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칼럼] 백년대계를 제시할 老馬識途가 절실하다

백년대계를 제시할 老馬識途가 절실하다

사자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진 제나라의 재상 관중과 관련된 또 하나의 유명한 사자성어가 ‘노마식도(老馬識途)’이다. 관중이 제나라 환공을 따라 고죽국을 치러 나섰다가 봄에 떠난 군사들이 겨울이 되어서야 철군을 하게 되었는데, 적진에 너무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 탓에 그만 길을 잘못 들어 군사들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 방황하고 있을 때, 늙은 말을 몇 필 골라 풀어 놓고 앞장서서 걷게 하여서, 봄에 왔던 길을 따라 가는 노마를 뒤따르게 하여 제나라 군사들을 무사히 회군하게 하였다는 관중의 지혜를 칭찬하는 고사로 「한비자」의 《설림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즘 교육 문제로 나라 안이 매우 혼란스럽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그렇고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문제도 아직 시끄럽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공무원 등 어느 것 하나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여·야 정치권은 등을 돌린 민심을 어떻게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는 ‘노마식도’의 고사처럼 경험 많은 사람의 조언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나라에 경륜 있는 큰 어른이 없는 것이 아니고 큰 어른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젊고 참신한 인물의 등장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나이가 젊다하여 다‘새 피(New blood)’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늙은 피’도 있지 않겠는가. 새 피가 의미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다. ‘늙은 젊은 피’도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취임한지 600여일이 된다. 기왕 젊은 교육부장관이 취임하였으니 ‘유은혜의 교육부호’가 순탄한 항해를 해 나가려면 교육계의 원로들을 찾아뵙고 ‘노마식도’의 지혜를 구하였으면 한다. 한 사회 내에는 다양한 가치관, 사고와 행동이 다른 요소들이 서로 조화 공존하며 기존의 조직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지 못하는 ‘젊은 새 피’는 무의미하다. 새 피는 사고의 새로움이나 ‘늙은 젊은 피’도 포함된다. 그러니 젊은 피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늙은 피가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 패기 있고 과단성 있는 개혁과 함께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을 기대 할 수 있다.

고려 현종 9(1018)년 거란족의 말발굽을 막아낸 귀주대첩을 이끈 강감찬 장군의 그 때 나이는 70세였다. 만약 그를 나이가 많다하여 제외시켰더라면 이 강토는 거란군의 말발굽아래 쑥대밭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주(周)나라 문왕과 무왕을 도와 나라의 부국강병을 이룩하고 폭군 은나라 주(紂)를 정벌하여 천하를 평정케 한 일등공신으로, 병법의 대가이자 책사인 강태공은 그 때 나이가 80세였다.

그리고 유럽의 ‘늙은 대국’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1991년 5월 미국의회 연설에서 “영국이 파트너로서 나이를 먹었지만 구름 낀 흐린 날 앞을 내다보는 데는 여러분 보다 낫다”고 일침을 놓은 바 있는데, 역사적 인물로 본 ‘늙은 젊은 피’들이다.

젊은 피와 늙은 피가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 패기 있고 과단성 있는 개혁과 함께 합리적이고 세련된 국정운영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한국문자교육회 회장 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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