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조 칼럼] 출판 책 중심 테마 100선_제31 테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되는 이유가 세상의 마지막 문장은 아니다

[정차조 칼럼] 출판 책 중심 테마 100선_제31 테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되는 이유가 세상의 마지막 문장은 아니다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세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회사가 있다.

이름하여 ‘안 됩니다 주식회사’.

본사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고, 지점은 세계 곳곳에 있으며, 직원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주력 상품은 불가능이고, 특기는 책임 회피다.

자본금은 핑계, 운영비는 걱정, 배당금은 체념이다.

이 회사의 업무 처리 속도는 놀랍다.

누군가 새로운 생각을 꺼내면 단 3분 만에 안 되는 이유 열 가지를 찾아낸다.

“돈이 없습니다.”

“사람이 없습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전에 해봤는데 안 됐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아십니까?”

마지막 말은 언제나 결정적이다.

“현실을 좀 아십시오!”

참으로 대단한 전문가들이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일의 실패 가능성을 그렇게 정확하게 설명한다니.

그런데 이상하다.

그들의 예측이 언제나 옳다면 세상은 지금쯤 아무것도 발전하지 못했어야 한다.

처음 자동차를 생각한 사람에게는 말이 있다고 했을 것이고,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사람에게는 인간에게 날개가 없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먼 나라의 사람과 얼굴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면 이렇게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그 먼 데까지 얼굴이 어떻게 갑니까?”

그러나 인간은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비행기를 만들었다.

먼 곳까지 직접 가지 못한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통신기술을 발전시켰다.

현실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현실을 알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안 되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은 같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어떤 방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방법의 불가능까지 증명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에 담긴 첫 번째 철학이다.

어느 시골 마을에 작은 장터가 있었다.

농부들은 직접 기른 채소를 가져오고, 주민들은 필요한 먹거리를 사러 왔다.

그런데 장이 열리기로 한 날, 갑자기 거센 비가 쏟아졌다.

길에는 물이 고였고, 장터 바닥은 진흙탕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여 걱정했다.

“오늘 장사는 틀렸습니다.”

“손님도 못 오고, 물건도 젖겠습니다.”

“이런 날 장을 열었다가는 위험합니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안전을 무시하고 장터를 열 수는 없었다.

그때 한 할머니가 채소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 맞는 말이네. 그런데 배추도 우리 사정을 알아듣나?”

사람들이 웃었다.

할머니가 다시 말했다.

“비가 와서 장을 못 여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배추가 다음 주까지 기다려 주는 건 아니잖아.”

참으로 곤란한 진실이었다.

인간의 사정은 복잡하지만 배추의 사정은 단순하다.

시간이 지나면 시든다.

회의를 열어도 시들고, 대책을 발표해도 시든다.

배추는 보고서를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위험한 길을 건너도록 사람들을 재촉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장터가 열리지 못했다고 필요한 먹거리와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 제안했다.

“오늘은 장을 열지 맙시다. 대신 필요한 사람이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 먼저 알아봅시다.”

사람들은 전화와 연락망을 이용해 구매 의사를 확인했다.

날씨가 나아지고 안전한 전달이 가능해졌을 때, 주문받은 물건부터 나누어 전달하기로 했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팔리지 못한 채소도 있었고, 예상보다 많은 수고가 필요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장터를 열지 못한 것과 거래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다음 장날에는 새로운 준비를 시작했다.

무엇을 얼마나 가져올지 미리 확인하고, 날씨와 수요에 따라 판매 방법을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비는 여전히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비를 대하는 시장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두 종류의 현실주의를 만난다.

하나는 현실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능성을 닫아 버리는 현실주의다.

다른 하나는 현실의 어려움을 정확히 확인하고 가능한 조건을 새롭게 만드는 현실주의다.

둘 다 현실을 말한다.

그러나 하나는 현실 앞에 멈추고, 다른 하나는 현실 속에서 길을 찾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사람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안전하지 않은 다리를 건너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외치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그건 철학이 아니라 사고다.

정말 중요한 것은 위험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목적을 포기하지 않는 능력이다.

방법은 바꿀 수 있다.

시기는 조정할 수 있다.

규모를 줄일 수도 있고, 준비가 부족하다면 멈추어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라면 다른 길이 있는지 끝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것이 고집과 신념의 차이다.

고집은 자신이 선택한 방법을 지키려 한다.

신념은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를 위해 방법까지 바꿀 줄 안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돌아서야 한다.

그러나 돌아선다고 목적지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앞선 테마들에서 실패를 바로잡는 용기와 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는 지혜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무엇인가.

실패한 방법을 반복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다.

포기할 방법과 지켜야 할 목적을 구별한 뒤 다시 가능성을 찾겠다는 태도다.

여기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진다.

우리는 문제를 만나면 흔히 이렇게 묻는다.

“왜 안 되는가?”

필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문제는 설명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한 가지 질문을 더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지면 가능한가?”

돈이 부족하다면 필요한 규모와 비용을 다시 계산할 수 있다.

기술이 부족하다면 검증과 개발에 필요한 조건을 찾을 수 있다.

수요가 불확실하다면 생산을 서두르지 않고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역할을 조정하거나 협력할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문제에 해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끝내 하지 않는 편이 옳은 일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충분히 판단한 뒤의 결정이어야 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체념하는 습관과는 다르다.

이 철학은 KN541이 지향하는 소비생산 구조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랫동안 시장은 생산자가 먼저 만들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방식에 익숙했다.

그 결과 필요한 상품이 충분하지 않거나, 반대로 팔리지 않는 상품이 남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를 바꿀 방법은 없는가?”

KN541이 제안하는 출발점은 소비자의 필요를 생산 이전에 확인하는 것이다.

사전예약구매를 통해 실제 수요를 살피고, 상품의 품질과 생산조건을 검증하며, 소비자의 참여와 사용 경험을 다음 생산의 판단에 연결하는 구조다.

물론 새로운 방식이라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 개발이 어렵고, 생산조건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참여자의 기대와 실제 결과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이유도 없다.

확인할 것은 확인하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다시 설계해야 한다.

새로운 문명은 문제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발견했을 때 기존의 방식을 수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반전이 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려면 반드시 거대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자본, 거대한 조직, 거대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큰 변화에는 상당한 자원과 역량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처음부터 거대하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필요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

불필요한 상품 하나를 만들지 않는 일.

잘못된 설계 하나를 고치는 일.

소비자의 작은 불편을 다음 생산에 반영하는 일.

이러한 변화가 충분히 검증되고 서로 연결될 때 더 큰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열린다.

세상을 한 번에 뒤집지 못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구사랑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말한다.

“한 사람이 노력한다고 지구가 달라집니까?”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한 사람의 행동만으로 거대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사실이 한 사람의 행동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뜻인가.

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구매하고, 생산자가 실제 수요에 맞추어 만들며, 시장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변화의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작은 행동 하나로 지구를 구했다고 자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작은 행동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고 단정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작은 행동을 아름다운 구호로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 그 행동들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더 나은 구조로 연결하는 일이다.

지구사랑은 현실을 모르는 낭만이 아니다.

현실을 알면서도 더 나은 선택을 찾아가는 실천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시장을 넘어 인간의 삶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벽을 만난다.

계획이 어긋나고, 믿었던 일이 실패하며, 마음을 다해 노력해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날은 다시 일어서는 것조차 버겁다.

그때 누군가 무턱대고 말한다.

“포기하지 마세요!”

듣기에는 아름답다.

그러나 이미 지친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무거운 명령처럼 들릴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강할 필요는 없다.

쉬어야 할 때는 쉬어도 된다.

도움을 청해야 할 때는 청해도 된다.

끝내 놓아야 할 것은 놓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 전체를 실패라고 선언할 필요는 없다.

어떤 계획이 끝났다고 인생까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이 실패했다고 그 사람의 가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떤 관계가 어려워졌다고 세상의 모든 관계가 무의미해진 것도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세운 계획보다 큰 존재다.

어제의 실패보다 넓은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자신을 끝없이 몰아붙이는 구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절망 속에서도 다음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기억하는 말이어야 한다.

평생의 동역자에게 필요한 태도도 그러하다.

함께한다는 것은 언제나 성공을 약속하는 일이 아니다.

어려울 때 서로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지친 사람에게 무조건 더 뛰라고 요구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함께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다.

때로는 새로운 길을 제안하고, 때로는 잘못된 길에서 돌아서며,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곁을 지키는 것.

그렇게 서로의 가능성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관계가 깊은 동행을 만든다.

이제 처음의 ‘안 됩니다 주식회사’로 돌아가 보자.

그 회사는 여전히 바쁘다.

오늘도 안 되는 이유를 열심히 생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회사를 없앨 필요가 없다.

안 되는 이유를 발견하는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무 하나를 추가하면 된다.

안 되는 이유를 열 가지 발견했다면, 그중 무엇을 바꾸면 가능해지는지도 검토하는 일이다.

불가능을 설명하는 능력에 가능성을 설계하는 능력을 더하는 것이다.

그 회사의 이름도 조금 바뀔 수 있겠다.

‘안 됩니다 주식회사’에서 ‘조건을 찾아봅시다 주식회사’로.

참으로 대단한 기업 혁신이다.

직원 한 명 해고하지 않고 회사의 미래가 달라졌다.

안 되는 이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이유를 사용하는 목적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현실을 무시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현실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닫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비가 내리면 장터는 열리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필요까지 비에 젖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계획이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까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안 되는 이유를 보여 준다.

그 이유 가운데는 반드시 존중해야 할 사실도 있다.

하지만 안 되는 이유를 충분히 알았다는 사실과 미래의 답을 모두 찾았다는 사실은 다르다.

그러므로 세상이 불가능을 말할 때 무작정 반박할 필요는 없다.

먼저 들어라.

정확히 확인하라.

그리고 다시 물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새로운 길은 불가능을 모르는 사람에게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불가능의 이유를 이해하고도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에게서도 열린다.

세상이 써 내려간 문장이 ‘안 된다’에서 끝난다고 해도, 우리의 이야기가 반드시 거기서 끝날 이유는 없다.

안 되는 이유는 현실의 설명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미래의 마지막 문장일 필요는 없다.

그다음 문장을 쓰는 것.

그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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