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내부의 비하, 폄훼, 낡은 인식 씻어내야 할 때 –
– 새로운 출발의 원년, K악기 시대 열린다 –
[강남구 소비자저널=탁계석 칼럼니스트]
‘만장일치’란 말이 있다. 토를 달지 않고 모두가 찬성이란 뜻이다. 예술의전당 지하도에 청년들을 위해 만들어진 서리풀 갤러리에서의 K 악기 콘서트가 그랬다.(4월 6일 6시). 연주가, 청중 모두가 정상에 오른 우리 악기로 솔로 현악 4중주를 들으며 놀랐다.이구동성으로 K 악기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는 날이었다. 거창하게 꾸며진 음악회도 아니고 거드름 피우는 명사들이 참여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청중과 연주가들은 대만족을 표시한 기분 좋은 날이었다.
올드 악기만 들면 저절로 연주가 된다고 생각했던 그 뿌리 깊은 맹신, 사이비 종교 수준의 믿음이 귀 밝은 자들에 의해 무참히 깨뜨려지는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가슴에 꽂혔다. 그 지난한 세월 동안 우리는 우리에게 무심했고, 무시했고, 우리 스스로를 깎아 내렸다. ‘국산’ 이란 멍에의 레테르. 그러나 누구도 예상못한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뀐 K 콘텐츠 시대가 왔다! 만두나 라면까지도 1조 원을 넘기는 수출을 하며, K 방산은 100조의 즐거운 비명의 주문량을 갖고 있다.
물론 이를 선도한 것은 K-Pop, BTS, K 드라마 K 패션, 케이 푸드다. 그동안 전통 공예 분야도 대접을 받지 못했다. 남의 나라 브랜드에 팔려서 생존하는 주문 제작(OEM)의 치욕을 살고 있다. 공예품은 실용 면에서 편리함에 밀린 것도 있지만 악기는 다르다. 수는 줄고 있지만 제 3세계 등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반전의 기회다. 김동찬 현악공방 대표는 이미 우리가 국제 콩쿠르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한 만큼 검증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 남았다고 했다.
내부의 상처 씻고 당당히 글로벌 시장에 어께를 겨눈다
비유하자면 이태리만 가면 모두 대가가 될 것 같지만 깨몽이다. 지금 이태리나 유럽에도 좋은 선생은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성기를 살았던 성악가, 음악가들이 가징 좋은 선생들께 배웠고 그래서 세계 콩쿠르의 대부분을 우리가 획득하는 것이다. 유학 가는 시대가 아니라 유학 오는 시대를 만든다는 게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목표였는데 실현이 되고 있다. 이제 시장을 향해 올드 악기에 대한 환상을 깰 때다. 연주가가 스스로가 관심을 가지고 바른 마음으로 악기를 선택하는 시대가 왔다. 오히려 각종 부정적인 요소들을 치유하는데 K악기가 처방이 될 수 있다. 오늘처럼 솔로 혹은 앙상블을 통해 들려주어야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준 교수는 ‘우리 자동차가 세계적인 수준에 와있듯이 국내 악기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며, 제작자들의 노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하나 아쉬운 것은 발표를 대하는 제작자들의 동참이 부족한 점이다. 지휘자 류석원 역시 ‘잘 들었고, 너무 기쁩니다. 소리가 이렇게 좋은 매치를 보이니 앙상블에서도 소리를 자기 생각대로 컨트롤을 깊게하는 걸 보고 굉장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정민은 “악기가 소리도 너무 잘 나고요, 모양도 예쁘고 할수록 에너지를 저한테 많이 주어서 너무 좋았어요. 또 한 주자는 손에 딱 들어 왔어요. 각도도 너무 편하게 나올 수 있어서 그냥 즐기면서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준차 서울쳄버앙상블 대표는 “이렇게 환상적인 소리가 나올 줄 몰랐어요. 연주 실력만큼이나 악기도 수준에 올랐으니 좋은 무대를 많이 만들고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원로 교향악단 연주에 우리 현악기로만 구축해 보일 것
주최자인 Vivastring 전용수 대표는 지난번 김영준 교수가 여주에서 솔로를 했고, 오늘은 솔로와 현악4중주를 했는데, 앞으로 원로교향악단 연주회에 현악기 모두를 우리 악기로 해서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며, 격려에 힘이 불끈 솟는다고 말했다. 타고난 손재주가 어디에 가지 않았다면 세계가 우리 K 악기를 선호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해묵은 숙제는 우리 안의 부정을 씻어내야 한다. 당당한 자신감으로 어깨를 펴는 일이다.
수억, 수십억 악기를 갖는 게 중요하게 아니다. 연주 무대를 많이 갖고 연주가로 성장하는데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이어먼드 캐럿 때문에 파혼하던 시절이 있었듯이 케케묵은 인식과 관념을 깨는 데는 비평가의 망치가 불이 나야할 것 같다. 필자도 앞장 설 것이다. 베토벤 스프링 소나타, 쇼스타코비치 왈츠가 귀에 날아온 나비처럼 청중을 가슴을 적신 봄비의 저녁이었다. 앞으론 밀양 아리랑 등 K 클래식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K 악기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비하나 폄훼의 국산 시절이 아니다. 세계 명품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글로벌 마케팅을 여는 주역으로서의 K악기 시대 온 것이다.