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텔레마케터가 근로자인 경우와 근로자 아닌 경우 사례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특수고용 종사자는 특정 사업장에서 노무를 실질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노동법이 인정하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들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송차주, 텔레마케터 등 있다. 이들이 노동법의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의 업무속성이 사용자와의 사용종속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사업주에 대해 전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나의 사업장에 종속되어 있고, 사용자로부터 사용종속 관계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 특수고용 종사자를 노동법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판례는 노동법이 인정하는 근로자인지 여부는 실질적으로 사용종속 관계에 있었는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고 있다. 기존의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었던 기본급 지급여부, 4대보험 가입여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결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만을 가지고 결정할 것이라 아니라고 본다.

특수고용 종사자 중, 특히 텔레마케터의 근로자성 인정여부는 사업주가 텔레마케터의 업무수행에 있어 어느 정도의 사용종속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된다. 텔레마케터는 보험모집, 기획부동산 중계, 원거리 판매 등에 종사하고 있으며, 주 수입원이 그 개인의 판매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근로자성에 대한 다툼이 많다. 아래에서는 텔레마케터의 근로자성에 대해 판단기준과 대표적 사례를 가지고 텔레마케터의 근로자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근로자 인정사례: 원거리 판매 텔레마케터의 해고사건>

사회복지법인(회사)은 30여명을 고용하여 원거리 판매 텔레마케터로 사용하여 왔다. 이 사건의 텔레마케터 (이하 ‘원고’)는 2003.11.11.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회사가 새로이 제시한 “위촉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하자, 2006.10.19 회사는 서명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였다. 이에 원고는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당사자 적격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이 각하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1)회사의 텔레마케터들은 전화로 회사가 발간하는 월간지를 후원자들에게 판매하고 그 구독료 명목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2)원칙적으로 평일 10:00부터 17:00까지 회사 사업장 내 텔레마케팅실(TM실)의 칸막이로 구획된 부스에서 근무하고 ‘후원금 입금실적의 22%에 해당하는 성과급’, ‘일 1만 원의 출근수당’ 및 ‘월 10만 원의 만근수당’을 합한 금액을 “임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3)회사는 업무에 필요한 책상, 전화기 등 사무용품을 제공하고, 후원자에게 발송하는 우편물 내용을 발송 전에 감독·통제하였다. (4)회사는 ‘월 1,000통화’를 업무기준으로 제시하며 신규후원자의 모집을 독려하였으나, 위 업무기준에 못 미친 것을 이유로 징계 등의 제재는 없었다. (5)회사는 매일 퇴근 전에 당일 후원의사가 있었던 예상후원자와의 상담내용 및 그 인적사항 등을 서면보고 하도록 하였다. (6)회사는 관리부장이 주관하는 월 업무회의 및 수시회의를 통하여 새로운 지시사항 및 업무상 주의사항 등을 통보하였다. (7)회사는 출결상황표를 작성하였는데, ‘조퇴 2회’를 ‘결근 1일’로 처리하였다.

 

행정법원의 판단

(1)회사는 원고에게 예상후원자들의 인적사항을 제공하고 업무방식을 한정하며 우편물의 내용물을 감독·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체적 통화대상 및 통화내용’을 제외한 업무 내용을 대부분 정하였다. (2)원고는 비록 각종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였으나, 취업규칙의 내용이나 그 적용 여부 등은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에 해당된다. (3)회사는 빈번한 회의를 통하여 원고에게 지시·주의사항을 통보하고 업무방식을 교육하며 업무기준을 제시하였고, 매일 원고로부터 업무수행결과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 (4) 회사는 원고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였고, 출결상황표의 작성과 출근수당 및 만근수당의 지급을 통하여 원고로 하여금 근무시간에 구속을 받게 하였다. (5)회사는 원고에게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무용품을 모두 제공하고 전화요금 등 업무비용까지 부담하였다. (6)원고는 매월 출근수당 및 만근수당으로 40만 원을 지급받았던바, 원고가 지급받은 출근수당 및 만근수당은 사실상 ‘기본급’의 성격을 가진다. (7)원고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이른바 4대보험을 가입하지 아니하였으나, 이는 회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8)원고는 약 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회사의 텔레마케터로서 근무한 것은 원고의 근로 제공의 계속성 및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인정된다. (9)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사건 근로관계종료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근로관계의 해지’로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 보험 모집 텔레마케터>

①텔레마케터의 업무는 회사에서 생산한 보험상품을 고객에게 전화상으로 안내하고 판매하는 일로서 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측의 관리자로부터 상품에 대한 교육, 판매 기술에 대한 교육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제반 교육을 받았고, ②사측의 취업규칙에 적용 받지 않으나, 영업복무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 ③회사에서 제공한 사무실에 출퇴근하고 있으며, 출근 후에는 사측에서 정한 근무시간표에 따라 퇴근시간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④계약서상 겸업이 금지되어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개인의 영업행위가 불가능한 실정이고, ⑤작업을 위한 사무실과 책상, 컴퓨터, 전화 등의 시설을 사측으로부터 제공받고, ⑥회사는 영업규정 등에 의하여 기본급 성격의 활동수당 및 보험계약실적에 따른 상여금을 지급하고, ⑦자유소득자라는 이유로 사업소득세만 납부하고, 근로소득세와 4대보험료는 납부하지 않음

 

노동부의 판단

근로자성이 부인되는 요소로 ①고용계약이 아닌 민법 제689조의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②보험모집이라는 위촉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회사에서 제공하는 통신장비 등을 이용하나, 자신의 재량과 역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보험모집활동을 하며, ③실적없이 지급되는 수당이 존재하지 않으며, 기본급이라고 주장하는 활동수당(60만원)도 월 10건 이상의 계약실적이 있는 경우에만 지급되는 등 수당과 상여금등이 자신의 모집실적에 따라 지급된다는 점, ④회사의 취업규칙 등 제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지각·조퇴·결근 등에 따른 징계나 별도의 수당삭감등 제재제도가 없다는 점, ⑤회사측에서 제공된 고객명단에 대해 반드시 전화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에 따른 별도의 제재도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보험모집 텔레마케터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은 텔레마케터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처음에는 텔레마케터를 도급 또는 사무위임의 형태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기업들이 영업이익의 확대를 위하여 텔레마케터의 업무수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은 텔레마케터를 직접적으로 관리감독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텔레마케터의 신분이 민법의 수임인에서 노동법의 근로자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신분이 변경된 텔레마케터의 경우, 사용자는 노동법상의 해고의 제한, 퇴직금, 연차휴가, 사회보장보험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텔레마케터의 업무에 대한 사용자의 구속 강도에 따라 텔레마케터의 신분이 민법의 수임인에서 노동법의 근로자로 변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텔레마케터를 운영할 때는 텔레마케터를 자유소득자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전속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근로자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사진=매경프리미엄 (“캐디, 텔레마케터 등의 호소 “우리도 근로자이고 싶다”) 2014. 11. 27. (이미지 소개), 2023. 2. 18. 구글 검색 : 텔레마케터 근로자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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