 되었고 개선할 필요성을 느꼈다. 4. 사실여부 판단  피신고인과 인접한 장소에 근무하는 근로자 중 직급이나 관계상 하위에 있는 근로자 전부 피신고인이 전화통화를 종료한 후 반복적으로 욕설, 비속어, 고성을 사용하고 위협적인 언동을 보이는 등 근무환경의 악화 행위를 한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비록 피신고인의 상기 행위의 의도나 받아들이는 개인마다 강도의 편차는 존재하였다. 하지만  전부 피신고인의 행위가 업무에 지장을 주었으며, 그의 분리조치를 원한다고 진술하였다. 피신고인이 사무실에서 통화를 종료한 후 비속어(“지랄”, “새끼”)를 일상적으로 1주 기준 여러 차례 사용하고, 본인 기분에 따라 폭력적인 욕설(“씨발새끼”, “씨발” 등)을 사용한다는 신고인 진술은 사실로 인정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행위가 그보다 낮은 직급의 주니어급 근로자(대리, 인턴)들이 있는 경우 더욱 자주, 강하게 이루어지는 점도 사실로 확인되었다. III.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 판단  1. 직장 내 괴롭힘의 립요건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3가지 성립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그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직장 내 괴롭힘은 성립하지 아니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하여 이 사건 사실관계와 유사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내용에 대하여 판단한 판례를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 성립여부를 판단한다. (1)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   직장 내에서 지위란 ‘지휘, 명령관계’에 관계없이, 직장 내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들을 포괄하나, 일반적으로 직급상 우위를 점하여 업무상 지시 몇 명령하는 자에 해당한다면 ‘업무상 우위’가 있다.[1] (2)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  문제된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지 여부는 행위자체의 업무상 합리성과 관행을 토대로 판단하였을 때, ① 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느껴져야 한다. (3) 그 행위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피해자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란 그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데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 때 행위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 행위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면 인정된다. 특히 금번 신고인의 경우 피신고인에 비하여 근속연수가 현저히 낮은 주니어급 근로자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신고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주니어급 근로자)에서 상기 요건을 충족할 만한 여지가 있는지 여부가 추가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2. 피신고인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 판단  (1) 지위나 관계의 우위 이용 (O)  피신고인은 회사에서 약 17년 장기 근속한 관리자급(팀장)이다. 주니어급 근로자(대리)인 신고인보다 명백히 회사에서 지위, 지급상 우위가 인정된다. 나아가 평소 자주 본인의 장기근속 사실을 언급하여 왔으며, 신고인에 비하여 업무수행에 있어 경험을 보면, 지위와 직급상 우위만이 아니라, 관계상 우위도 인정되므로 피신고인은 신고인에 대하여 지위와 관계상 우위가 모두 인정된다. (2) 업무상 적정범위 초과 (O)  판례는 상대방에게 특정하여 욕설, 비속어 사용이 이루어진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3자에 대한 욕설 행위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지속,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이러한 행위가 노출되는 다수인들이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근무환경이 악화되었을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개적이고 공적인 장소인 회사 내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상급자의 일방적인 욕설은 그것이 제3자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부하직원에게 압박감이나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보며, 이러한 행위가 타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충분한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행위로 인해 하급자들의 기분이 불쾌하였고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고 느겼다면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하여 이루어진 행위로써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판단한다.[2] …

[정봉수 칼럼] 수습평가서 서명이 합의퇴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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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서론 2014년 3월 가구도매업 사업을 하는 X회사(이하 ‘회사’이라 한다.)로부터 해고사건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다. 회사는 번역업무를 담당할 Y근로자(이하 ‘근로자’이라 한다.)를 채용하여 번역업무에 맡겼으나, 근로자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3개월 수습기간을 마치는 시점에서 근로계약을 종결시킨 사건이었다.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보하는 자리에서 회사는 근로자에게 ‘서면해고통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