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위>
지난 달 한 공공기관(이하 ‘회사’)으로부터 징계위원회 징계위원으로 참석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기간제 여성근로자(신청인)가 남성 팀장(피신청인)으로부터 수차례의 직장내 괴롭힘, 직장내 성희롱과 갑질을 받았다고 하면서, 본인 퇴사의 계기가 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고충상담 신청서가 접수되었다. 회사는 2022년 8월 16일 고충 상담 신청서를 접수 받고, 고충처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신청인의 직장내 괴롭힘과 직장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는 신청인, 참고인, 그리고 가해자 순으로 진행되었다. 2022년 9월 15일 고충처리위원회는 본 직장내 괴롭힘과 직장내 성희롱 신청사건에 대해 모두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징계 위원회 소집을 요청하였다. 회사는 2022년 10월 18일 징계규정의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을 내부인원 2명과 외부인원 3명으로 구성하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였다. 징계위원회에서는 피신청인의 행위들은 부적절한 면이 있지만, 노동법에서 정한 직장내 괴롭힘이나 직장내 성희롱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기각하였다.
대부분의 징계위원회는 징계를 위한 과정으로 이어지지만, 이 번 사건은 신청인이 제시한 내용만으로는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었고, 성희롱 발언도 부적절한 언행은 맞지만, 제3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사안은 아니기에 징계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러한 판단에 이르게 된 사실관계와 판단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직장내 괴롭힘 및 직장내 성희롱 내용>
1. 신청인이 기술한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내용
신청인은 2년 계약직 인턴으로 입사한 팀원이고, 피신청인은 신청인이 소속된 팀의 팀장이다. 신청인이 느꼈다는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직장내 괴롭힘
1) 2022년 3월 22일 근무시간 중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21년 하반기 평가에서 입사 동기들 중 제 평가가 하위권이며, 정규직으로 전환되려면 회사 내에서 웃는 등 밝은 모습을 보이고, 인사를 잘 해야 상위 보직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에 대해 계약연장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팀장이 근무평가를 빌미로 불필요한 지적을 하여 스트레스를 받았다.
2) 2022년 5월에서 7월 중에, 피신청인이 사옥 건물 옥상에 담배를 피우러 가는 자리에 신청인을 포함한 팀원들을 데려갔으며, 그 자리에서 업무와 관련한 공지나 논의를 진행하여 그 자리에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 후 옥상에 다 같이 가자는 제안을 거절한 이후로 빈도는 줄었으나, 간혹 논의 사항이 있는 경우에도 담배를 피우는 자리에서 회의가 진행되었다.
(2) 직장내 성희롱
1) 2022년 4월 29일 팀원들과 장어 음식점에 점심식사를 위해 방문하였을 때, 피신청인은 팀원들에게 “오늘 장어 먹고 힘써야지”라는 발언을 하여 불쾌감을 느꼈다.
2) 2022년 7월 14일 시내 출장 중에, 용산의 구도심을 방문했다. 피신청인이 운전을 하면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운전이 미숙한 사람은 차로 방문하기 어렵겠다는 의미에서 “아줌마들은 못 오겠다”라는 발언을 하였다.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불쾌감을 느꼈다.
3) 2022년 8월 5일 사내식당에서 점심식사 중 메뉴에 나온 오미자 차를 신청인이 안 먹겠다고 했다. 이에 피신청인은 “오미자가 여자한테 좋은 거 아니야?”라는 발언을 하여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
신청인은 회사의 고충처리위원들의 대면조사를 받으면서, 퇴직사유가 상급자의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신청인은 8월 21일 퇴직하였다.
2. 회사의 조치
회사는 2022년 8월 16일 신청인으로 관련 사건에 대해 고충상담 신청서를 받은 후, 곧바로 신청인을 대면조사 하였다. 신청인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 참고인 3명을 추가적으로 조사한 후 사실관계를 보강하였다. 신청인을 추가조사 한 뒤에 9월 15일에 조사 결과를 고충심의 위원회에 보고하였다. 9월 29일 고충처리심의 위원회는 본 사건을 심의한 결과 이는 충분히 직장내 괴롭힘과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징계 위원회에 징계를 의뢰하였다.
<사례에 대한 판단 기준과 사례에 대한 적용>
1. 사례에 대한 판단기준
(1) 직장내 괴롭힘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i)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ii)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iii)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내 괴롭힘을 판단할 때, 위의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직장내 괴롭힘이 되므로, 그 행위에 대해 잘 살핀 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법원이 제시한 위법성 판단기준은 직장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삼을 수 있다. 괴롭힘 행위인지의 여부는 “①위법행위와 관련한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②행위의 동기와 의도, ③시기와 장소 및 상황, ④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반응의 내용, ⑤행위의 내용과 정도, ⑥행위의 반복성이나 지속성 등을 종합하여 노동인격의 침해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이를 단순히 정리하면, 사용자가 지위를 이용하여(권력관계), 업무와 관련하여(업무관련성),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동(괴롭힘, 언동 등)을 함으로써, 인권 및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2) 직장내 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 상급자,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어나 행동 또는 이를 조건으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게 하여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장 안이나 밖 어디서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상급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성립된다. 예를 들어 출장 중인 차 안이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전체회식 장소 등에서 발생하는 성희롱도 직장 내 성희롱이다.
직장 내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1) 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의 문제이다. 피해자가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 성립될 수 있다. (2) 이때 행위자가 성희롱을 할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의 여부는 판단기준에 영향을 줄 수 없다. (3)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2. 사례에 대한 적용
(1) 직장내 괴롭힘 사례에 대한 판단
1) “21년 하반기 평가에서 입사 동기들 중 제 평가가 하위권이며, 정규직으로 전환되려면 회사 내에서 웃는 등 밝은 모습을 보이고, 인사를 잘 해야 상위 보직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부분에 대해 신청인은 직장내 갑질 내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볼 때,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담당 팀장으로 생활태도 개선을 위해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도록 도와 준 것이지, 이를 갑질로 볼 수 있는 성질이 되지 않는다. 피신청인이 이 발언을 하게 된 배경, 취지, 반복성 여부에 대해 논점을 두고 판단할 때, 이는 선배가 후배를 정규직으로 이끌기 위한 과정에서 조언을 해준 것이라 판단하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
2) “신청인은 2022년 5월에서 7월 중에, 사옥 건물 옥상에 담배를 피우러 가는 자리에 데려갔으며, 그 자리에서 업무와 관련한 공지나 논의를 진행하여 그 자리에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 사옥 건물 옥상에서 상급자가 담배를 피우면서 회의를 진행한 것은 비흡연자로서 참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판단은 옥상 회의 지속성, 권력관계 이용하여 강요한 것, 하급자의 거부의사 등의 근거로 판단해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피신청인의 행위는 맞지만, 이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러한 옥상 회의가 지속되지 않았고, 기분전환 차원에서 1회성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때, 이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보기가 어렵다.
(2) 직장내 성희롱 사례 판단 기준
1) 팀원들과 장어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방문하였을 때, 팀장은 팀원들에게 “오늘 장어 먹고 힘써야지”라는 발언을 하여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판단기준이 피해자의 느꼈던 감정이 중요하다. 또한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 그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면 이를 성희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사안에 있어서는 점심시간에 장어집에 간다는 것은 특별한 보양식을 통해 몸을 원기를 찾기 위한 것으로 간주해 볼 때, 일반적인 입장에서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
2) 시내 출장 중에, 용산의 구도심을 방문했다. 팀장이 운전을 하면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운전이 미숙한 사람은 차로 방문하기 어렵겠다는 대화 도중에 “아줌마들은 모 오겠다”라는 발언을 하였다. 아줌마라고 하면 전업주부를 일컫는 말로 중년여성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여성이 조심스럽게 운전한다는 뜻이지, 이 설명을 통해 성적인 수취심이나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
3) 사내식당에서 점심식사 중 메뉴에 나온 오미자 차를 신청인이 안 먹겠다고 했다. 이에 팀장은 “오미자가 여자한테 좋은 거 아니야?”라는 발언을 하였다. 이 부분에 대해 일반적으로 오미차가 여자한테 좋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이 발언은 같이 마시자는 취지에서 오미자 차를 권했을 뿐이므로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징계위원회의 결정과 결정배경>
1. 징계위원회의 주요 내용
2022년 10월 25일 회사의 징계규정에 따라 징계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징계위원회는 내부위원 2명과 외부위원3명 총 5명으로 구성하였다. 내부위원으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과 회사의 감사실장이 참석했고, 외부인원으로 외부 공기업의 감사실장과 공인노무사 2명이 참석했다. 본 노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하였다. 위원장은 징계는 회사의 사규를 위반한 근로자에 대해 벌칙을 가하고 이를 통해 재발방지와 사내질서 회복에 목적으로 두어야 발언을 하였다. 그리고 피신청인의 행위가 직장내 괴롭힘과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문제 제기를 하였다. 사내의 징계위원인 감사실장도 본 직장내 괴롭힘 사례에 대해 직장내 괴롭힘 구성요건에 맞지 않아 괴롭힘으로 볼 수 없고,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서도 일반인으로 성적 수치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고 의견을 주었다. 이에 대해 피신청인의 행위는 직장내 성희롱과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는 징계위원도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징계위원들 간에 충분한 토론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직장내 괴롭힘과 직장내 성희롱이라 볼 정도의 것은 아니다 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징계위원회는 피신청인을 징계위원회에 출석시켜 징계에 앞서 소명할 기회를 주었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에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피신청인에게 신청인의 퇴직사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신청인은 공공기관이 급여가 적기 때문에 급여를 많이 주는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었다고 여러 번 얘기 한적이 있었고, 이번 대기업에 입사시험에 합격하여 이직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다고 답변하였다.
2. 결정 배경
당해 공공기관은 징계의 종류를 해고, 정직, 강등, 감봉, 견책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징계를 받게 되면, 1년간 보직을 맡을 수 없었고, 승진도 배제되었다. 징계규정에 따라 징계를 할 경우에는 피신청인은 현재의 팀장 직책을 잃게 되고 1년 동안 임금과 승진이 동결된다는 후속조치가 예정되어 있었다. 본 사안에 피신청인의 행위가 바람직한 행위로 볼 수 없었지만, 징계규정에 명시된 징계를 줄 경우 실제로 피신청인에 대한 처벌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징계의 성립여부 자체를 따질 수밖에 없었다.
징계위원회는 본 위반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에 대해 결정을 하기로 하였다. 징계위원 5명 중, 3명은 피신청인은 직장내 괴롭힘이나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나머지 징계위원 2명은 위반의 내용이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경징계 사유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주었다. 결국, 징계를 인용할 것인지 기각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모아졌고, 징계위원들은 2/3의 의견으로 본 사안은 징계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정하고, 징계에 대해 기각하는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