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제기 수습기간이 종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근로관계를 자유롭게 종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채용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영어능력 부족을 회사의 사업계획 변경 이후 해고사유로 삼는 경우에는 그 정당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여야 한다. 본 사건은 수습근로자의 업무적격성 평가와 회사의 조직개편이 함께 문제가 된 해고 사례이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인력을 운영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중 하나는 해고의 정당성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24조는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 갖추어야 할 요건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개인의 업무능력이나 비위행위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회사의 경영상 사정으로 해당 직무가 없어진 것인지를 먼저 구분하여야 한다. 기업은 채용한 근로자의 업무적격성을 확인하기 위해 일정한 기간을 두고 평가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기간제 근로계약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지원자의 고용안정에 대한 기대를 고려하여 정규직 근로계약에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수습기간이라고 하여 해고에 관한 법적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업무적격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용근로관계에서는 통상의 해고보다 해약권 행사가 넓게 인정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와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요구된다.[1] 수습근로자에 대한 평가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평가항목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담당 직무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개선할 기회를 부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주기적인 평가와 피드백은 평가의 객관성을 뒷받침하고 근로자가 평가결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이러한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해고의 정당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하에서는 국내 영업부서의 폐지로 해고된 수습근로자와 회사가 합의에 이른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습평가, 해고사유의 서면통지, 경영상 해고, 사후에 제기된 비위행위라는 네 가지 쟁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유사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실무상 교훈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해고된 수습근로자와의 갈등과 해결 1. 사건 경위 최근 미국계 제약회사의 본사 인사담당자가 수습근로자의 해고 문제로 필자에게 연락하였다. 한국사무소에서 수습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근로자에게 해고를 통보하였으나, 해당 근로자가 일방적인 해고에 반발하면서 1년분의 임금에 해당하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수습기간 중의 업무부적격을 해고사유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사건의 경위를 검토한 결과, 근로자의 업무적격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회사의 사업계획 변경과 부서 폐지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근로자는 2026년 5월 18일 약 1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한국사무소에 입사하였으며, 근로계약에는 3개월의 수습기간이 정해져 있었다. 회사는 임상시험을 마친 약품을 국내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영업직 근로자를 채용하였다. 해당 근로자에 대해서는 제약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을 평가하여 채용을 결정하였다. 한국사무소의 업무문서와 본사에 대한 보고는 대체로 영어로 작성되었다. 그러나 해당 근로자가 담당한 직무는 국내 영업이었으므로 영어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영업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회사도 채용 당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으며, 영어능력을 해당 직무의 필수요건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이후 해당 약품의 국내 판매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아 회사는 당초의 판매 계획을 추진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따라 영업부서를 폐지하였다. 회사는 수습근로자를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남아 있는 부서에서는 영어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환배치가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회사는 수습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업무부적격을 이유로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하였다. 필자는 회사가 채용 당시 이미 알고 있었고 원래 담당 직무의 필수요건으로 요구하지 않았던 영어능력 부족만으로는 업무부적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본 사건에서 먼저 발생한 변화는 근로자의 업무능력 저하가 아니라 영업부서의 폐지였다. 따라서 근로자 개인에 대한 수습평가의 문제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회사의 경영상 사정에 따른 고용조정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법적 위험을 고려하여 회사에 근로자와의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권고하였다. 협의 과정에서 회사는 근로자의 법인카드 사용 문제도 제시하였다. 회사에 따르면, 경력조회를 통해 근로자가 전 직장에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여 권고사직한 사실을 확인하였고, 현 회사의 수습기간 중에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내역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최초의 해고사유로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하였다. 2. 합의에 이른 과정과 남은 법적 쟁점 근로자는 영업부서가 폐지되었고 다른 부서에서는 영어 사용이 필요하다는 사정을 고려할 때 실제 복직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최초에 요구하였던 1년분의 임금 보상을 6개월분으로 낮추어 제시하였다. 회사는 2026년 9월 13일 공식 서면을 통해 추가로 임금 2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하였다. 이 서면에는 전 직장과 현 회사에서의 법인카드 사용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는 회사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채용 당시 요구하지 않았던 영어능력을 사후에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며, 법인카드 사용 문제 역시 최초 해고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근로자는 6개월분의 임금 보상 요구를 유지하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회사는 협상이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근로자가 구제신청을 하면 노동위원회 절차에서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였다. 이후 근로자는 세전 기준 임금 3개월분 전액을 지급하고 실업급여 신청에 필요한 행정절차에 협조하는 조건을 제시하였다. 회사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본 사건은 당사자 간의 합의로 종결되었다. 본 사건은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한 사례가 아니라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 사례이다. 따라서 임금 3개월분이라는 합의금이 같은 유형의 사건에 적용되는 법정 기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합의금의 수준을 검토할 때에는 해고사유의 입증 가능성, 절차상 위험, 분쟁 해결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금과 법정 해고예고수당의 지급 여부는 구분하여 검토하여야 한다.[2] 당사자 간의 합의로 분쟁은 종결되었으나, 본 사건에서는 근로자의 업무적격성 평가와 부서 폐지에 따른 고용조정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해고 후에 제시된 법인카드 사용 문제가 당초 해고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여야 한다. 이에 관한 법령과 판례의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III. 본 사건과 관련된 법령 및 판례의 기준 1. 수습·시용근로자의 해고 또는 본채용 거부 수습과 시용은 실무에서 혼용되고 있으나, 단순히 업무를 익히기 위한 수습기간을 두는 것과 업무적격성 평가를 거쳐 근로관계를 종료할 권한을 유보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근로계약서에 “수습 3개월”이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유로운 해고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의 내용, 채용 경위, 평가절차 및 본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시용근로관계에서도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을 관찰하고 판단하기 위한 시용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시용기간 중의 해고나 기간 만료 시 본채용 거부를 통상의 해고보다 넓게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러한 판단은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에 근거하여야 하며,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3] 평가를 실시하였다는 사실과 그 평가가 정당하다는 것은 구분하여야 한다. 단순히 평가점수표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①평가기준이 실제 담당 직무와 관련되어 있는지, ②평가결과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업무수행 사실이 있는지, ③정해진 방식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가 이루어졌는지 등이 중요하다. 따라서 회사는 채용 단계에서 직무별 요구능력과 수습평가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평가결과와 피드백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사건에서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정은 근로자의 영어능력 부족을 채용 당시부터 알고 있었고, 원래 담당한 영업직에서는 이를 업무수행의 본질적인 장애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시된 사건 경위에 따르면, 근로자가 원래 담당 직무에서 객관적인 저성과를 보였다는 사실보다는 영업부서 폐지 이후 다른 직무에 필요한 영어능력이 문제가 되었다는 사정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래 담당한 직무에 부적격한 근로자와 조직변경으로 배치할 직무가 없어진 근로자는 구분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습평가 결과만으로 해고를 설명하기보다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2. 해고사유의 서면통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서면통지가 있어야 해고의 효력이 발생한다. 시용기간 만료에 따른 본채용 거부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본채용 거부사유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4] 따라서 해고통지서에 취업규칙의 조항이나 “수습기간 만료”, “업무부적격”이라는 표현만 기재한 경우에는 근로자가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회사 내부에서 어떠한 판단을 하였는지가 아니라, 근로자가 교부받은 서면을 통해 근로관계 종료의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는지이다.[5] 다만 해고통지서의 표현이 축약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가 항상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문제된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고 충분히 소명하였는지, 관련 내용이 기재된 회의록 등의 서면을 교부받았는지 등을 고려하여 서면통지의 구체성을 판단한 바 있다. 이는 해고통지서와 함께 교부된 자료 및 당시의 설명 경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취지이다. 구두 설명만으로 서면통지를 대신하거나 해고 후에 자료를 보내는 것만으로 기존의 하자가 당연히 치유된다는 의미는 아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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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수 칼럼] 최저임금, 월급만 높으면 괜찮을까? 2026년 최저임금법과 사업주가 알아야 할 실무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서울의 작은 음식점에서 직원 세 명을 고용하는 김 사장은 2026년 새해 급여를 정리하다가 고민에 빠졌다. “기본급이 조금 낮아도 식대와 상여금을 더하면 최저임금을 넘으니 괜찮지 않을까?” 반대로 입사한 지 한 달 된 직원 이 씨는 통장에 입금된 월급을 보고 묻는다. “월급에 주휴수당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요?” 이처럼 하나의 급여명세서를 두고도 사용자는 충분히 지급했다고 생각하고, 근로자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답은 지급 총액만이 아니라 근로시간과 임금항목의 법적 성격에 있다. I. 최저임금의 이해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근로자 임금의 최저선을 정해 사용자가 그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와 고용노동부장관의 결정·고시를 거쳐 정해지며, 원칙적으로 다음 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적용된다. 2026년 시간급은 10,320원으로, 2025년 10,030원보다 290원(2.9%) 올랐다. 하루 8시간을 일했다면 최저임금에 따른 일급은 82,560원이다. 주 40시간 근무하고 법정 유급주휴 8시간이 적용되는 통상적인 월급제 근로자의 월 환산 기준시간은 209시간이며, 월 환산액은 2,156,880원이다. 이 금액을 모든 단시간근로자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소정근로시간과 유급주휴시간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근로계약의 이름이 아르바이트, 계약직, 정규직 또는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 적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계약서에 기재된 시급뿐 아니라 실제 최저임금 산입 임금과 분모가 되는 기준시간을 함께 살펴야 한다. II. 최저임금 적용범위와 예외 김 사장은 새로 채용한 직원을 ‘수습’으로 정했으니 첫 석 달간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러나 수습이라는 명칭만으로 감액되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1년 이상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의 수습 시작일부터 3개월 이내인 경우에 한하여 10% 감액이 가능하고, 고시된 단순노무 직종 종사자는 감액 대상에서 제외된다. 2026년 감액 가능한 경우의 시간급 기준은 9,288원이다.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법정 절차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에만 적용제외가 가능하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동거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가사사용인 및 선원법 적용 대상 등의 법률상 특수한 경우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III. 최저임금과 관련한 사업주의 의무 1. 사용자의 주지의무 김 사장은 2026년 최저임금 고시문을 직원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했다. 사용자는 최저임금액, 산입하지 않는 임금, 적용제외 근로자의 범위 및 효력발생일 등을 효력발생일 전까지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2. 최저임금 지급의무 최저임금보다 낮게 약정한 계약의 해당 부분은 무효이고, 그 부분은 법정 최저임금으로 정한 것으로 본다. 근로자가 서명했거나 “수습이라 괜찮다”고 동의했더라도 법적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면제되지 않는다. 예컨대 한 달의 최저임금 비교 대상액이 2,100,000원이고 209시간 기준이 적용된다면 최저임금 기준액 2,156,880원에 56,880원이 부족하다. 다만 실제 판단에는 임금항목별 산입 여부와 근로시간 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3. 도급사업자의 연대책임 청소업체가 발주처와 지나치게 낮은 인건비 단가로 계약한 탓에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면 수급인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도급인의 책임 있는 사유가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도급인에게도 최저임금 지급에 대한 연대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도급계약 체결·변경 시 인건비 단가와 최저임금 인상분을 확인하는 이유다. 4. 최저임금법 위반의 벌칙 최저임금 지급의무 위반이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한 종전 임금수준의 부당한 저하 등은 법정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최저임금 미지급의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근로자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에는 별도의 과태료 규정이 있다. 제재의 구성요건은 개별 위반행위별로 검토해야 한다. IV. 최저임금의 적용 1.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차이 이 씨가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하려고 하자 김 사장은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이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제도의 목적은 다르다.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수준 준수 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기준이며,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의 산정 기초다. 동일한 임금항목이라도 각 제도의 법률상 판단기준이 달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특히 통상임금에 관한 최근 판례 법리까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2. 최저임금 산정시 산입되는 임금 2024년부터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및 식대·숙박비·교통비 등 현금성 복리후생비는 법정 요건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전액 포함된다. 따라서 2015년 원문처럼 식대나 정기상여금을 일률적으로 제외한다고 설명하면 현재의 법률과 맞지 않는다. 다만 매월 지급되는 돈이라도 그 실질이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법정 제외 항목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 40시간 근무자에게 매월 기본급 2,000,000원과 현금 식대 200,000원을 지급하고 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면, 두 항목이 법정 산입임금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월 비교금액은 2,200,000원으로 2026년 기준액을 웃돈다. 이는 설명용 사례이며 실제 계약·근무형태에 따라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3. 최저임금 산정시 산입되지 않는 임금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추가수당처럼 소정근로시간 또는 소정근로일의 대가가 아닌 임금과 현물로 지급하는 임금 등은 최저임금 산입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다. 일시적·불규칙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나 월 1회 이상 지급되지 않는 임금은 지급조건과 법정 산입기준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름이 ‘성과급’인지 ‘수당’인지보다 지급주기, 조건과 실질을 먼저 살펴야 한다. V. 실제 급여명세서에서 확인할 사항 김 사장은 결국 급여명세서의 기본급·식대·연장근로수당을 분리하고 근로계약서의 소정근로시간, 주휴시간 및 수습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이 씨도 통장 입금액만 비교하는 대신 어떤 항목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최저임금 분쟁은 “총액이 많다”는 주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산입대상 임금의 합계를 법정 비교시간으로 나눈 시간급이 해당 연도의 최저임금 이상인지 따져야 한다. 2026년 최저임금은 10,320원이다. 사용자는 매년 임금표를 갱신하고, 수습 감액 요건·외국인 및 단시간근로자의 적용·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산입·주휴시간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근로자는 급여명세서의 임금항목과 근로시간을 대조해 부족분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지급 총액이 아니라 정확한 계산이 분쟁 예방의 시작이다. ▲사진=최저임금과 사업주의 의무…
[정봉수 칼럼] 외국인 강사의 해고와 합의퇴직을 둘러싼 분쟁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
[정봉수 칼럼] 노동사례: 조건부 채용과 시용해고의 경계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
[정봉수 칼럼] 사례로 읽는 직장 내 성희롱의 판단과 처리 절차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개요(서론) 워크숍에서 촬영된 영상 하나가 회식자리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영상 속 당사자에게 그 장면은 웃고 넘길 일이 아니었다. 촬영하지 말라는 부탁은 지켜지지 않았고, 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요구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문제를 인사부에 알린 뒤에는 오히려 상급자가 불쾌함을 드러냈다. 한 직원의 고충은 이렇게 회사 전체의 대응을 묻는 사건으로 번졌다. 외국계 회사의 국내지사에서 근무하던 이 대리(이하 “피해자”)는 2021년 5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그 사실과 내용을 회사에도 알렸다. 회사는 영업부장 A와 피해자를 조사한 뒤 A의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하여 징계하였다. 그러나 사건은 A에 대한 조치로 끝나지 않았다. 진정이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으로 이관되고, 2021년 6월 16일 담당 근로감독관의 출석요구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영업이사 B와 지사장 C에 관한 추가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 회사는 조사 범위를 넓혀 두 사람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징계하였다. 같은 해 6월 28일 노동관서에 출석하여 조치 내용을 설명했지만, 조사에서는 성희롱 예방교육의 공백도 확인되었다. 이 사례는 성희롱 사건을 단순히 당사자끼리 사과하고 끝낼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성희롱을 금지할 뿐 아니라, 사업주에게 예방·조사·피해자 보호·행위자 조치의 책임을 부과한다. 회식이나 워크숍도 직장 내 지위의 이용 또는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면 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1] II.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내용 1. 가해자 A의 성희롱 사건의 시작은 2021년 4월 27일, 직원 30여 명이 참석한 워크숍이었다. 피해자는 게임의 벌칙으로 엉덩이로 이름을 쓰게 되었다. 시작하기 전, 카메라나 휴대전화로 촬영하지 말아 달라고 분명히 당부하였다. 그러나 영업부장 A는 몰래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영상을 저장해 두었다. 그 영상은 2021년 5월 19일 전체 회식자리에서 다시 등장했다. A가 남자 직원들과 영상을 돌려보는 가운데 “Sales Kick Off 때 하이라이트로 틀면 재미있겠다.”, “얼굴이 돌아서서 잘 안 보이니 증명사진 붙여서 보내라.”라는 말이 오갔다.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삭제를 요구했으나 A는 조치하지 않았다. 인사부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뒤에도 A는 사과하기보다 문제를 알린 데 대해 불쾌함을 표시하였다. 이 장면에서 살펴야 할 것은 단순히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촬영을 거부한 의사, 신체 동작을 소재로 한 영상의 내용, 동료들 앞에서 이루어진 재생과 발언, 상하관계를 함께 보아야 한다. 회사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거나 성적인 웃음거리로 삼는 데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다. 2. 가해자 B의 성희롱 영업이사 B와 관련된 일은 한 차례의 발언에 그치지 않았다. 2021년 2월 11일 회식에서 B는 피해자에게 “허그 한번 하자.”라며 다가왔다. 피해자는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상급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느꼈고, 어깨를 두드리는 정도로 상황을 마무리하려 했다. 같은 해 3월 29일, 회식 후 노래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피해자가 노래를 부르자 B는 블루스춤을 추는 시늉을 하며 다가왔고, 피해자는 이를 외면하였다. 이어 부른 노래에 사랑을 고백하는 가사가 나오자, B는 “나한테 하는 얘기지? 내 이야기지?”라는 식으로 말을 건넸다. 5월 19일 회식에서는 B가 술을 따라 주며 피해자에게 “이 대리가 내 자리에 앉았네. 나를 좋아하나 보다.”라고 말한 뒤 옆에 앉아 “러브샷 한번 할까?”라고 제안하였다. 피해자가 “위험한 행동입니다.”라고 거절하자 B는 “나는 안 위험한데?”라고 답했다. 피해자가 표시한 불편함은 대화의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이러한 행위는 말 한마디씩 떼어 놓기보다 반복된 접근과 상급자의 지위, 거부 이후의 반응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모든 포옹 제안이나 노래에 관한 발언이 그 자체로 성희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성적 언동에 해당하는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즉각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2] 3. 가해자 C의 성희롱 2021년 3월 29일 회식을 먼저 떠나려던 피해자는 지사장 C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C가 악수를 청하자 피해자는 이에 응했다. 그런데 C는 다시 악수를 청하면서 피해자의 손에 입술을 갖다 대려 하였다. 놀란 피해자가 손을 빼는 순간 손가락 일부가 C의 입술에 닿았다. 피해자는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게 느꼈다. 이 사례에서 악수에 응한 행동을 그 이상의 신체 접촉에 대한 동의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최고책임자 자신이 사건에 관련되었다는 점은 조사 절차에도 영향을 미쳤다. 누구의 지휘 아래, 누구의 판단으로 사건을 조사할 것인지가 회사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였다. III. 회사의 사건 인지 및 처리 절차 1.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처리 절차 사건을 접수한 뒤에는 신속함과 공정함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아래의 다섯 단계는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상 의무를 토대로 정리한 처리 흐름이다. 외부기관에 진정이 제기되었다고 하여 회사의 조사·보호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1단계: 신고 접수와 초기 보호 인사부서나 고충처리 담당자는 신고 내용을 기록하고, 피해자가 원하는 보호조치와 추가 접촉의 위험을 확인한다. 정식 신고서가 없더라도 사업주가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한다. 조사 중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하되,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편의를 이유로 피해자만 다른 부서로 보내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3] 2단계: 상담과 사실관계 조사 피해자, 피신고인, 참고인의 진술을 구분하여 듣고 당시의 메시지, 영상, 참석자 진술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한다. 불필요한 대면이나 반복 진술을 강요하지 않고, 피신고인에게도 구체적인 의혹에 관하여 소명할 기회를 제공한다. 영상은 추가 유포를 막되, 진상 확인에 필요한 자료까지 무조건 삭제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적법한 방법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보존하고 열람자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사자,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누설해서는 안 된다. 다만 사업주에 대한 보고나 관계기관의 요청에 따른 필요한 정보 제공 등 법정 예외는 구별해야 한다. 지사장처럼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피신고인인 사건에서는 이해관계 없는 외부전문가의 조사와 독립적인 보고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4] 3단계: 성희롱 여부 판단과 징계·보호조치 성희롱 여부는 행위자의 성적 의도 유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당사자 관계, 장소와 경위, 언동의 내용과 반복성, 피해자의 반응 등 전체 사정을 검토해야 한다. 피해자의 관점을 고려한다는 것은 주관적 불쾌감만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뜻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성희롱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게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조치 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피해자의 의견청취는 형식적인 서명 절차가 아니지만, 피해자가 징계 수위를 단독으로 결정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 적절한 보호조치도 해야 한다. 징계는 취업규칙상의 근거와 절차를 따르고 행위의 정도에 비례해야 한다.[5] 4단계: 처리 결과의 통지 조사 결과와 주요 판단 이유, 필요한 조치 및 후속 절차를 당사자에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관계자의 진술서나 조사보고서 전체를 무조건 공개하는 방식은 피하고, 피해자의 의견청취와 권리 행사에 필요한 정보 제공,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비밀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사과나 합의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대면, 용서, 신고 취하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대법원은 2024년 11월 14일 선고한 2023다276823 판결에서, 회사가 공식 절차에 따른 소문과 불이익의 우려를 강조하며 가해자의 무징계 사직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한 사안에 대해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이는 피해자가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의견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 준다.[6]…
[정봉수 칼럼] 사례로 읽는 직장 내 성희롱의 판단과 처리 절차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개요(서론) 워크숍에서 촬영된 영상 하나가 회식자리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영상 속 당사자에게 그 장면은 웃고 넘길 일이 아니었다. 촬영하지 말라는 부탁은 지켜지지 않았고, 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요구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문제를 인사부에 알린 뒤에는 오히려 상급자가 불쾌함을 드러냈다. 한 직원의 고충은 이렇게 회사 전체의 대응을 묻는 사건으로 번졌다. 외국계 회사의 국내지사에서 근무하던 이 대리(이하 “피해자”)는 2021년 5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그 사실과 내용을 회사에도 알렸다. 회사는 영업부장 A와 피해자를 조사한 뒤 A의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하여 징계하였다. 그러나 사건은 A에 대한 조치로 끝나지 않았다. 진정이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으로 이관되고, 2021년 6월 16일 담당 근로감독관의 출석요구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영업이사 B와 지사장 C에 관한 추가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 회사는 조사 범위를 넓혀 두 사람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징계하였다. 같은 해 6월 28일 노동관서에 출석하여 조치 내용을 설명했지만, 조사에서는 성희롱 예방교육의 공백도 확인되었다. 이 사례는 성희롱 사건을 단순히 당사자끼리 사과하고 끝낼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성희롱을 금지할 뿐 아니라, 사업주에게 예방·조사·피해자 보호·행위자 조치의 책임을 부과한다. 회식이나 워크숍도 직장 내 지위의 이용 또는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면 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1] II.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내용 1. 가해자 A의 성희롱 사건의 시작은 2021년 4월 27일, 직원 30여 명이 참석한 워크숍이었다. 피해자는 게임의 벌칙으로 엉덩이로 이름을 쓰게 되었다. 시작하기 전, 카메라나 휴대전화로 촬영하지 말아 달라고 분명히 당부하였다. 그러나 영업부장 A는 몰래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영상을 저장해 두었다. 그 영상은 2021년 5월 19일 전체 회식자리에서 다시 등장했다. A가 남자 직원들과 영상을 돌려보는 가운데 “Sales Kick Off 때 하이라이트로 틀면 재미있겠다.”, “얼굴이 돌아서서 잘 안 보이니 증명사진 붙여서 보내라.”라는 말이 오갔다.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삭제를 요구했으나 A는 조치하지 않았다. 인사부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뒤에도 A는 사과하기보다 문제를 알린 데 대해 불쾌함을 표시하였다. 이 장면에서 살펴야 할 것은 단순히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촬영을 거부한 의사, 신체 동작을 소재로 한 영상의 내용, 동료들 앞에서 이루어진 재생과 발언, 상하관계를 함께 보아야 한다. 회사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거나 성적인 웃음거리로 삼는 데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다. 2. 가해자 B의 성희롱 영업이사 B와 관련된 일은 한 차례의 발언에 그치지 않았다. 2021년 2월 11일 회식에서 B는 피해자에게 “허그 한번 하자.”라며 다가왔다. 피해자는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상급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느꼈고, 어깨를 두드리는 정도로 상황을 마무리하려 했다. 같은 해 3월 29일, 회식 후 노래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피해자가 노래를 부르자 B는 블루스춤을 추는 시늉을 하며 다가왔고, 피해자는 이를 외면하였다. 이어 부른 노래에 사랑을 고백하는 가사가 나오자, B는 “나한테 하는 얘기지? 내 이야기지?”라는 식으로 말을 건넸다. 5월 19일 회식에서는 B가 술을 따라 주며 피해자에게 “이 대리가 내 자리에 앉았네. 나를 좋아하나 보다.”라고 말한 뒤 옆에 앉아 “러브샷 한번 할까?”라고 제안하였다. 피해자가 “위험한 행동입니다.”라고 거절하자 B는 “나는 안 위험한데?”라고 답했다. 피해자가 표시한 불편함은 대화의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이러한 행위는 말 한마디씩 떼어 놓기보다 반복된 접근과 상급자의 지위, 거부 이후의 반응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모든 포옹 제안이나 노래에 관한 발언이 그 자체로 성희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성적 언동에 해당하는지,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즉각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동의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2] 3. 가해자 C의 성희롱 2021년 3월 29일 회식을 먼저 떠나려던 피해자는 지사장 C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C가 악수를 청하자 피해자는 이에 응했다. 그런데 C는 다시 악수를 청하면서 피해자의 손에 입술을 갖다 대려 하였다. 놀란 피해자가 손을 빼는 순간 손가락 일부가 C의 입술에 닿았다. 피해자는 당황스럽고 수치스럽게 느꼈다. 이 사례에서 악수에 응한 행동을 그 이상의 신체 접촉에 대한 동의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한 최고책임자 자신이 사건에 관련되었다는 점은 조사 절차에도 영향을 미쳤다. 누구의 지휘 아래, 누구의 판단으로 사건을 조사할 것인지가 회사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였다. III. 회사의 사건 인지 및 처리 절차 1.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처리 절차 사건을 접수한 뒤에는 신속함과 공정함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아래의 다섯 단계는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상 의무를 토대로 정리한 처리 흐름이다. 외부기관에 진정이 제기되었다고 하여 회사의 조사·보호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1단계: 신고 접수와 초기 보호 인사부서나 고충처리 담당자는 신고 내용을 기록하고, 피해자가 원하는 보호조치와 추가 접촉의 위험을 확인한다. 정식 신고서가 없더라도 사업주가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한다. 조사 중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하되,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편의를 이유로 피해자만 다른 부서로 보내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3] 2단계: 상담과 사실관계 조사 피해자, 피신고인, 참고인의 진술을 구분하여 듣고 당시의 메시지, 영상, 참석자 진술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한다. 불필요한 대면이나 반복 진술을 강요하지 않고, 피신고인에게도 구체적인 의혹에 관하여 소명할 기회를 제공한다. 영상은 추가 유포를 막되, 진상 확인에 필요한 자료까지 무조건 삭제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적법한 방법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보존하고 열람자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사자,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누설해서는 안 된다. 다만 사업주에 대한 보고나 관계기관의 요청에 따른 필요한 정보 제공 등 법정 예외는 구별해야 한다. 지사장처럼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피신고인인 사건에서는 이해관계 없는 외부전문가의 조사와 독립적인 보고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4] 3단계: 성희롱 여부 판단과 징계·보호조치 성희롱 여부는 행위자의 성적 의도 유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당사자 관계, 장소와 경위, 언동의 내용과 반복성, 피해자의 반응 등 전체 사정을 검토해야 한다. 피해자의 관점을 고려한다는 것은 주관적 불쾌감만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뜻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성희롱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게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조치 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피해자의 의견청취는 형식적인 서명 절차가 아니지만, 피해자가 징계 수위를 단독으로 결정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 적절한 보호조치도 해야 한다. 징계는 취업규칙상의 근거와 절차를 따르고 행위의 정도에 비례해야 한다.[5] 4단계: 처리 결과의 통지 조사 결과와 주요 판단 이유, 필요한 조치 및 후속 절차를 당사자에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관계자의 진술서나 조사보고서 전체를 무조건 공개하는 방식은 피하고, 피해자의 의견청취와 권리 행사에 필요한 정보 제공,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비밀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사과나 합의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대면, 용서, 신고 취하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대법원은 2024년 11월 14일 선고한 2023다276823 판결에서, 회사가 공식 절차에 따른 소문과 불이익의 우려를 강조하며 가해자의 무징계 사직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한 사안에 대해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이는 피해자가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의견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 준다.[6]…
[정봉수 칼럼] 근로자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제기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헌법 제32조에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이 입법 되었다. 산업의…
[정봉수 칼럼]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각하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 개요 2020. 8. 20. 태권도 도복을 판매하는 일본계 회사(이하 “회사”라 함)에서 근무하던 신청인(이하 “근로자”라 함)은 업무처리가 미숙하고 업무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근로자는 “나는 맡은 일을 성실히 했고 해고될 만한 잘못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회사는 여러 차례 근무태도를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반박하였다. 그런데 회사는 해고사유보다 먼저 다른 문제를 제기하였다. 회사에서 실제 근로자로 고용한 인원은 3명에 불과하므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제도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의 사업장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심문 과정에서 양측의 숫자는 달랐다. 근로자는 자신이 근무할 당시 사무실에는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회사는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원이 아니라 업무대행계약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위임계약자라고 설명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첫 번째 문은 “해고가 정당했는가”가 아니었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그리고 그 결과 이 사업장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가 먼저 판단되어야 했다. II. 근로자의 주장 근로자는 2019. 11. 9. 회사에 입사하여 마케팅 및 영업지원 업무를 담당하였다. 회사가 지시하면 주말이 포함된 출장이나 야근, 휴일근로도 마다하지 않았고, 별도의 수당이나 충분한 휴가 없이도 회사 업무에 힘썼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2020년 8월 초 일본인 전무로부터 직무수행 능력 부족과 지시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근로자는 회사가 지적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은 사실과 다르고, 회사의 매출 부진 책임을 말단 직원에게 돌린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설령 업무상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교육이나 경고, 개선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바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근로자는 퇴직 당시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던 사람은 마케팅이사, 관리이사, 일본인 전무, 신청인, 주임, 사원 등 6명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직함이나 계약서의 명칭보다 실제로 회사에서 계속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중요하므로,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도 근로자 수에 포함하여야 하고 회사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III. 회사의 주장 회사는 2019년 5월 설립된 신생 회사로서 마케팅 지원을 위해 근로자를 채용하였으나, 근로자가 영업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출근 후 장시간 신문을 읽거나 개인 업무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었고, 영업일지 작성 등 회사가 요청한 업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상사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어 해고에 이르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사업장 규모였다. 회사는 신청인을 포함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한 근로자는 3명뿐이며,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두 사람은 각각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400만원의 업무대행료를 받기로 하였으며,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도 약정하였다.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어 업무대행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두 이사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이 종결되었고, 이후 미지급 업무대행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점도 회사는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두 이사를 제외하면 상시근로자 수가 5명에 미달하므로 노동위원회가 해고의 정당성을 심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IV. 관련 법령, 판례 및 행정해석 1.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적용범위와 각하 :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3조, 제28조 및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2026년 9월 현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이 정한 일부 규정만 적용된다. 이 별표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의 금지”와 제28조의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의 해고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른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5인 미만이면 해고에 관한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도 업무상 재해 요양기간 등의 해고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과 해고예고에 관한 제26조 등은 적용된다. 또한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남녀고용평등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해고 제한도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과 같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여부를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절차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임을 전제로 한다.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제1항은 신청하는 구제의 내용이 법령상 또는 사실상 실현될 수 없는 경우 등을 각하사유로 정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실무에서도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으로 확인되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고사유의 정당성까지 판단하지 않고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있다. 2. 상시근로자 수의 산정방법 :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 과거에는 “상태적으로 5명 이상인지”를 중심으로 한 행정해석이 많이 인용되었지만, 현재는 시행령 제7조의2가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법 적용 사유가 발생한 날, 즉 해고사건이라면 원칙적으로 해고일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의 가동일수로 나누어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한다. 따라서 해고 당일 사무실에 몇 명이 있었는지만으로 5인 이상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해고 전 1개월의 실제 인원 변동과 가동일수를 확인하여야 한다. (1) 위 방법으로 산정한 평균이 5명 미만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미만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본다. (2) 반대로 평균이 5명 이상이더라도, 산정기간 중 일별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날이 전체 가동일의 2분의 1 이상이면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보지 않는다. (3) 산정에는 정규직, 기간제, 단시간근로자 등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근로자를 포함한다. 다만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상시근로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대법원도 최근 상시근로자 수의 “상시”는 단순히 매일 5명이 출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태적으로 사용하는 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지를 뜻한다고 재확인하였다. 동시에 근로기준법이나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에 실제 근무하지 않은 근로자는 연인원과 일별 근로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20도16228 판결;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75998 판결). 3.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의 판단기준 :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서의 제목이 근로계약, 도급계약, 위임계약 또는 업무대행계약인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된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사용자가 업무내용을 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지, 제3자를 사용하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독립하여 자기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이윤과 손실의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근로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함께 살펴본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33715 판결). 특히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며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사용자가 계약형태를 정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재의 확립된 판례 태도이다. 따라서 오늘날 같은 사건을 검토할 때에는 업무대행계약서의 문구보다 두 이사가 실제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회사 임원의 근로자성 회사나 법인의 이사, 감사, 상무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근로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임원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이고 실제로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반대로 특정 사업부문을 총괄하면서 상당한 독립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일반 직원과 구별되는 처우를 받았다면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이 사건에서 노동위원회가 주목한 요소도 이러한 법리와 맞닿아 있다.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고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으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아 정해진 일을 수행하기보다 위임받은 업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형태로 일하였다. 또한 다른 근로자에게 일정한 업무지시를 하는 권한이 있었고, 정액의 업무대행료와 함께 향후 지분과 연계된 인센티브를 약정한 사정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두 사람이 일반 직원보다는 독립된 업무수행자에 가까웠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 다만 4대 보험 미가입 자체는 현재 판례상 보조적 사정에 불과하므로 그것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5.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판단 상시근로자 수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산정한다. 장소가 나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별개의 사업장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조직, 인사, 재정·회계, 업무수행 등이 실질적으로 독립되어 독자적인 사업경영이 이루어지는지 여부를 보아야 한다. 반대로 지점이나 영업소가 본사와 인사·재정·업무에서 독립성이 부족하면 전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아 근로자 수를 합산할 수 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4444, 2021. 12. 23.). V. 노동위원회의 결정과 현재적 평가 노동위원회는 먼저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의 실질적인 업무수행 형태를 살펴보았다. 두 이사는 회사와 업무대행계약을 체결하였고, 출퇴근에 엄격한 통제를 받지 않았으며, 다른 사업장에도 관여하는 등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약했다.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아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위임받은 영역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그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일정한 범위에서 다른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였고, 일반 직원과 달리 업무대행료 및 향후 증자와 연계한 인센티브를 약정하였다. 노동위원회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마케팅이사와 관리이사는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위임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한 자라고 판단하였다. 두 사람을 근로자 수에서 제외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과 제28조가 적용되는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노동위원회는 근로자가 주장한 업무능력 부족이나 지시 불이행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 사유가 해고를 정당화할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 이 사건은 2026년 현재에도 의미가 있다. 같은 사건을 오늘 다시 맡는다면, 먼저 해고 전 1개월의 가동일별 근로자 수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산정하고, 다음으로 업무대행계약이라는 명칭이나 4대 보험 가입 여부보다 실제 지휘·감독, 업무재량, 인사권, 전속성, 보수의 성격과 사업위험 부담을 중심으로 두 이사의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 오래된 사건자료에는 일별 인원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기준으로 수치를 재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인원구성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두 이사를 제외한 사업장은 5명 미만이라는 결론이 달라지기 어렵다.…
[정봉수 칼럼] 근로자대표의 선정, 대표권 및 서면합의의 법적 효력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목적 A사는 상시근로자 120명을 사용하는 서비스회사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없지만 노사협의회는 설치되어 있다. 회사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업무량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공휴일 일부를 다른 근로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였다. 인사담당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있으니 그 위원들과 서면합의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근로자위원이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가 되는지, 누가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지, 전자투표가 가능한지, 그리고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면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까지 자동으로 변경되는지에 관한 문제가 연이어 제기되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경영상 해고에 관한 제24조 제3항에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을,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개념은 유연근로시간제, 보상휴가, 휴일대체 등 여러 제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2026년 9월 현재 근로기준법은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제51조의2)와 공휴일 대체(제55조 제2항)에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종전보다 근로자대표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및 협의 주요사항> 근로기준법 서면합의 제51조 제2항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제51조의2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 및 관련 임금보전방안 제52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및 장기 정산기간의 일부 예외 제55조 제2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급 공휴일을 특정 근로일로 대체 제57조 보상휴가제 제58조 제2항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의 “업무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 제58조 제3항 재량근로시간제의 간주근로시간 등 제59조 특례업종의 연장근로·휴게시간 특례 제62조 연차유급휴가의 대체 협의 제24조 제3항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해고회피 방법과 해고기준 등에 관한 사전 통보·성실협의 제70조 제3항 임산부·18세 미만자의 야간·휴일근로 인가 전 시행 여부·방법 등에 관한 성실협의 II. 근로자의 범위 및 근로자대표의 선정단위 1. 근로자의 범위…
[정봉수 칼럼] 텔레마케터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 최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들어가며 텔레마케터는 전화나 전자적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상품·서비스를 안내하고 판매·가입을 권유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업종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상담원으로 고용되기도 하지만, 보험모집·금융상품 판매·회원모집·부동산 판매 등에서는 위촉계약, 용역계약 또는 수수료 계약의 형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계약서에 “위촉직”, “개인사업자” 또는 “자유소득자”라고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2026년 8월 현재 대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제 노무제공 관계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 근무시간·장소에 대한 구속, 독립사업자로서의 위험 부담, 보수의 성격, 계속성·전속성 및 조직 편입 정도 등을 종합하여 근로자성을 판단하고 있다. 특히 기본급의 유무, 사업소득세 납부, 4대보험 미가입과 같이 사용자가 거래구조를 통해 정할 수 있는 외형적 요소는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 확립되어 있다. 이 글은 종전의 텔레마케터 근로자성 사례를 유지하되, 2016년 카드론 텔레마케터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2024년 및 2026년의 최근 근로자성 판례를 반영하여 판단기준을 다시 정리하고, 과거 노동부 행정해석의 의미를 현재 판례법리에 비추어 재검토하고자 한다. II. 근로자성 판단기준 1. 기본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도급·위촉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한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즉 ①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이에 구속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작업도구나 영업수단을 스스로 마련하고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는지, ④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 독립사업자인지, ⑤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⑥ 기본급·고정급, 세금 및 사회보험의 처리 형태,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의 정도 등을 살핀다.[1]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체크리스트처럼 기계적으로 같은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의 실질적인 통제와 조직 편입을 중심으로 전체 관계를 평가하여야 하며, 기본급이 없거나 실적수수료로만 보수를 지급받는다는 점, 사업소득세를 납부한다는 점,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그 자체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다. 2. 최근 대법원 판례가 강조하는 판단방향 대법원은 2024년 지입차주 사건에서 노무제공자가 차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일부 유지비를 부담하며 사업자등록과 부가가치세 신고 등 사업주 외관을 갖추고 있었더라도, 사용자가 직영기사와 마찬가지로 업무지시를 하고 근태·업무수행을 관리하며, 노무제공자가 사실상 특정 사업에 전속되어 독립적인 이윤·손실의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2] [3] 또한 대법원은 2026년 택시협동조합 사건에서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일부 근로자성 징표가 부족하거나 조합원과 같은 다른 법적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하였다. 이 판결은 텔레마케터의 경우에도 위촉계약, 사업소득 신고, 성과급 중심 보수 등 몇 가지 외형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준다. 3. 텔레마케터에 적용할 때 특히 중요한 요소 텔레마케터 업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근로자성을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다. 회사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독점적으로 배정하고, 통화 스크립트·상담방식·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며, 통화량·통화시간·녹취내용·실적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지각·결근·업무규정 위반 시 DB 배정 축소, 수수료 삭감, 경고 또는 계약해지와 같은 실질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이다. 또한 회사 사무실의 지정 좌석에서 회사가 제공한 컴퓨터·전화기·전산망을 사용하고, 제3자에게 상담업무를 대체시키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회사의 상시적인 영업조직에 편입되어 계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종속성이 강화된다. 반대로 근무시간·장소를 스스로 정하고, 고객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며, 회사가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이나 실적관리 기준을 정하지 않고, 본인의 비용과 책임으로 독립적인 영업을 하며, 여러 사업자의 상품을 자유롭게 취급하고 제3자를 통해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등 실질적인 사업자성이 인정된다면 근로자성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성과급 지급”이나 “위촉계약”이라는 단일 요소가 아니라 실제 영업구조 전체가 판단 대상이다. III. 근로자로 인정된 텔레마케터 사례 1. 원거리 판매 텔레마케터 사건 서울행정법원은 사회복지법인에서 월간지 판매 및 후원금 모집 업무를 수행한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회사는 예상후원자 정보를 제공하고 우편물의 내용과 업무방식을 통제하였으며, 업무회의와 수시교육을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매일 상담결과를 보고받았다. 평일 10시부터 17시까지 회사의 텔레마케팅실에서 근무하도록 하였고, 출결표를 작성하면서 출근수당과 만근수당을 지급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근무시간·장소의 구속,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감독, 회사가 제공한 업무수단,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4] 2. 카드론 전화권유판매원 사건 – 대법원 2016다29890 판결 이 사건은 텔레마케터의 근로자성에 관한 가장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다. 은행과 “섭외영업위촉계약”을 체결한 전화권유판매원들은 은행이 제공한 고객 DB를 이용하여 카드론을 홍보하고 신청을 권유하였다. 원심은 출퇴근 의무가 명확하지 않고 고정급이 없으며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이 특히 주목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은행은 단순한 법규준수 안내를 넘어 상담의 끝인사, 고객의 거절에 대한 대응문구, 고객 유형별 구체적인 대사까지 담은 업무운용수칙과 스크립트를 제공하였다. 둘째, 규정위반이나 업무수행 불량에 대하여 수수료·인센티브를 차감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고, 통화량·통화시간이 전산에 기록되며 필요할 경우 녹취내용을 확인하였다. 셋째, 은행의 정규직 매니저들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30분 내지 1시간 단위로 고객 DB를 배정하고 실적을 관리하였다. 지각·조퇴·결근에 대한 형식적 징계가 없더라도 그만큼 DB를 적게 배정받아 수입이 감소하므로 실질적인 불이익이 존재하였다. 넷째, 사무실·컴퓨터·전화기 등 업무수단을 은행이 제공하고 업무대행이 금지되었으며, 계약상 업무 외의 추가 업무도 은행의 지시에 따라 수행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전화권유판매원들이 은행에 근로의 대가를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텔레마케터가 실적수수료를 주된 보수로 받고, 출퇴근 위반에 대한 전통적인 징계가 없으며, 위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5] IV. 근로자성이 부정된 과거 사례와 현재의 평가 1. 보험모집 텔레마케터에 관한 과거 행정해석 2001년 노동부 행정해석은 보험상품을 전화로 판매하는 위촉직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모집활동을 자신의 재량과 역량에 따라 수행하고, 실적이 없는 경우 지급되는 수당이 없으며,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지각·조퇴·결근에 대한 징계나 수당삭감 제도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이 행정해석은 계약의 자율성, 실적연동 보수 및 제재의 부재를 독립사업자성의 주요 징표로 보았다. 2.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에 관한 과거 행정해석 2006년 노동부 행정해석도 토지 판매 텔레마케터에 대하여 근무장소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일정한 고정급이 지급되더라도, 고객유치부터 계약체결까지 본인의 판단으로 영업하고 주된 수입이 고액의 판매수당이며 사업소득으로 신고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다. 3. 현재 판례법리에 따른 재검토 위 행정해석들은 당시의 사실관계에 관한 판단자료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2016년 대법원 텔레마케터 판결 이후에는 그대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행정해석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으며, 특히 “사업소득 신고”, “실적수수료 중심 보수”, “명시적 출퇴근 징계의 부재”와 같은 요소는 현재 판례에서 결정적인 부정요소로 보기 어렵다. 텔레마케터가 회사가 마련한 조직과 전산시스템 안에서 회사가 제공한 DB와 스크립트를 사용하고, 실적·통화내용· 근무상태에 대한 관리와 불이익을 받는다면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행정해석과 유사한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업무수행 구조가 2016년 대법원 사건과 유사하다면, 고정급이 없고 위촉계약 형식을 취했더라도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