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칼럼]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너희들은 강 건너에 도착했구나
우리도 방금 이쪽 강뚝에 내렸어
급히 오너라 작별인사도 못하고 온
남은 친구들에게 미안도 하네

아참! 오다가 공중에서 헤어진 친구들은
강물에 내렸는지 보이지 않네

그래, 어디에 내려도 눈은 눈이다
그래, 어디에 내려서도 녹는 것이 눈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이었어
휘몰아치는 바람에 아프기도 했고
질서없이 앞서고 뒤서고 불평도 많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우리들이 반가운가봐
하얗게 덮인 산천(山川)이 아름답다고 하네

세상의 연인들은 첫 눈이 내리면
사느라 잊었던 빠알간 앵두빛 볼이 그리운가봐

다 흘러가는 것이야
다 세월도 쌓였다 녹는 것이야

봄이 오면 초록의 기운으로 다시 태어나
둥둥 떠가는 흰구름을 바라보겠지

어디에 내려도 눈은 눈이야
언제 사라져도 눈은 눈이야

▲사진=양평 어느 강가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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