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노무법인 / 정봉수 노무사
연차유급휴가의 목적은 장기간 근로에 지친 근로자에게 충분한 유급휴가를 보장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고 문화적 생활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금전보상은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최근 이러한 연차휴가의 목적에 충실한 대법원 판례가 일관성 있게 나오면서 기존에 근로의 대가성에 대한 금전보상에 근거한 판례를 수정하고 있다.
2021년 10월 14일 대법원(2021다227100)은 1년 기간제 근로자의 연차 휴가수당은 26일이 아니라 11일이라는 판결을 하였다. 기업의 정년 퇴직자의 경우에도 2018년 6월 28일 대법원(2016다48297)은 연차휴가 기산점을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로 하고 있는 경우, 퇴직일이 12월 31일인 경우 그 다음해에 발생하는 연차휴가수당은 없다고 판시하였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연차휴가 설명자료에서 “근로계약기간이 1년인 기간제 노동자가 1년간 출근율 80% 이상 충족 후 계약기간 만료 시 미사용수당으로 최대 26일분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1년간 80% 이상 개근시 15일의 연차휴가와 제2항에서 1년 미만자에 매 1개월 만근시 발생하는 월차휴가 총 11개를 합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일선 근로감독관은 사업주가 26일 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업주를 형사처벌 하고 있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자나 정년퇴직자의 경우 기간만료에 따라 퇴직이 예정돼 있는 경우 발생했던 연차휴가수당은 이번 판례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퇴직자의 연차휴가의 계산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연차휴가 발생기준은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대법원 기간제 근로자의 연차휴가 판결내용>
근로자는 2017년 8월 1일부터 2018년 7월 31일까지 1년간 노인요양복지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면서 1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하였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5월 “1년 미만 근로자 등에 대한 연차휴가 보장 확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배포하였는데, 위 자료에서 “1년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에는 최대 26일분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여야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근로자는 중부지방노동청에 11일분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사용자는 근로감독관의 계도에 따라 근로자에게 11일분의 연차휴가수당으로 717,150원을 지급하였다.
이에 사용자는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최대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설명자료는 잘못되었고, 근로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여 더 이상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없는데도 사용자가 근로감독관의 잘못된 계도에 따라 11일분의 연차휴가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였으므로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원심(2심)은 사용자의 주장을 인정하여 근로자에게 지급명령을 내렸다. 이에 근로자는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 또는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은 근로자가 전년도에 출근율을 충족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 연도가 아니라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된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이 규정한 유급 연차휴가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후 1년 이내에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1년이 지나기 전에 퇴직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더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그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인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전년도 1년간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전에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 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는 최대 11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된다고 보았다.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 변경 내용과 고용노동부의 지침>
2017년 11월 28일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어 2018년 5월 29일 시행된 근로기준법은 제60조 제3항에 규정되어 있던 “사용자는 근로자의 최초 1년 간의 근로에 대하여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에는 제2항에 따른 휴가를 포함하여 15일로 하고, 근로자가 제2항에 따른 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에는 그 사용한 휴가 일수를 15일에서 뺀다.”라는 규정을 삭제하였다. 이와 같이 개정한 이유는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한 유급휴가를 사용한 경우 이를 다음 해 유급휴가에서 빼는 규정을 삭제하여 1년차에 최대 11일, 2년차에 15일의 유급휴가를 각각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최초 1년간 연차휴가를 사용한 경우 그 다음 해 연차휴가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개정법 시행 후 근로계약기간이 1년인 기간제노동자가 1년간 출근율 80% 이상 충족 후 계약기간 만료 시 미사용수당 지급방법”을 설명하였다. 판례는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 기간제노동자의 1년간의 출근율이 80% 이상이면 계약기간 만료 시 15일분의 연차휴가보상청구권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1] 고용노동부는 “법 개정에 따라 1년차 때 1개월 개근시 1일씩 발생하는 유급휴가도 별도로 인정되는 만큼, 개정법 시행 이후 1년 기간제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에는 최대 26일분의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행정지도를 하였다. 따라서 근로의 대가로 1년 미만의 기간에 대해서는 11개의 연차유급휴가와 1년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유급휴가 15개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므로, 총 26개의 연차유급휴가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례로 인하여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앞으로 정년퇴직자, 기간제 근로자의 1년이나 2년 기간 만료로 인한 퇴직 등은 모두 이 규정을 적용하여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연차휴가에 대한 2018년의 정년 퇴직자에 대한 판례와 1년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판례는 연차휴가의 보장 취지에 맞춘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연차휴가의 목적이 장기간의 노동에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충분한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것이지 금전보상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에 충실한 것이라 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연차휴가가 특정일에 퇴직함에 따라 연차휴가의 발생 일수가 크게 달라지는 점은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고, 이는 근로자가 퇴직시점을 결정하는 이유도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연차휴가 개선에 있어 어느 시점에 퇴직하더라도 근로의 대가에 대한 형평성 있는 유급휴가의 보장이 이뤄어진다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