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외국인 강사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통해 본 근로기준법의 이해

[정봉수 칼럼] 외국인 강사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통해 본 근로기준법의 이해

[강남구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우리나라 어학원 중 가장 큰 규모인 C어학원은 지난 20여 년 동안 외국인 강사를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 자영업자로 계약하여 사용하면서 근로기준법상 발생하는 퇴직금 등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외국인 강사 몇 명이 본 강남노무법인을 찾아와 맡게 된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근로기준법의 가장 기초가 되는 질문 3가지를 이해하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1) 외국인 강사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프리랜스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 (2) 퇴직금을 포함해서 임금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다른 학원 강사보다 임금을 휠씬 더 많이 받았다. 그러면 임금을 많이 받으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가? (3) 외국인 강사가 퇴직금을 받지 않겠다고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나중에 퇴직할 때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이 당사자간에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무효인가? 이와 같이 이번 외국인 강사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해결하면서 근로기준법의 기초적인 문제를 살펴보았다.

이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내의 한 대형 어학원에서 근무하였던 외국인 강사 17명이 2011년 2월 22일 어학원을 상대로 강남노동사무소에 퇴직금 등 1억여 원의 미지급 체불임금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였다. 어학원은 ‘강의서비스 계약서’를 작성하였던 해당 강사들은 프리랜서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해당 강사들은 비록 상기 계약서가 프리랜스 계약서이지만, 실질적으로 어학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엄격한 통제 하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강남노동사무소는 1년 6개월의 조사기간을 통해 어학원 강사 17명은 프리랜서고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사건을 종결하였다(근로개선지도4과, 2012.9.28.). 이에 외국인 강사 17명과 추가된 근로자 7명을 포함하여 24명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년 10월 17일에 C어학원의 외국인 강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2011가합121413)하여,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휴가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어학원은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모두 외국인 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사실관계>

C어학원은 지난 20여 년 동안 외국인 강사를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사용하여 왔다. 어학원은 외국인강사와 외국어강의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의서비스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계약기간은 1년으로 하였다. 강사는 어학원이 지정한 강의교재를 사용하여야 하고, 계약상 강의 이외에도 학부모 상담 등의 추가업무를 수행하였다. 강사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인사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나, 어학원이 제시한 「행동수칙」에 따라 품위 있는 복장, 교사로서의 복무규정을 준수하였고, 강의실에 CCTV가 설치되어, 강의내용을 촬영하고 있다. 강사는 어학원이 지정한 강의 시간대에 어학원이 제공한 강의실을 사용하여 강의를 해야 했다. 강사들은 강의시간에 비례하여 시간당 최초 3만원의 시간급을 받았고, 근로소득세 대신에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어학원의 주장>

(1) 이 사건 외국인강사 계약의 명칭을 강의서비스 계약(Agreement for Teaching Services)으로 하고, 계약서상 외국인 강사들의 명칭을 강사(Instructor)로 정하는 등의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특히, 외국인들이 주로 미국 등 선진국의 명문대 출신의 외국인으로 한국 문화를 체험함과 동시에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단기간 동안 높은 보수를 받고 일하다가 다시 본국으로 귀국하려는 사람들로, 그 특수성으로 인하여 사회 ∙ 경제적으로 피고와 대등 또는 우월한 지위에 있었으며,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외국인강사 계약은 위임계약이거나 도급적 성격을 가진 강의서비스계약에 해당된다.”고 주장하였다.

(2) 외국인 강사들이 주당 평균 24시간만 강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학원강사의 월 평균 소득보다 높고, 피고의 정규직 직원들의 보수보다 높았다. 특히, 외국인강사 계약에 따르면, “퇴직금, 건강보험 및 연금을 포함하여 정규직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여타의 급부금 지급에 해당되지 않음에 동의하고, 이들 사항은 강사의 단독 책임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3) 외국인의 강사들의 퇴직금 등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어학원은 퇴직금은 물론 기타 법정수당 및 4대 보험료 등 부담으로 외국인강사들과 계약조건을 정할 당시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추가적인 손실을 부담할 수밖에 없고, 반면 외국인강사들은 자신들이 의도하지도 않은 추가적인 이득을 누리게 된다. 이는 어학원에게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간의 약속을 위반하는 내용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외국인강사들은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어학원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므로 어학원은 원고들에게 퇴직금, 주휴수당과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

(1) 프리랜스 계약 작성하였다는 사실관계
이에 대해 법원은 계약명칭이 ‘학원강의 및 수강생 지도∙관리에 관한 용역계약’ 또는 ‘강의용역제공계약서’로 되어 있음에도 해당 강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으며, 설령 어학원의 영어학원에서 근무하는 일부 외국인강사들이 어학원 주장과 같이 스스로를 근로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여, 외국인 강사들과 어학원 사이의 근로관계의 실질이 달라진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법원은 계약의 명칭과 상관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 퇴직금 포함된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제외 약정

이에 대해 법원은 외국인 강사들의 근로 내용 및 조건을 한국인 일반 학원강사, 어학원의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노무제공자가 지급받는 보수의 액수가 근로자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기간을 계속 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그 계속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금원으로서 구체적인 퇴직금 청구권은 계속 근로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하여 발생되는 것이고,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된다.

(3) 신의칙 위반 적용여부

이 사안에 대해 법원은 신의칙의 적용을 통하여 퇴직금청구권과 같은 법률상 강행규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를 제약하려 시도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이 강행규정으로 근로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사용자가 신의칙을 내세워 사용자의 그릇된 신뢰를 권리자인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찾기에 우선하는 것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사건의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어학원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어학원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것임이 인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어학원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외국인 강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에 따라 제기한 퇴직금 등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 위법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어학원은 외국인 강사를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 자영업자로 계약하여 사용하면서 근로기준법상 발생하는 퇴직금 등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이 아닌 사용자의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도급이나 위임계약, 사업소득세 납부, 4대 사회보험 미가입 등은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비중이 높지 않은 요소로 보고 있다. 근로자성의 판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제로 강사가 어학원으로부터 얼마만큼의 구속을 받으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법원 판결은 이러한 실질적 근로관계를 가지고 판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외국인 강사들이 다른 강사들이니 정규직 직원의 임금 보다 휠씬 많이 받았기 때문에 퇴직금을 임금에서 제외하기로 약정하였다. 이를 지급하지 않은 부분에 있어 근로기준법 제3조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 원칙과 제15조의 근로기준법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대해 무효로 한다는 조항에 따라 퇴직금 제외약정은 무효가 되고, 법정 퇴직금을 추가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번 사건도 임금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을 제외한다는 규정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하여 무효가 된다. 특히, 어학원이 주장하는 외국인 강사와 사전에 퇴직금 지급을 제외하는 약정을 하였기 때문에 퇴직시에 약속에 반해서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퇴직금과 같이 강행규정은 신의칙을 이유로 무효로 할 수 없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이것이 근로기준법에 정하는 강행규정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통해 근로기준법의 기초가 되는 3가지의 원칙을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첫째, 근로기준법은 도급계약 등을 통한 형식적인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근로관계를 통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둘째, 임금을 많이 받는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 원칙을 위반한다는 사실이다. 셋째, 당사자간에 강행규정에 속하는 퇴직금을 제외한다는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강행법 위반으로 신의칙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진=( 인테넷 )  국민권익위원회  ( 프리랜스도 사업주의 지휘 ,  감독아래 근무했다면 ,  근로자 ) 2012.10.2. ( 이미지 소개 ), 2022. 4. 10.  구글 검색  :  근로기준법 프리랜스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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