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세상은 이상하게도 직선을 좋아한다.
빨리 만들고,
빨리 팔고,
빨리 배송하고,
빨리 쓰고,
빨리 버리고,
빨리 다음 것을 사게 만든다.
속도는 점점 빨라졌는데 사람은 점점 지쳤다.
상품은 더 많아졌는데 만족은 더 짧아졌다.
배송은 새벽에 왔는데 마음은 오후쯤 허전해졌다.
참 기막힌 발전이다.
물건은 하루 만에 도착하는데, 삶의 방향은 몇 년째 길을 잃고 있다.
기존 시장은 직선이었다.
만들고,
팔고,
쓰고,
버린다.
이 직선의 끝에는 늘 무언가가 쌓인다.
재고가 쌓이고,
박스가 쌓이고,
쓰레기가 쌓이고,
후회가 쌓이고,
피로가 쌓이고,
불신이 쌓인다.
그리고 시장은 또 말한다.
“새로운 상품이 나왔습니다.”
참 대단한 배짱이다.
어제의 낭비도 치우지 못했는데 오늘의 신상품을 들고 웃는다.
냉장고에 남은 반찬도 많은데 또 장을 보자고 하는 사람처럼 당당하다.
이제 우리는 이 직선을 멈춰 세워야 한다.
시장은 직선이 아니라 한 바퀴가 되어야 한다.
한 바퀴란 단순히 돌고 돈다는 뜻이 아니다.
빙글빙글 제자리만 도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회전목마이지 문명이 아니다.
한 바퀴는 출발한 것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오는 구조다.
소비가 생산을 부르고,
생산이 생활을 만나고,
생활의 경험이 기록되고,
기록이 재생산을 판단하고,
좋은 활동이 참여가치로 남고,
그 가치가 다시 사람과 지역과 공동체로 돌아오는 구조.
이것이 한 바퀴다.
기존 시장은 소비를 끝으로 보았다.
KN541은 소비를 시작으로 본다.
기존 시장은 구매가 끝나면 관계도 끝났다.
KN541은 구매 후 사용과 평가와 재생산에서 관계가 다시 시작된다.
기존 시장은 후기를 광고의 재료로 썼다.
KN541은 후기를 다음 생산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기존 시장은 사람의 활동을 플랫폼의 자산으로 가져갔다.
KN541은 사람의 활동을 참여가치의 기록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 차이가 직선과 한 바퀴의 차이다.
직선의 시장은 늘 앞으로만 간다.
문제는 앞으로 간다고 다 발전은 아니라는 것이다.
낭떠러지로도 앞으로 갈 수 있다.
쓰레기장으로도 앞으로 갈 수 있다.
카드값 고지서 쪽으로도 아주 빠르게 앞으로 갈 수 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방향이다.
한 바퀴의 시장은 방향을 묻는다.
이 소비는 어디로 가는가.
이 생산은 누구에게 응답하는가.
이 경험은 어디에 남는가.
이 기록은 다음 판단에 쓰이는가.
이 가치는 사람과 지역으로 돌아오는가.
이 질문이 없으면 시장은 직선으로 질주한다.
질주하는 시장은 처음에는 멋있다.
그러나 나중에는 반드시 누군가를 치고 지나간다.
사람을 치고,
지역을 치고,
생산자를 치고,
지구를 친다.
그리고는 말한다.
“성장통입니다.”
아니다.
그건 성장통이 아니라 방향 없는 속도의 멍이다.
한 바퀴는 속도를 늦추자는 말이 아니다.
흐름을 바르게 만들자는 말이다.
빠르게 만들더라도 필요를 묻고,
빠르게 팔더라도 이유를 설명하고,
빠르게 배송하더라도 사람을 소모하지 않고,
빠르게 확산하더라도 기록과 책임을 남기는 시장.
그것이 한 바퀴의 시장이다.
해학적으로 말하면 기존 시장은 냄비에 물을 붓고 계속 끓이는 사람과 같다.
끓는다.
넘친다.
닦는다.
또 끓인다.
또 넘친다.
또 닦는다.
그러고 나서 말한다.
“우리 집은 참 역동적입니다.”
아니다.
불 조절을 못 하는 것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재고가 넘치고,
광고가 넘치고,
포장이 넘치고,
욕망이 넘치고,
버려지는 것이 넘치는데
그것을 역동성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한 바퀴는 불 조절이다.
필요한 만큼 만들고,
사용해 보고,
다시 듣고,
좋으면 이어가고,
부족하면 고치고,
필요 없으면 멈추는 지혜다.
멈출 줄 아는 시장은 약한 시장이 아니다.
멈출 줄 모르는 시장이 위험한 시장이다.
진짜 성숙한 시장은 더 많이 만드는 능력보다,
다시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능력을 가진다.
여기서 문명의 품격이 갈린다.
낡은 문명은 많이 만든 것을 자랑했다.
새로운 문명은 낭비를 줄인 것을 자랑해야 한다.
낡은 문명은 팔린 숫자를 자랑했다.
새로운 문명은 다시 선택된 이유를 자랑해야 한다.
낡은 문명은 소비자를 붙잡은 시간을 자랑했다.
새로운 문명은 소비자가 남긴 경험과 신뢰를 자랑해야 한다.
낡은 문명은 시장의 크기를 말했다.
새로운 문명은 한 바퀴가 얼마나 건강하게 도는지를 말해야 한다.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순환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회복이다.
매출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돌아오는 신뢰다.
한 바퀴가 살아 있으면 시장은 숨을 쉰다.
사람이 필요를 말한다.
생산자가 응답한다.
소비자가 사용한다.
경험이 기록된다.
공동체가 판단한다.
재생산이 결정된다.
참여가치가 남는다.
다시 더 좋은 소비로 이어진다.
이 흐름이 살아 있으면 시장은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다.
시장 자체가 배우는 생명체가 된다.
좋은 시장은 기억한다.
무엇이 필요했는지 기억한다.
무엇이 좋았는지 기억한다.
무엇이 불편했는지 기억한다.
무엇을 다시 만들지 기억한다.
누가 움직였는지 기억한다.
기억 없는 시장은 매번 처음처럼 실수한다.
어제도 과잉 생산하고,
오늘도 할인 처리하고,
내일도 신상품이라며 다시 시작한다.
참 성실한 건망증이다.
한 바퀴의 시장은 기억을 가진 시장이다.
기록이 있으니 배운다.
후기가 있으니 고친다.
사용 경험이 있으니 재생산을 판단한다.
참여가치가 있으니 움직인 사람을 잊지 않는다.
지역이 있으니 가치가 머물 곳이 생긴다.
이것이 KN541이 말해야 할 시장의 품격이다.
한 바퀴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생활의 순서를 바꾸는 일이다.
그냥 사지 않고 묻는다.
그냥 쓰지 않고 기록한다.
그냥 버리지 않고 다시 판단한다.
그냥 팔지 않고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냥 모이지 않고 역할을 나눈다.
그냥 활동하지 않고 흔적을 남긴다.
작은 순서가 바뀌면 큰 시장이 바뀐다.
아침에 신발을 왼발과 오른발 바꿔 신고 나가면 하루가 철학적으로 복잡해진다.
순서가 작아 보여도 삶을 흔든다.
시장도 순서가 전부다.
생산 먼저, 광고 먼저, 판매 먼저, 폐기 나중의 순서에서
필요 먼저, 생산 다음, 사용과 기록, 재생산 판단, 가치 환원으로 순서를 바꾸는 것.
이것이 한 바퀴의 혁명이다.
혁명이라고 해서 꼭 거리에 나가 깃발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가장 큰 혁명은 장바구니 앞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정말 필요한가?”
“이 소비가 어떤 생산을 부를 것인가?”
“사용 후 무엇을 남길 것인가?”
“다시 만들 가치가 있는가?”
이 질문이 한 바퀴의 첫 걸음이다.
질문 없는 소비는 직선으로 떨어진다.
질문 있는 소비는 순환으로 돌아온다.
직선의 끝에는 폐기가 있다.
한 바퀴의 끝에는 다시 시작이 있다.
이 차이가 가슴을 뚫는다.
우리는 더 이상 소비하고 사라지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필요를 말하고, 생산을 부르고, 경험을 남기고, 다시 판단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더 이상 시장의 마지막 손님이 아니다.
우리는 시장의 첫 질문자다.
우리는 더 이상 광고가 흔드는 대로 움직이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좋은 생산을 불러내는 신호다.
이것이 한 바퀴다.
사람이 시장 안에서 다시 중심을 찾는 구조.
돈이 밖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가치로 돌아오는 구조.
소비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생산의 지혜가 되는 구조.
활동이 잊히지 않고 공동체의 기록이 되는 구조.
한 바퀴가 돌면 사람은 달라진다.
사람이 달라지면 시장이 달라진다.
시장이 달라지면 생산이 달라진다.
생산이 달라지면 지구의 숨도 조금 달라진다.
물론 한 바퀴는 저절로 돌지 않는다.
바퀴도 축이 있어야 돈다.
축이 없으면 아무리 둥글어도 굴러가지 않는다.
KN541의 축은 사람이다.
필요를 말하는 사람.
좋은 소비를 선택하는 사람.
사용 경험을 남기는 사람.
사전예약구매에 참여하는 사람.
재생산을 판단하는 사람.
가치가게를 여는 사람.
에코 베이스에서 지역을 연결하는 사람.
전자오두막에 기억을 남기는 사람.
그 사람이 축이다.
사람 없는 시스템은 차갑고,
시스템 없는 사람은 흩어진다.
한 바퀴는 사람과 시스템이 함께 도는 구조다.
사람은 따뜻하게 묻고,
시스템은 정확하게 기록하고,
공동체는 기준 있게 판단하고,
시장은 다시 더 나은 생산으로 응답해야 한다.
이것이 살아 있는 순환이다.
오늘의 결론은 분명하다.
시장은 직선이 아니다.
시장은 한 바퀴여야 한다.
직선의 시장은 만들고 팔고 버린다.
한 바퀴의 시장은 묻고 만들고 쓰고 다시 판단한다.
직선의 시장은 소비자를 끝에 세운다.
한 바퀴의 시장은 사람을 시작에 세운다.
직선의 시장은 재고를 남긴다.
한 바퀴의 시장은 기억을 남긴다.
직선의 시장은 지구에게 부담을 넘긴다.
한 바퀴의 시장은 지구에게 예의를 갖춘다.
한 바퀴.
이 말은 단순한 순환이 아니다.
시장 문명의 자리 바꿈이다.
끝으로 가던 소비를 시작으로 돌리고,
흩어지던 경험을 기록으로 돌리고,
사라지던 활동을 가치로 돌리고,
버려지던 생산을 판단으로 돌리는 일이다.
그 한 바퀴가 제대로 돌 때,
KN541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문명이 된다.
이제 우리는 묻자.
내 소비는 어디로 가는가.
내 활동은 어디에 남는가.
내 경험은 다음 생산에 쓰이는가.
내 시장은 다시 사람에게 돌아오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직선의 피로에서 벗어나 순환의 숨을 얻게 된다.
세상은 더 빨리 달리는 시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시 사람에게 돌아오는 시장이 필요하다.
한 바퀴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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