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명품회사의 한국 법인(이하 “회사”)의 2022년 7월에 재계약이 안된 지역 매장 점장 2명이 퇴직금 등을 회사로부터 못 받았다고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 임금체불 진정사건에서 회사는 점장들이 수수료 용역 판매수탁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진정인(2명의 점장)들은 고정급여와 성과급을 받고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퇴직금, 기타 법정수당을 포함하여 8000여만 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을 조사한 근로감독관은 근로자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다고 하면서 회사에 어느 정도의 합의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2곳의 매장뿐만 아니라 다른 16개 매장의 점장들도 유사한 금품을 청구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진정인들과 합의를 할 여지를 두지 않으려 하였다. 이 진정사건의 조사가 통상 진정처리기간인 2개월을 훨씬 넘긴 7개월 만인 2022년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담당 근로감독관이 진정인들을 근로자가 아닌 독립계약자로 인정하여 퇴직금 등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관련 사실관계, 쟁점, 사용자 주장, 노동청의 판단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관계>
○ 회사는 위 2명의 점장들(진정인들)과 매장판매 일체를 도급하는 판매수탁자로서 판매용역계약 (sales service contract)을 체결하였고, 점장들은 판매용역계약을 근로계약보다 선호하였으며, 유사 명품 업계들도 매장의 점장을 독립계약자로 사용하는 형태가 많음.
○ 점장A(진정인 중 한 명)는 2018년 9월부터 수수료 계약을 체결하고 청담동 점장으로 근무하던 중 매장 리뉴얼 공사로 인하여 회사가 타지역 점장으로 발령을 내자, 이에 불만을 가지고 수수료 계약을 스스로 해지함. 점장 B(진정인 중 다른 한 명)는 2020년 9월에 근로자로 입사하여 점장으로 근무 중 회사와 합의로 2011년 9월 퇴직금 등 일체의 금품을 정산하고 근로관계를 종료한 후, 판매용역 계약서를 작성하여 수수료 점장으로 근무하였음. 회사는 점장B의 실적부진으로 판매용역 계약을 갱신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었음.
○ 점장의 수수료는 기본금 200만원 + 정상판매 매출액 대비 4%와 할인 행사시 매출액 대비 2%이고, 계약기간은 6개월이며 1개월 전 계약해지 통보 없을 시 자동갱신조항이 있음.
○ 점장들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 인사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일반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인사규정은 점장에게 적용되지 않음.
○ 점장들은 매월1회 회사의 영업회의에 참석할 뿐, 일일보고 또는 주간보고가 없음. 다만, 해당지점의 직원이 매출현황을 전산시스템을 통해 본사로 보고가 이루어짐.
○ 매장은 점장과 해당 매장의 직원 2~4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점장을 제외한 직원은 본사로부터 근로자로서 관리감독 및 연차휴가 등의 통제를 받음.
○ 매장의 점장들은 근로장소는 정해져 있으나 근로시간은 자유로이 활동하였으며, 출퇴근 여부에 대해 본사의 통제를 받지 않음.
○ 점장들은 상품 판매에 필요한 비품, 상품, 유니폼 등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을 사용하고 있으나, 매장에서 필요한 비용, 즉 전화비, 수선비 등을 부담하였음. 아울러 제3자를 고용하여 대리 점장을 맡길 수 없었음.
○ 점장들은 파트타임 직원을 임의적으로 고용하여 사용할 수 있었으나, 그 비용은 회사에서 지급하였음.
○ 점장들은 매출액 향상을 위해 본인의 비용으로 VIP 식사 접대, 골프접대, 유인물 발송을 하였으며, 때로는 본사의 표준 할인가격보다 점장이 임의로 추가 할인하여 고객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음.
○ 회사에서는 매출 및 근무태도와 관련하여 어떠한 징계나 제재를 가한 사례도 없었고, 계약갱신 거부 외에는 특별히 제재할 수단이 없었음.
○ 점장들은 근로소득세 대신에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함.
<쟁점>
점장의 임금체불 진정사건에 있어 주요 쟁점은 점장이 판매위탁 계약서를 작성한 독립계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을 청구하였으므로, 사실관계를 통해 회사와 점장 간에 사용종속관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판매 위탁도급 계약서에 있어, 매장 전체를 도급받은 것이 아니고, 매장의 점장만 독립계약자이고,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은 회사의 근로자로서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장만이 독립계약 판매수탁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회사의 주장>
회사는 2명의 점장들의 임금체불 진정사건에 대해, 점장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 연차유급휴가 등의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상기의 표에서와 같이 점장들은 1)근로계약서가 아닌 판매위탁계약을 작성하여 회사와 대등한 위치를 가지고 있고, 2)독립계약자로서 매출액을 올리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였으며, 3)업무수행 중에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채, 해당 지점의 매출향상을 위해 개인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영업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어떠한 비용처리나 업무지원을 해준 적이 없으며, 점장들은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수령하였다. 따라서 진정인들(2명의 점장)과 회사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노동청의 판단>
담당 근로감독관은 본 사건의 진정인들(2명의 점장들)을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을 하는 데에 있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다. 특히 점장B의 경우에는, 근로자 신분에서 독립계약자로 신분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일매장에서 동일한 유형의 일을 하였기 때문에 근로자로서 볼 소지가 많았다. 하지만, 근로자성 판단지침에 따라 검토한 결과, 독립계약자로서의 성질이 다소 우세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근로자가 아닌 속성으로 1) 판매위탁 도급계약을 체결한 동기에 있어서도 점장 스스로 선택한 계약이었고, 독립계약자 점장계약이 근로자로서 임금을 받는 것보다 유리한 계약조건이었다. 2) 점장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여 매출증대 활동을 하여 더 많은 이윤추구를 하였다. 3) 업무수행중 회사로부터 업무 관리감독이 없었고, 자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하였다. 이와 같은 특성을 살펴볼 때, 회사와 점장 간에 사용종속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회사의 조치>
상기 점장들의 이번 임금청구 사건을 통해 회사는 노동부로부터 점장의 독립계약자 신분을 인정받았지만, 근로자로서의 성질도 상당 부분이 인정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유사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용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첫째 매장의 점장을 근로자 또는 독립계약자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하게 구분하여 운영해야 할 것이며, 둘째, 판매위탁계약으로 매장을 운영할 경우, 점장의 독립적 신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판매수수료를 높이고 기본급을 없애야 할 것이다. 세째, 점장이 매장을 개인도급이 아닌 매장별 도급형태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